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분석] 북한 열병식과 한국의 총기 산업
[전문가분석] 북한 열병식과 한국의 총기 산업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기자
  • 승인 2020.10.28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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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대전차로켓 RPG7을 분대편제 무기로 하면서 대량 운영한다.

10월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다. 북한에서 당 창건일은 그들에게는 건국절과 다름없다. 5의 배수에 해당하는 해에는 특별히 기념하는 의미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했다.

새벽에 열린 북한 열병식

2020년 올해도 마찬가지다. 특색이라면 새벽에 했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도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당일인 10월 10일 새벽,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장비·인원 동원 하에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확인했다. 군 당국은 현재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와 장비 등을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평양중앙방송을 통해 10일 오후에 열병식 상황을 녹화로 영상을 송출했다. 국내 YTN과 연합뉴스는 그대로 내보냈다. 김정은이 연설하는 도중 울먹이는 모습까지 그대로 대한민국 안방에 전달됐다.

북한이 심야에 열병식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종 방송 해설은 “야간이어서 열병식에 공개한 신형 무기의 식별이 쉽지 않다는 점과 대선을 앞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해석으로 보인다.

어차피 열병식에서 북한은 신형 다탄두 미사일로 보이는 ICBM을 선보였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탱크도 신형이 등장했다. 마치 서방의 탱크처럼 포탑이 개선된 모습이었다. 따라서 방송에 나온 소위 전문가들이 전하는 내용은 사실과 맞지 않다.

야간에 대규모 군중이 동원되는 행사는 나치 히틀러가 원조다. 1934년 9월에 개최된 뉘른베르크 나치 전당대회는 심야에 치렀다. 100만이 모인 나치 전당대회에 서치라이트는 연단에서 연설하는 히틀러를 조명했다. 군중의 눈과 귀는 히틀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나치당원은 히틀러 연설에 열광했다. 게다가 야간에는 인간이 이성보다는 감성에 치우치기 마련이다. 이러한 연출법은 히틀러에 대한 대중의 숭배와 경외심을 고조시켰다. 이번 북한의 당 창건 기념 열병식은 히틀러 방식 그대로다. 국내 좌파의 집회 역시 주로 밤에 진행된다. 야간집회는 군중선전선동에 그만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TV에 비친 북한 군중도 김정은의 연설에 눈물 흘리면서 열광했다.

이어진 군사 퍼레이드에서는 각종 신형 장비가 선보였다.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미사일이나 탱크가 아니었다. 북한군의 군복과 소총 등 개인장비였다. 신형 멀티캠 위장 군복 등 많은 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방의 전술전투조끼 같은 것도 착용하고 있었다.

헬멧도 옛날 독일군식 프리츠 방식이다. 북한군 주력 소총인 58식 보총(AK-47)에는 조준경도 부착된 것이 눈에 띄었다. 물론 보여주기식 군사 퍼레이드라는 측면도 있지만 어찌 됐건 북한군의 개인 무장도 현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열병식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남북한군 간에 소대급 이하 전투시 과연 어디가 더 화력이 우세할까 하는 생각이다.

상급부대 지원 없이 같은 조건에서 분대끼리 맞붙을 경우 북한군이 한국군을 압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첫 번째 병력수와 전투 숙달도이고 두 번째는 화력이다. 육군 보병 전투부대 기본 단위는 분대다.

1개 분대 북한군은 12명, 한국군은 8명

북한군의 1개 분대는 12명으로 구성된다. 이에 비해 한국군은 앞으로 8명으로 편제될 예정이다. 국방부의 육군 부대 구조 개편안에 따르면 육군 소총 분대의 전시 편제를 10명에서 8명으로 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소총 분대의 전시 편제 10명은 분대장과 부분대장 아래 소총수 4명, 유탄발사기 사수 2명, 기관총 사수ㆍ부사수 2명 등이다.

이것도 전시동원령이 발령이 되어 완편 부대가 되었을 때 이야기다. 평상시 8명의 1개 분대에서 전시 동원예비군 2명이 추가될 때 10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전시 동원 2명 추가 없이 앞으로 8명으로 1개 분대 구성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대당 한국군은 북한군보다 4명이 열세다. 3개 분대가 1개 소대를 이루는 소대 전투로 가면 무려 12명이 북한군이 많다.

북한은 대전차로켓 RPG7을 분대편제 무기로 하면서 대량 운영한다.(좌) / 한국군의 대전차로켓은 중대편제 무기다.(우) 그만큼 소대단위 화력은 북한군이 압도적이다.
 한국군의 대전차로켓은 중대편제 무기다. 그만큼 소대단위 화력은 북한군이 압도적이다.

병력수만이 아니다. 북한군은 장기 복무의 영향으로 최고참 병사가 10년에 가까운 숙련도와 분대장의 계급 역시 중사 이상 급이다, 이에 반해 한국군의 병사 숙련도는 비교가 되지 못한다. 고작 18개월만하고 제대하니 제대로 된 기본전투기술 숙달도 힘든 형국이다.

소부대 전투시 화력도 북한군이 절대 우세하다. 북한군 1개 분대에는 한국군 분대 편제에 없는 대전차로켓(RPG7) 사수와 전문 저격수가 있다. 탈레반 같은 무슬림 반군의 상징과도 같은 RPG7은 근접 전투에서는 최대 화력을 자랑한다.

원래는 대전차 로켓이지만 적진지 파괴용으로도 사용되는 만능무기에 가깝다. 그래서 ‘알라의 요술봉’이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다. 그런데 한국군 팬저파우스트3 대전차로켓은 중대 편제 무기다. 분대 및 소대 단위에서는 없다.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소대급 전투에서 병력과 화력이 북한군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소총도 차이가 있다. 북한군의 제식소총인 AK-47은 7.62mm 구경인데 비해 한국군의 제식소총 K2는 5.56mm다. 나토 표준탄이다. 한국군만이 아니라 미군 등 자유진영 국가의 표준화된 구경이다.

그런데 이라크와 아프간 전을 치르면서 미군 사이에 불만이 터져나왔다. 시가전 등 근접전 상황에서 미군이 쏜 총을 맞고도 반군이 죽지 않고 대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5.56mm 소총탄이 관통력과 파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탈레반이나 알 카에다 같은 반군도 방탄조끼를 착용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그 사례는 대폭 늘었다. 비단 방탄복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슴조끼에 탄창을 넣을 경우 5.56mm 소총탄의 관통력과 파괴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평균 교전거리가 길어지면서 5.56mm 탄은 7.62mm 탄에 비해 그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미 육군은 이라크와 아프간전의 교훈을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차기 소총 개발에 나선 것이다. 그 핵심은 5.56mm 소총탄 대신 6.8mm탄을 적용하는 것이다. 2019년 4월 미 육군의 폴 오스트롭스키 중장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차세대 분대화기(NGSW) 사업 일정을 보고했다.

NGSW는 미 육군의 M4 소총과 M249 기관총을 각각 신형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사업이 확정되면 우선적으로 보병이나 근접전을 벌이는 부대에 보급할 예정으로 10만 정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미 육군의 보병 분대 편제 정원은 9명이다. 모든 총기에 조준경과 확대경을 장착돼 있다. 이라크 및 아프간 전에서 소부대 전투 시 미군의 경우 부족한 화력은 험비에 장착된 M2 중기관총으로 보완하거나 아니면 긴급항공지원으로 커버했다.

분대 병력이 8명으로 줄어들면 소부대 전투에서 북한군에 절대 열세에 놓이게 된다.
분대 병력이 8명으로 줄어들면 소부대 전투에서 북한군에 절대 열세에 놓이게 된다.

한국군 소총도 바꿀 때가 됐다

6·25 때 미군의 무겁고 긴 M1 소총을 들고 싸웠던 한국군은 월남전 때부터 M16 소총으로 바꿨다. 미군이 제공한 M16 소총이었다. M16 소총은 미국의 총기업체 콜트社가 개발한 총이다. 대우정밀에서 면허 생산하여 한국군의 제식소총으로 사용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자주국방정책에 따라 7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소총 개발에 나섰다.

그 결실이 현재 한국군의 제식 소총인 K2 소총이다. 한국군의 K2 소총은 미군의 M16 소총과는 작동방식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M16 소총은 ‘가스직동식’인데 비해 K1,K2 소총은 ‘가스피스톤’방식이다. M16의 가스직동식은 탄 매가 노리쇠뭉치에 흡착되면서 총기작동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가스피스톤방식은 그럴 걱정이 없다.

가스피스톤방식에 비해 가스직동식은 총기 청소를 그만큼 자주해야 한다. 현용 제식 소총 중에 거친 환경 속에서도 고장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는 AP 계열 소총도 가스피스톤방식이다.

K2 소총은 85년부터 전방부대에 보급되면서 35년 동안 한국군 기본 소총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군의 다른 장비, 탱크나 전투기 등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데 비해 육군 보병의 소총은 제자리걸음이다. 사실 현재 K2 소총은 현대전을 치르는 데 한계점을 노출시킨다. 각종 부가장비를 장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현대전에서는 소총에도 망원조준경이나 도트사이트, 레이저 지시기, 플래시 라이트 등을 부착해야 한다. 미군은 M16 소총 파생형으로 M4 카빈을 생산하면서 각종 부가장비를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총열 덮개를 ‘레일’로 변경하여 부가장비를 장착한다. 한국군 일부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변경이 진행되고는 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부 특수부대는 독일산 HK416 소총을 채택하기도 했다. 더욱이 분대 정원이 10명에서 8명으로 축소될 경우 분대 화력은 북한군에 비해 더 열세에 놓인다. 결국 여러 요인들로 인해 한국군의 제식 소총의 개량 또는 신규소총 도입은 필수불가결하게 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갑부대나 헌병부대 그리고 특수부대는 기존에 K1 소총(기관단총 형)을 사용했다. 그러나 군도 K1 소총의 한계를 인식하고 소총 교체작업에 들어갔다. 2024년부터 특수전 병력의 기본 화기가 바뀔 예정이다. 현용 K1 기관단총은 지난 1981년 처음 보급된 이래 지금까지 특수전 기본 화기로 사용되었다.

2020년 상반기 방사청은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을 공모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다산기공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산기공은 각종총기를 생산하는 한국업체로 후발업체다. 그동안 한국군의 총기는 과거 S&T모티브가 전량 생산 보급했다. S&T모티브(구 대우정밀)는 한국총기산업의 메카와도 같은 업체다.

2006년 8월 대우정밀이 해체되면서 2006년 9월 S&T대우로 재설립되었다. 2012년에는 S&T모티브로 개명되었다.

S&T모티브 홈페이지에는 자사에 대한 설명을 “S&T모티브는 1981년 12월 설립 이후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정밀제조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의 핵심부품과 방위산업제품 등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습니다”라고 표시하고 있다. 주 생산품목으로는 샤시, 자동차 전자 시스템, 전장사업, 에어백, 엔진부품, 모터, 소재 등이 있으며 한국군의 총기인 K-1, K-2, K-3, K-4, K-5 등의 소화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군의 사용하는 소총은 해외에 수출되기도 한다. 이라크군에 수출된 한국의 K2C 개량형 소총을 IS 반군이 노획하여 사용한 것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미국에 민간용으로 수출되는 K계열 소총은 연발 발사 사격이 제한된 단발사격용으로 수출된다. 최근에는 차세대 복합소총으로 제식화 직전까지 갔다가 거듭된 고장으로 채택이 취소된 K11 복합소총으로 인해 회사 명성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특수전 차기 기관단총으로 선정된 다산기공의 DSAR-15PC.
특수전 차기 기관단총으로 선정된 다산기공의 DSAR-15PC.

총기업계의 다윗 다산기공

미국은 대표적 총기 소유 자유국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기 관련 산업이 활발하다. 전 세계의 총기는 미국에 다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도 개인이 총기를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총기산업은 그 토대가 열악하다. 민간 총기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못한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총기규제국가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총기 소유는 법으로 엄격히 규제된다. 그 가운데 총기 시장에서 다윗 같은 존재가 있다. 총기전문생산업체 다산기공이다. 다산기공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사 소개를 보면 “당사는 고품질의 권총/소총 부품 및 완성총기를 전문 생산, 수출하는 방산기업으로서 1992년 설립 이후 전 세계의 Firearms 업체와 end-user 에게 공급해 왔습니다. 2016년 8월 한국군에 총기류를 제조, 공급하는 한국의 방산기업으로 방위사업청에 의해 공식 지정되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다산기공은 군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지 오래다. 다산기공은 2016년 방산업체로 신규 지정된 후발 주자지만 해외 유명 총기 메이커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각종 소총과 부품을 수출해온 업체다. 다산기공의 생산 품목은 매우 다양하다.

자유진영 국가뿐만 아니라 적성국의 AK계열 소총도 생산하고 있다. 기자의 경우 2017년 서울우주항공방위산업전(ADEX)에서 다산기공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다산기공에 전시한 ‘불펍식 소총’이었다. 마치 미래형 소총처럼 보이는 불펍식 소총은 길이가 극단적으로 짧다. 마치 기관단총처럼 보이지만 엄연한 돌격소총이다.

노리쇠뭉치가 개머리판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가전에서는 총의 길이가 짧아야 전투에 유리하다. 길면 창문이나 문에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차량 이동 시에도 총의 길이가 길면 불리하다. 한국군의 K2 소총도 이와 같은 이유로 접는 개머리판을 적용했다.

현재 불펍식 소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대표적으로 중국, 호주, 프랑스, 오스트리아다. 돌격 소총에서 가장 최신판이라 할 수 있는 불펍식 소총도 다산기공에서 생산하여 수출한다. 다산기공은 자동차와 헬기 정밀 부품을 생산하며 기계 정밀 가공 분야에 상당한 기술력과 신뢰도를 갖추고 있다.

민간인은 잘 모르지만 소리 소문 없이 기술력을 쌓은 다산기공은 이번에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었다. 선정된 총기는 다산기공의 신형 기관단총인 DSAR-15PC다. DSAR-15PC는 앞으로 3년간의 추가개발 기간과 1년여간의 사업 타당성 평가를 거쳐 이르면 오는 2024년 후반기부터 1만6000여 정이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다산기공의 등장으로 한국의 총기산업도 독과점에서 벗어나 경쟁체계로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경쟁을 통해 보다 좋은 무기를 군에 납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엄격한 총기규제국가 민간 총기 시장 자체가 없는 환경은 기업에는 불모지대와 같다. 이런 환경에서 다산기공 같은 업체가 출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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