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은 점(占書) 아닌 군주의 리더십에 관한 책”
“주역은 점(占書) 아닌 군주의 리더십에 관한 책”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2.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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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주역' '간신열전' 펴낸 이한우 논어등반학교 교장

월간조선에 ‘시사와 역사로 주역을 읽다 以事讀易’을 연재해온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전 조선일보 문화부장)이 지난해 10월 <이한우의 주역>을 펴냈다. 모두 세 권으로 1636쪽에 달하는 역작(力作)이다. 

이한우 교장은 “주역을 그저 운명을 점치는 ‘점서(占書)’ 정도로 여기는 것은 뿌리 깊은 오해이자 사기”라면서 “주역은 소인(小人)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제왕(帝王)의 일(事)에 관한 책, 공적 영역에서의 현실적인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주역(周易)은 일종의 ‘조직심리학’으로 기업과 공직 등 공적 영역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꼭 참고해야 할 필독서라는 이한우 교장을 <미래한국>이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전 조선일보 문화부장)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전 조선일보 문화부장)

- <이한우의 주역>은 어떤 책입니까? 

어차피 논어를 통해 공자학(유학)을 공부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공자학이라는 게 대표적으로 <시경>, <서경>, <춘추>, <예기> 이런 게 핵심이고 그다음 <논어>가 있죠. 어떻게 보면 이게 다예요.

그런데 우리는 주희(중국 송나라 시대의 유학자)에 의해 왜곡된 엉뚱한 걸 공부하면서 공자를 하고 있다고 말하거든요. 논어를 보면 공자가 제일 하고 싶었던 게 주역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공자는 그 전 부호체계였고 암호화돼 있던 ‘괘’를 현실적인 언어로 번역한 사람인 거죠. 논어를 통해 공자라는 사람을 다시 발견하게 되면서 공자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위선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비판적인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주역도 마찬가지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죠.

주역은 그저 운명을 점치는 ‘점서(占書)’가 아니라 부호체계를 활용해서 인간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특히 조직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아 상황을 풀어놓은 것이죠. 64괘 384효의 상황(situation)에서 대략 이럴 것이다라는 경우의 수에 대한 말을 달아놓은 게 주역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 것엔 관심 없고 주역하면 ‘점을 치는 것’이라고 헛소리들을 하죠. 

공자의 텍스트를 읽어보면 그게 아닙니다. 리더십에 관한 책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왜 이걸 점을 본다, 점을 친다라고 생각하느냐, 그건 주희가 그렇게 만들어버린 겁니다.

주자학을 하는 사람들은 강명한 군주가 나오면 나올수록 자기들한테 불리한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 주희는 군주는 무조건 다 때려 부수는, 무조건 다 나쁜 놈으로 만든 것이죠. 그래서 율곡 이이도 세종에 대한 평가가 아주 박했습니다.

저는 그런 건 아주 저질이고 병든 사상이라고 봅니다. 공자가 의도했던 본래의 것으로 돌아가면 주역도 사실은 강명(剛明)한 군주를 만드는 이론이에요. 그렇게 읽어가면 주역도 처음부터 끝까지 군신관계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 그러니까 주역이란 게 일반적으로 점(占)으로 알고 이해하는 건 완전히 오해라는 말씀이시죠?

전혀 아니죠. 그리고 단순히 리더십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리더가 겪을 수 있는 어떤 상황이나 처지에서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라, 저런 상황에서는 또 어떻게 하라에 관한 겁니다.

예를 들어 어려움이 있어요. 이 어려움도 주역을 보면 둔괘(屯卦) 곤괘(困卦) 건괘(蹇卦)가 있죠. 셋 다 어려움인데 둔괘의 어려움이란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을 뜻해요.

그럴 때는 둔괘의 의미를 음미하라는 겁니다. 자기가 잘못하거나 능력이 부족해서 자초하는 어려움은 곤란인데, 이건 곤괘에 해당하죠. 그다음 건괘라고, 자기 잘못이 아닌 남이나 어떤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 어려움이에요. 이렇게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각각의 해법이 다 다르다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주역을 보고 이 세 개의 의미를 알고 있으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 어려움이 어디서 온 것인지, 나의 잘못인지 아니면 특정한 사람과의 관계나 상황에서 온 것인가를 알 수 있죠. 주역에서는 이런 상황을 판단해서 맞는 태도를 취하라고 합니다. 

주역, 고급화된 처세에 관한 책

- 처세하고 뭐가 다른가요?

고급화된 처세라고 할 수 있겠죠. 단순 처세를 넘어서는 관계나 관계망 속에서 살피는 경륜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논어와의 관계를 보면 논어는 사리, 이치에 관한 것이고 주역은 사세, 일의 형세에 관한 것이에요. 사리에는 맞는데,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사리에는 맞지 않지만 해야 하는 것이 있거든요.

주역은 이쪽에 관한 형세이죠. 예를 들어 아무 여자나 손 잡으면 안 되잖아요? 그게 사리죠. 여자가 물에 빠졌으면 어떻게 합니까? 손을 잡아야 하잖아요? 그럴 때가 되겠죠.

인간사에 이런 비슷한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내가 자신 있게 파악한 것은 주역은 사리 사세라는 거예요. 나이 사십을 불혹(不惑)이라고 하는데, 그건 사리에 밝아 미혹되는 바가 없다는 것, 오십의 지천명(知天命)에서 천명이 바로 사세라는 겁니다. 사세를 보고 받아들일 줄 아는 게 천명이라는 것이죠. 그것에 관한 이론이에요. 그런 점에서 보면 주역은 굉장히 심플합니다. 

- 주역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됩니까?

안 돼요. 그것과 상관없어요. (웃음) 주역은 기본적으로 공적인 영역에 관한 이론이에요. 예를 들어 건괘에서는 용(龍)을 잠룡(潛龍), 현룡(見龍), 약룡(躍龍), 비룡(飛龍), 항룡(亢龍) 등의 시기별로 나눠 설명하고 있어요. 이것은 한 사람의 생애로 볼 수도 있죠.

평민으로 태어나 임금까지 되거나 상왕이 된 사람은 이 괘 여섯 개를 다 겪을 수 있겠죠. 잠룡에 해당하는 농민으로 태어났으니까. 그렇지만 이성계는 여기에는 해당되는 게 아니거든요. 이것을 가지고 점을 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은 미친 소립니다. 

- 현대사회에서도 의미가 있겠네요. 우리는 주역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주역을 공부하면 일단 공인을 보는 눈, 공직자를 보는 눈을 갖출 수 있겠죠. 내가 월간조선에 1년 연재했어요. (하하) 점이 아니라 조국 전 장관, 추미애 전 장관이 어디에 해당되는지 다 소개했어요.

이렇게 하면 주역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것은 철저하게 공적인 영역이에요. 기업도 됩니다. 기업 자체만 보면 공적인 영역이죠. 주역에서는 완급 조절을 말합니다.

우리가 사실 인생을 살면서 그런 것을 배울 기회가 없죠. 젊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서두르고, 나이 든 사람은 젊은 사람들을 끌어주려 하지 않고 자꾸 제압하려고 하고요. 이런 문제들이 주역에 다 나와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 화합할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다, 일종의 매트릭스 이론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주역을 이상적으로 정확하게 공부를 했다고 한다면,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그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요. 

- 주역 공부를 하셨으니, 말씀하신 각각 상황에 대처를 잘 하시겠습니다.

공부를 더 해야죠. 이제 하나 하나 마친 것에 불과해요. 괘가 서로 교차해서 어려움에도 유형이 다르고 해결 방식도 다 다르기 때문에요. 쾌한 방식으로 해결되는 것도 있고, 일이 순차적으로 해결될 때도 있고 말이죠. 응용하면 현대사회에서 얼마든지 쓸 수 있어요.

- 주역을 읽으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까?

성공까지는 몰라도 실패는 안 할 겁니다. 자동차에는 엑셀레이터가 있고 브레이크가 있죠. 이 차를 200킬로까지 밟습니다. 그런데 브레이크는 30킬로밖에 안 들어요. 그럼 이 차는 30킬로밖에 안 되는 차예요.

그 이상 넘어가면 사람이 죽겠죠. 부지례자(不知禮無以立也. 부지례무이립야 註釋. 예를 모르면 입신할 수 없다)라고, 예를 모르면 죽는 것이죠. 사리에 맞지 않으면 남이 자기를 죽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죽는 거예요. 자살하고 죽고 감옥 간 정치인들 생각해 보세요. 전부 교만하고 예를 몰라서 그렇게 된 거예요.

재주가 있다면 브레이크 성능을 높여주는 것, 이게 주역이라고 보면 됩니다. 엔진을 개선시켜주지는 못하지만 그것보다 브레이크를 강화시켜 안전성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요. 재주가 있어 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야죠. 그게 불일치되면 조국 전 장관처럼 되는 것이고요.

재주는 갖고 태어났는데 브레이크가 없어 이리 받고 저리 받고 하다 가족과 함께 엉망이 되고 있잖아요. 우리가 그 모습을 현재 보고 있어요. 어쨌든 저는 이미 1년 반 전에 일찍 예견했다는 것,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에 관해 제가 쓴 것 한번 읽어보세요. (하하)

1월 30일 서울숲양현재에서 '고전의 바다에서 지혜 낚는 법' 강의를 하는 이한우 교장의 모습.
1월 30일 서울숲양현재에서 '고전의 바다에서 지혜 낚는 법' 강의를 하는 이한우 교장의 모습.

주역으로 보는 여야 정치

- 주역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데 사실 주역을 동원할 수는 없죠. 다만 결국 주역의 리더십은 강(剛)과 명(明)인데, 문 대통령이 강명(剛明)한 군주는 아니란 것이죠. 문 대통령은 일에 어둡고 사람에 어둡고 편파적이어서 온갖 구설에 올라 있는, 사익을 추구하는 무리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꼭 주역이 아니더라도 논어만 공부해도 그런 점은 보입니다. 

- 야당이 주역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라면요 ?

야당은 너무 음유하죠. 야당도 사실 강과 명을 회복해야죠. 굳세야 하고 사리에 밝아야 하고요. 결국은 여든 야든 강명을 회복하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야당이 강과 명을 잘 살린다면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야당도 자기 이익 앞에서는 거꾸러지는구나 한다면 여당이 아무리 국정 운영을 망쳐도 야당이 지지를 얻는 데 한계가 있죠.

- 영문학(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졸업)을 공부하셨는데 어쩌다 동양 고전에 꽂히셨습니까?

말하자면 이승만 대통령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예요. ‘이승만과 나라 세우기’ 연재를 조선일보에 하기 시작했어요. 연재하면서 이승만의 사상적 뿌리가 뭐냐 하는 것에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죠. 연재를 끝내고 나서 책을 냈는데 그 서문에 적혀 있어요.

이승만의 서양적 면모는 알겠는데 동양적 면모를 모른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알고 있는 동양철학적인 뭔가는 아닌 것 같고 그 이상의 것이 있을 것이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죠.

기자 생활을 하다가 2000년 독일 연수를 가게 되었습니다. 독일에 갈 때는 상당히 기대가 컸습니다. ‘아 드디어 내가 사상의 나라인 독일에 가는구나’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독일에 가서 보니까 사상의 나라가 아니라 한번 더 생각하는 ‘기본’의 나라였습니다. 기본이 지켜지는 나라라는 의미예요. 독일 1년 연수를 끝내고 내 머리를 지배한 것은 ‘왜 우리는 기본이 없는 사회인가?’ 하는 것이었어요. 이것이 저의 화두였어요.

그러다 조선왕조실록을 7년 걸쳐 읽었고 출판사와 연결이 되어 태종, 세종, 성종, 선조, 숙종, 정조를 골라 6권으로 출판도 했고요. 그러다 논어까지 오게 된 겁니다.

실록을 보면 사람을 보는 눈을 논어를 통해 길렀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놀랐죠. ‘논어가 그런 책인가?’ 그러다 우리가 논어에 대해 잘 모른다, 잘못 읽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 현대인들이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요?

논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직에서 살아가는 일종의 조직심리학 이야기예요. 리더의 입장에서는 리더십의 문제고 팔로우 입장에서는 리더와의 관계 설정 문제죠. 이걸 개인심신수양서로 이해하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논어에 무우불여기자(無友不如己者) 라고 있어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은 가까이 하지 마라, 벗 삼지 말라는 뜻입니다. 개인 영역에서 말을 이렇게 하면 한마디로 나쁜 놈이죠. 오히려 도와줘야 할 판에 말이에요. 그러니 무슨 뜻이겠습니까?

조직 안에서는 보고 배울 게 없는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말이에요. 논어 구석구석을 보면 공과 사에서 사가 아닌 공의 영역에 집어넣으면 다 해결될 문제들을 모호하게 해놓아 무슨 뜻인지를 놓고 잘못된 해석들을 합니다.

논어를 가르치는 대학 교수라는 사람들은 조직이 뭔지 모르고, 그런 문제의식 자체가 없어요. 그러니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는 거죠. 말씀드렸지만 논어를 심신 수련서 정도로 잘못 인식되도록 만들어 놓은 사람은 주희예요. 

- 논어등반학교 교장으로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논어, 주역을 강의하시는 것인가요?

송나라 진덕수(眞德秀)의 <대학연의(大學衍義)>, <주역(周易>도 강의하고 있지만, 논어가 우선이에요. 논어 학교를 안 하면, 실제 제가 하는 식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주역을 읽을 수 없어요. 반대로 말하면 논어 읽기가 제대로 됐다는 뜻이죠. 같이 읽으면 다 이해가 돼요. 본의 아니게 코스가 된 거예요.

주역을 공부하고 싶으면 무조건 논어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논어를 하면 다 알아듣는다는 거죠. 매주 화요일 저녁은 최인아책방(광고회사 제일기획 카피라이터이자 부사장 출신인 최인아 대표가 운영하는 독립서점)에서 <논어>를 강의하고, 수요일 저녁은 <주역>, 토요일 오전엔 <대학연의> 본문 강독 이렇게 하고 있어요.

조선일보 논설위원·문화부장 등을 지낸 이한우 교장은 2012년 <논어로 논어를 풀다> 이래 동양고전을 번역하면서 그 속에 담긴 리더십을 탐구하는 작업을 해왔다. 2016년 퇴사한 후에는 논어등반학교를 설립, <논어> <대학연의> <주역> 등을 강의하고 있다. 2021년 가을에는 서울숲양현재(원장 권혜진 박사: 리더십 양성을 위한 인문학 교육 아카데미)에서 <이한우의 주역리더십>을 강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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