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쇼터... 포스트 펜데믹, 일하는 공간뿐 아니라 시간도 바뀐다
[신간] 쇼터... 포스트 펜데믹, 일하는 공간뿐 아니라 시간도 바뀐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8.0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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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알렉스 수정 김 방 Alex Soojung-Kim Pang은 실리콘밸리에서 미래학자이자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실리콘밸리 싱크탱크 스트래티직 비즈니스 인사이트 등에서 일했고, 스탠퍼드와 옥스퍼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정부 및 포춘 500대 기업과 20여 년 동안 일하고 있으며, CIA부터 구글까지 다양한 기관에서 강연한다.

세계 12개국에서 번역된 전작 《일만 하지 않습니다(REST)》가 개인적 차원에서 휴식의 힘을 다뤘다면, 이번엔 조직 차원에서 휴식과 생산성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며 근무시간 단축제의 효용성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이를 위해 전 세계 100곳이 넘는 기업들을 직접 취재하였고,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개인과 조직 모두 윈윈하는 전략임을 증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직원의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무시간을 주당 37.5시간으로 단축했고, 2017년 3월 들어서는 주 35시간으로 더 줄였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김봉진 대표는 말했다.

“사업 진행 속도를 늦추려고 이 제도를 도입한 게 아닙니다. 제가 세운 목표는 정신을 좀더 집중해서 일하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삶의 방식을 바꾸려면, 먼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MS 일본지사는 작년(2019) 여름 한 달 동안 주 4일 근무제를 시도해봤다. 이 기간 직원들의 1인당 매출 기준으로 생산성은 전년 대비 39.9% 증가했다. 전기 사용량은 23.1%, 종이 인쇄는 58.7% 각각 감소해 비용 절감 효과도 있었다.

주4일 근무제에 대한 회사 설문에서 직원 2,280명 중 92.1%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에 변화와 영향이 있었다는 응답은 96.5%, ‘삶’에 변화와 영향이 있었다는 응답은 97.1%였다.

작년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 지도자의 64%가 직원 생산성이 증가했고, 77%의 근로자들은 이를 삶의 질 향상과 연결시켰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예기치 못하게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실시하게 된 기업들도 많다. 이 위기가 펜데믹이 되고 장기전의 조짐을 보이자,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 등을 실시하던 기업들도 점점 더 근본적인 변화 대책을 강구하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일부에서만 이야기가 나오던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도 펜데믹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됐다.

이처럼 근무시간 단축제 논의가 본격화한 데는 직장인의 번아웃, 워라밸, 생산성 향상 과제, 공중 보건을 둘러싼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처하는 데 주 4일 근무제가 유용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작용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론 기술과 직장 문화가 달라진 21세기에 현재의 일하는 방식은 더 이상 맞지 않다는 문제의식도 자리하고 있다.

신간 《쇼터: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는 올 3월 미국에서 먼저 출간됐다. 원제는 《SHORTER: Work Better, Smarter, and Less - Here’s How》이다. 이 책은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생산성이나 수익을 희생시키지 않은 채로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터득한 전 세계 리더들과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일하는 장소나 시간이 아닌 ‘아웃풋’을 관리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과 비효율성을 제거했다. 효과적인 협업을 이끄는 제도를 만들고 기술을 지원했다. 그리하여 주 4일 근무제가 인재의 채용과 유지를 증진하고, 비용은 줄이면서 수익은 더욱 높이며, 기업과 개인의 커리어를 한층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을 입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실리콘밸리의 싱크탱크 스트래티직 비즈니스 인사이트 등에서 일했고, 스탠퍼드와 옥스퍼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자는 전 세계 100여 곳의 기업들을 직접 취재하여 그들이 근무시간 단축제를 어떻게 실행했는지, 또 그들에게는 어떤 대가와 혜택이 따랐는지 구체적이고도 생생하게 기록했다.

가령, 저자는 모든 회사가 다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도, 금요일에 쉬어야 한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하루 6시간을 일하든 주 4일 일하든, 또는 월요일 오전에 휴무하든, 금요일에 휴무하든, 업종과 규모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으며, 핵심은 “근무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성과 직원 창의성을 더욱 끌어올리는” 데 있다.

물론 근무시간 단축제가 즉각적으로 뉴노멀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저자는 ‘실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책에는 단축근무를 실험해볼 기간과 휴무일을 정하는 방법, 직원과의 새로운 계약 내용, 기존의 업무 시스템을 새롭게 최적화하는 방법, 더 효율적인 협업을 지원할 기술 등, 단축근무 제도의 고민부터 시험적 운행, 정착까지 모든 과정의 노하우와 성공비결을 담았다.

실천 기업들의 국가도 다양해서 흔히 상상하듯 북유럽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북유럽과 서유럽(59개), 미국(24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9개) 등의 서구뿐 아니라 장시간 근무로 악명 높은 한국(14개)과 일본(5개)도 포함됐다. 해당 기업들이 속한 업계도 매우 다양하다. 세계적 평판을 쌓고 있는 레스토랑부터 IT 기업, 마케팅·광고·홍보 기업, 게임 회사, 디자인·건축 기업, 컨설팅·보험·금융서비스업, 제조 기업과 유지보수 기업, 헬스&뷰티 기업, 사회복지 기업 등 다양한 업계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지속가능한 기업과 커리어: 성공하는 사람은 의도적 휴식을 즐긴다. 일만큼 휴식 시간도 소중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소파에 파묻혀 TV 채널을 돌리거나 한없이 잠만 자는 게 아니다. 휴식에도 전략과 테크닉이 필요하며,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충분한 휴식을 갖는 것이야말로 더욱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하는 방법임을 증명한 기업들이 소개된다.

▶비효율을 제거하고 생산성을 높인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오히려 수익의 증가를 가져오는 데 성공한 기업들은 단순히 복지 차원에서 근로시간을 줄이지 않았다. 근로자들이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좀 더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루틴하게 돌아가던 업무 스케줄을 재설계했다. 일하는 방식을 아예 새롭게 리디자인한 것. 불필요한 회의를 줄였고, 보고 단계를 간소화했으며, 몰입을 방해하는 동선과 공간을 다시 디자인했다. 생산성이 향상한 것은 물론이다.

▶동료의식과 자율성의 증가: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 팀워크가 더 돈독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5일 안에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을 4일 안에 완수할 방법을 자율적으로 궁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스템과 룰이 생겨나고,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진다. 결과적으론 직원들의 협력 기회가 더 늘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높아졌다.

▶인재의 채용과 유지: 근무시간 단축제를 실시하는 기업은 최고의 인재를 끌어모은다. 아마존 같은 세계 거대 기업에 인재를 뺏기지 않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근무시간 단축제도는 효과가 있었으며, 일본 그룹웨어 기업인 시보주(Cybozu)는 ‘근무시간 단축을 실시하면 MS 및 삼성과 경쟁하는 데 유리해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 버지니아주 소재 양로원인 글레브(Glebe)가 주 30시간 근무로 전환하자 간호사의 연간 이직률이 128%에서 44%로 떨어져 숙련된 직원을 보유하는 데 기여했다.

▶성별 격차의 감소: 근무시간 단축제를 실시하는 기업들은 워킹맘을 채용하려 한다. 일과 삶의 경계를 유지하고, 탁월한 업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집중적으로 몰입하며 일할 수 있는 직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이 근무시간 단축제 아래서 일하므로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일찍 퇴근한다는 오명과 싸울 필요가 없는 이 같은 기업들에서 워킹맘은 실제로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위기는 늘 기회이다. 지금이 바로 코로나 위기를 오히려 기회 삼아,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해볼 최적의 시간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평소 하기 어려운 변화도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고 협조도 구할 수 있다. 한시적인 임시방편책만 쓰지 말고, 이번 기회에 일의 공간·시간·문화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을 시도해보자. 먼저 고민하고 시도해본 리더들의 노하우가 좋은 가이드가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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