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스토어... 언택트 시대, 오프라인 기업들의 8가지 진화 전략
[리뷰] 리스토어... 언택트 시대, 오프라인 기업들의 8가지 진화 전략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10.2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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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종말론’이 화두로 떠오른 지도 수년이 지났다.

경기침체와 아마존의 급격한 성장,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언택트 가속화로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은 절박한 생존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오프라인 기업들이 나름의 혁신 방안을 마련해 변화를 꾀했지만, 첨단 기술 도입 및 배송 혁신 등으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한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 리테일러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란 역부족이었다. 결국 경쟁의 우위는 온라인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아마존은 큐레이션 매장 ‘아마존 4-스타’, 유기농 식품점 ‘홀푸드마켓’ 등 광범위하고도 공격적인 오프라인 진출을 통해 오프라인 기업의 입지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리테일 업계의 변화의 한 축인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과 옴니채널(omni-channel)은 기업이 상당한 규모의 자본을 갖춰야만 구현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도 구글도 아닌, 기술에 투자할 여력이 크지 않은 오프라인 베이스 기업에게 생존을 위한 진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작 《리테일의 미래》로 업계 화제를 모은 노스캐롤라이나대학 황지영 교수가 신간 《리:스토어》로 독자들을 찾았다. 저자는 “지금이 어렵다고 6개월 뒤, 1년 뒤만 바라보고 미래를 계획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기적 관점과 중·장기기적 관점을 모두 고려하여 신중하게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비전을 그려봐야 할 때다.

시어스와 토이저러스에 이어 2020년에 딘앤델루카, 니만마커스 등 미국 유통업을 대표하던 굵직한 기업들이 잇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언택트 가속화로 《월스트리트저널》은 2025년까지 약 10만 개 매장의 폐업을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황지영 교수는 “글로벌 기업 매출은 여전히 80% 이상 오프라인에서 발생한다. 오프라인은 지금도, 앞으로도 중요한 채널이며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언하면서 그 이유를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역설적으로 실재적 경험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확인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마주할 때 편안해지고,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서비스를 경험할 때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그래서 아모레성수는 삭막한 도심에 자연주의 콘셉트를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일탈감과 편안함을 제공하고, 다이슨은 매장을 아예 쇼룸화하여 고객들에게 체험 공간을 제공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둘째, 젊은 소비층이 매장에서의 쇼핑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펌 커니(Kerney)에 따르면 Z세대 중 81%가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한다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 소비층일수록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에서 느끼는 실재감에 대한 니즈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이 중요한 마지막 이유는 매장의 ‘사회적 교류’ 기능 때문이다. 특히 상품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도슨트형 직원들과의 교류는 고객들이 오프라인을 찾는 중요한 이유이다. 온라인으로만 상품을 판매하는 DTC(Direct-to-Consumer) 브랜드였던 글로시에(Glossier)는 뷰티 매장을 오픈하면서 전문성을 가진 ‘오프라인 에디터’를 고용해 매출 향상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제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경험과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위기를 돌파하는 핵심 열쇠다. 각각의 매장이 제공하는 가치,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야말로 오프라인 매장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이는 단순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전술과는 의미가 다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리:스토어 전략은 오프라인 매장을 보다 근본적으로 바라보고, 매장의 역할과 본질에 집중해 새로운 시각으로 그 강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적 접근이다.

이 책에서는 매장의 본질을 되묻고 오프라인만의 차별화를 통해 고객이 끊이지 않는 기업들의 성공 전략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기업에서 당장 적용 가능한 전략으로 제시한다. 바로 리테일 테라피(Retail Therapy), 유쾌한 리테일(Retailtainment), 리테일 랩(Retail Lab), 공간 재창조(Reinventing Space), 진화한 아날로그(Re-Analog), 피지컬+디지털=피지털(Re-Physital), 클린 쇼핑(Re-Clean), 쿨한 친환경(Re-Green) 등 총 8가지 전략이다. 이 리:스토어 전략은 애플스토어, 다이슨 같은 대형 기업부터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 같은 소규모 매장까지 망라한 사례에서 뽑아낸 것으로 오프라인 기반의 기업이라면 탁월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9월 컨설팅 1위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Company)가 오프라인 매장 ‘모던 리테일 컬렉티브(Modern Retail Collective)’를 오픈했다. 컨설팅 회사가 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을까? 다양한 테크를 쇼핑에 접목시켜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고객들의 소비패턴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맥킨지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테크 기업들과 협업하고 매장에 소형 브랜드를 다수 입점시켜 고객에게 홍보하는 미디어 역할을 부여하는 동시에 매장을 실험실로 이용하는 ‘리테일 랩’ 전략을 훌륭하게 접목했다. 리테일 랩 전략은 소비자 분석을 통해 비즈니스 확장이 가능하고, 입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공간 대여를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앞으로 더욱 활용도가 높은 전략이다.

한편 새벽배송, 로켓배송 등 온라인의 편의성에 푹 빠진 고객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모으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된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피지털 전략’은 온라인의 편의성을 오프라인 매장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피지털 전략이란 디지털을 이용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피지컬 커넥션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의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키오스크를 통해 고객에게 어울리는 향수나 화장품을 추천해주는가 하면 피팅룸에서 터치스크린으로 수선이 필요한 부분을 바로 확인하도록 만들었다. 증강현실, 가상현실, 터치스크린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며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오프라인 경험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기업들은 어젠더를 새롭게 설정해야 할 때다. 저자는 “이들의 오프라인 쇼핑은 이전 세대들의 그것과 다르다. 이전 세대들이 습관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다면 Z세대의 경우 오프라인 공간에서 물건을 경험해보고 동행과 사회적 교류를 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다”고 밝혔다.

컨설팅펌 커니에 따르면, 이들이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장에서의 쇼핑이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 소비자들에게 ‘디지털 디톡스’라는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리테일 테라피’는 젊은 소비층을 정확히 겨냥한 전략이다. 체크인 시 스마트폰을 반납하고 요가와 필라테스 등을 즐기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인터넷 서비스 없이 오롯이 자연에서 글램핑을 즐길 수 있는 트리본즈 리조트 등이 이를 잘 적용한 사례들이다.

이 외에도 기존의 콘셉트를 살짝 비틀어 고객들에게 재미와 영감을 주는 ‘유쾌한 리테일’ 전략 역시 MZ세대에게 효과적이다. 미국의 ‘플래닛피트니스(planet fitness)’의 경우 피트니스센터에 가는 심리적 부담, 즉 ‘짐티미데이션(gymtimidation)’을 느끼는 이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매월 피자와 베이글을 무료로 제공하고, ‘평가 없는 공간’을 모토로 부담 없이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결과 밀레니얼 사이에 큰 인기를 모으며 회원 수 1250만 명을 모집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오프라인 리테일러는 재창업한다는 마음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저자는 매장 직원들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재적소에 제공하는 도슨트의 역할을, 기업에는 사람의 행동과 관계, 특징을 분석해 비즈니스 데이터로 활용하는 '피플 애널리틱스'의 도입을 제안한다. 기업들은 이 두 가지를 기반으로 업종에 따른 리:스토어 전략을 취사선택해야 할 것이다. 리테일 업계 패러다임의 대전환기에 이 책은 오프라인 기업들이 한 단계 진화하고 도약하는 데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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