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패권의 법칙... 통계로 보는 초강대국의 조건
[서평] 패권의 법칙... 통계로 보는 초강대국의 조건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10.2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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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드라티예프 순환으로 본 강대국의 성장 패러다임
30년 후 세계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1925년 러시아 과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연구한 결과, 자본주의 경제는 장기적으로 보면 끊임없이 순환하며 변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경제 활동이 활발해 경기가 상승하면 정점에 이르게 되고, 이후 경제 활동이 둔화해 경기가 하강하다가 저점에 이르게 되면 다시 상승으로 반전하며 마치 파도처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물결 모양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경기순환이 약 40~70년 주기로 찾아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슘페터가 같은 것을 발견하고 처음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콘드라디예프 파동’이라 이름 지었다.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자본주의 사회는 지금도 끊임없이 호경기와 불경기가 교체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책을 통해 거침없는 세계 맹주 미국과 이런 미국을 넘어서려는 중국, 그리고 영토와 인구 면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인도와 과거의 영광을 꿈꾸는 유럽의 국가들 및 대국들 사이에서 기회를 엿보는 일본 등 지금의 강대국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다음 파동에서의 패권은 과연 어느 나라가 가지고 갈 것이며, 그로 인한 세계의 질서는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고자 한다

콘드라티예프가 주장한 사회 인프라 투자의 재투자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시계열 데이터의 주기를 해석하는 새로운 통계분석 방법을 도입해 세계 경기 전체의 장기 파동과 국가 및 지역별 장기 파동을 따로 논하고, 각 주기를 이용해 경제 패권의 앞날을 예측한다는 점은 이 책이 다른 유사서들과 차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 책은 콘드라티예프 본인의 장기 파동이론을 기반으로 삼은 점이나 계량분석 면에서의 특징에 더해, 군사력과 과학기술력을 상당히 독창적으로 검토했다. 게다가 국력을 측정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구 동태, 경상수지 등 국제수지 부분, 상대가격과 교역 조건, 나아가 GDP 규모와 실질 성장률 및 1인당 GDP 등 다양한 국제 비교 척도로 본 역동적인 경제 패권의 변천 상황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중국몽’은 현실이 될까?

제1장에서는 패권국의 교체 주기를 논할 것이다. 우선 중국(명나라)을 비롯해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의 나라들이 시대마다 세계의 주도권을 움켜쥔 주역으로 등장해 패권의 순환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패권 순환의 현재 국면에서는 지금까지 패권을 쥐고 있던 미국의 힘이 서서히 쇠퇴하는 가운데, 신흥 세력의 도전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이는 곧 ‘패권의 약진’ 또는 ‘세계대전(global war)’ 또다른 국면이 될 수 있다.

인도의 위력이 두드러지는 2050년

제2장에서는 제1장의 논의를 이어, 인프라 투자 순환으로 규정되는 장기 파동을 실제로 측정해 보면 어떻게 될지 실증적으로 논할 것이다. 여기서는 고정자본 형성률(명목고정자본 형성/GDP)의 시계열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한 주기가 있는 파동을 추출하는 ‘밴드 패스 필터’라는 통계분석법을 이용해 미국, 영국, 일본, 유로권, 중국, 인도, 그리고 세계 전체를 분석할 것이다.

새로운 패권국의 과학적 발견
제3장은 이 책 중에서도 가장 지적 자극이 풍부한 장일지 모른다. 모델스키는 패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바다를 제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군사력 데이터에서 순환을 기계적으로 측정하면, 무서운 결과지만 다음 세계대전은 2025년경 시작되고 2052년경 다음 패권이 확립된다는 시나리오가 도출된다. 중국의 국방비는 2044년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다. 또 중국 해군의 인도양 진출은 결과적으로 인도의 국방비를 2041년경 중국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높일 것이다.

2030년, 중국 인구 감소 시작


제4장에서는 저출산 고령화가 앞으로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현재 패권국인 미국보다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에서는 도시 인구가 미국을 웃돌 가능성이 있는 한편, 저출산 고령화가 동반하는 저축률 저하가 패권국의 경제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될 것임을 지적한다. 미국은 2050년 시점에도 이민 순 유입국이지만 선진국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출생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은 2030년부터 인구 감소 국가가 될 전망이지만 이민의 적극적인 수용을 검토해야 함에도 실제로는 인구 유출이 가속되고 있다. 인도의 인구는 2050년 16억 6천만 명에 달해, 같은 해의 중국보다 3억 명가량 앞설 전망이다.

중국, 2050년 세계 최대 경상수지 적자국

제5장에서는 패권국의 교역에 관해 분석할 것이다. 패권국은 세계 무역 시장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나, 시노하라 교수가 경제 대국의 조건으로 든 ‘경상수지 흑자’는 영원히 지속하지 않는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상수지 적자국이자 대외 순 채무국이며, 채권 일부를 소비하는 성숙 채권국의 단계에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 확대는 저축률의 저하로 인한 것이며 2050년에 명목 GDP 대비 5%까지 달할 전망이다. 2015년까지 세계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국인 중국은 2050년에는 세계 최대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의 경상수지는 2050년까지 계속해서 흑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유로권은 2050년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확대되고, 예측 기간의 초반 시점에 미성숙 채권국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인도, 2050년 GDP 1위

제7장에서는 우선 GDP 점유율의 변천을 돌아볼 것이다. 매디슨의 역사 통계를 바탕으로 보면 서기 1년 이래로 인도, 중국, 서구·미국 사이에서 패권이 교체됐음이 드러난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옮겨갈 때는 GDP와 1인당 GDP에서 영국의 경제력이 역전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미국의 GDP가 세계 최고의 상태를 유지했으나 점유율은 서서히 낮아졌다. 고도성장기 이후 버블 경제까지 일본의 GDP는 미국에 근접했으나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지고 말았으며, 현재의 도전국은 중국이다

. 인도는 장기 파동의 하강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성장한다. 장기 파동은 2032년을 저점으로 상승, 2040~2050년에는 성장이 가속되어 명목 GDP가 미국과 중국을 모두 제치고 세계 1위가 된다. 2020~2050년 세계 경제는 평균 연 3.0% 성장하는데, 성장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인도이고 그다음이 중국과 미국의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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