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고용부의 ‘주 52시간 조사 데이터’ 신뢰할 수 있나?
[데이터로 보는 세상] 고용부의 ‘주 52시간 조사 데이터’ 신뢰할 수 있나?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승인 2020.12.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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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1월 3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50∼299인 중소기업 주 52시간제 현장 안착’ 관련 브리핑을 열어 “지난 1년간 정부의 정책 지원과 함께 노사가 노력한 결과 주 52시간제 준비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며 “금년 말 예정대로 계도 기간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중소기업 사업주도 주 52시간제를 준수하지 못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 52시간 근로제는 300인 이상 기업은 이미 시행 중에 있고, 50∼299인의 중소기업은 계도기간 1년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게 되어 있고, 이를 그대로 따른다는 것이다. 5∼49인의 중소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내년부터 바뀌는 중소기업 근로시간

내년부터 바뀌는 중소기업 근로시간은 올해의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연장·휴일 근로시간은 올해는 평일연장 12시간, 휴일 16시간이었으나 이를 연장·휴일 합해 12시간으로 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50∼299인 중소기업에 대해 이렇게 결정한 근거로 설문에 의한 전수조사 데이터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지난 6∼8월 2만4179개에 달하는 50∼299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주 52시간제 준수 가능 여부를 묻는 ‘주 52시간 조사’를 실시했는데 설문조사 대상 기업의 60.8%인 1만4699개 기업이 응답했으며 나머지는 설문에 응하지 않거나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고용부는 전수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1.1%는 이미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고 있으며, 16.7%는 준비 중이라고 답했으며, 91.1%는 내년부터 주 52시간제 준수가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내년부터 주 52시간제를 준수 가능하다고 답한 기업이 91.1%이고, 준수 불가능이라고 답한 기업은 8.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에서 ”고용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올해 10월에 조사하고 11월 초에 발표된 중소기업중앙회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조사는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6일까지 50∼299인 500개 중소기업을 랜덤 샘플링하여 조사한 결과 61%는 준비가 완료되었고, 13%는 준비 중으로 연말까지 완료 가능하여 합치면 74%이고, 나머지 26%는 주 52시간제를 적용할 준비가 안 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와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보면 ’내년부터 준수 가능‘ 기업 비율이 각각 91.1%와 74%이고, ’준수 불가능‘ 기업 비율은 각각 8.9%와 26%로 큰 차이가 난다. 그러면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그 원인은 무엇일까? 중소기업들은 고용부 통계 데이터를 믿기 어렵다고 한다.
 

가중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

그 이유로는 첫째, 주 52시간제를 관리 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이 소속된 고용부가 직접 조사하니, 준수할 수 없다고 응답하면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돼 집중 조사 받을 것이 우려되어, 많은 기업들이 “준수 가능”이라고 답하거나 아예 조사에 불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둘째,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주 52시간제를 적용할 준비가 되었는가 안되었는가”를 물어봤으나 고용부에서는 “내년부터 준수 가능한가 아닌가”를 물어봤다. 이 두 질문 간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중앙회의 질문에는 현재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답한 기업이 고용부의 질문에는 내년부터는 준수 가능하다고 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 조사 시점에 차이가 있다. 고용부는 6∼8월로 오래 전이고, 중소기업중앙회는 10월 하순으로 두 조사 간에는 약 3개월 정도의 차이가 난다. 따라서 내년부터 준수 가능인 확률 91.1%라는 고용부 데이터는 부풀려진 정보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볼 때 중소기업중앙회의 데이터가 더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들은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구인난, 인건비 증가, 매출 감소 등의 3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에는 제조업의 근간인 주조(주물), 금형, 용접, 표면처리(도금), 열처리 등 뿌리기업들이 있으며 이 기업들은 인력난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뿌리 산업은 소위 3D 업종에 속하는 기업이 많고 외국인 고용 비중이 높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입국이 이뤄지지 않아 공장 가동률이 형편없이 급감한 기업들이 많다. 대부분의 뿌리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고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추가 인력 고용이 필요한데 구인난으로 인해 기업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주 52시간제는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는 수입 감소, 중소기업에는 인건비 증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를 중소기업에 도입한다면 기존 52시간 초과 근무자의 월급은 중소기업의 경우 평균 318만 원에서 12.3%(39만 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평균 월급은 501만 원, 중소기업은 231만 원으로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2.2배에 달해 있는데 주 52시간제는 이 격차는 더 심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은 주 52시간제에 별 영향을 안 받고 노동집약적 업종이 많은 중소기업은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월 30일 브리핑을 통해 내년부터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됨을  밝혔다. / 연합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월 30일 브리핑을 통해 내년부터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됨을 밝혔다. / 연합

주 52시간제는 일감이 밀려 있을 때 기존의 인력을 초과 근무시킬 수 없으므로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데 이는 당연히 인건비 증가로 돌아오게 된다. 주 52시간제를 지키면서 기존 인력만을 활용하려면 자연적으로 매출 감소를 겪게 되며 결국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워지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간헐적으로 일감이 폭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없어 비상이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면, 선박수리업종은 수주가 몰리면 납기를 준수하기 위해 철야와 휴일작업을 다반사로 하게 되며, 노동자도 초과근무를 해 추가적인 수입을 원하는 경우가 흔하다.

주 52시간제로 중소기업에 주는 애로를 어느 정도 타개해 주기 위해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라는 제도가 있다. 탄력근로제란 업무량이 많을 때는 일을 많이 하고(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4시간), 일감이 적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여 단위기간 동안 주당 근로시간을 평균 52시간(초과근로 포함)에 맞추는 제도이다.

현행 단위기간은 3개월이지만 지난해 2월 노사정은 이를 6개월로 늘리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그러나 이 합의로 인한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은 국회에 계류되어 있고, 논의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선택근로제(현행 1개월 단위)란 탄력근로제와 비숫하지만 근로시간 상한이 없어 주로 게임회사와 IT 업체에서 선호하는 제도이다. 중소기업에서는 이 두 개의 보완제도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선택근로제에서는 1개월 단위를 6개월 정도로 늘려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특히 중소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소기업을 더 어려움에 빠뜨리는 주 52시간제를 강행할 필요는 없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전반적으로 산업이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할 때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계도기간을 1년 더 연장해 주는 방안을 정부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노스캐롤라이나대 통계학 박사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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