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재개발·재건축 서울 집값 못 잡는 이유
공공 재개발·재건축 서울 집값 못 잡는 이유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2.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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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번째 文정부 부동산 대책 
정부는 서울 32만5000호의 주택을 비롯 전국에 총 85만 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재개발
지역 선정과 보상금 지급 등 현실적 난관이 있다. 사진은 서울의 구도심/ 연합
 

문재인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정책이 출렁대고 있다. 
서울 32만5000호의 주택을 비롯 전국에 총 85만 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공 재개발과 재건축, 역세권 및 저층 주거지 고밀 개발 등의 방식으로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인데 특히 당정은 재개발과 재건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민 4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사업이 추진되는 주민 동의 요건을 3분의 2 수준으로 완화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가 시장의 수요를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번 대책안의 핵심은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30만6000호)이다. 정부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을 향후 3년간 한시적으로 신규 도입한다. 이 사업은 공공이 지구 지정을 통해 부지를 확보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토지주, 민간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이 저개발된 도심의 우수입지를 발굴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사업을 제안한다. 국토부와 지자체는 이를 검토해 예정지구를 지정하고 1년 이내에 토지주 등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사업이 확정된다. 
정부는 신속 인허가 등을 통해 기존 평균 13년이던 사업 제안부터 입주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5년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역세권 개발 용적률은 최대 700%로 상향되며 지하철 연결통로 설치 등 저개발된 역세권을 주거상업 고밀지구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핵심 부분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물량 없고 조합이 꺼리는 공공 재건축, 재개발에만 집착하는 文정부

서울 도심의 재건축, 재개발 조합들은 사유재산을 가진 시민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박원순 서울시장 10년 체제하에서 낡은 집을 아파트로 재개발하거나 재건축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재산권 행사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서울 집값은 문재인 정부 3년만에 약 40%가 넘게 올랐다. 

당연히 서울 도심의 주택조합들은 재건축, 재개발이 이뤄진다면 다른 집들보다 더 프리미엄이 높은 집을 짓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사업을 민간 재개발, 재건축은 배제하고 공공재건축, 공공재개발을 통해 LH나 SH 같은 공사들이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조합으로서는 용적률을 높여주고 인센티브를 주니 그 대가로 공공임대 주택을 내줘야 한다. 그 비율이 인센티브 용적률의 30~70%에 달한다. 물론 수익성이 맞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로서 내키지 않는 것은 공공 재건축으로 LH나 SH 같은 공사가 사업 시행자가 될 경우 수익성이 높은 곳에는 LH나 SH가 직접 아파트를 지으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주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공공개발의 경우 사업자가 공공기업이어서 조합으로서는 이를 거부할 경우 아무것도 되지 않는 소위 ‘갑질’에 시달리기 쉽다. 그렇다고 LH나 SH가 직접 시공할 경우 원하는 아파트의 브랜드 가치를 추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 어차피 공기업은 주어진 예산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점도 있지만 디자인이나 설계 그리고 주거 환경의 창의성에서 민간 건설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은 국민 상식으로 되어 있다.

조합들은 민간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도 어차피 공공 임대아파트를 내놓아야 하는 점은 공공 재개발과 같기에 차라리 민간 재개발, 재건축을 선호하게 된다. 민간 건설사들이 아무래도 조합원들을 상대하는 데 더 성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아파트를 지으려 한다는 점을 조합원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로 퇴거해야 하는 세입자들과 상가들에 대한 이주대책을 민간 재개발로 한다면 조합원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공공재건축이나 공공재개발의 경우 공공사업자인 LH나 SH가 이 부분을 책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기관이라 민간 사이에 갈등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 조합에 문제 해결을 떠넘길 뿐만 아니라 지자체 역시 손 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조합원-세입자 갈등이 공공재건축에서 완성 시한을 늦추게 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사태를 불러와 조합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용산사태가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였다. 이런 이유로 서울 도심의 많은 조합들이 공공 재개발, 공공 재건축보다는 민간 재건축, 민간 재개발을 선호하게 된다. 어차피 공공개발이든 민간개발이든 부담해야 하는 기부채납 공공기여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난히도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민간 재건축, 민간 재개발을 허용하려 들지 않는다. 공기업과 정권 간에 정경유착마저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이번 문재인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은 예상대로 집값 안정에 중요한 문제들이 빠져 있기에 시장의 반응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첫째, 서울 32만 호 등 전국에 83만 호를 공급하는 주택공급대책을 내놓으며 정부 스스로 ‘획기적 확대방안’이라 주장하지만 전체 공급물량 3분의 1 가량인 신규 신도시 입지를 확정하지 못했다. 
전월세난을 잡기 위한 단기 주택확충과 도시재생(13만1000호)으로 비어 있는 호텔을 청년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등의 방식이 적용된다. 이와 함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노후 주거지 개발을 꾀한다. 쇠퇴한 지역에 지구단위 주택정비를 추진하는 주거재생혁신지구를 신설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하지만 이미 시행된 임대차 3법에 의해 주택임대차 시장이 이런 정책에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이미 서울에서 1인가구 주택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녀나 노부모가 있는 3-4인 가족의 아파트다. 이 물량에 대한 공급이 집값 안정의 키포인트가 된다. 

공공택지 신규지정(26만3000호)은 부지를 정하지 못했다. 결국 시장이 가장 주목했던 4기 신도시 발표는 미뤄졌다. 정부는 다만 전국 15~20곳에 약 26만 호 내외의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하겠다고만 밝혔다. 시장에서는 경기도 광명과 과천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다. 이 정책은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 집값에 안정세 영향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보상금등이 풀리면서 그 유동성이 다시 서울 부동산으로 들어오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가장 힘주어 강조한 역세권 고밀도 재건축은 사실상 그 물량이 많지 않다. 역세권에 용적률을 700%까지 제공해 50층을 조합에 허용하더라도 여기에 따르는 공공기여분에 대한 협상과 세입자, 상가 등의 보상 해결 문제와 교통과 함께 주거 환경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개발가치가 얼마나 될지 그리고 사업 시행과정이 순탄할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25번째 부동산정책은 일단 공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문제 해결에 한 발 다가갔다는 평가를 얻을 수는 있으나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시장은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감한 규제 해제와 부동산 세제 완화, 자유로운 민간 재건축, 재개발 확대 등만이 답이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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