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북한의 생화학전, 우리는 무방비
[심층분석] 북한의 생화학전, 우리는 무방비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1.0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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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한민국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한민국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중국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1년이 넘도록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시는 급성 폐렴환자 급증으로 도시기능이 마비되었다.

이미 10월부터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12월 31일에서야 원인 불명의 집단 폐렴 환자 발생을 시인했고 2020년 1월 우한시로 통하는 모든 길을 차단하면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집단 폐렴의 원인 병원체가 새로운 변종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발표했다.

미국은 처음부터 중국을 의심했다. 바이러스 전염 초기 중국 정부의 은폐가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을 야기했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더 나아가 우한생화학연구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유출했다는 설까지 제기했다. 그 배경에는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이 고의로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공교롭게도 중국발 코로나 확산의 시점은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와 묘하게도 겹친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고 세계적 이목을 끄는 시점에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 되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홍콩 민주화 시위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가 잠재운 것이다.

2020년 1월 30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톰 코튼 의원은 청문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언급하며 중국을 겨냥했다. 중국 우한에는 치명적인 병원균 등을 다루는 생물 안전 4급 슈퍼 실험실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에 있는 시장이 아닌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톰 코튼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청문회에서 “중국 정부는 지금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과 관련해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사태 초기부터 이를 은폐했다”고 지적하면서 생화학무기설까지 거론했다.
 

북한은 생화학무기 생산 3위국으로 화학무기금지협약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북한은 생화학무기 생산 3위국으로 화학무기금지협약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국은 발끈하면서 관련 내용을 전면 부정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보다 분명하게 중국의 실험실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출된 것이라고 또다시 언급했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1월 2일(현지시각) 매슈 포틴저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포틴저 부보좌관은 최근 열린 전 세계 정치인들과의 온라인 회의에서 “최신 정보에 의하면 중국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된 것은 점점 분명해진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발 코로나로 인한 가장 큰 피해국은 미국이다. 2021년 1월 2일 시점, 미국 내 코로나 감염자 수는 2000만 명이 넘었다. 재선이 유력하던 트럼프는 코로나에 대한 대응 실패로 선거에서 졌다.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사회일수록 코로나 확산을 막기가 힘들다. 이런 현실은 중국 같은 독재국가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독재국가는 아무래도 민주국가보다 사회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발 코로나는 서방국가 경제에 치명타를 주고 있다. 이것은 중국에는 또 다른 유혹이 될 수 있다. 서구 민주국가들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수단으로 바이러스가 유용하게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생화학전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기원전 6세기 무렵 앗시리아인들이 적군의 우물에 호밀의 곰팡이를 집어넣어 오염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중세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흑사병도 몽골군의 유럽 침공과 관련 깊다. 생물무기 사용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1346년 타타르 군대가 크림반도를 공격할 때다. 타타르 군대는 흑사병에 걸린 시체들을 투석기로 적의 성벽 안으로 던져 넣었다. 우물을 오염시키고 수많은 적군과 주민들이 전염병에 걸려 죽게 만들면서 성을 함락시켰다. 대량살상무기로서 생화학전은 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사용했다.

1914년 4월 22일 독일군이 벨기에 ‘이프레스’에서 영·불 연합군의 방어 진지를 유린하기 위해 염소가스(chlorine)를 사용한 것이 최초이다. 당시 영·불 연합군 50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화학무기의 전술적 효과가 확인되자 연합군도 화학무기를 개발해 보복에 나섬으로써 화학무기 사용은 본격화되었다.

1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화학무기는 주로 수포제인 겨자탄과 질식제인 염소가스, 포스겐 등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화학무기 사용으로 10만 명이 사망, 130만 명이 부상했으며 그 절반 가량은 독일의 러시아 공격시 발생했다.
 

생화학전의 역사

생화학무기는 전쟁만이 아니라 테러에도 사용된다. 2018년 3월에는 영국 솔즈베리에서 전직 러시아 정찰총국의 대령인 세르게이 스키르팔과 딸 율리아가 독극물에 중독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영국 당국은 장시간 조사 끝에 이들이 러시아의 화학무기인 노비촉에 중독됐다고 발표했다. 노비촉은 이미 러시아가 여러 차례 암살 공작에 사용한 ‘화학무기’다. 일종의 신경작용제로 인간의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킨다.

2020년 러시아는 노비촉을 푸틴의 정적 암살에 사용했다가 발각됐다. 알렉세이 나발니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대 운동을 벌이면서 푸틴에게는 눈엣가시다. 독극물 중독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독일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러시아병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2020년 9월 2일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공격당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독일 연방군 연구소가 나발니의 몸에서 화학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검출하면서 사실이 밝혀졌다. 러시아만이 아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김정은의 큰형인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신경작용제의 일종인 VX 작용 독극물로 살해했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 가는 생화학무기 강국이다. 제인연감에 따르면 북한은 생화학무기 보유량이 2500∼5000t으로 추정된다.

신경작용제 VX는 지금까지 알려진 화학무기 물질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이다. ‘인류가 개발해서는 안 되는 물질’로 불릴 정도다. VX는 사린가스(GB) 100배 이상의 독성을 지닌 데다가 10∼15㎎ 정도의 소량으로도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유엔 결의 687호는 VX를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가장 위험한 신경작용제로 규정하고 있다. VX는 1988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살포해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례가 있다.
 

신경작용제의 일종인 VX는 화학무기 뿐만 아니라 테러에도 사용된다. 사진은 말레이시아에서 VX 공격으로 암살된 김정남
신경작용제의 일종인 VX는 화학무기 뿐만 아니라 테러에도 사용된다. 사진은 말레이시아에서 VX 공격으로 암살된 김정남

국제적으로 VX의 사용은 물론 생산·보유까지 전면 금지된 것은 이런 가공할 만한 위험성 때문이다.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190여 개 협약 당사국에 VX의 개발·생산·사용을 금지하고, 보유하고 있는 무기도 단계적으로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VX에 노출된 피해자는 다량의 눈물과 침을 흘리면서 내부 근육이 마비되고 설사와 구토를 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화학무기 문제는 1960년대말∼1970년대초 월남전에서 미국이 다량의 고엽제를 사용함에 따라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고조되었다. 1969년부터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토의되기 시작했다. 1985년 구소련의 고르바초프 정권의 출현에 따른 동서 냉전의 종식은 화학무기 군축 논의에 새로운 자극제가 되었다.

1990년 화학무기의 최대 보유국인 미·소 양국이 자국이 보유 중인 화학탄을 대량으로 감축하기로 합의하고, 1991년 미국 Bush 대통령이 자국의 모든 화학무기를 무조건 폐기한다고 선언함으로써 화학무기금지협약이 결실을 거두게 되었다.

화학무기금지협약(CWC : Chemical Weapon Convention)은 1992년 9월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채택되어 1997년 4월 29일 발효되었고, 2007년 5월 현재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 국을 포함해 182개 국이 협정에 서명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4월 협약 채택 당시 서명한 당사국이다. 그러나 북한, 이스라엘, 시리아는 화학무기 금지협약 미가입국이다. 따라서 북한은 화학무기에 대해 문서상 그 어떤 국제적 제재도 받지 않는다. 화학무기금지협약 주요 문안은 다음과 같다.

- 당사국은 화학무기를 개발, 생산, 획득 및 비축, 보유, 이전, 사용하는 것 등이 금지된다.(제1조)

- 당사국은 화학무기, 오래된 화학무기 및 유기 화학무기, 화학무기 생산설비(CWPF), 기타 설비 등을 화학무기 금지기구(OPCW : Organization for the Prohibition of Chemical Weapons)에 신고해야 한다.(제3조)

- 당사국은 협약 발효 후 10년 이내에 모든 화학무기를 폐기해야 한다.(제4조)

- 당사국은 화학무기 생산시설의 신규 건설 및 현존 설비를 협약상 금지된 목적으로 전환할 수 없다.(제5조)

- 당사국들은 화학무기로부터의 보호를 위한 지원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제10조)

북한은 정보화 시대에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4세대 전쟁’ 능력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기에 가려져 조명되지 않았을 뿐이다.

4세대 전쟁의 핵심은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상대 국가 전체를 혼란으로 정부 통제력은 마비시키면서 전쟁 수행 능력을 저하 내지는 말살시키는 것이다. 사이버 테러나 생화학무기를 통한 테러가 대표적이다. 북한은 이미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사이버 테러를 가한 바 있다. DDOS 공격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생화학전 능력

생화학무기는 가난한 자의 핵무기라 불릴 만큼 그 위력이 핵무기 못지않다. 게다가 테러에 얼마든지 이용될 수 있다. 화학무기는 크게 혈액작용제, 수포작용제, 질식작용제, 신경작용제, 무능화작용제, 방해작용제 및 독소 등으로 구분된다. 북한은 모든 종류의 화학무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40종에 가까운 생물무기용 병원체와 화학작용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판단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지난해 발간된 자료에 의하면 북한이 보유한 생물무기용 병원체는 13종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7종의 세균작용제(탄저균, 브루셀라, 야토균, 장티푸스 등)와 1종의 리케차(발진티푸스), 3종의 바이러스(천연두, 황열병, 유행성출혈열), 2종의 독소(보툴리눔, 황우) 등이다.

북한은 연대급까지 생화학부대를 편재한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 생화학무기는 일반 포탄으로도 투발이 가능하고 단거리 미사일로도 발사할 수 있다. 특히 탄저균 무기는 생물학전에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양국군도 2011년부터 매년 생물방어연습(Able Response)을 실시하고 있다.

KIDA에서 주로 진행해온 생물방어연습에는 양국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40여 개 기관 200여 명의 생물학 작용제 분야 관계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비공개로 실시하다가 2015년에는 생물학 공격과 생물 테러 상황을 가정해 환자를 수송하고 제독하는 절차 등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한미연합훈련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현재는 생물방어연습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북한의 생화학전 능력에 대해 한국 정부보다 미 의회가 더 우려하고 있다. 미 의회는 2021년 국방수권법에 처음으로 북한 생화학무기 대응을 명시했다. 미 하원이 추진한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는 조치가 포함됐다. 세계 화학무기 금지협약에 북한이 가입하지 않은 것이 이제 현실적 위협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미 정보기관은 북한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제조를 지원하고 있음을 포착하고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2018년 보고서에서 북한이 2012~2017년 사이 내전 중인 시리아에 내산성(acid-resistant) 타일과 밸브 등 화학무기 제조 물품을 최소 40회 이상 운송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한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 업체로 위장해 시리아 화학무기 공장 건설에 물자를 제공했으며 시리아 내 관련 시설에 북한 기술자들이 활동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고 미 정보기관은 지적했다. 이것이 2021년 미국의 국방수권법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우리의 일상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백신이 완전히 보급되기 전까지는 예전 같은 일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바이러스 하나로도 전 세계가 휘청거리는데 만약 새로운 생화학무기가 실수라도 유출되는 날에는 말 그대로의 지옥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은 화학무기 금지협약 미가입국이다. 코로나 확산 초기 마스크조차 구할 수 없어 국민은 패닉에 빠졌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 이제 마스크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생화학전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분기별 한 번이라도 생화학 민방위 연습이라도 해야 하는 시점이다.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전 디펜스타임즈 편집위원
국방부 출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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