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병국 “국민의힘은 탄핵을 인정했다…문제는 박근혜를 이용하는 사람들”
[인터뷰] 정병국 “국민의힘은 탄핵을 인정했다…문제는 박근혜를 이용하는 사람들”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20.12.16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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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사진·정리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배신인가, 정의인가…2017년 3·10 탄핵은 보수를 둘로 가르는 강을 만들었다. 모두가 이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 강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가운데 보수와 국민의힘 사이로 도도히 흐르고 있다.

<미래한국>은 먼저 이 탄핵의 강이 어느 정도로 깊은지 탐색해 보기로 했다. 탄핵을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과 수용해서 넘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들과 그 논리에 바탕한 정치적 비전들을 국민의힘의 개혁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정병국 전 국회의원(5선)과 ‘태극기’ 목소리를 대변하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만나 들어봤다.

정병국 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 문재인 정권의 많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야권과 국민의힘이 확실한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주요 원인으로 국민들이 볼 때 보수당은 여전히 기득권이고 ‘탄핵당한 정당’이라는 인식에 있다는 분석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정치사에서 보면 공과 과가 혼재합니다. 지금까지 보수정당이 해 왔던 일의 성과가 굉장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주도한 것도 보수정당입니다. 건국세력도 보수세력이고 산업화한 세력도 보수세력이고 3당 통합을 해서 YS로 귀결되는 민주화 세력이 모두 보수가 가져왔던 결과물이고 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과실만 따 먹고 기득권에 안주하고 새로운 변화를 게을리해 기득권세력으로 프레임이 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보수세력이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를 같이 하면서 혼재하다 보니 하나의 라인에 놓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당의 실체를 볼 때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이 당 대표실에 걸린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 산업화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민주화의 아버지 김영삼 대통령이라고 사진을 나란히 걸어 놓지만 이렇게 해서는 당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분들은 서로 극렬하게 싸운 분들이고 극과 극이었습니다. 그분들이 우리 당의 뿌리라고 한다면 우리 정체성이 확립되겠습니까. 그래서 사진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가 완전히 난리가 났죠.

우리 정당사를 보면 진정한 이념 정당이라고 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대중적 이념 정당이 민주화 이후 만들어지고 구분되기 시작했는데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보수정당 혹은 진보정당으로 구분된 것이 아니고 사람을 중심으로 갈라졌습니다.

87년 6·29선언이 일어나기 이전까지는 군사독재세력이 주도했습니다. 군사독재세력이 물러나면서 자연스럽게 민주화 세력이 등단하게 되었지만 민주화 세력인 ‘양 김’이 갈라지는 과정에서 YS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완벽하게 물러나지 않은 군사세력을 잡기 위해 3당 합당을 하면서 보수를 대변하는 것처럼 됐고 DJ는 밖에 있던 재야세력과 손을 잡으면서 진보를 대변하는 것처럼 된 것입니다.
 

‘보수는 군사독재 세력’이라는 프레임

- 탄핵을 주도하셨느데 돌이켜볼 때 회한은 없으십니까?

YS가 군사독재세력과 손을 잡으면서 ‘보수는 군사독재세력’이라고 규정돼 버렸고 그것이 ‘원죄’처럼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YS 집권 후 하나회를 척결하면서 그것이 많이 희석되기도 했다가 극단으로 보수정당의 한계를 노출시키면서 박근혜 정부의 탄핵으로 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이 된 것은 ‘패거리 정치’가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반대급부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패거리 정치를 똑같이 답습하고 그보다 더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도 탄핵을 주도했지만 저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을 발표하는 날 바른정당 초대 당대표직을 사임했습니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인 공동의 책임이고 특히 당시 여당 정치인들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탄핵을 가결하고 나서 이는 공동의 책임이니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자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혀 먹히지 않고 싸움이 한 달간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안 되겠다 생각하고 분당을 한 것이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해서 바른정당을 창당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 일부가 대선 과정에서 기득권의 유혹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다시 들어가게 되면서 실패를 하게 된 거죠.

처음부터 대선이나 지방선거나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으로 심판을 받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세력들도 같이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겁니다.

그러니 첫 번째 대선은 당연히 심판 받고 그다음 지방선거 역시 심판 받고 국회의원 역시 심판받아 다 졌습니다. 지금까지 세 번의 선거를 졌음에도 아직도 진정한 반성이 국민에게 와 닿지를 않는 겁니다. 반대급부로 탄생한 이 정권이 이렇게 죽을 쑤고 있는데도 지지율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직도 국민에게는 도긴개긴이라고 보고 있는 겁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탄핵에 대해 조만간 사과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구체적으로는 어떤 점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할까요?

사실 사과라는 것은 이미 숱하게 했어요. 바른정당을 창당하면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 혼자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 공동의 책임이라는 뜻에서 사과를 한 것이고 대국민 선언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행태를 보면 이렇게 각인이 되어 있다고 보면 돼요.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요.

그런데 국민의힘이라는 보수정당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탄핵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데 일부, 그것도 국민의힘 소속 정당원들도 아닌 우리공화당 같은 사람들이 반대를 하는데 국민한테는 같은 그룹으로 각인이 되어 있는 겁니다. 아마 총선 이전에 황교안 대표 시절 같이 거리로 나갔고 늘 주말마다 거리투쟁을 했고 단식투쟁과 삭발투쟁을 함께 했기 때문에 그것이 완전히 각인된 것입니다.

간혹 지금도 의총이든 구성원들 내에서 탄핵 부정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국민에게 그것만 계속 부각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국민들은 ‘쟤네들은 아직도 반성 못했고 똑같다’라고 규정이 되는 겁니다.

이를테면 지금 <미래한국>이 저와 김문수 대표를 탄핵에 관해 인터뷰를 하는데 서로 소속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직도 탄핵 문제에 관해 국민의힘에 갈등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이미 처절하게 심판을 받았는데도 말입니다. 우리공화당이 그동안 열심히 주말마다 거리에 나가 고생을 했지만 지난 총선에서 받은 득표율을 보면 알잖아요. 그것이 국민의 생각인 겁니다.

- 국민의힘이 탄핵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정리가 됐느냐의 문제도 의문입니다. 의원들은 대다수가 TK 영남 출신이고 당원들도 탄핵이 부당하다는 정서가 상당히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남아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탄핵 시점에서는 TK까지 다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탄핵 이후 전개된 정치 상황을 보니 반대급부로 탄생한 정권이 너무 못하니까 이거 탄핵 잘못했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지금 와서 정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그 당시 법리적으로 잘못됐다고는 보지 않는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가 당당해야 합니다. 지금 정권은 탄핵을 당해도 몇 번을 당했어야 하는 사람들인데도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잘못해도 뻔뻔하게 나오는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잘못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들이고 책임지는 사람들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오히려 항변을 하다 보니 똑같은 사람들이 되어버린 겁니다. 이런 점에서 당이 관리를 해야 합니다.

2017년 1월 4일 개혁보수신당 창당준비위원회에서 함께 모인‘ 남원정’ 정병국(좌), 원희룡(중), 남경필(우)
2017년 1월 4일 개혁보수신당 창당준비위원회에서 함께 모인‘ 남원정’ 정병국(좌), 원희룡(중), 남경필(우)

국민들이 보는 국민의힘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본지 인터뷰(16페이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이 있더라도 그것은 탄핵의 사유가 되지 않고 국민 70~80%가 탄핵에 찬성하는 것은 언론의 선전선동에 속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합니다.

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분은 분명히 탄핵을 함께 했고 우리가 탄핵 과정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주도했는데 바른정당 창당 직전까지 함께 했던 분입니다. 물론 분당하는 과정에서 창당할 때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탄핵 당시 언론들의 과장은 당시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하던 세력들이 만들어낸 곁가지에 불과한 것이죠.

근본적인 것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력을 사유화해서 사사롭게 사용했다는 것 때문에 탄핵된 것이죠. 법적으로도 헌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헌재재판관들도 인정한 겁니다. 그런데도 곁가지 가지고 이런 식으로 자꾸 이야기를 하니까 근본적으로 반성이 안 되고 사죄가 안 됩니다. 사유 자체는 명확한 것입니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인데도 자꾸 부정을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 때 다 같이 만든 것 아닙니까? 저도 엄동설한에 수도권 선거본부장을 맡아 경기도 전역을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만든 우리 대통령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대통령이지 새누리당만의 대통령은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만들고 나니 새누리당 대통령도 아니고 친박 대통령이 되더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친박 대통령이 끝나니 진박 대통령이 되고 나중에 알고 봤더니 진박도 아니고 문고리3인방의 대통령이 되고 결국에는 최순실의 대통령이 된 겁니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이것이 탄핵 요인 아닙니까? 지금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왜 탄핵 이야기가 나옵니까? 우리는 지지를 하든 하지 않든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든 것인데 지금 보면 민주당 대통령도 아니고 친문 대통령이 되었죠.

- 친문 ‘문빠’의 전횡 못지 않게 보수 안에 있는 일부 ‘박빠’들이 보수를 분열시키고 국가적으로도 해를 끼치고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분열을 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오염을 시키는 것이죠. 대처 방법이라는 것도 그냥 무시해버리면 되는 겁니다. 우리가 당당하게 나가면 되는데 오히려 늘 휩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정체성을 심어줘야 합니다. 물론 당내에서 문제 제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휩쓸리면 안 되죠.

지난번 공천 못 받고 탈당해서 당선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당에서 쉽게 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분들이 개인적으로는 억울하고 당에 헌신한 부분이 있는 것도 맞지만 당분간 우리가 이 상황을 극복하고 재집권을 하기 위해서라면 전략적 차원에서 생각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진정성 있게 대화를 하고 밑그림을 만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한데 지금 현재 보수가 지지부진한 이유에는 중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박근혜를 이용하는 사람들

- 바른정당을 해 보셨는데 사실상 실패로 끝났죠. 보수의 핵심 열성 지지세력을 제외하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과 갈라졌다고 안 되던가요? 아니거든요. 제가 주도하고 통합을 했지만 저는 철저하게 강성 목소리를 배제했습니다. 이유는 통합을 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정립을 해놓고 제대로 못가고 있습니다.

발목 잡혀서 말이죠. 선거라는 것은 어떤 선거든지 중간지대에 있는 5%를 누가 더 가져가느냐 하는 데서 판가름이 납니다. 지난번에도 8% 차 난 것인데 4%를 더 못 가져왔기 때문에 졌습니다.

결국 중간지대에 있는 국민들은 주말마다 거리에서 깃발 들고 도는 사람들과 같은 류로 미래통합당을 보는 것입니다. 통합하면서 갈라치기했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혼재된 모습을 보여준 겁니다. 그러니까 국민들은 우리를 보고 아직도 정신 못차린 세력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통합을 하게 된 전제는 처음에 들어온 사람들과 다른 부분은 그래도 나름대로 선을 그엇다는 것입니다. 탄핵의 강을 건너는 데 동의한 사람들이라는 말입니다. 그 이전 사람들은 그냥 들어왔고 오히려 우리공화당 사람들이 나간 겁니다.

이것을 정확하게 봐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선거 때 박근혜 대통령 메시지 전달 과정을 보면 결국 그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처절하게 이용한 사람들이 되는 겁니다. 지금도 이용하고 있다고 봐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 이 사람들이 탄핵 과정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망친 사람들이고 그 이후에도 계속 망치고 있고 지금도 똑같다고 봅니다.

-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는 영남 출신이고 진성 당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영남의 정서가 수도권과 많이 다르다 보니 ‘영남 자민련’을 만들어 분리하는 것이 낫겠다는 말조차 나올 정도입니다.

그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원 구성 비율을 보면 TK가 반입니다. 특히 진성당원을 보면 그런데 그분들은 그만한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 더 많은 요구를 할 수 있죠.

그러나 그것을 당이 리드해 나가는 데 있어서는 그분들을 자기 입지만을 위해 이용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지 그것을 오히려 당 개혁의 힘으로 쓴다면 그분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제 역할도 못하면서 지지부진하니까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겁니다. 그분들처럼 당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는 분들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때그때 그분들을 이용한 겁니다. 그분들이 지금 우리공화당을 지지합니까?

아닙니다. 우리가 못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분들의 당에 대한 애정과 열정과 지금까지 쏟아 부은 부분들에 대해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고 이분들의 지지를 받고 가야 하는 것이지 반대로 잘라내려고 하면 안 됩니다.

정병국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우)과 김범수 발행인(좌)이 대담하고 있다.
정병국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우)과 김범수 발행인(좌)이 대담하고 있다.

- 현재 국민의힘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지금 국민의힘은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서로 견제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저는 김종인 체제가 어쩔 수 없는 자업자득이라고 봐요. 당내에서 서로 인정을 하지 않으니까 직접 어떤 일을 하지 않고 이 정도라면 누구에게도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외부에서 영입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비대위원장의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가 됩니다. 그 연세에 총기나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은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동시에 공허함이 있습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름대로 하다가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느낌이 들어요. ‘나는 이만큼 하려고 했는데 니들이 안한 거야’라고 하고 떠나면 결국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공친 것’이 됩니다.

굉장히 공허하고 걱정스러운 것이죠. 방향이 옳고 다른 방법이 없다면 힘을 실어 하나라도 실현되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그분을 모셔왔고 개혁이라는 것은 불편할 수 밖에 없어요.

정치개혁의 화두와 청년정치학교

- 길을 잃은 보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다고 보십니까? 청년정치학교를 설립해 운영하고 계시는데 정병국 의원 하면 5선을 하셨음에도 ‘남원정’ 시절의 개혁 정치인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저는 초선 때부터 끊임없이 정치개혁을 화두로 삼고 변화를 추구하고 실행해 왔습니다. 돈 들지 않는 정치의 판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소위 오세훈 입법인데 그 초안자가 바로 접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정치가 이모양 이꼴로 된 요인은 결국은 공천권 때문입니다. 그 공천권이 패거리 정치로 연결되고 말았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물갈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가 5번 선거를 치렀는데 평균 약 48.4%의 물갈이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에 어디에도 이렇게 물갈이가 많이 되는 나라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치는 오히려 더 악화가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물갈이가 늘 있어 왔는데 공천권을 틀어쥔 특정인들이 물갈이라는 명분 하에 ‘자기세력화’를 했습니다. 패거리가 계속 생기고 패권정치가 계속 연장된 것입니다. 여든 야든, 진보든 보수든 말이죠. 이 고리를 어떻게 끊느냐 하는 겁니다.

특히 보수진영에서는 새로운 정치 신인을 충원하는 플랫폼이 전무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8대, 19대 초선의원들 보면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공천권을 쥔 사람이 골랐습니다. 각계각층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선발했습니다. 19대, 20대 초선의원들이 재선 이상 의원 평균 나이보다 더 많아요. 개개인을 보면 다 훌륭합니다.

조직에 순응하고 조직에서 성공한 분입니다. 그러나 정치판에 들어오면 자기 목소리를 못 냅니다. 상대적으로 그 당시 야당인 사람들, 지금은 여당인데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치판에 들어오는 플랫폼이 재야에서 활동하든가 아니면 의원들 보좌진으로 활동하다 들어옵니다. 집권을 하면 청와대에 들어가 스펙이 업그레이드 됩니다.

기본적으로 훈련이 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비교가 안 되죠. 제가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초대 당대표를 하면서 제일 먼저 청년정치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도 훈련된 사람들을 충원할 수 있는 플랫폼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만큼은 특정인 정치세력의 도구화가 안 되게 처음부터 커리큘럼을 짤 때 보수 진보라는 구도로 갈라치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데 제가 학교장을 맡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보수진영에서 젊은 층이 잘 오려 하지 않는데 이쪽으로는 오고 있습니다.
 

- 청년정치학교에서는 어떤 핵심가치를 어떤 커리큘럼으로 가르치나요?

핵심가치라는 것은 우리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스스로가 장을 만들고 토론하고 운영하는 과정 속에 만들어야죠. 그리고 가치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거든요. 물론 자유라든가 시장경제체제는 기본 틀이죠. 그러나 자본주의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도 만능은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우리가 실현해야 하는 가치이고 자본주의시장경제는 그것을 실현하는 도구일 텐데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보수가 굉장히 중요시 해야 하는 것은 공동체를 계속 유지하는 것입니다.

가정이나 사회가 해체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데 지금 수단을 가지고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가 좋다고 말하는데 젊은이들이 왜 자유민주주의가 좋은지 스스로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청년정치학교 입학 조건은 나이가 39세 이하여야 합니다. 제일 나이가 적은 사람은 중학교 2학년생도 있었어요. 고등학생은 늘 있었고 대학생, 일반인 30대가 있는데 20대와 30대의 생각이 다르고 10대와 20대의 생각도 다릅니다. 자기들 간에도 그런 상황인데 우리가 가르쳐 될 상황이 아니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세대들이 토론장에서 자기의 주장을 어떻게 설파하고, 또 토론 과정 속에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공배수를 찾으라는 것입니다. 운동권도 그렇고 보수우파도 그렇고 기존 기성세대의 생각을 가르치려 했습니다. 그러면 획일화됩니다.

그것이 어떻게 청년정치가 될까요? 그냥 기성정치화되는 것이지. 자기 스스로 만들어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청년이라는 것 자체가 가치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기성세대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자기들끼리 치열하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공배수를 찾아 자신들이 관철시켜보자면서 하나씩 바꾸는 것이 청년정치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독고다이’ 정치의 한계

- 최근 여론조사에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윤석열 갈등 상황에서 보수진영에서도 윤 총장에 대해 호감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이 여권의 야권 분열카드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윤 총장의 대권 후보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기본적으로 대안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관료 출신이 바로 대통령이 된 적이 없잖습니까. 이 정권이 야권을 분열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의도적으로 저렇게 만들기는 불가능한 일이죠. 물론 윤석열 총장의 장점도 많지만 그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똑같다고 봅니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 보면 다 ‘독고다이’잖아요. 대통령은 통합하고 조정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자기 주장만 하고 일방적으로 가면 안 됩니다. 한편으로는 독고다이지만 강한 집념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도 있기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라가 더 불행해지죠. 해임을 시킨다면 오히려 윤석열 총장을 더 키워주는 결과가 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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