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포스트 코로나, 보수가 놓치고 있는 핵심 키워드
[강연] 포스트 코로나, 보수가 놓치고 있는 핵심 키워드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7.3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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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우호협회 모닝포럼 7월 11일 장제국 동서대 총장 강의내용을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가 정리하였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아 완전히 새로운 문명적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진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환경에 대비, 적응하지 않으면 국가나 개인이나 낙오자가 되기 십상이다. <미래한국>은 7월 11일 한미우호협회에서 있었던 장제국 동서대 총장의 ‘키워드로 보는 포스트 코로나 세상’ 강연을 지면에 소개한다.

요즘 워낙 포스트 코로나 세계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데 정치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사회를 분석해 봤다. 먼저 ‘성큼 다가온 미래 대 위기’이다. 코로나 사태 때 갑자기 재택근무가 늘어났다. 페이스북을 만든 저커버그는 코로나가 진정된 후에도 재택근무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할 정도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원격진료를 반대했던 우리나라 의사협회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어쩔 수 없이 일시적으로 원격진료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학교에서는 동영상 강의가 굉장히 보편화 됐다. 학생들은 할 수 없이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배달의민족, 아마존, 쿠팡 이런 회사들이 엄청나게 수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다들 집에 있다 보니 극장 같은 곳에 가지 않고 넷플릭스, 유튜브 이런 것들을 많이 본다.

반면 위기에 봉착한 업계에서 불요불급한 업종이 급락하고 있다. 소매점, 식당, 술집, 영화관, 여행, 해외여행 이런 업종은 거의 어려운 상황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권위를 갖고 있었던 대학, 각급 학교, 스카이라인, 고급 사무공간과 같은 것들은 거의 몰락하는 상황이 됐다. 소득 제로의, 이렇게 하나로 묶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이 갈등이 심화 되는 것도 코로나 시대의 하나의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전염병 펜데믹과 새로운 질서

이 현상에 대해 Before Corona(BC)와 After Corona(AC)로 많이 회자되고 있다. 토마스 프리드먼이 2월 20일 뉴욕타임스에 이 말을 처음 썼다. 사람들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달라질지 뭐가 뭔지 모른다.(Unknown, Unknowns) 기하급수의 파워(The Power of Exponentials), 그 다음 정치가 바뀔 것인지 (Will Politics Radically Change?) 기타( Only Generosity will Save Us), (The Upside of Exponentials) 등에 대한 의문점을 갖는 것이다. ‘새로운 질서’란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14세기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 흑사병이 지나간 뒤 봉건제가 붕괴되고 시장과 화폐경제가 발달되고 교역이 시작됐고, 부르주아가 탄생하고 자유주의가 탄생했고, 대항해 시대가 시작됐다. 흑사병이 지나고 나서 새로운 질서가 생긴 것이다. 16세기 천연두로 남미 원주민 90%가 사망했다. 이로 인해 남미 아즈텍 문명이 소멸하고 남미에서 풍부한 금·은이 개발되고 그러다 보니 상공인의 지위가 강화되고 계몽(시민)사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

잘 알다시피 스페인독감(1918~1919)은 5억 명이 감염돼 5000만 명이 죽는 엄청난 펜데믹이 었다. 많은 사람이 죽다 보니 베이비붐이 생겨나고 영국이 쇠퇴하고 신흥대국인 미국이 성장했고 1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다.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을 맞아 고립주의, 내셔널리즘, 파시즘 등이 등장했고 2차 세계대전까지 연결이 되면서 뉴딜이 일어나고 미국이 세계리더로 서게 되는 이러한 질서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세계적 펜데믹 이후 신질서가 생긴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과연 코로나19 이후 어떤 질서가 만들어질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맥킨지에서 낸 보고서(“The future is not what it used to be : Thoughts on the shape of the next normal-April 14, 2020)”에서 7가지 정도 변화의 특색을 이야기하고 있다. 첫째 Distance is back(거리두기)이다.

첫째, 1990년대 이후 인터넷 보급으로 ‘(물리적) 거리의 죽음( death of distance)’이 통념화되었고, 글로벌 공급망관리(SCM)에서 적기공급생산(JIT.just in time)이 보편화 되었고, 글로벌 교역이 확대되었고, 중산층 여행이 보편화 되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새로운 국경 제한, 로컬 공급 중요성 증대 또는 요구 확대 그리고 글로벌화에 대한 반감이 나타난다.

둘째 복원력과 효율성(Resilience and efficiency)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충격을 흡수하고 빠르게 복원하는 것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글로벌 SCM에서 JIT의 효용성이 제고되고, 경영진 비상시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광범위한 계획의 필요성이 증대(succession planning)된다.

셋째 비접촉 경제활동의 증가(The Rise of contact-free economy)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특히 e-커머스, 원격의료, 자동화 분야에서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의 강화(More government intervention in the economy)이다. 경제 등에서 정부개입 정도가 강해질 것이다.

다섯째 기업 감사 강화(More scrutiny of business)로, 정부에서 돈을 많이 뿌리다 보니 비즈니스 섹터에 조사가 들어가는 장치가 많아질 것이다.

그다음 산업구조, 소비자 행동, 시장 매력도 변화(Changing industry structures, consumer behavior, market positions, and sector attractiveness)이다.

마지막으로 밝은 희망찾기(Finding the silver linings)로 이노베이션을 하는 회사들, 특히 투자는 작게 하지만 큰 매출을 관리하는 이런 회사들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고립주의(Isolationism)이라는 것을 정세적으로 분석해 보자. 민족주의를 고양시킬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주의를 주장하고 민족주의를 고양시키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리쇼어링(Reshoring)하여 자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 복제약 제조사 플로우는 인도, 중국 등 해외 의약품 생산기지를 다시 미국 내로 불러들이고 있는데 미국 복지부에서 1조 원(8억12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계약을 마친 상태라고 한다. 세계화의 종말은 아니지만 국가 간 의존도를 재정립하는 새로운 세계화의 시발점이라고 해서 현재 글로벌리즘이 새로운 형태로 변화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미국에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제안하고 있는데 결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 네트워크에 참여한 국가들을 통해 공급망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고양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성곽도시(Walled city)’ 시대가 재도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 간의 경계가 확실히 그어져 그 안에서 활동이 이뤄지면서 자급주의가 체제경쟁, 패권경쟁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본다. 워싱턴 컨센서스 대 베이징 컨센서스로, 미국은 과학기술의 고도화,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력 확대, ‘일대일로’ 전략을 통한 영향력 확대, 안정된 공급망 확보 필요성 등에서 중국의 성장을 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미중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신전국시대’라는 키워드가 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이 이야기한 것인데 “코로나19로 냉전 이후 세계를 휩쓸었던 자유주의 가치관 대신 정부가 자원 배분에 강력하게 관여하는 신국가주의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여기에서 보듯 세계는 국가 간 경쟁과 경계가 계속 확장하는 신전국시대에 돌입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미국의 고립주의, 자국중심주의 그리고 트럼프 정부의 정책 혼선이 신전국시대의 도래를 야기하는 것 같다.

바이러스에서의 보호(Virus Protection)를 중요시 할지 개인권리보호(Safe guarding Private Rights)를 중요시 할지 논란이다. 미국은 앱 등 기계가 아닌 인간 추적(human tracer)을 선호하고 있다. 대통령 지시가 잘 안 먹히고, 주지사가 또 경제 봉쇄에 반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노르웨이도 마찬가지이다. 앱 사용을 금지시켰다. 다운 받으면 개인 행방 추적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국민 안전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자유에 일정 부분 제약을 가하는 분위기가 있다. 또 외국 정보통신 생산·서비스업체에 대한 경계 분위기가 있어 미국에서는 화웨이를 쓰지 말라고 하고 프랑스의 경우는 실리콘 밸리에 대해 경계한다.

중국은 얼굴인식 기술을 개발해 외국인뿐 아니라 전 국민을 다 찍어놨다. 만일 내 길거리에 침을 뱉으면 점수를 매긴다. 모든 국민에게 점수를 매긴다. 만일 그 사람이 은행에 돈을 빌리려고 하면 안 빌려 준다. 사회신용도가 더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중국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기의 DNA를 채취한다고 한다. 아버지가 범죄자였으면 아기도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정치적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 현장에 어떤 사람의 DNA를 뿌려놓으면 빼도 박도 못하게 범죄자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국가의 통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는 재택근무나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서비스 산업을 급성장 시키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재택근무나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서비스 산업을 급성장 시키고 있다.

합법적 전복되는 민주주의와 징후들

민주주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합법적으로 전복되는 민주주의라는 말을 쓰고 있다. 절차상 문제가 없지만 민주주의는 전복되는 모습이다. 스티븐 레비츠키, 다니엘 지블랫이 쓴 책 ‘How Democracies Die’에서는 “그들은 국가 위기를 즐긴다”라고 하여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정권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극적으로 높아진다, 국가 안보 위기에 처했을 때 시민들은 전제주의 조치에 더 관대해진다는 것이다. 또 정치 경쟁자를 부정한다. 상대 정당을 근거 없이 범죄 집단으로 몰아세우는 경향이 생기고 극단적인 진영 간 분열로 “다른 정당 지지자와는 결혼도 안 된다” 해서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는 시대가 진행되기 때문에 민주주의 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역사학자 티모시 D. 스나이더는 ‘On Tyranny: Twenty Lessons from the Twentieth Century(폭정 :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에서 “코로나 혼란을 틈타 불필요한 퍼주기까지 감행하는 대중영합자들이 넘쳐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체주의의 확산, 포퓰리스트 득세, 이념적 편 가르기, 사실을 무시한 선전·선동, 정부의 공포 마케팅을 지적한다.

조작(Manipulation)이 있다. 중국, 북한의 코로나 사망자 확진자 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공감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숨겨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굉장히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가짜뉴스·편향적 뉴스를 통해 논리적 근거를 제공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작사회가 되면 진실을 말해도 한번 조롱하게 되면 삽시간에 분위기가 식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말장난의 대세화가 이뤄지고 특히 SNS를 이용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진심으로 국가를 위해 말을 해도 삽시간에 그걸 조롱해버리면 진지한 분위기가 사라진다. 건설적인 토론을 방해하고 교묘하게 여론을 쏠리게 만들고 건설적인 문제는 아예 제기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무책임이 만연해져 가치폄하효과(Hyperbolic Discounting)가 나타난다. 금방 효과가 나는 것에만 관심을 갖게 돼 국가의 백년지대계와 같은 것에는 무신경해진다.

인간고립의 문제가 심각하게 진행될 것이다. 영화 ‘설국열차’를 보면 맨 앞칸에 탑승한 사람과 맨 뒤 칸에 탄 사람은 완전히 사회가 다르다. 맨 뒤 칸에 탄 사람들은 바퀴벌레로 만든 영양갱을 먹으면서 최고의 삶인 줄 알았는데 앞칸에 가보니까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이 봉기를 일으켜 앞으로, 앞으로 간다는 줄거리인데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책 중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코로나 시대가 지나고 잘 사는 사람들끼리, 못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 인간이 경제적, 정치적 가치를 잃는 ‘무용 계급(useless class)’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한다. 요새 뉴욕에 유행하는 농담이 뭐냐하면 지금 미국 뉴욕에 남은 사람은 홈리스와 집밖에 없다는 것이다. 잘 사는 사람들은 집 밖으로 캐리비안이라든지 버뮤다 이런 곳으로 가서 코로나도 피하고 휴양도 하는데 못가는 사람들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이다.

유토피아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생긴다. 포퍼는 “상대적으로 나은 세계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추함이 전혀 없고 완전히 아름다운 세계를 꿈꾼다”, “탐미적 열광은 병적 흥분 상태로 발전하기 쉬우며 이상 실현을 명목으로 폭력을 긍정하고 급기야는 찬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모든 혁명은 선의로 시작되지만 정의를 독점하는 태도가 악을 낳는다. 프랑스혁명 당시 ‘서민을 위한 변호사’로 존경받던 로베스피에르는 자코뱅당을 이끌며 정적들을 모두 단두대에 세웠다. 개성과 다양성을 말살하고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강요하게 된다. 권력자는 급진적 탐미주의에 빠지기 쉬운데 이는 곧 폭력화로 이어진다.

태동하는 신산업에 관해 이야기하겠다.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로봇업체 키위(kiwi)인데, 우리나라 같으면 배달 업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한다. 미국에서 그런 용도로 개발한 게 키위이다. 음식을 주문하면 로봇이 주문자에게 배달한다. 또 요즘 미국에서 각광받는 기업이 식료품 배송 서비스 업체 인스타카트(Instacart)이다. 온라인에서 식료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인스타카트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배달하는 아마존닷컴이나 월마트, 타겟과 달리 몇몇 유통업체와 연계해 식료품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이 있다. 캠퍼스가 따로 없지만 온라인 위주의 영상토론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입학도 SAT 시험이나 에세이가 아닌 실시간 인터뷰로 학생의 역량만을 평가하는 온라인 대학이다.

이 학교는 약 10년 전부터 샌프란시스코에 건물 하나만 뒀다. 모든 학생이 각자 자기 방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 또 이제는 한류가 해외로 나갈 수 없으니까 증강현실(AR)이라든지 가상현실(VR) 등 기술을 이용해 K-POP을 홍보하고 있다. 슈퍼주니어라는 그룹이 지난 5월 31일 유튜브로 공연을 했다. 100여 개국 200만 명이 유료로 접속했다. 엄청나다. 이런 신사업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갖춘 유일한 나라이다.

코로나19 시대를 종합해보도록 하겠다. 자국중심주의, 국가주의, 감시와 통제, 대중영합, 조작, 조롱, 국가이성 부재, 무책임, 디지털, 약육강식, 미중 갈등, 유토피아론, 신사업의 태동 이런 것이 키워드이다. 보수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모든 것들이 변화인데, 보수주의자는 이런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는데도 무감각하고 자기가 지켜야 할 가치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인정하기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여유가 부족하다. ‘우려’ 요인에 함몰되다 보니 자원, 에너지를 불균형하게 배분하고 투입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아젠다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과거 틀이라는 이미지에 고착하고 보수판 유토피아 제시가 부재하다. 포스트 코로나 아젠다 선점에 실패하고 있다. 반면에 진보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포스트 코로나는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보주의자에게는 훈풍이다.

다중시설 이용자는 개인 QR 코드로 방문지에 확인해야 한다. 국가의 통제는 강화되고 개인의 사적영역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다중시설 이용자는 개인 QR 코드로 방문지에 확인해야 한다. 국가의 통제는 강화되고 개인의 사적영역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보수, 아젠다 세팅하고 강력히 추진해야

우호적인 여론이라는 순풍이 있다. 조작, 조롱 이런 게 횡행하기 때문에 여론 만들기 기술자들이 굉장히 많이 활동한다. ‘이런 세상이 펼쳐질 거야’라는 유토피아 비전을 제시한다. 이런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아젠다를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 내 분석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김용운 선생의 ‘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 책에서는 한국인은 충동성이 너무 강하고 국가이성이 부재하다고 진단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사에서 ‘민족이성’ 또는 ‘국가이성’에 대한 개념을 찾아보기 어렵다…이성은 철학에서 다듬어진다”라고 한다.

이성이라는 것은 가설을 증명해야 비로소 이성이 된다는 것이다. 이성은 곧 증명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증명은 권력이나 권위를 무시하고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민주주의적(民主主義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유와 시장주의가 보장이 되어야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화가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을 보면 증명(한치의 타협도 없는)을 위한 토론의 장으로서 모습을 보게 된다. 해당 사회의 요청이 있으면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검증하고 증명해서 사회의 지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문명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연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 대해 얼마만큼 고민을 하고 있는가, 그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있는가, 도출해낸 해결책에 대해 증명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가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를 해야 한다. 국가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하고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일본 고치공과대학의 미래디자인연구소는 ‘가상장래세대’를 마련해서 현재 정책결정과정 참여를 연구한다. 예를 들어 이와테현에서 있었던 수도 요금 인하 정책결정과정에 가상장래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위기’ 고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위기 고리를 통한 시혜성 정책은 결국 정치적 목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루스벨트 정부의 뉴딜정책은 빈곤과 실업의 구제로 시작됐지만 결국 미국 민주당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 사용됐다. 포스트 코로나 아젠다의 선점 문제이다. 각 산업 분야별로 숙원 사업이 있는데 그 숙원 사업이 아젠다이다. 경제계 같은 경우는 규제완화에 관심이 많은데 정책적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대외관계에서도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 정부와 조야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배양할 수 있도록 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파이프를 복원해야 한다. 또 새로운 산업 육성을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해서 자유시장경제주의를 실천해나가야 한다. 보수가 이러한 아젠다를 세팅해서 강력하게 추진해나가지 않으면 정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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