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홀로 선 자본주의... 미국식 자유자본주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누가 승리할까?
[리뷰] 홀로 선 자본주의... 미국식 자유자본주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누가 승리할까?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09.23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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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자본주의는 유일하게 남은 사회경제 체제다. 그러나 승자의 여유 대신 저주만이 남았다. 자신을 비춰볼 경쟁자가 사라짐으로써 자본주의는 자본의 편재, 불평등 같은 본질적 문제를 더 크고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불평등 연구의 세계적 석학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이와 관련해 현재 자본주의는 변화해야 살아남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이익을 쌓기만 하던 시장의 논리는 힘을 잃고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역사적으로도 자본주의는 고전적 자본주의, 사회민주주의적 자본주의, 지금의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로 그 필요에 따라 발전하고 분화해왔다. 지금의 자본주의도 역시 변화에 놓여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미국식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와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의 분화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격돌로 만난 미국과 중국은 이제 자본주의와 자본주의의 대결을 시작했다.

밀라노비치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에 비판적 시선을 유지하지만, 향후 자본주의 변화 과정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주목한다. 분명 시장을 통제하면서도 자본주의를 최대한 활용하는 중국식 자본주의는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문제로 수정을 요구받는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의 발전 가능성도 증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밀라노비치는 강조한다. 이를테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조세 정책(중산층 조세 완화, 부자 증세)을 조정하는 일, 공립학교의 기능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결정, 이주자의 시민권 향상, 복지국가의 역선택 등으로 모두 정치적 영역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4차 산업혁명과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도 신기술에는 저항이 있었고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에서는 불평등의 심화가 더 큰 문제이다. 자본소득의 급증, 집중되는 자본 소유권, 소득과 부의 대물림 등이 그러한 예다. 밀라노비치는 이를 지적하면서 불평등을 위해 그동안 시도된 강력한 노조, 대중교육, 높은 세금, 대규모 정부 이전 등의 정책은 이제 그 힘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기본 재산을 균등화하는 방향, 일시적 노동력 이동에 가깝게 이주(이민)의 본질을 변화하는 것을 주장한다.

자본주의를 포괄적으로 진단하고 전망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최신 자료가 필수다. 밀라노비치는 이를 위해 많은 자료를 활용해 자세하고도 포괄적으로 자본주의를 진단하고 전망한다. 미국과 유럽의 최신 자료는 물론, 특히 접근하기 어려운 최근 중국 내부 자료도 활용한다. 중국의 자료로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도시/농촌별 지니계수와 공산당원과 비당원의 행정구역별 수입 차이 등이 특기할 만하다. 이를 통해 중국 내부의 부패와 불평등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책을 살펴보면 먼저 탈냉전 이후 현재 세계의 지형을 요약ㆍ정리한다. 세계 유일의 사회경제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체제의 현황을 살펴보고 아시아의 성장과 부상에 따른 유럽·북미 지역과의 힘의 재균형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현대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두 유형인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와 국가자본주의의 주요 특징을 각각 설명한다. 특히 2부에서는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에 내재한 체제적 힘이 어떻게 소득 분배를 이뤄내고, 상류 엘리트층을 형성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3부에서는 국가자본주의에 관해 설명하고, 이와 유사한 문제들을 검토한다. 또한 소득의 분배, 소득과 자본의 불평등, 그리고 계층 형성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4부에서는 현대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인 세계화 속 자본과 노동의 역할도 다룬다. 넓은 의미에서 세계화는 주로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이동을 의미했지만, 글로벌 가치사슬의 등장으로 노동 등의 다양한 생산요소의 이동성도 높아졌다. 이런 자본과 노동의 이동성, 그리고 그 영향을 중점적으로 살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앞으로 펼쳐질 글로벌 자본주의의 미래가 어떨지에 대해 다룬다.

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대표적 국가가 북한이다. 세계와 고립된 북한이 어떠한 길을 걷느냐에 따라 좁게는 한국, 넓게는 동아시아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 즉, 우리는 세계 자본주의 변화의 핵에 있다. 밀라노비치는 직접 쓴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북한 역시 앞으로 국가자본주의 혹은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할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국제정치와 한반도 통일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정치·경제적 격동에 대해 한국 독자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코로나19의 극복과 민주주의의 새로운 변화를 열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도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 사회, 불평등에 대한 효과적 대처를 담은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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