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물러나니 정치가 보여…여야 싱크로율 99.9%”
“정치에서 물러나니 정치가 보여…여야 싱크로율 99.9%”
  •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 승인 2021.02.1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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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정리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사진 | 권도한 미래한국 기자

3선 국회의원으로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영우 전 의원. 그는 왜 ‘그 좋은’ 금배지와 유리한 지역구(경기도 포천시 가평군)를 내던지고 불출마했을까? 국민과 지역주민이 모르는 무슨 숨겨진 이유나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미래한국>이 지난 2월초 여의도에서 김영우 전 의원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몸담고 있던 정치권 모습에 대해 “부끄러웠다.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정치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비로소 정치가 보인다. 그때는 스스로에 갇혀 있어서 치고 나가지 못했다”며 한탄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구한말 눈치만 보며 아관파천 했던 무책임한 고종을 닮았다”고 하면서도 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여야 싱크로율 99.9%, 야당이 권력을 잡아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쓴 소리를 내뱉었다. 특히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말을 쏟아냈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 김 전 의원의 말을 가감 없이 소개한다.  

김영우 전 의원
김영우 전 의원

-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을 돌이켜보면 의문점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김 의원님의 불출마였습니다.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거의 전멸했지만 그 지역에선 신인이 나와 승리했을 정도로 보수 야당에 유리한 지역구를 갖고 있었고 3선을 하면서 당내외 이미지와 평가도 누구보다 좋은 편이셨지요. 알려지지 않은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겁니까?      

제가 불출마 선언할 때 황교안 대표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저도 젊은데 그런 제가 불출마하는 이유는 수도권 3선으로서 21대 공천에서 공천을 좀 획기적으로 하시라, 물갈이를 확실히 하시라, 그리고 저의 불출마를 마음껏 활용하시라는 뜻이다, 그래야 우리가 불출마하는 보람이 있지 않느냐고요.

알았다고 하더니 공천을 보니까 웬걸? 처음엔 좀 잘나가는 듯하더니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을 공천 주고 돌려막기 공천하고, 공천을 줬다 뺏었다 하고 그러더군요. 그 과정을 보면 플랜이 전혀 없었던 거죠. 저나 함께 불출마를 했던 김세연 의원이나 어찌 보면 작전상 후퇴인데 보람이 없는 거죠. 

솔직히 좀 창피합니다.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 하는 걸 보면 탄핵은 심했다고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어요. 물론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십상시에 휘둘린 건 잘못한 거죠. 최순실 같은 사람은 국가공무원을 자기 종 부리듯했잖아요. 그래도 문재인에 비하면 탄핵까지 가기엔...

물론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난 이야기니까 역사적인 일이 됐지만요.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다 감옥에 갔지 그러고 나서 또 4선 하겠다고 돌아다녀야 한다는 게 저는 주민들에게 창피하더라고요.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세비 받는 게 부끄럽더라고요. 지금 국회에서 야당이 하는 게 뭐가 있어요? 

- 그래도 4선으로서 원내에 계셨다면 국회 운영이 제대로 되는 데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 구조라면 쉽지 않아요. 지금의 정당 구조와 여야 구조에서는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맨날 페이스북에 글이나 쓰고 있었겠죠. 주호영 선배가 안정감이 있고 나름 실력 있는 분이지만 독한 586이 시스템에서 별 힘을 못 쓰고 있잖아요.

저는 586 정치세력이 고종 때 민씨 외척과 비슷하다고 봐요. 문재인 대통령을 숙주로 삼아 태양광 등 자기 사업 이권 다 해먹고 있잖아요. 민주당은 과거 87년에는 민주화라고 했지만 그때 못한 혁명을 지금 야금야금 다 하고 있다고 봐요. 행정부, 사법부 다 장악하면서 말이죠. 

“586 정치세력은 고종때 민씨 외척 세력과 비슷” 

- 민주당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면 국민의힘 내부를 변화시키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전 김종인 체제를 처음부터 반대했기 때문에 당내에서 ‘등에 칼 꼽는다, 내부 총질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겁니다. 현실적으로 이해를 못하겠어요. 아무리 못나도 총선에서 왜 졌는지, 수도권에 젊은 출마자도 많았고 완벽히 이기지는 못해도 엇비슷하게 갈 줄 알았던 선거를 왜 참패했는지, 그때 문제 의식을 갖고 당내에서 1주일 내내 제대로 토론했었어야 했어요.

그때 그걸 하지 못하고 김종인이라는 외부인에게 당을 전부 맡긴 거죠. 그 분은 와서 맨날 하는 얘기가 자신은 정치 안하면 된다였죠. 그런 태도, 그게 딱 하도급 맡은 사람들의 태도잖아요. 떠날 사람이란 말이에요. 정당은 그러면 안 되죠. 가치와 이념을 추구하는 집단인데요. 

김종인 위원장이 왔다 떠나가면 국민의힘은 체질 개선은 커녕 더 허약해지겠구나, 항체가 생겨야 우리가 이겨내는 건데 라는 생각을 했죠. 그때 김웅이든 윤희숙이든 젊은 사람들이 토론하면서 ‘이 사람들 괜찮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수도권에서 떨어진 분들과도 연석회의하면서 당 체질 개선에 힘썼어야 했어요. 그래야 사람들 역량이 늘어나고 그것을 종합해 플랜을 짜면 되는 것이죠. 이것을 안 하고 왜 여든이 넘은 분한테 끌려가느냐 그게 답답한 것이었죠.

- 국민의힘의 큰 숙제 중 하나가 탄핵 문제가 정리가 안 되고 있었고 일부 강성 유튜버나 태극기 세력에 끌려간 게 아니냐는 점이었는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면서 당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컨센서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내부적으로 힘들더라도 토론이 됐었어야 했다고 봐요. 그걸 왜 김종인 위원장이 결정하죠? 본인이 5공 때 4번씩 비례대표를 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왜 우리를 대신해서 무릎을 꿇어야 하죠? 본인이 저쪽 민주당에서 위원장과 대표까지 하고 여기서도 위원장을 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입당과 복당 이야기를 논할 수 있나요? 원칙이 없어졌다고 봐요. 

- 김종인 비대위는 과거 힘 있는 오너가 있을 때 권력 독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형식논리로 사용하던 비대위와는 다른 측면이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정상적인 정당이 아닙니다. 정당에서 무슨 쿠데타가 일어난 것도 아니고 비대위를 너무 남용했어요. 그게 박근혜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에 그래요. 막강한 대선주자로서 비대위원장을 하고 있을 때는 당의 미래를 보고 그 점이 탄력이 됐죠. 그때 비대위를 잘해서 대선에서 이기고 총선에서 이기면 좋은 것 아니겠어요?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용병이란 차이가 있다고 봐요.

박근혜 비대위는 그래도 그 양반의 뿌리가 이 당에 있고, 애당심이나 애국심을 믿어 의심치 않잖아요. 그런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비즈니스맨이라는 느낌이에요. 와서 흑자를 내야하는 외주인의 마인드가 있기 때문에 안철수와 단일화도 그렇고 모든 게 본인 중심으로 가죠. 빛이 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본인 외에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너무 강한 것 같아요. 

- 김종인 위원장 본인이 대선 나갈 생각이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그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봅니다. 불과 몇 년 전 2017년에도 본인의 대선 사무실을 차렸던 분이니까요. 또 건강하시잖아요.

2016년 새누리당 비대위원 시절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김종인 대표와 함께 행사에 참석해 대화 중인 김영우 전 의원.
2016년 새누리당 비대위원 시절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김종인 대표와 함께 행사에 참석해 대화 중인 김영우 전 의원.

“국민의힘에 김종인 위원장 밖에 안보여”

- 그래도 결국 김종인 위원장을 국민의힘에서 모셔온 건 당내 다수인 초선의원들과 주호영 원내 대표 등 대다수 의원들의 합의에 의해서가 아니었습니까?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과 김 위원장의 전략적 판단 능력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압니다.

그런 평가를 받는 것은 그분이 이슈를 잘 던지기 때문이죠. 저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의 정치는 선거기술자나 이슈메이커가 활동해 이기는 게 아니고 누가 더 상식적인 국민의 정서와 생각에 다가가느냐가 가른다고 봐요. 

저도 비대위에 참여했지만 그분이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면서 이슈를 던지고 끌어가는 능력은 있습니다. 다만 콘텐츠보다 행태가 문제라고 봅니다. 오늘날의 정치는 콘텐츠 자체보다는 그걸 만들어가는 행태, 자세가 중요해요. 이미지가 오만하고 자기 말고는 다른 사람은 아이 취급하는 게 굉장히 커요.

솔직히 국민의힘은 지금 민주당 사람들과 이미지 싸움에서 계속 지고 있다고 봐요. 이미지라는 건 인물교체도 해당되죠. 그동안 우리는 콘텐츠에서 진 것처럼 콘텐츠만 바꿔왔습니다. 그런데 안 먹히는 거죠. 국민의힘 그 전에는 미래통합당, 그전에는 자유한국당, 새누리당, 한나라당 그 이미지가 있는데 그걸 탈피 못했어요. 

- 지금 국민의힘이 가고 있는 방향과 메시지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제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김종인이라는 인물 자체가 갖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쪽에서 박근혜와 한참 일하고 저쪽 문재인하고 한참 일하다 또 왔단 말이에요. 작년에 불출마를 고민할 때 김 위원장을 초대해 아침에 조찬하면서 만나봤는데, 박근혜 측이나 문재인 측이나 그래도 같이 일했던 정치그룹인데 양쪽 모두에 굉장히 배신감을 갖고 있더군요. 제 결론은 부정적이었어요.

그리고 아무리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해도 국민에게 주는 이미지가 너무 올드합니다. 70년대 8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대를 벗어나는 것 같지 않아요. 4차 산업혁명이든 무엇이든 이분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을까? 글쎄요. 그런데 국민의힘에 김종인 밖에 안 보여요.

- 그래서 김종인 위원장 외에 대안이 없다는 말이 있는 것이고 김 위원장이 물러나면 도로 친박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좀 더 많은 인물이 활약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줬어야 했는데, 그걸 자꾸 차단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토론도 없고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염려들을 많이 하시는데 지금 초선 의원들 중 꽤 괜찮은 사람들 많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 활동이 없잖아요. 100여명 중 58명이 초선인데 뭔가 하는 걸 못 봤습니다. 다른 최고위원들은 왜 있는지 누군지도 모르겠고요. 김 위원장은 자신이 그립을 쥐고 목소리를 못 내게 하죠. 최고위원들 공개 발언도 못하게 하잖아요. 혼자만 얘기하고요. 

-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선거 준비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얼마 전 개인 SNS를 통해 야권 후보 단일화 4대 원칙을 말씀하셨지요.

전략이라기보다는 원칙적인 이야기예요. 후보들끼리 선거 끝날 때까지 비방하지 말자, 단일화를 꼭 해야 한다는 그런 원칙에 동의하자는 것이죠.

-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 후보에게 당으로 들어오라고 했는데, 만일 당으로 들어와서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국민의힘이 안철수당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지금은 단일후보를 만든다는 데 의미를 부여해야죠. 국민의당 대표가 후보가 됐다기보다는 범야권 단일후보라는 데 의미를 둬야 반문전선이 형성됩니다. 투표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지역 선거를 봐도 그래요.

예를 들어 김영우는 싫은데 한나라당이니까 찍어주자는 사람이 있고, 당이 마음에 안 들지만 김영우는 좋기 때문에 이번에는 인물을 보고 찍어줄 거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당에 방점이 있기보다 ‘야권 단일후보’에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민주당 후보를 누르기 위해 야권이 단일후보를 뽑고 있네? 그럴 때 먹힌다는 것이죠.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점은 중요시하지 않을 겁니다. 단일화 시너지 효과는 그렇게 나야지, 그렇지 않고 무리하게 입당을 시킨다거나 당의 간판을 내려놓는다는 이런 방식은 아니에요. 우리는 막판에 다 내려놓는다, 우리는 내년 정권 탈환, 대선 승리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을 자세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감동이 있겠지만 아마 어려울 겁니다.

“정권교체 위해 기득권 내려 놓아야”

- 민주당의 경우 단일화란, 투표에 의한 단일화라기보다 만나서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하는 식으로 해왔습니다. 사실 그렇게 해야 시너지 효과가 있을 텐데, 국민의힘은 단일화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싸움에서 이긴 승자가 후보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을까요?

말씀하신 대로 안철수가 시민대표 박원순에게 후보를 양보했죠. 그런 방식이 극적 효과가 있어요. 안철수도 그때 떴고 박원순도 떴고요. 그런데 우리는 드라마를 만들어낼 만큼 양보를 할 수 없어요. 솔직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진 야당이에요. 

- 개인적으로 단일화 후보로 누가 돼야 야권에 승산이 있다고 보시나요?

저는 누구로 돼야 한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그때부터 개인적인 편견이 들어가니까요. 누가 되든 뭉쳐야 합니다.

- 안철수 후보가 대권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하지만 서울시장이 된다면 국민들이 바랄 경우 대선에 나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국민의힘은 그 점을 우려하겠죠. 그런데 그렇게 하긴 어려울 거예요. 정치라는 건 어떤 상황도 벌어질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아직도 100석의 제1야당이에요. 100석이 작은당 같지만 실은 큰당이거든요. 전 우리나라 정치의 만악의 근원이 양당제라고 봐요. 이쪽 편 아니면 저쪽편이다보니 우리가 그냥 기다리다 보면 정권을 잡을 수도 있고요. 그런 것 때문에 극한 갈등의 정치가 되는 것이죠. 다당제가 맞다고 봅니다.

“만악의 근원이 양당제, 중선거구제 다당제로 가야” 

- 다당제하면 대통령제도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최근 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헌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내각제, 연정이 나오겠죠. 박병석 의장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모양인데 문재인 정권도 불안하지 않겠어요? 공수처까지 만들려고 애쓴 이유가 퇴임 이후의 문제 때문인데요. 

- 권력구조 개편이 대통령제를 이원집정제, 내각제 형태로 분권화시켜 다당제로 하면 어떤가요? 정책 공유도 하면서 말이죠. 이제 그렇게 개헌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저는 그냥 중대선거구제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내각제로 가거나 권력구조 자체를 바뀌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중대선거구제만 해도 큰 지역구에서 세 명만 뽑아도 다당제 된다고 봅니다. 

- 얼마 전 대통령 사면 논란이 있었는데 그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에 여당이 선거 앞두고 두 가지 카드를 꺼내든 것 같아요. 하나는 가덕도신공항이에요. 이건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을 분열시킬 수 있는 여당 입장에서는 신의 한수죠. 김종인 위원장이 부산 내려가서 찬성도 하고 해저터널까지 뚫겠다고 안간힘을 쓰셨는데, 전 대한민국이 이렇게 여당과 야당 합작으로 무너지는구나 하고 느껴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식으로 결국 나라가 흔들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2016년 김해 신공항 확장공사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거든요. 이게 하루아침에 무시됐는데, 결국 여당의 포퓰리즘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야당의 포퓰리즘이죠. 선거 앞두고 곤혹스러운 결정이지만 역시 야당도 이 트랩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부산 선거를 포기하더라도 신공항 건설에 반대해야 했다고 보십니까?  

야당이 준비를 전혀 안 했어요. 가덕도신공항 이야기는 전에도 나왔던 거예요. 21대 국회 당선되고 난 뒤로 전략이 없었어요. 민주당이 이걸 들고 나올 경우를 대비해 이 문제에 대한 안을 미리 만들었어야 했다고 봅니다. 부산의 경제 발전을 검증도 안 된 가덕도신공항으로 해야하는가, 또 외국 항공사가 취항할지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직 대통령 사면인데 문재인 대통령도 실수를 했죠. 사면을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겠다는 건 사실 하지 않겠다는 거거든요. 저도 과거엔 이 말을 많이 썼습니다만, 국민 공감대처럼 공허한 말이 없어요. 왜냐하면 국민을 이렇게 갈라치기 하는 정치를 해온 정권과 대통령이 국민 공감대를 논할 수 있습니까? 이 문제는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거예요. 여야가 싸웠고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였는데, 어떻게 국민 공감대란 말로 할 수 있겠어요. 거짓말이죠. 

탈원전도 국민 공감대 속에 했다고 하지만 그것도 거짓말이죠. 탈원전공론화위원회라고 자기들이 다 인선해서 토론 몇 번하고 밀어붙인 것 아닙니까? 국민 공감대란 말에 속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문 대통령은 정말 그런 면에서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계속 숨는 정치를 하는구나 싶죠. 윤석열-추미애 대립에서도 문 대통령은 도장만 찍고 숨었죠? 전직 대통령 사면은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본인이 결정해야 될 문제예요.

고종이 옛날에 그랬어요. 고종은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민비가 러시아 끌어들이는 것도 눈치 보고 그러다 아관파천 하잖아요. 고종이 거기서 1년 동안 살았어요. 문재인 대통령도 숨는 정치가 고종과 마찬가지예요. 문빠들 뒤에 숨는 책임지는 통치자가 아니죠. 지도자의 덕목은 책임정치인데 말이에요.

- 사면론에서 그럼 이낙연 대표는 대통령에게 속은 걸까요?

청와대가 벌인 자작극에 완전히 놀아났죠. 지난해에 단독회담을 3번이나 했단 말이에요. 문 대통령과 이야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만무합니다.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당 대표가 그냥 혼자 이야기하는 건 불가능한 거죠. 문 대통령 1월 18일 기자회견을 이 대표가 한 10분밖에 안 봤다는 거 아니에요? 성질이 나서. 광주로 그냥 가버렸잖아요. 완전 뒤통수 맞았죠. 

김영우 전 국회의원(좌)과 김범수 발행인(우)이 대담하고 있다.
김영우 전 국회의원(좌)과 김범수 발행인(우)이 대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눈치보기와 고종의 아관파천

- 윤석열 총장은 대선에 나올 거라고 보십니까? 세간에서는 국민의힘과 손잡을 일은 없지 않느냐, 그럼 제3지대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 심지어 거꾸로 윤 총장이 친문 대선 후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조차 있습니다. 윤 총장이 어쨌든 좌우를 넘어 적폐청산을 한 인물이었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 문제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죠. 문 대통령도 처음부터 대통령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 테니까요. 저쪽 사람들이 막판에 너무 몰린다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윤석열이 만들어질 수 있는 쉬운 카드일까 싶습니다. 

- 서울시장 선거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만일 나경원 후보가 된다면 본인 스탠스와 상관없이 자유한국당 시절 원내대표 이미지로 인해 과거로 회귀한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누가 됐든 야당 후보가 서울시장에 돼야 한다고 봅니다. 되고 난 뒤에는 고민 안 해요. 나경원 후보가 오리지널 태극기 이미지는 아니죠. 다만 태극기를 많이 활용하면서 또 본인이 패하면서 팬덤이 조금 만들어졌죠. 시장은 선출직이면서 행정가예요. 안철수도 좋고 나경원이 되어도 좋고요.

저는 사실 서울시장 선거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번 서울시장은 내년 대선까지 내다보고 갔으면 좋겠어요. 저도 안철수 비판을 많이 했지만 그 비판이 무슨 비리를 저지르고 성추행을 했다거나 돈을 떼먹었다는 그런 차원의 비판은 아니었어요. 안철수의 정치적인 선택이 굉장히 미숙했고 고집을 많이 부렸다는 점에서 비판을 한 것이죠.

국민의힘에 진짜 전략가가 있다면 서로의 명예를 지키면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만들고, 내년 대선은 국민의힘 이름으로가 아니라, 반문 국민연합전선 정도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아니고 국민의힘이 또다시 경제민주화든 뭐든 지금에서 조금 고쳐 어떻게 해보려는 식으로 한다면 안 된다고 봐요. 사람이 그대로인데 무슨 감동이 있고 희망이 있습니까? 

- 보수진영내 강성 태극기 세력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리가 그 사람들을 비판만 하면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목소리와 조직력에서 이 사람들을 버리면 못 이겨요. 제 생각은 국민의힘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고 그 사람들이 큰 힘을 만들어가야 강경보수 태극기 사람들이 따라오지 이 사람들을 끊고 출당시키고 이렇게 하면 분란만 일으킬 뿐이지 절대 이기는 방법이 아니에요. 

- 강경보수의 지지를 받는 홍준표 의원이 복당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홍 의원의 대선 도전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당의 젊은 사람들을 앞세웠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들어오는 걸 막으려면 지는 선거이고요.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전면에 나서고 입당시킨다면 그들이 목소리를 내도 묻히는 거죠. 그런데 큰 흐름을 만들어 놓지도 않은 상태에서 친박도 없애겠다, 극우도 없애겠다 이러면 어떻게 이깁니까. 참 어려운 문제예요. 홍준표 의원은 지금 지지율이 한 5% 정도 나오는 것 같은데 한계를 뛰어넘기 힘들 것 같아요. 

- 수도권 보수와 TK 보수와 괴리가 있지 않습니까? 예전 한나라당 때가 의외로 활력도 있고 다양한 얘기도 많이 나오고 한 것 같은데요. 지금 국민의힘은 그런 면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네, 그때는 남원정도 있었고요. 당은 이념적 스탠스가 넓어야 합니다. 우리 당 안에는 극우도 있어야 하고요. 우리 당 안 극우라고 해봐야 ‘박근혜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 정도인데, 그건 극우라고 볼 수도 없죠. 그런데 그 정도도 포용 못한다? 무조건 나가라? 그건 아니죠. 다만 젊고 괜찮은 주력부대가 나와 줘야 큰 그릇이 되고 홍준표도 껴안을 수 있죠. 누구는 이런 이유로 못 들어오게 하고 누구는 또 다른 이유로 못 들어오게 하고 그럼 되는 일 없는 것이죠. 

지난 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여행 중, 만난 시민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
지난 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여행 중, 만난 시민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

국민의힘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할 점들

- 김 전 의원님은 경기도에서 3선을 하고 경기도당 위원장까지 하셨는데 차기 정치 일정에 경기지사 출마 계획은 없으십니까?

계획이 없습니다. 지금 이 정도의 국민의힘이라면 저를 못 받아들일 거예요. 생각이 너무 다르고요. 물론 저도 정치를 12년이나 했으니까 정치가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렵다는 걸 잘 알지만, 지금의 여야나 정당으로서는 누가 해도 똑같을 수밖에 없다고 봐요.

조선시대 훈구파가 정권을 잡으면 사림파가 대립했지만 뭐가 달라졌어요? 똑같은 성리학 추종자들이 나뉘어 권력투쟁을 했단 말이죠. 지금 여야가 그때와 싱크로율 99.9%예요. 똑같아요. 물론 조광조와 같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은 성리학 신봉자들의 권력투쟁일 뿐이죠. 

국민의힘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으면 민주당보다 뭘 더 잘할 수 있을지를 말이죠. 국민의힘은 지금  ‘여당이 100만원 준다는데, 그럼 재정파탄 나니까 우리는 85만원 주자’ 이러고 있잖아요. 솔직히 똑같이 포퓰리즘인데 상대보다 조금 더 나라 걱정, 미래 걱정을 하는 척하는 것에 불과하죠. 

사실은 어정쩡한 복지전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정부 공무원 적자 내는 공공기관을 전부 구조조정하고 월급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죠. 지금 적자를 그렇게 많이 내면서도 연말에 인센티브를 타 가잖아요. 국가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해서 할 수 없는 건 시장에 맡기고 지금 어려운 극빈층을 훨씬 더 많이 도와주는 것, 이걸 국가가 해야죠.

그건 안하고 무슨 정부가 사사건건 시장에 끼어들어 부동산 정책을 스물네 번이나 내고 있냐 말이죠. 이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에요. 문제는 국민의힘도 비슷하게 가고 있단 말이죠.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기업하는 사람들 위해 규제를 풀어주고,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은 지금보다 스무 배 이상 더 도와줘야 한다는 것,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 3선 하는 동안 뭐하셨습니까? 그런 방향으로 일하지 않으셨나요? 

솔직히 잘 못했습니다. 저도 여당으로 시작해서 청와대 거수기 역할 좀 했고, 청와대가 원하는 것 하려고 몸 날리면서 싸우기도 했고요. 여당 하니까 좋잖아요. 야당 하면서 3선 국방위원장을 하니까 대접 많이 받으니까 그것도 좋았고요. 그렇게 끝났어요.

그런데 이런 정치를 겪고 보니까 국민의힘이 다시 정권 잡아도 똑같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예 다른 생각과 마인드를 가진, 예를 들어 국가의 역할, 어떻게 부국강병을 해야 진정한 보수인지 이런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자식들 군대도 안 보내는 사람들이 다 해먹는 그런 식으로는 안 되죠.

“정치에서 양비론은 안 돼, 더 독하게 했어야…”한탄

- 그런 정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미래의 먹거리, 4차혁명 시대, 이런 것들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잘 못하고 있어요. 자전거만 타고 있어요. 하하. 정치인들이 4차 산업혁명도 그렇고 미래 먹거리 문제에 대해 별 고민이 없는 것은 헛똑똑이들이 많아 그렇습니다. 미국이 어떻고 엘런 머스크가 어떻게 했고 이런 말들을 하는데, 그런 건 그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연구하고 공부해온 기업인들에게 맡기면 돼요. 정치는 기업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게 첫 번째예요.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정부 연구소 출신이 노벨 과학상을 받은 예가 없어요. 다 민간이 한 것이죠. 그걸 할 수 있게끔 규제를 풀어 장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 정치의 역할이지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이 등장해서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고 수석회의에서 일자리를 몇 만 개를 만든다고 하는 건 거짓말에 불과하죠.

국가가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될 일,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히 아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지, 마치 환상을 심어주듯 국민들을 희망고문하면 안 된다고 봐요. 정치가 정직해져야지 절대 헛된 약속을 하면 안 된다고 봐요. 그런데 그런 걸 말하면 정치를 못하죠. 당장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니까. 

-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김 의원님 같은 분이 나서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무책임하게 들리기도 합니다만. 

저는 12년 동안 정치를 한다고 했지만 너무 편하게 해 와서 내공이 아직 약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 이래서 대한민국 정치가 안 좋아졌구나 하고 깨달아요. 국회의원을 장장 3번 했는데 그동안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면 정치에 실패한 것이에요. 정치는 결국 인지도인 것 같아요. 그게 없으면 아무 것도 안 돼요. 효과도 없고, 자기 사람을 만들 수도 없고 말이죠.

조금 오만한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제가 인지도가 조금 있다면 괜찮은 메시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 국민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이고 꽤 매력적인 메시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해도 운이 좋아 이명박 대통령이 한창 잘 나갈 때 공천 받아 당선되고 또 박근혜 대통령 때도 잘 봐줘서 재선했고, 또 경선은 했지만 3선 했고요. 제가 사실 굉장히 편하게 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얼마 전에 김세연, 김용태 전 의원과 함께 만났었습니다. 같이 목소리를 냈어야 했는데 각자도생하다 이 꼴이 됐다는 의견을 나눠봤어요. 그런데 아직도 각자도생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실패했다고 봐요. 이게 원인이자 결과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출마하고 혼자 있어 보니까 정치가 보이더군요. 그러니까 환장하겠는 거예요. 내가 왜 그때 치고 나가지 못했나, 그때 왜 독하게 못했나, 그때 제 스스로에 갇혀 하지 못했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영우는 젠틀하고, 야당 사람도 좋아하는 괜찮은 사람이다 등 너무 그런 점을 의식했어요. 우리나라가 놓인 상황과 처지가 적당히 양비론으로 가서는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걸 몰랐죠. 저는 괜찮은 정치인으로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너무 했던 거예요. 

내가 대장이 되겠다가 아니라 제가 주도해 당내 좋은 흐름을 만들어 놨다면 21대에 불출마하는 일도 없었고, 그게 개혁의 동력이 되어 자동적으로 됐을 수도 있는데, 너무 혼자만 잘하려고 하다 끝났어요. ‘당에는 책임지는 놈도 없고, 이게 한계인가 보다’ 하고 제풀에 그렇게 돼서 소극적인 결단으로 끝난 게 아쉽습니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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