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리뷰] 양육비 이행은 아동의 생존과 미래가 달린 일
[입법리뷰] 양육비 이행은 아동의 생존과 미래가 달린 일
  • 전주혜 국민의힘 국회의원
  • 승인 2021.02.19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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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금지, 명단 공개, 형사 처벌 시행으로 양육비 이행 높아지길 기대

작년 12월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양육비 이행 강화법(‘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위원회 대안’)이 통과됐다. 양육비 미지급 채무자에 대한 출국 금지, 명단 공개, 형사 처벌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었다.

양육비 이행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한 시민단체가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국회 앞에서 벌였다. /연합
양육비 이행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한 시민단체가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국회 앞에서 벌였다. /연합

그날 본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공수처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양육비 이행 강화법’이 상정되어 통과하는 순간만큼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이번 21대 국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 양육비 해결을 위해 현장에서 뛰는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단체와 인연을 맺어 왔다. 변호사 시절 ‘배드파더스 명예훼손 사건 법률 지원’을 한 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개원 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 양육비해결총연합회’와 다시 만났다. 지난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실질적인 효력을 얻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였고, 이번에는 개원 초부터 ‘양육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보겠다는 관계자들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 이후 21대 국회 양육비 1호 법안을 대표발의하게 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여야 관계없이 여러 의원들이 ‘양육비 이행 강화법’을 발의하면서 국회에서의 법안 논의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국민의힘 차원에서도 많은 노력이 있었다. 국민의힘 저출생대책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양육비 이행 강화법’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특위의 주요 법안으로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양육비 이행강화를 위한 개선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양육비해결총연합회·배드파더스·여성가족부·양육비이행관리원 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행 강화 필요성을 함께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법이 있어도 실제로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기까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많은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이혼 후 10년간 홀로 아들 둘을 양육한 한 방송인은 전 남편으로부터 한번도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다. 2015년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출범하자마자 양육비 이행 명령 소송을 제기해 이행 판결을 받았지만, 해외로 출국해버린 남편의 행방과 소득은 파악조차 불가능했고, 이행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법원의 감치 명령에도 해외 체류 중인 남편을 구인할 수 없어 집행 유효기간이 지나버려 기각되고 말았다.


또 대학병원 간호사였던 한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첫돌 무렵 떠나 한 번도 아이를 찾지도, 매달 60만 원의 양육비 지급 명령도 이행하지 않았다. 엄마는 유명 카드사의 TV 광고 모델로 등장했고, 이를 본 양육자의 카드사 민원 제기로 결국 광고물 집행 중지가 결정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TV 속 엄마는 신상 공개를 사유로 양육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2020년 7월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양육비 이행 강화 개선 방안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2020년 7월 2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양육비 이행 강화 개선 방안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양육비 이행은 국가의 책무

양육비 이행법이 있어도 양육비 지급을 통해 미성년 자녀를 책임지지 않는 비양육자들은 어떻게든 법망을 피해갔다.


호주, 프랑스, 독일 등 OECD 주요국은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형사법’에 근거하여 중범죄로 다루고 있다. 특히 미국의 모든 주는 양육비 지급 불이행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을 두고 있고 몬태나주는 10년형과 5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아이다호주는 최장 14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 또한 국가가 지급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고용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양육비 채무를 우선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양육비 이행 강화법이 통과되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양육비를 지급할 경제적 능력이 되는데도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자들에게 기존에 통과된 운전면허 정지를 비롯해 출국 금지, 명단 공개, 형사 처벌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기본권 침해가 아닌 양육비 지급 불이행을 막는 최소한의 법적 제재이자 가장 실효성 있는 방책이 되리라 기대한다.


양육비 이행 강화법이 통과되기까지 언론과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발로 뛰었던 현장 관계자들의 노력이 잊혀지지 않는다. 양육비 이행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생존이 달린 일이다. 국가는 양육비 미이행을 단순한 사인 간의 채권·채무로만 볼 것이 아니라 부양 의무에 대한 직무 유기를 보다 엄중히 다루고 빈곤과 경제적 곤란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다하는 일이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과 자녀를 양육하며 책임을 다하는 양육부모가 다 함께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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