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부족한 시골의사 선진국은 어떻게 하나?
[기획리포트] 부족한 시골의사 선진국은 어떻게 하나?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0.09.1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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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는 회원국 의료취약 지역에 대해 의료 서비스 전달체계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있다. 이에 유럽은 시골 의사 개원에 인센티브를, 일본은 공공 지역의사 양성을 대안으로 추구하고 있다.
OECD는 회원국 의료취약 지역에 대해 의료 서비스 전달체계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있다. 이에 유럽은 시골 의사 개원에 인센티브를, 일본은 공공 지역의사 양성을 대안으로 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공공의료의 핵심은 도농간에 의사수 불균형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민간 의료서비스를 시행하는 모든 나라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OECD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이러한 도농간 의료서비스 격차의 원인을 의사들이 농어촌보다 도시에서 근무하기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지목한다.

이는 단지 의사들의 소득문제만이 아니라 의사들이 재교육을 받거나 더 나은 의료기술 습득을 위해 도시에서 근무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

따라서 OECD는 회원국들에게 지역에 기반을 둔 의료인력 양성을 권고하고 있다. 이 문제가 소위 ‘공공의대 설립’과 맞물려 최근 의사들의 파업 원인이 됐다.2013년 서울대 의대가 조사 보고한 ‘의료 취약지역 및 공공의료분야 의사인력·양성 방안 연구’자료에 의하면 선진국들은 지역의사를 양성하는 의대 장학생 프로그램과 함께 의료 소외 지역에 의사가 개원할 경우 인센티브나 은퇴 연한을 연장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낮은 신뢰도의 보건소가 공공의대 논의 점화

최근 논란이 되는 공공의대 쟁점의 원인은 보건소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농어촌 의료정책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59년부터 의사가 없는 무의면(無醫面)의 해소를 위해 보건소를 설치하고 모든 무의면에 공의(公醫)를 배치해서 해당 면내에서 의료 및 방역사업을 수행해 왔다.

이 정책은 1961년 박정희 정부 출범으로 더 탄력을 받아 1962년 ‘보건소법’이 제정되었고 이듬해 1963년에는 의사가 없는 289개 무의면에 모두 공의가 배치됐다. 이어 1969년에 이르면 각 읍, 면마다 1개 이상의 보건지소를 설치하고 1명의 위촉위와 가족계획요원, 모자보건요원, 결핵관리요원 등을 배치하게 된다.

1972년 전문의 수련과정 중 6개월을 주로 농어촌지역의 보건기관에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전공의 파견’제도가 실시되었으나 짧은 근무기간과 전문의 시험 준비 등으로 효과적인 제도로 정착되지는 못했고, 1976년 ‘의료법’(제7조)에 의거, 의대를 졸업한 의학사 중 의사국가고시에 불합격한 자에게 2년간 국가가 지정하는 특정지역 근무를 조건으로 조건부의사면허를 주는 특정 의무지정의사제도가 실시되었지만, 주민들의 낮은 신뢰도로 인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2013년 서울대 의대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결국, 지방 근무를 회피하는 의사들과 낮은 신뢰도의 보건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에 지역의사 근무를 조건으로 장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와 별도의 국립의대를 설립해서 일반의료와 장학생 지역의료 과정을 복수로 교육할 것을 서울대 의대는 제안했다. 이런 제안이 서울대 의대가 마치 지역 공공의대 설립을 찬성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의료 소외 지역에 의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나름 소명감을 가진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에서도 공통된 인식이다.

의료가 서비스라는 점에서 지역 특성과 문화에 맞는 의료행위가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사의 자기 소신과 철학이 없으면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OECD 국가들은 지역의료 장학생 제도를 실시한다. 일본의 의료취약지 의사인력 양성은 크게 두 가지로 자치의과대학 입학과 일반 대학의 지역의료 특례입학으로 나뉜다.
 

출처 : 서울대 의대
출처 : 서울대 의대

일본의 지역근무 의사 장학생 선발

이러한 제도로 일본은 현재의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는, 지역사회 의료의 확보와 향상 및 지역 주민의 복지 증진을 도모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으며, 지치의과대학 교육의 기본은 사회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지역 의료에 진출해 헌신하는 기개와 고도의 의료 능력을 갖춘 의사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자체 연구 보고에 의하면 이러한 자치 의과대학은 1972년 설립된 이후 2011년 3월 졸업생을 포함 3481명이 졸업해 지역의료에 공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년 각 도·도·부·현에서 2-3명씩 총 123명을 선발해 농어촌지역 의료에 특성화된 교육을 시행한다. 자치의과대학 졸업생은 의무복무 기간 동안과 그 이후에도 농어촌 의료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일본의 취약지역의료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지만 연 123명 선발인원으로 의료취약지 의사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의과대학이 사립대학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중앙 보건부서와 정책 연계가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서울대 의대 보고서는 지적한다. 무엇보다 일본 국민들의 인식이 자치의대를 2급으로 여겨 신뢰도가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일본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2006년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하고 지역의료 특례입학 제도를 활성화했다. 각 도·도·부·현이 의과대학에 장학생 선발과 교육을 위탁하는 방식이다. 2013년에는 총 1422명이 이러한 제도로 입학했다.

입학생 선발 및 교육과정, 유사한 의무복무 규정 이들 모두 의과대학 졸업 후 각 도·도·부·현에서 9년간 의무복무를 한다는 조건 하에 선발하고 장학금 지급을 하는 공통점이 있다. 의무복무 기간 동안 지정된 현 내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현 내 어느 병원에서 근무할지, 어느 전문과목 수련을 받을지는 개인의 자유 의지를 존중한다.

한편 의사들의 경력개발 모델 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의료 취약지역 및 공공의료분야 의사인력을 양성하는 경우에는 경력개발 기회 감소에 따른 지원자 감소와 지역이탈 문제를 예방하기 위하여 경력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서울대 의대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독일 등 유럽은 지역의사 인센티브

미국의 주정부와 주립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장학금 지원한다.

의무복무 정책과 결합해 운영하지는 않으나 대학이 학비를 80% 지원하며 연방정부는 국가보건의료봉사단(National Health Services Corps, NHSC)의 의사를 취약계층 배경을 가진 학생이나 취약집단을 대상으로 1차의료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과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장학금 수여기간만큼 수련 이후에 의료인력 취약지역에서 의무 복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영미계와 독일의 경우 지역에서 의사가 활동할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독일의 16개 연방 주에서 11개 주는 1차의료의가 첫 번째로 개업을 할 때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의료 취약지역에 개업하는 1차의료인은 개원보조금을 1회 지급받을 수 있다. 보조금은 1만5000에서 1만6000유로 정도로 금액은 주, 의료인력 수급 부족 정도, 지방자치단체의 규모 그리고 의사가 제공할 의료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일부 지역에서 개원 보조금을 받을 경우 5년 내지 10년의 근무 의무가 부여되기도 한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농어촌 지역 개원 시 8만 달러 내지 11만7600달러를 보조한다.

캐나다의 여러 지역에서는 1차의료의가 공휴일이나 기타 사유에 따른 휴진일에 대진 의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재정적 보조를 제공하는데 일당은 510달러 내지 1200달러 범위로, 교통비를 추가로 지급하기도 한다. 덴마크 일부 지역에서는 1차의료의가 보조 인력을 고용하는 데 재정적 지원을 하며 지역에 따라 2년 제한을 두기도 하고 기간 제한이 없는 지역도 있다.

의료취약지역 내 개원하면 최소임금을 보장하는 나라도 있다. 덴마크는 의료취약지역 내 개원에 따른 재정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원 후 초기 2년 간 보조 수당을 지급한다. 1차의료인 당 1600명 등록 환자수를 기준으로, 환자수가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환자 당 1500 DKK를 최대 2년간 지급한다. 프랑스도 비슷하다. 의료취약지역 내 개원할 경우 초기 2년 간 보조 수당을 지급한다.

이 제도는 2013년 도입되었으며 연간 200명의 1차의료인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캐나다는 불리한 근무 조건을 보상하기 위해 전체 커리어 기간 동안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해당지역 의료 특성에 따른 ‘isolation points’에 따라 6000~3만 달러를 지급하며 2008년을 기준으로 144개 지역에서 이 제도가 운영되었으며 2007/8년 1568명의 의사가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아울러 덴마크와 캐나다에서는 고령의 1차의료인이 은퇴를 연기하면 보너스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 덴마크의 경우 63세 이상 1차의료인에게 연령과 등록 환자수, 계약 기간에 따라 32만 내지 108만DKK를 지급한다.
 

지역 공공의료는 선진국도 해결은 어려워

서울대 의대 보고서는 유럽 선진국들이 의료취약지역에 대해 공공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자치의대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여기에는 일본인들이 갖는 향토의식이 버텨주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미국의 경우 일본과 유사한 지역공공의사 양성 프로그램을 20년간 해왔지만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원인에는 역시 시장중심의 미국의료가 갖는 특성이 자리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에 소득 차이가 전체적인 삶의 수준을 결정하듯이 도시와 지방에서 벌어지는 소득격차 역시 도농간 의료수준 격차를 가져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공공의료 서비스를 늘리려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지방이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달려 있느냐는 문제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가 지방분권 차원으로 수립되어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정부의 수준에서 자치적 재정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본의 경우 자치의대가 나름 성과를 보인 배경에도 일본 전통의 지방자치에 대한 제도적 전통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지방자치를 통해 의사와 주민이 향토애를 가져야 의료서비스도 그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의 사례가 보여준다.

따라서 지역의료 서비스를 개선하는 정책이 지역의료를 책임지는 공공 지역병원이나 공공의대 설립만으로는 절대로 이뤄질 수 없으며 이러한 당위의 강제가 오히려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사기를 꺾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는 순리(順理) 차원에서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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