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신승학은 서울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웹 2.0의 시작을 알린 윙버스(Wingbus), 소셜커머스의 시초인 데일리픽(Dailypick), SNS 글로벌 미디어 그룹인 봉봉(vonvon) 등 다양한 스타트업의 공동투자자(Co-founder)로 참여했다. 이 중 윙버스와 데일리픽은 각각 네이버와 티켓몬스터로 M&A되었고, 티켓몬스터에서는 144명의 크리에이티브 조직과 모바일 플랫폼을 총괄하여 소셜커머스를 모바일플랫폼으로 이식시키는 일을 맡았다.
현재는 ‘신이 나를 만들 때’ 컨텐츠로 잘 알려진, 전 세계 월 2억 명의 방문자를 만들어낸 봉봉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참여중이면서, 다양한 스타트업의 브랜드 컨설팅과 대학 강의, 강연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특정 개체에 에너지를 더해서 전달 거리를 증폭시키는 행위를 ‘모듈레이션(Modulation)’이라고 한다. 그런데 형체가 없는 브랜드(Brand)가 전파되는 과정에서도 이런 모듈레이션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제아무리 좋은 내공을 가진 브랜드라 해도 본연의 에너지만으로는 대규모 외부 확산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생산과 소비의 연결 관계를 꿰뚫어 본 기업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근대화된 판매전략 중 하나였지만, 동시에 급격한 생산성 증가가 모듈레이션해낸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업들은 판매를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는데, 이 같은 과정에서 현대적인 브랜드의 개념이 나타난다. 포드는 자동차 산업을 통해 최초로 대량 생산이라는 개념을 실현해냈고, 이를 산업계 전반으로 전파시켰다.
이후 GM이 대량 생산 시스템 내의 상품성 다변화에 성공하면서, 대량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는 최고의 호황기가 펼쳐지지만, 1920년대 후반에 시작된 대공황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위기를 기회로 받아낸 P&G는 소비자와의 밀접한 관계 형성을 전제로 한 브랜드 충성도 구축에 성공했고, 듀폰과 같은 거대 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해 세상을 바꿔놓을 브랜드들을 선보였다. 이런 의미에서 포드와 GM, P&G와 듀폰 등은 브랜드를 개척한 1세대 기업이라고 부를 만하다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 브랜드 시대
20세기 초 미국의 뛰어난 기업들이 대량 생산과 대중 소비를 통해 브랜드의 개념을 개척했다면, 2차 대전은 이런 브랜드들을 전 세계로 퍼트리는 역할을 했다. 전쟁 중 엄청난 양의 스팸과 코카콜라 같은 미국산 브랜드들이 뿌려졌고, 산업 기반을 잃게 된 많은 국가들을 미국산 브랜드의 영향력 아래 노출시켰다.
전 세계는 다시 한 번 미국의 산업 생산력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으며,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더욱 강화되었다. 이후 미국이 브레튼 우즈 체제와 가트를 통해 달러 중심의 자유무역 기조를 정착시키면서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브랜드 의 시대가 펼쳐진다.
글로벌 브랜드 시대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국경에 관계없이 글로벌화 된 브랜드를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헐리우드를 통해 문화적 헤게모니까지 장악했던 미국 브랜드가 가장 유리했고, 공산 진영과의 이데올로기 대결은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더욱 강하게 확장시켰으며, 주도권을 쥐었다고 판단한 미국 기업들은 효율과 합리성으로 대변되는 미국식 라이프 스타일을 전 세계에 주입시켰다.
당시 수용자적 입장의 국가들은 이를 선진화된 브랜드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브랜드 시대는 미국스러움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양상으로 확연히 굳어지게 된다.
일본과 유럽 브랜드들의 성장과 디지털 브랜드 시대
본격적인 자유무역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렸고, 고평가된 달러는 미국 브랜드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여기에 2차 대전의 피해를 극복해낸 일본과 서유럽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면서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브랜드 시대는 막을 내린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엄청난 효율성으로 미국 소형차 시장을 장악했고, 막강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일본의 전자제품 브랜드들도 미국 기업들을 차례로 쓰러트렸다. 동시에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유럽의 브랜드들 역시 전 세계 시장에서 미국 브랜드를 위협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야후를 비롯한 닷컴 기업들의 전성기가 펼쳐졌고, IT 산업과 닷컴 비즈니스를 본격적인 성장 동력으로 삼은 미국이 디지털 브랜드 시대를 주도하게 된다. 이후 구글과 같은 걸출한 기업들의 등장이 이어지며, 디지털 브랜드 시대는 우리의 삶에 더욱 많은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오늘날 플랫폼이 확보해낸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데이터 그 자체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AI 기술을 거쳐, 인간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까지 진화한 상태이다. 따라서 앞으로 초연결 시대의 패러다임에 올라탄 브랜드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많은 기회의 장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대중화가 시작된 차세대 5G 통신과 수많은 재화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IoT 기술 등은 이런 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있으며, 2020년 전 세계 코로나 COVID-19 대확산은 초연결 브랜드 시대를 한층 더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초연결 브랜드 패러다임과 세기적인 브랜드 변화
5G 통신은 곧 초연결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단계의 연결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 광범위한 사용자와 플랫폼 간의 연결성은 사용자 최적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플랫폼 자체를 개인화 기재로 변환하여 플랫폼에 진입한 사용자들에게 서로 다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또 다른 차원의 초개인화 패러다임을 모듈레이션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페이스북,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 5대 테크기업의 합산 가치가 2020년 8월 미국 주가지수 척도인 S&P500의 20%를 추월해 유럽 전체 주식 시장을 넘어선 상태이고, 테슬라 역시 3월 중순 대비 최대 상승폭이 800%를 넘어섰다. 금융 역사 이래 최대의 유동성이 만들어낸 상승 기조가 초연결 브랜드 패러다임의 심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무려 8억 명이라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데이터 개방과 통제를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국가인 중국은 다가올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과정 중 가장 유심히 주목해야 할 시장임이 분명하다. 2020년 가장 많은 다운로드를 기록한 앱은 유튜브나 페이스북이 아닌 중국의 틱톡(TikTok)이었고, 글로벌 유니콘 스타트업 상위 10개 중 절반이 중국 기업으로 채워진 상태다.
이는 곧 또 한 번의 세기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세기적인 변화의 목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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