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뉴스] 한화디펜스, 호주에서 대박 내나
[디펜스뉴스] 한화디펜스, 호주에서 대박 내나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1.02.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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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한국방위산업 수출시장의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화디펜스에서 생산하는 K-9 자주포와 ‘레드백(Red Back)’ 보병전투장갑차 수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화디펜스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화디펜스 호주법인(Hanwha Defense Australia)은 지난 1월 12일 호주 멜버른에서 레드백 장갑차를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으며 이번 출정식에서는 한화와 호주 빅토리아州 간 현지 생산시설 건립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유치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됐다는 것이다. 한화그룹 방위산업 전문 계열사 한화디펜스가 생산하는 레드백은 호주 육군의 미래형 궤도장갑차 획득사업에서 독일 업체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상태다. 호주 정부는 2019년 미래형 궤도장갑차 획득사업 ‘Land 400 Phase 3’의 최종 2개 후보에 한화디펜스의 레드백과 독일 라인메탈디펜스의 ‘링스(Lynx)’를 선정했다.

호주군의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수주전에 최종 후보로 오른 한화 디펜스의 Redback 장갑차. /한화디펜스
호주군의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수주전에 최종 후보로 오른 한화 디펜스의 Redback 장갑차. /한화디펜스

호주 미래형 궤도장갑차 도입 사업은 호주군(軍) 보병전투장갑차와 계열차량 8종을 포함한 총 400대의 장갑차를 구매하는 지상장비 분야 최대 규모 사업이다. 총 8조~12조 원의 사업비 중 장비 획득에만 약 5조 원이 편성됐다. 한화디펜스는 호주의 차기 자주포사업에도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20년 9월 3일 호주 국방부는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를 호주 육군 현대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랜드(Land) 8116’ 자주포 획득사업의 우선 공급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총 수출예상액은 약 1조 원 규모로,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 운반 장갑차 15대, 기타 지원 장비 등이다. 현재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는 국제시장에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호평받고 있다. 북유럽의 노르웨이, 핀란드, 폴란드, 에스토니아에도 한국의 K-9 자주포를 자국의 주력 자주포로 채택했다.


호주의 차기 보병전투장갑차 수주전에서 한화디펜스의 레드백이 최종 선정될 경우 한국방위산업 수출 사상 최고액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호주 육군은 올 하반기까지 레드백과 경쟁사 제품의 ▲차량 성능 ▲방호 ▲화력 ▲운용자평가 ▲정비·수송 시험평가를 진행한 후 2022년 상반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호주가 국방력 증강에 속도 내는 이유

호주 정부는 랜드 400 3단계 사업에 획득비용과 훈련 등 각종 지원체계 확보, 시설 건설 등의 명목으로 14조~20조 원의 예산을 배정해 둔 상태다. 레드백이 장착할 첨단장비 중에는 이스라엘 Ebit의 ‘Iron Vision’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갑차 외부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장착, 전차 승무원이 장갑차 외부로 몸을 노출시키지 않고도 외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See-Through-Armour 기능이다. 장갑차 조종수와 기관포 사수의 헬멧 바이저에 그대로 투영되는 일종의 가상현실이 실현되는 것이다. 장갑차 해치를 열고 나가지 않아도 전투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생존성이 높아진다.


한화디펜스는 호주 포탑 제조사인 EOS와 ‘팀 한화(Team Hanwha)’를 구성해 사업에 참가 중이다. 팀 한화는 올해 1월 호주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현지 전문인력 채용 등 사업 수주를 위해 대대적인 현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빅토리아 주정부와 협력해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호주군 최대 관심사인 자주국방(Self-Reliance)에 부합하는 현지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호주 국내 경제에도 이바지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화디펜스의 승리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K-9 자주포 사업과의 연결성이다. 둘째, 한화디펜스가 호주 현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하면서 호주의 지역경제에 이바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쟁사인 독일 라인메탈사는 유럽에서 생산한다. 현지 호주 교민들도 이 내용을 SNS로 알려오고 있다. ‘호주 스토리’라는 호주교민 블로그에 따르면 호주 질롱(Geelong)지역에 한화디펜스가 2024년까지 현시 생산시설을 건설한다는 소식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는 것이다. 질롱은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가장 큰 지방도시로 멜버른에서 차로 약 1시간 15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다.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이사는 “레드백은 지난 40여년간 쌓아온 한화디펜스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집약된 동급 최강의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라며 “현지 시험평가에서 압도적인 기술과 성능을 입증해 K-방산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호주 사업 최종경쟁에서 승전보를 전해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상태다.


호주 정부는 2020년 7월 초 ‘2020년 국방전략 갱신(Defense Strategic Update)’과 ‘2020 국방구조계획(2020 Force Structure Plan)’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호주는 2030년까지 10년간 2700억 호주달러(223조 원)의 국방비를 투자할 계획이다. 호주군의 병력 규모는 6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경을 맞대는 적성국은 없다. 그래서 호주군은 해외 파병에 적극적이다. 20세기 호주군은 미군 다음으로 해외 파병이 많았다. 영연방국가로서 1차, 2차 세계대전 참전은 물론이고 한국전, 월남전, 1차 2차 걸프전에도 모두 전투병을 파병했다. 


현재 호주군의 잠재적 적군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태평양과 남지나해로 노골적인 팽창정책을 펼치는 것에 호주는 위협을 느끼고 있다. 호주는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와 함께 ‘FIVE-EYES’ 일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는 미국, 일본·인도와 함께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한 전략적 다자안보협의체 ‘쿼드(Quad) 동맹’ 창설국이다. 그 일환으로 호주 국방부는 국방력 증강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한화디펜스가 참여하는 지상군 분야에 호주는 향후 10년 동안 약 45조를 투자하고, 공군에는 53조가 투입된다. 한국 공군보다 많은 72대의 F-35스텔스 전투기 도입도 포함되어 있다. 해군에는 가장 많은 62조가 투입된다. 호주 해군은 일본해상자위대와 함께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 해군으로 자리잡게 된다.

노르웨이 육군이 채택한 한국의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 장갑차. 한화디펜스에서 생산하는 K-9 자주포는 자주포 부문에서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한화디펜스
노르웨이 육군이 채택한 한국의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 장갑차. 한화디펜스에서 생산하는 K-9 자주포는 자주포 부문에서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한화디펜스

한국방위산업의 메카 한화그룹 한화디펜스

한화그룹은 한국방위산업의 메카다. 한화그룹은 출발선부터 화약(다이나마이트)에서 출발했다. 현 한화그룹 김승현 회장의 선친인 故 현암 김종희 선대회장이 1952년 한국화약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일본인이 운영하던 ‘조선화약공판’에서 일한 경험이 결국 조선화약공판을 인수해 현재 한화그룹의 모체가 되었다. 한화그룹에 한국의 최대 방위산업체로 도약한 결정적 계기는 2014년 11월 26일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등 방산 및 석유화학 4사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삼성그룹이 반도체에 집중하고 방위산업 부문은 한화그룹에 매각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차원에서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모두에게 윈윈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70년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무기 국산화 사업을 추진한 것이 한국방위산업의 출발점이다. 본격 궤도에 오른 것은 1980년대부터다. 군함은 현대중공업과 한진 그리고 대우조선, 탱크는 현대, 항공기는 대한항공과 삼성정밀, 화약은 한국화약 그리고 각종 총탄류는 풍산이 맡는 식이었다. 1997년 IMF는 방위산업체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각사별로 분산되어 있던 항공분야는 한국우주항공(KAI)으로 통합되고 탱크는 현대로템, 자주포와 항공기용 가스터빈 등은 삼성테크윈(삼성항공)이 생산하게 되었다. 삼성탈레스의 경우는 네덜란드 방위산업체 탈레스와 합작으로 함정의 전투지휘체계, 레이더 등 감시정찰장비 등을 생산전자장비를 전문생산하는 합작사로 설립되었다. 삼성그룹이 방산분야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삼성의 반도체 등 여타 분야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한화는 방산부문을 인수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화그룹 내 방위산업 부문에서 지상무기 분야는 한화디펜스, 전자지휘통신 분야는 한화시스템, 제트엔진 분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일종의 역할 분담이 되어 있다.


한화디펜스의 대표적 생산품목은 방산수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K-9 자주포 외에 K10 탄약운반 장갑차와 사격지휘 장갑차를 생산한다. 공군용으로는 천궁 중고도 지대공미사일 발사대를 납품하고 해군에는 수직미사일발사대도 생산 납품한 바 있다. 한화디펜스는 최근 한국육군의 차세대 자주도하장비 수주전에서 현대로템을 2점차로 제치고 승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년 12월 28일 군 당국에 따르면 5000억 원 규모의 국내 첫 자주도하장비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한화디펜스가 현대로템을 누르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두 업체간 제안서 평가 점수는 2점 정도 차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에서 이의제기가 없는 한 한화디펜스로 사실상 결정된 것과 다름없다. 지금까지 하천 도하는 수송트럭에 부교를 싣고 와서 하나하나 이어붙이는 작업으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자주도하장비는 차량 자체가 부교와 수상정을 겸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부교 설치가 가능하다.  2018년에는 800억 규모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 성능 개량 사업 수주하기도 했다. 


이번 수주전에 한화디펜스는 독일 GDELS(General Dynamics European Land Systems)의 M3를 기반으로 국산화한 M3K 장비를 방위사업청에 제안했다. 호주군 K-9 자주포와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까지 수주전에 승리하면 명실상부한 방위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한화시스템은 미래전을 담당하는 주력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삼성탈레스가 한화탈레스로 그리고 현재 한화시스템으로 회사명이 바뀌었다. 한화시스템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첨단 방산전자와 IT 분야의 스마트 기술을 갖춘 글로벌 ‘토털 솔루션’ 기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미래전의 핵심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결되는 첨단 IT분야 시스템 통합을 담당한다. 일반인들에게 한화시스템을 한국군의 눈과 귀를 담당하는 무기시스템을 생산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하면 보다 쉽다. 


2016년에는 한국형 전투기(KF-X)의 핵심 부품인 전자식 레이더인 AESA 레이더 시제품 개발에 착수해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 2017년에는 한국군 방공지휘통제경보(C2A) 개발체계를 완료했다. 미래전의 핵심은 네트워크중심전(NCW)으로 감시,정찰, 통신과 지휘체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유기적으로 결합해 운영된다. 현재 한국군은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C5I 체계로의 진화를 위해 ‘Army Tiger 4.0’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 한화시스템이 있다.


한화는 해외 방위산업 전시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 여파로 각종 전시회가 축소 또는 취소되었지만 세계적인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한화그룹의 방산분야 부스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한화그룹의 방산분야 마케팅은 공격적이다. 한화그룹의 항공·방산 분야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3일 우주위성 개발 전문기업 쎄트렉아이의 지분 30% 가량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공위성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쎄트렉아이의 지분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쎄트렉아이는 1999년 국내 최초 위성 ‘우리별 1호’의 개발 인력들이 만든 회사로 현재 위성 본체 뿐 아니라 위성관리 시스템에 필요한 핵심 구성품을 개발하거나 제조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업체로 평가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KSLV-2)의 액체로켓엔진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또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이 위성에 들어가는 영상레이더, 전자광학·적외선 부품, 통신단말기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연결되는 방위산업체의 수평적 연결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52조8000억 원 규모다. 국방예산으로 보면 세계 10위권이다. 전년대비 5.4% 증액되었다. 이 중 방산업체의 무기체계 개발도입 등에 쓰이는 방위력 개선비는 16조9994억 원 가량이다. 16조가 사실상 국내 방산기업의 시장 규모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군사 규모나 국방예산에 비해 사실 국내 방위산업은 세계적 기준에서 보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K9 자주포 수출 성공 등을 비춰 볼 때 발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독일 등의 무기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호주군의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 수주전에서 최종 승리를 기대하는 것도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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