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유성 씨가 털어놓은 남한 삐라 경험담 “남에서 온 삐라, 처음엔 부정, 자꾸 보면 믿게 돼”
탈북민 유성 씨가 털어놓은 남한 삐라 경험담 “남에서 온 삐라, 처음엔 부정, 자꾸 보면 믿게 돼”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0.12.31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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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출신 유성(1971년생) 씨는 북한에서 양정사업소(정미소) 노동자(운전수)로 일하고 있었다. 북한 거주 지역 전파에 잡힌 ‘6시 내고향’ ‘신화창조의 비밀’과 같은 남한 방송 프로그램과 북한 주민들의 탈북 뉴스를 남몰래 시청했다. 몇 차례 삐라를 주웠던 경험이 있다. 그는 이후 탈북을 결심했고 2008년 탈북해 한국으로 와 정착했다.

- 북한에서 대북 전단지(삐라)를 보고 탈북하신 걸로 안다.

강원도 접경지역인 함경남도 고원에서 살았다. 남한에서 보낸 전단지를 세 번 정도 봤다. 한번은 풍선이 날아왔는데 터지지 않고, 나뭇가지에 걸린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신고해서 보위부가 와 터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거해 간 적이 있다. 이때는 볼 수 없었다.

그 후에도 두 번을 주웠는데, 한번은 추석 때 고향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차량으로 꽉 차 주차장이 된 사진이었다. 또 한 사진은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온 가족이 한복을 입고 절하는 사진이었다. 처음엔 그 사진 보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이때가 1999년 4월경이었다.

나로서는 남한에 아무리 차가 많기로 도로가 꽉 찬 모습이 상상이 안 갔다. 5차선 도로에 차가 꽉 찬 건 남한의 차를 모두 갖다 놓고 찍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 삐라를 주운 건 1997년인가 1998년인가였을 때인데,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무슨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전단지를 주워보니까 북한에 대한 여러 동향이 써 있었다. 큰 소제는 김정일의 이적성이라고 써 있고, 북한에 수해가 났는데 인민들이 흙을 퍼 담는 질통을 지고 수해 현장에서 흑을 퍼 나르는 사진이었다.

거기에 김정일이 반나체의 기쁨조 공연을 보면서 활짝 웃는 장면이 있었다. 또 정치범수용소에 5만인가 10만이 있다고 써 있었다. 그때 그걸 보고 ‘아, 우리 정치범이 5만 명이 넘는구나’ 하고 알았다. 그리고 김정일이 만민평등을 부르짖으며 신체불구자들을 산간오지로 추방하고 자기는 기쁨조와 주색잡기, 몇 개 부류로 나눠 감시통제를 한다는 이런 글들이 있었다. 나는 북한에 살면서도 그런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
 

- 남한에서 온 삐라를 보셨는데, 혹시 다른 주민들이 삐라를 봤다는 얘기 들어보셨나?

북한 주민은 다른 사람에게 삐라를 봤다는 말을 못한다. 나도 그 삐라를 보고 다른 사람에게 “야, 삐라 보니까 김정일이 어떻게 하고 있더라” 이런 말 못했다. 북한에서는 대북 삐라 봤다는 것 자체가 반역행위다. 바로 잡혀가 조사 받는다.

북한에서는 삐라를 보면 신고해야 하는데, 내가 이걸 갔다 바치면 ‘어디에서 주웠냐, 무슨 내용을 봤냐, 누구한테 말했냐’ 추궁을 당한다. 잘했다 칭찬하면 주운 삐라를 갖다 바치겠는데, 시끄럽게 하고 오히려 감시가 붙을 수 있다. 그래서 갖고 있지도 못하고 불태운다. 내가 본 삐라는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다른 사람도 삐라를 봤다는 얘기를 나한테 못한다.
 

- 삐라가 탈북하는 데 영향을 줬나?

할아버지가 옛날 면서기를 지낸 지주 출신이라 내 성분이 안 좋다. 그래서 사회에 대한 반감은 있었다. 삐라를 본 당시 국경에 살았다면 바로 탈북했겠지만, 살던 곳이 함경도 제일 끝이라 국경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김정일 기쁨조 사진을 봐도 믿겨지지 않고 ‘우리 장군님께서 이런 난잡한 생활을 하겠냐’ 하고 안 믿었다.

그런데 여기 나와 보니까 그때 그 사진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삐라 본 경험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거다. 처음 삐라를 보면 설마 하고 안 믿는다, 그런데 두 번째 보면 ‘진짜 이럴까’ 하고 반신반의하게 된다. 세 번째 봤을 때는 믿게 된다. 삐라를 자꾸 보게 되면 효과가 그렇게 나타난다.
 

- 국회 대북전단지금지법 통과를 본 소감은?

삐라나 한국 TV는 북한 주민에 너무나 큰 영향을 발휘한다. 대북전단지는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보내야 한다. 그래야 북한 주민들이 속고 살았다는 것을 안다. 그 법은 북한 정권이 영원히 가라고 유지시켜주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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