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은 '신중하게'
[전문가진단]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은 '신중하게'
  • 이지은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21.07.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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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합리성, 평등과 공정의 균형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최근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촉구를 위한 국민청원이 10만을 넘기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가 있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2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작년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차별금지법안에 이어 올해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이 발의되어 있다. 이러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과 관련된 논의와 주요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헌법 전문에서 선언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한다”는 기회균등원칙과 모든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모든 기본권 보장의 이념적 기초로 규정한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고 규정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 즉 ‘법 앞의 평등’이라는 일반적 평등권을 전 영역에서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즉, 차별금지법은 계약자유 및 사적자치가 우선하는 사적 영역에 대해 국가와 국민간 적용되던 헌법상 평등원칙을 일반 국민 간의 사적 분야(고용관계의 형성, 재화 및 용역의 제공, 교육 등)까지 폭넓게 직접 적용하고자 함에 있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차별금지사유인 성별, 장애, 연령 등에 따른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개별 법률이 다수 있다. 성별과 관련해서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경력단절여성법) 등이 있다. 

장애와 관련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에관한법’(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장애인등편의법), ‘장애인복지법’ 등이 있다. 

또한, 연령과 관련해서는 ‘고용상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법률'(고령자고용법), 국적과 관련해서는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외국인고용법),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외국인처우법), 근로형태에 관련해서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있다. 

이외에 성적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한 법률로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군형집행법)이 있다. 

한편 차별 영역으로서 경제와 관련해서는 ‘근로기준법’ 등이 있으며, 문화와 관련해서는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문화다양성법), 교육기본법 등이, 의료와 관련해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이즈예방법)이, 행형과 관련해서는 형집행법, 군형집행법이 있다. 

위의 법률은 각 영역에서 실제 문제되었던 차별사유와 차별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구제조치와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즉, 우리 현행법체계는 차별영역과 차별사유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고려해 각 해당 법률에서 차별금지사유의 중요도에 따라 금지행위 및 구제수단의 유형을 달리해 규제한다.

이러한 개별적 규제체계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라는 평등의 원리에 따라 더 부합한다는 주장(음선필,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입법 평가 - 헌법의 관점에서)도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동성애를 비판하면 오히려 처벌받게 되는 역차별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동성애를 비판하면 오히려 처벌받게 되는 역차별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에 담긴 다양한 역차별 요소들

우리나라에서 차별구제의 기본법으로 기능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고용, 재화·용역·교통수단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훈련에서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이 조사와 권고 수준에 불과해 구제에 한계가 있고, 간접차별, 괴롭힘, 광고에 의한 차별 등 다양한 차별 행위는 포함하지 않고 있어, 생활 속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데 제한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따라, 정의당의 차별금지법안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상 차별금지사유를 기본으로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 등으로 구체화하여 차별의 의미와 판단기준을 규정했다(안 제3조제1항제1호).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고용, 재화ㆍ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에서 분리ㆍ구별ㆍ제한ㆍ배제ㆍ거부 등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로 금지한다(안 제3조제1항제1호). 

직접차별 뿐만 아니라 간접차별,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 및 집단에 대하여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및 차별의 표시ㆍ조장 광고 행위를 차별로 금지(안 제3조제1항제2호부터 제5호까지)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진정 및 시정권고, 시정권고 불이행시 3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 부과(차별금지법안 제41조 내지 제44조), 국가인권위원회의 소송지원(제49조), 법원의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및 손해배상판결(제50조), 악의적 차별행위시 손해액의 2배-5배 사이의 배상(제51조) 등의 강화된 구제수단을 규정했고, 입증책임을 전환하여 차별행위 피해자의 상대방에게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제52조). 

민주당의 평등법안에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든 영역에서도 동법을 적용하도록 했다.(안 제8조) 형사처벌 조항을 넣는 대신 이 법에 의해 금지된 차별에 관하여 법원이 임시조치 및 적극적 차별시정조치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안 제35조) 손해액 추정 규정과 악의적 차별(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차별피해의 내용 및 규모 고려)로 발생한 손해의 경우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안 제36조),

분쟁해결에 있어서 분리ㆍ구별ㆍ제한ㆍ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차별 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차별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이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규정을 뒀다(안 제37조). 다만, 악의적 차별에 대한 형사처벌은 죄형 법정주의상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차후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형사처벌) 입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러한 차별금지법 및 평등법안의 제정으로 외국의 입법과 사례들을 들어 정신적 괴롭힘의 차별에 대한 시정 명령, 손해배상 위협으로 젠더 퀴어(gender queer)의 성행위에 대한 반대를 위축시킨 후, 동성혼의 찬반 논쟁에서 우위를 점한 후 동성혼 수용해 동성간 성행위에 대한 법정책(군형법, 성교육·인권교육)을 변경할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계약 체결(고용 계약, 서비스 제공 물품 제공 계약 등) 여부의 결정의 자유가 각종 소송과 인권위 결정으로 제약되고, 혐오표현을 형사 범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21대 국회에서는포괄적 파별금지법과 관련된 2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사진은 정의당의 차별금지법 관련 기자회견./연합
21대 국회에서는포괄적 파별금지법과 관련된 2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사진은 정의당의 차별금지법 관련 기자회견./연합

‘차별 합리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

다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교회의 설교과정에서 ‘성경에 따르면 동성애가 금지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말하는 것은 차별금지의 영역에 해당되지도 않고 그것이 “괴롭힘(평등법시안은 이를 적대적·모욕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행위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경우’로 규정한다.(제2조 제7호)

차별금지법안은 여기에 요건을 하나 더 추가하여 그 고통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제3조 제1항 제4호)라고 한다.)”의 수준에 이르지 않는 한 다양한 성경해석의 문제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누가 봐도 명백하게 잘못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적용 대상도 아니란 것이다. 

마찬가지로 법적 성별이 남자인 사람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겠다는 것을 막는 것은 현재 수준의 사회통념에 비춰 볼 때 그러해야 한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굳이 차별로 금지할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회사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한다면 이는 그의 직업의 자유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판단되어야 하며 해고조치는 차별금지법상 위법한 차별이라고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규정한 차별금지사유에는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을 이미 포함하고 있고,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다른 차별과 같은 방식으로 조사와 구제를 하고 있으므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이유가 차별 금지 항목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은 다소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그런데,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로 열거한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상담 접수된 사건 현황(2001년부터 2019년)을 차별사유별로 정리한 인권위 통계 자료에 의하더라도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사건은 미미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가장 많은 차별사유로 상담 접수된 사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규율대상인 장애와 관련된 사항으로 11,670건, 남녀고용평등법의 규율대상인 성별에 따른 차별사유(성별, 혼인여부, 임신·출산 등 포함)가 2,196건이고, 연령차별금지법의 규율대상인 나이에 의한 차별은 2,119건, 그 외에 사회적 신분에 관한 사항은 2,883건, 성희롱 관련 9,050건, 병력 관련 967건, 출신국가 관련 790건, 용모·신체조건 관련 495건, 전과 관련 434건, 학벌이나 학력 관련 398건, 가족상황 관련 257건, 출신지역 관련 220건 등이다.

대부분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하는 영역인 고용 등에 있어서 장애나 남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 성희롱, 나이에 의한 차별이 문제되었다. 

그 외에 사회적 신분이나 학력, 지역적 차별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없는 영역에서도 차별이 발생하기는 했으나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나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등은 유의미한 정도의 통계자료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나름 각 정부 소관 부서별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위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총괄하여 현존하는 차별의 정도나 원인과 상관없이 그저 23개 차별금지대상을 구별하지 않고 국가인권위원회 주도로 실행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경우, 현존하는 차별구제법제와 구제수단과의 정합성, 국가인권위원회의 중복규제 문제는 피할 수 없어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구체적인 개별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차별에 대해 실효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헌법상 기본권이 서로 충돌하고 사인간에 적용되는 상황에서 입법적 수단을 도입해 조율하는 경우 기본권마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형량하여 조화를 모색하는 방법(실제적 조화의 원칙)이 타당하다. 

실제적 조화의 구체적 방법으로는 충돌하는 기본권을 각각 제한하면서 양립을 모색하는 비례의 원칙과 양립이 불가능할 경우 제3안의 대안을 통해 조화를 모색하는 대안식 해결 방법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원칙상 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차별당사자 뿐만 아니라 기본 개별적 차별금지법 유관기관, 종교단체 및 기업 등 규제 수범자 등을 포함해 보다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고 “차별의 합리성”에 대한 기준 도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합리적 차별과 평등, 공정이란 키워드가 공존 가능한 지점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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