[이슈분석] 떠오르는 新전체주의
[이슈분석] 떠오르는 新전체주의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0.07.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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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방역 모범국가라는 권위가 부여되면서 이러한 시민 통제는 정당성을 얻는다. 문제는 이러한 방역권위주의가 자칫 집권 여당과 청와대의 반민주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들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시키는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K-방역이라면서 자화자찬했지만 코로나 확산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광주지역 교회 주차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 연합
문재인 정부는 K-방역이라면서 자화자찬했지만 코로나 확산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광주지역 교회 주차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 연합

지난 5월 23일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특이한 학술 행사가 열렸다.

동학혁명 126주년을 맞아 충북학연구소와 충북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코로나19 이후의 미래사회와 동학 정신’이라는 시민 강좌가 그것이다.

행사에서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 “아직 코로나19 사태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전 세계인이 한국의 방역과 대응 태세를 우수한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며 “K-방역으로 불리는 신속하고 질서정연한 대응은 정부의 추진력에 시민들이 협조가 이뤄낸 ‘민관협치’의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박총장은 “K-방역은 서양식 자유주의도 중국식 사회주의도 아닌 한국인의 DNA에서 살아 숨 쉬는 공동체 정신, 사람 살림의 개혁 정신이 실현된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앞으로 변화되는 사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동체 정신’이 될 것”으로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박맹수 총장의 그 다음 발언에는 우려스러움이 있었다. 그는 “동학 정신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 유무상자 제도다. 누구든 자기가 가진 재능을 공동체에 제시하고 서로 협업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관민상화고 민관협치다”고 주장했던 것.

이어서 그는 “근대의 기점이 된 동학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폭력과 평등사상이다. 즉 사람이 하늘인 세상을 꿈꾸는 정신이 혁명이 됐고 이어 3·1운동과 독립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에서 촛불혁명까지 우리 안의 DNA가 살아 움직여 왔다”고 강조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이 동학정신에 이어 민주화 정신의 계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코로나19가 초래하는 신권위주의 질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타면서 ‘방역 권위주의’라는 새로운 정치 현상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대중들이 이용하는 다중시설에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QR코드 감시체계를 도입했다. 이 감시체계는 학원, 노래방 등에서 교회로까지 확대됐다. 강제 자가 격리를 위반하면 구속에 처하며, 정부의 명령을 어기면 고액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대한민국에 방역 모범국가라는 권위가 부여되면서 이러한 시민 통제는 정당성을 얻는다. 문제는 이러한 방역권위주의가 자칫 집권 여당과 청와대의 반민주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들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 시키는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적 위기감과 국민들의 높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는 포털뉴스의 실시간 검색에서 그 위력을 발휘한다. 코로나19 방역 뉴스는 언제나 윤미향 의원의 위안부 정의연 비리 의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독립을 흔드는 월권에 관한 뉴스 검색을 압도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故 박원순 시장 성추행 자살 사건, 탁현민 청와대 의전 비서관의 독직 행위를 둘러싼 의혹, 이인영 민주당 의원의 자녀 스위스 유학과 관련된 특혜 의혹 등 쏟아지는 집권 세력의 비리 의혹에도 코로나19에 대한 언론들의 기사와 국민적 관심은 언제나 톱기사의 가치가 부여된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통치 시절 집권세력의 부정과 비리를 반공·안보 논리가 압도해 버리던 양상과 유사한 패턴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좌파 신권위주의’시대가 도래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가능한 지경이다.

지난 4월 30일 예일대의 국제 및 지역 연구 싱크탱크인 맥밀란센터와 예일대 로스쿨은 공동으로 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제목은 ‘민주주의와 COVID-19의 권위주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反민주적 질서들이 제3세계를 비롯해 자유민주 국가들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였다.

최근 대중들이 이용하는 다중시설에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QR 코드 감시 체계를 도입했다. 사진은 사랑의 교회에 설치된 QR 코드 안내소 / 사랑의교회
최근 대중들이 이용하는 다중시설에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QR 코드 감시 체계를 도입했다. 사진은 사랑의 교회에 설치된 QR 코드 안내소 / 사랑의교회

같은 시기에 독일의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연방하원 연설에서 “어떤 지도자들은 코로나19 위기를 시민을 상대로 권위주의를 강화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마스 장관이 지목한 나라들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터키, 이란, 중국 등이었고 이런 나라에서 언론인을 상대로 한 억압이 심각하게 발생하며 이는 명백하게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스 장관의 발언 중에 주목을 끄는 부분은 “여기 유럽에서도 어떻게 비상조치가 법치를 훼손하는 데 사용되는지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던 발언이다. 실제로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총리에게 국가 비상사태 무기한 연장권한과 법률 제정권을 주도록 조치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지난 5월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연구소도 코로나19 위기의 여파로 독재 정권뿐만 아니라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들에서마저 비상권한을 행사해 시위자들을 체포하고 민주주의 규범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 공동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은 “권위주의 정권들이 코로나19 위기를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고 정치적 장악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일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들조차 코로나19에의 대응을 내세워 법 규정과 의회의 감독, 헌법 질서 회복을 위한 시간 등을 무시한 채 비상권한을 발동해 인권을 제한하고 국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현상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근거가 있을까.

코로나19를 둘러싸고 새롭게 발현되고 있는 권위주의와 민주주의간에 충돌은 대표적으로 중국과 미국 간에 세계 질서에 관한 헤게모니 경쟁으로 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신자유주의 미국이 아니라 공동체를 중시하는 중국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토론자들의 주장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에 새로운 대결 양상을 예고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과 중국간에 코로나19에 대한 대결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중간에 코로나19 갈등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병지 문제로 촉발됐다. 미국 고위관리들은 중국 당국의 허위정보 유포를 비난하고 중국은 한 치 양보 없이 반박하는 양상이었다.

지난 3월 20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허위 정보들은 전 세계 불특정 행위자들에게서 오지만 주로 중국 공산당과 러시아 이란이 유포한다. 그들은 우리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깎아내리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폼페이오를 거들며 나섰다.

이들 기관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중국 바이러스에 대한 초기 보도를 통제하고 의사와 언론인들을 처벌해 전염병 예방 기회를 놓치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중국은 즉각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중국의 화춘잉 대변인이 ‘미군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우한으로 옮겼을 수 있다’는 음모설을 제기했던 것. 미국 정부는 그야말로 쑤셔놓은 벌집통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왔다. 그게 원인이다. 명확히 하고 싶다”고 재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중국 공산당은 일부 미국 언론인들을 추방했다.

중국은 미국과 코로나19 방역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선전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에서 한국, 싱가포르, 일본 등 국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은 중국의 성공적인 방역 경험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코로나 19, 자유주의가 극복할 것

지난 14일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초기 임상 시험에서 실험 대상자 전원에게서 항체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공개된 이번 시험 결과에 따르면 지원자 중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한 이는 없었다. 모더나는 의약품 출시 막바지 단계에 해당하는 3상을 앞두고 있다.

현재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인류가 신뢰할 만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의료에 자유주의 원리를 관철하고 있기에 질병은 의료 기업들 간에 치료 상품을 개발하는 시장이 된다. 비록 미국이 코로나19로 현재 심각한 상태를 맞고 있다고는 해도 결국 그러한 문제는 시장의 수요를 촉발해 공급을 낳는 원리를 만들어 낸다. 이는 중국의 전체주의 방법이든, 한국의 공동체주의적 방법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분명하다.

미국은 코로나19 초기에 질병본부센터(CDC)를 통해 진단 키트 등에 관료주의를 관철했다가 확산 방지의 타이밍을 놓쳤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부 실패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자유가 미국에는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K-방역이 아무리 민관협력의 공동체주의로 성공하고 심지어 동학정신이든 촛불정신으로 이뤄낼 수 있다 하더라도 결국 기업이 코로나19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수요로 파악해 기업가 정신으로 백신을 개발 공급하는 것을 이길 수는 없다. 문제는 그러한 철학과 이념을 우리 한국인들이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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