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외교·국방의 유비무환을 기대하며
[논단] 외교·국방의 유비무환을 기대하며
  • 김익환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생물방어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8.01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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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지난 5월 국정토론회에서 발표된 토론문을 정리한 것입니다.
국방부는 6·25 참전용사들을 위해 코로나 방역물품 긴급 지원 사업을 펼쳤다.
국방부는 6·25 참전용사들을 위해 코로나 방역물품 긴급 지원 사업을 펼쳤다.

외교부가 글로벌 펜데믹 상황에서 위험 국가에 있는 우리 국민들을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한국의 K-방역이 모범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상황을 잘 활용해 30여 차례 정상 통화로 국격을 높이고 123개 국의 의료물자 지원 콜 등을 받는 등 많은 외교적인 성과도 평가한다.

긴급 출장이 필요한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과 K-방역의 경험과 지식을 여러 나라와 공유하고 전수하는 계획도 바람직하다. 외교부에서 준비하고 있는 여러 정책에 공감하며 효과적인 국가 방역을 위해 세 가지 정도의 추가적인 후속 조치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국가적인 대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종 감염병에 관한 정보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다. 외교부는 해외 유입 감염병의 최전선에 서 있기 때문에 어느 국가에서 어떤 감염병이 발생했는지를 남들보다 먼저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앞으로 외교부는 해외 대사관과 공관에 훈령을 내려 현지의 풍토병에 대한 첩보나 정보를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그 정보를 질본 등 관계기관과 즉시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면 국가 방역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많은 전문가들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약 5년 간격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에볼라, 사스, 지카, 코로나19와 같은 고위험성 바이러스는 대부분 인수공통 바이러스로서 박쥐나 영장류와 같은 야생동물 사이에서 감염을 일으키다가 그들과 접촉하거나 채집 또는 포획하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앞으로 야생동물의 채집, 포획, 식용을 금지하는 국제 규약을 만들 필요성과 함께 고위험성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진단 그리고 치료 방법에 대한 표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K-방역, 6·25 참전국에 전수하는 전략을

WHO 중심으로 고위험성 바이러스의 상시 감시체계와 국제 규약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은 되겠지만 WHO는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안이한 대응으로 국제적인 신뢰를 잃은 상태이다. 따라서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던 글로벌안보구상(GHSA)을 기반으로 한국이 국제 규약 제정을 주도해 나가는 것도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2014년 에볼라 대유행으로 글로벌 안보 체계가 필요하다는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되었고 그 결과 GHSA이 만들어진 바 있으며 2015년 한국에서 거행된 2회 GHSA 행사에서는 고위험성 감염병의 예방-탐지-대응에 관한 서울선언문이 채택된 바 있다. 따라서 K-방역으로 국격이 높아진 이때 한국이 GHSA를 국제기구화하고 국제적인 규약과 감시체계를 만드는 일을 주도한다면 국제사회가 호응할 가능성이 많다. 감염병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표준화는 한국 제품의 국제적 인지도 상승과 함께 국제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도상국의 전염병예방사업에 지난 10년 동안 수백억 원을 지원해 왔다. 예를 들면 우즈베키스탄에서 진행된 전염병 퇴출 역량 강화를 지원하면서 실험 장비와 기술을 전수하고 의료진의 교육도 진행했으며 이에 더해 K-방역을 전수해 우즈베키스탄의 코로나19 방역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결과 우즈베키스탄 부총리가 한국을 진정한 친구로 호칭하는 외교적 성과가 있었다. 이러한 공적개발 원조사업이 1~2회로 끝나지 않고 후속 연구사업으로 계속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국격 상승뿐만 아니라 향후 해외 유입 감염병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로서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유엔과 함께 도움을 준 나라들을 중심으로 ODA 지원을 넓혀 K-방역과 진단 및 치료 기술을 전수해 준다면 그들과 우의를 더 돈독히 하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공항 검역과 방역, 수송 등 대민지원사업에 연인원 16만여 명을 지원해 국가 방역에 큰 힘을 보태줬으며 군 내부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했던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성공적으로 차단한 것을 평가하고 싶다. 국방부에 대한 의견으로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제언을 제시한다.
 

한반도에서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생화학전에 대비하여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생화학전에 대비하여 만전을 기해야 한다.

생물무기전에 철저 대비해야

첫째, 국방부 발표의 도입 부분에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마치 BC(기원전)과 AD(기원후)라고 표현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질병관리본부와 감염관리분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이 메르스 이전과 이후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라고 말하는데 결국 그 차이가 오늘의 K-방역을 만들어 낸 요인일 것이다. 국방부도 코로나19 이후에 말로만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AD와 BC의 차이만큼이나 확실한 변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동안 북한 또는 IS 등 테러리스트의 생물무기에 대해 국방부는 무엇을 했는지 예산을 들여다보면 잘 알 수 있다. 국방부는 그동안 공격 무기 개발과 비축에만 관심이 있었지 생물무기에 대한 대응에는 참으로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국방부가 생물무기 관련 교육이나 연구, 백신, 보호구, 물자, 항생제 비축 등 분야에서 얼마나 준비를 갖출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둘째, 국방부 발제자는 “앞으로의 전쟁을 하이브리드전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민간과 학계에서는 이미 2015년 헌정회, 고려대 및 연세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3차 세계대전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시공을 초월해서 오는 바이러스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적에 대한 준비 태세는 3차 세계대전을 준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생물무기 하나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별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국방부가 어떻게 복합적인 하이브리드전을 준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셋째, 국방부는 비전통적인 위협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비전통 위협으로 재난, 사이버, 테러의 세 가지 위협만을 제시했을 뿐 어디에도 생물 위협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생물 위협을 재난의 하나 정도로만 치부하는 것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판단된다.

물론 민간에 발생하는 산불이나 태풍과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민간의 피해를 돕기 위해 군이 대민지원을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생물 위협은 여타 재난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쟁을 수행하는 중에 적이 생물무기를 퍼뜨렸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와 같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는 탄저 또는 두창이 두루 퍼져 있는 전장에서 병사들이 전투를 수행하게 할 수는 없다. 국방부는 변변한 백신 하나 제대로 비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적과 싸우겠다는 것인가? 국방백서에서 가장 위험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는 탄저, 두창과 같은 병원체에 대응하는 초동대응 인원(의료인, 제독 인원, 필수핵심 인력 등) 반드시 백신을 접종받은 자라야 한다.

주한미군은 북한이 보유한 생물무기를 의식해 전원 탄저와 두창 백신을 접종 받은 후 한반도에 배치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백신 개발이 사태 종결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누구나 알게 되었을 것이다. 국방부의 개혁은 말보다 실천을 앞세워야 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탄저 및 두창 백신은 반드시 비축해야 한다. 백신은 소모품이 아니고 전시 가장 중요한 전략물자이다. 백신의 비축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백신의 유효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넷째, 고위험 바이러스가 생물무기로 뿌려졌을 경우 군은 병원체를 감지하고 탐지해 어떤 종류의 병원체인지 빠르게 식별해야 한다. 미군은 주기적으로 생물무기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부의 개혁과제 중 하나로 백신의 비축과 함께 탄저 및 두창의 주기적인 탐지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비전통적인 위협에 대한 대응책은 국방부보다 민간이 앞서 있는 분야가 많다. 따라서 비전통 위협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서 국방부는 민간과 학계 전문가 그룹을 활용하는 방안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외교부와 국방부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돌아보면서 국가 방역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진단 키트와 같은 전략물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략물자는 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따라서 바이러스와의 3차 세계대전을 준비함에 있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외교부와 국방부가 유비무환의 자세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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