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의 오해와 진실
토지공개념의 오해와 진실
  • 정수현 제주대 경제학 교수
  • 승인 2021.12.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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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 한선재단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토지공개념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헨리조지스트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헨리 조지가 주장한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헨리 조지는 ‘물질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왜 빈곤은 사라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과도한 세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전혀 다른 형태로 읽히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1879년 '진보와 빈곤'이라는 책에서 최초로 언급한 헨리 조지.
토지공개념을 1879년 '진보와 빈곤'이라는 책에서 최초로 언급한 헨리 조지.

헨리 조지는 토지를 가진 자를 미워했으나 사회주의자라고 볼 수는 없다. 헨리 조지는 ‘경제 불황이 오면 노동자는 굶고 자본은 감가상각되어 가치가 줄어드나 토지는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헨리 조지의 관점에서 보면 노동자는 빈곤의 중심에 있고 자본은 해가 갈수록 감가상각되어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본가도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피해자라는 것이다.

부를 생산하는 주체는 노동자와 자본가였기 때문에 이들이 생산하고 소비를 하기 위한 소득을 낮추면 안 된다고 했다. 세금을 증가시키면 필연적으로 소비자에게 세금이 전가되고 생산비가 올라가며 결국 공급까지 억제시키기 때문에 과도한 세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당시 헨리 조지가 토지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토지단일세를 주장한 것은 봉건시대를 마무리하고 자본주의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노력 없이 땅을 얻은 귀족영주와 대지주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한국의 헨리조지스트

신의 소유였던 땅을 영주가 갖게 되었고 결국 농노는 도시빈민이 되었다. 헨리 조지는 노력 없이 땅을 얻은 봉건영주를 비판했다. 노력 없이 얻은 귀족영주 대지주의 땅을 다시 국가 소유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농민과 자본가에게는 세금을 면제하여 부를 창출하게 하고 세금은 봉건영주와 지주에게 걷자는 것이다.

헨리 조지 이론은 처음에 설정한 가정이 만족되어야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다. 한국의 헨리조지스트들은 헨리 조지의 결론만으로 ‘국가가 세금으로 지대를 걷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헨리 조지의 토지단일세는 토지가치에 대한 세금 이외에 다른 모든 세금의 폐지를 전제로 한다. 즉 소비세, 법인세 등과 같은 세금을 폐지해야 그의 이론이 성립하는 것이다.

세금의 부과는 부의 감소를 가져오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가중되는 세금은 빈곤을 야기한다. 그러나 한국의 조지스트들은 다른 세금은 그대로 둔 채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보유세를 더 높이고자 한다.

심지어 일부 국민들에게만 부과했던 종부세를 국토보유세라는 이름으로 전체 국민이 부담하자고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국토보유세 외의 다른 세금을 없애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헨리 조지의 논리 흐름은 다음과 같다. 노동과 자본에 부과되는 세금은 부의 감소를 유발하기 때문에 죄악이다. 부의 생산을 위해 다른 세금들은 철폐하고 토지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토지단일세를 매겨야 한다.

또한 헨리 조지는 토지개발행위에 세금을 매기면 개발이 되지 않아 부의 생산을 막는다고 함으로써 부를 창출하는 토지 개발행위를 옹호했다. 노는 토지에 세금을 물려 토지 이용을 증가시키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헨리조지스트들은 토지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토지단일세는 주장하지 않고 토지세를 강화하는 국토보유세를 주장한다. 이는 세금 위의 세금이다.

토지 세분화는 헨리 조지의 대안이 아니다. 개인소유토지 한도를 제한하는 것은 불공정을 강화시킨다. 헨리 조지는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토지 한도를 법으로 정하는 것이 기존의 불공정한 제도를 강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국토보유세를 걷어 1/N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정책은 평등한 분배가 아니다.

개인의 능력과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액수로 소득을 분배하면 근로의욕이 저하된다. 동일액수 배분이 아닌 기여한 만큼 분배해야 한다. 헨리 조지는 각 개인의 근면, 기술, 지식, 근검절약의 정도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헨리 조지가 생존했던 시대에는 현재와 같은 국가사회주의 행태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토지의 국가 소유를 답으로 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 홍콩, 베트남은 토지를 국가 소유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투기가 발생하고 있고 시장 안정화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가에서 공급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심한 경기 변동을 겪고 있다. 헨리 조지는 1800년대 책을 집필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헨리 조지 시대의 기준에 매몰되면 안 된다. 자본주의적 사고를 해야 한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은 건보료, 재산세 등과 연동되면서 이른바 세금 폭탄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은 건보료, 재산세 등과 연동되면서 이른바 세금 폭탄으로 변하고 있다.

공시가격을 믿을 수 있는가

정부는 2019년 공시지가를 일방적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공시지가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 2018년 기획재정부 행정규칙이 총사업비 관리지침이 개정되었다.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 금액이 표본가격조사금액보다 10% 이상 초과되면 반드시 보상평가 검토를 받아야 한다.

타당성 조사를 받게 되면 평가사가 아닌 사람들로부터 판단을 받아 견책을 받거나 자격이 정지될 수도 있다. 함부로 얘기했다가 징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감정평가사들은 중립성을 중요하게 여길 수 없게 되었다.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도록 법제화되었다.

정부는 적지 않은 국민들이 공시가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답해야 한다. 공시가격 결정 권한이 분산되어야 하고 모든 절차의 분절화가 필요하다. 단일시스템과 일원화는 은폐도 손쉽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명성과 중립성, 전문성이 필요하다. 의회에 모든 것을 보고하고 일반 시민에게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무엇을 보고하고 무엇을 공개할 것인가에 대해 분야별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전문성이 없고 중립성이 부족하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면 공시가격 산정의 실거래가격이 정상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이를 투명성 있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결국 토지소유자와 납세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시민사회단체의 견제와 감시가 필요한 이유이다.

한국 헨리조지스트들의 토지공개념은 빈곤한 자를 더 빈곤하게 만든다.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장치는 부정확성, 시가와의 괴리성, 불투명성 등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매년 재산세를 올리고 있다.

공시가격은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 반대이다. 그 예로 한 개의 건물에 있는 여러 세대들의 전년도 대비 금년 공시가격 상승률이 집집마다 다르다. 시장 가격 변화가 한 개의 건물 내에서 다르게 나타날 수 없다.

이는 공시가격이 정확하게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허위신고, 오류 실거래가가 공시가격에 번듯하게 사용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공시 참고가격’까지 제시하고 있다.

공시가격의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구상하고 있는 국토보유세는 불가능하다. 재산세는 토지분 재산세와 건물분 재산세가 있었다. 그러나 2006년 토지와 건물을 일괄평가해 주택에 대한 세금만 내도록 했다.

그래서 주택 공시가격 제도가 생겼다. 국토보유세는 토지분과 건물분으로 나뉘어 있지 않은 재산세를 다시 옛날처럼 나누자는 것이다. 토지분과 건물분을 나누고 토지분 재산세를 빼고 국토보유세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세금이 너무 복잡하다. 제도가 복잡하면 조세저항이 차단된다. 제도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저항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헨리 조지가 말한 투기는 농사를 짓거나 토지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봉건귀족 일부에 대한 얘기이다.

자경농민이 농지를 사는 것은 투기로 보지 않았다. 한국의 투기는 ‘실수요자의 주택구매’가 아니라 부동산시장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한 불법거래 때문이다. 또한 뒷사람이 줄을 서게 되는 주택공급 부족 때문이다. 투기는 부동산 보유세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 정부의 ‘투기’ 개념은 주택실수요자의 ‘투자’를 오인한 개념이다. 부동산이 불로소득이면 주식도 불로소득이다. 부동산시장 투명성 강화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 모든 실거래 가격은 온라인에서 전면 공개되어야 하며 입증 및 조정된 실거래가격도 같이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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