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길] K-방역의 실체
[미래길] K-방역의 실체
  •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 승인 2021.01.14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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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지 1년이 지났다. 이 바이러스는 불과 1년만에 전세계적으로 1억 명 가까운 사람을 감염시켰고, 그중 200만 명에 육박하는 목숨을 앗아갔다. 진보된 의학기술을 이용해 바이러스 출현 후 1년이 안 된 시간에 백신을 만들어내는 쾌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은 서구 및 타지역에 비해 비교적 피해가 덜했다. 그 이면에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기보다 정부 지침에 잘 따르는, 즉 개인주의보다 전체주의에 익숙한 문화적 배경이 한몫을 했고 우리나라와 대만, 베트남, 홍콩 등은 각각 메르스와 사스라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것도 한몫 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중국의 미세먼지에 대응하느라 많은 마스크 공장들을 지어놓았었다.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마스크 생산량 1위 국가였던 덕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민국은 2020년 봄까지 ‘비교적’ 우수방역국으로 분류되었고 K-방역이라는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단어는 그렇게 탄생했다.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그러나 2021년에 들어선 지금 K-방역은 초라함을 넘어 부끄럽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최근 요양병원에서 대규모 감염과 사망이 일어나고 있다. 부천의 요양병원 한 곳에서는 120여 명의 입원 노인 중 약 1/3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으로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통째로 오도가도 못하게 가둬놓는 바람에 생긴 비극이었다.

서울동부구치소의 감염자는 1000명을 넘어 총 재소자의 42%가 감염되었다. 코로나 배양실이라고 비판을 받았던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선의 감염률도 20%에 못미쳤었던 것과 비교하면 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는 구치소 재소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자비로 마스크를 구입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이러는 사이 총 확진자는 6만5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반면 아시아 국가 중, 감염원을 일찌감치 차단한 대만과 베트남은 확진자와 사망자수가 대략 우리나라의 1/100과 1/30에 불과하다. 인구 7000만의 태국도 우리나라의 1/10 수준이다. 40여개 국가가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나 우리는 아직도 백신도입계획이 안개속에 있는 상태다. 시간이 지날수록 K-방역이 실제로는 낙제점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수많은 의료진들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K-방역이 낙제점을 받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K-방역은 정치방역이다. 국민 생명 보호가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목적을 뒀다. 정부는 감염 초기에 감염발생지역인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들을 한사코 막지 않았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감염원이 유입되는 경로를 열어둠으로써 결국 지역사회감염을 초래했다.

정부는 또 공권력을 선별적으로 사용했다. 우파집회는 금지하고 좌파집회는 허용해왔다. 심지어 감염과 전혀 무관한 차량시위조차도 우파시위라면 금지하고 좌파시위는 허용했다. 감염이 확산될 때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우파와 교회에 전가했다.

둘째, K-방역은 무능방역이다. 해외에서 2차 유행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에 대비하지 않고 오히려 소비쿠폰을 발행해서 이동을 장려하는 일을 벌였다. 또한 가을/겨울의 예비된 유행기를 대비한 병상 확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의료진들의 사기를 북돋기는 커녕 의사들을 적폐로 몰아갔다. 그리고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 정책도 계속 바꾸고 거기에 깨알 같은 .5들을 만들다가 플러스 알파도 만들고 3단계 같은 2.5단계라는 말도 만듦으로써 분란을 초래했다.

셋째, K-방역은 국뽕방역이다. 국내업체들의 능력만 믿고 다른 나라들이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멍하니 있다가 백신 도입 기회를 놓쳤다. 백신과 치료제의 차이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국산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니 백신 접종이 다소 늦어져도 문제없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대응을 보였다.

이러한 정치방역, 무능방역, 국뽕방역 등이 가능했던 핵심적인 이유는 권력자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소리만 내는 어용 교수들만 옆에 두고 이들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난 1월 “중국발 입국자의 제한은 감염의 확산 위험을 더 증가시킨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던 이들이고 “병상 절대 부족하지 않다”고 했던 이들이며, “백신을 서둘러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가 백신 구입 기회를 놓쳐 전 세계 40여개 국가가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했음에도 우리 국민들은 쳐다만 봐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 이들이다. 진짜 전문가들은 일체 배제하고 어용 교수들만 옆에 끼고 국뽕에 빠진 무능한 자들이 정치방역의 달콤함에 빠져 있는 동안 그 대가를 전 국민이 치르고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등화관제 훈련이란 것이 있었다. 전쟁 상황을 대비해서 일시적으로 도심의 불을 끄고 통행을 차단하는 훈련이었다. 그때가 되면 어디에선가 완장을 찬 사람들이 손에 확성기를 들고 주택가를 돌며 호루라기를 불고 고함을 질러댔다. 그리고 그들의 고함은 1시간이 채 안 되어 훈련의 종료와 동시에 사라졌다. 청와대의 권력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호루라기를 불며 고성을 지를 수 있는 시간도 끝난다.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바뀌었다. 그동안 어용 교수들 위주로 구성됐던 코로나19의 의료자문위원회도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아무쪼록 정부는 국뽕과 권력의 달콤함에서 벗어나 진실된 과학의 목소리를 듣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호루라기를 불 시간은 그리 길지 않고 그 이후에는 국민의 엄중한 판단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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