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지방자치법 개정, 주민이 원하는 지방조례 만든다
[심층분석] 지방자치법 개정, 주민이 원하는 지방조례 만든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12.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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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지방자치선거가 3개월이라는 짧은 간격으로 치러진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 지방자치 이슈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차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시행되는 주민조례청구는 그 핵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제정 32년만인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정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방자치법 제정 32년만인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정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2021년 10월 19일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 법은 2022년 1월 13일부터 시행된다. 2022년부터 18세 이상의 주민들은 연서(連署)로 해당 지방의회에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 또는 폐지할 것을 청구’(이하 주민조례청구)할 수 있다.

주민조례청구제도는 지방자치 행정에 대한 지역주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1999년 8월 31일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엄격한 청구요건과 복잡한 절차 등으로 활용실적이 저조해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주민조례청구제도를 보다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주민주권을 강화하고자 독립된 개별법의 제정을 추진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법령의 범위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에 대해 조례 또는 규칙 등 자치법규를 제정할 수 있다.

조례안 발의 주체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지방의회의원이 다수이고 주민들의 청구에 의한 조례안은 많지 않았다. 주민조례청구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주민들의 입법요구를 총족시키지 못하거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 지방행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직접민주제를 가미한 것이다.

헌법은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인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지방행정을 운영하는 대표민주제 내지 간접민주제 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대표기관에 의한 지방행정의 운영이 때때로 주민의 의사나 복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경우 대표민주제에 대한 예외로서 주민에게 직접 자기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민의에 반하는 지방행정을 바로잡고 대표민주제에 동반되는 폐해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민조례청구제도는 해외 주요국에서 실시하는 발안(initiative)제도의 일환이다. 발안은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실시할 수 있으며 전자는 국민발안으로 후자는 주민발안이라고 부른다.

국가별로 실시하는 제도의 특징은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는 국민이나 주민들이 특정 정책의 제안이나 법령 개정 등을 위해 특정한 수의 지지 서명을 모집하는 등의 집단행동을 통해 새로운 정책이나 입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주민조례발안, 핵심은?

2021년 10월 제정된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은 2021년 1월 12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주민조례청구제도를 독립된 법체계로 운영하기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나서 후속으로 추진되었다. 이번에 제정된 법률을 이전과 비교해서 유사 및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이전과 비교해서 주민조례청구의 대상과 제외 규정은 같다. 주민들이 청구하는 조례의 경우도 법령에서 정한 자치사무 범위 내에서 가능하지만 청구가 되지 않는 금지사항이 있다.

이 법에 따른 주민조례청구의 제외 대상은 ① 법령을 위반하는 사항, ② 지방세·사용료·수수료·부담금의 부과·징수 또는 감면 관련 사항, ③ 행정기구를 설치하거나 변경하는 사항, ④ 공공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사항이 해당된다(동법 제4조). 반면, 이번 법률 제정에 따라 현행과 달리 변경된 제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조례청구의 청구자 요건이 완화되었다. 그동안 선거권 기준 연령과 동일하게 주민조례청구도 19세 이상의 주민을 청구권자로 정했다. 그러나 2020년 1월 14일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 연령이 19세에서 18세로 낮춰짐에 따라 주민조례청구의 청구자 연령도 18세로 낮췄다.

둘째, 그동안 지속적으로 지적받아온 주민 서명수의 요건을 인구규모별로 세분화하고 완화시켰다. 기존 제도의 서명요건은 광역-기초 2단계로 구분해 정했다. 그러나 법 제정을 통해 인구규모별 6단계로 세분화해 서명요건을 완화하고 법률에는 상한만 규정했다.

앞으로 적용될 주민조례청구를 위한 주민 서명수는 ① 특별시, 인구 800만 이상 광역시·도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18세 이상 주민인 청구권자 총수의 1/200 이하, ② 인구 800만 미만 광역시·도,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및 인구 100만 이상의 시는 1/150 이하,

③ 인구 50만~100만 시·군·자치구의 경우는 1/100 이하, ④ 인구 10만~50만 시·군·자치구의 경우 1/70 이하, ⑤ 인구 5만~10만 시·군·자치구의 경우는 1/50 이하, ⑥ 인구 5만 미만의 시·군·자치구의 경우 1/20 이하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청구권자 수 이상이 연대 서명하도록 하였다(동법 제5조 제1항).

그리고 청구권자 총수는 전년도 12월 31일 현재의 주민등록표 및 외국인등록표에 따라 산정하며(동법 제5조 제2항), 지방자치단체장은 매년 1월 10일까지 제2항에 따라 산정한 청구권자 총수를 공표해야 한다(동법 제5조 제3항).

셋째, 주민조례의 청구절차 간소화 및 지원제도 강화이다. 그동안 청구자가 지방자치단체장에 제출해 조례규칙심의회 등 절차를 거쳐 지방의회에 제출되었던 조례안을 지방의회에 직접 제출토록 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시켰다.

내년부터는 청구권자가 주민조례청구를 하려면 대표자를 선정하고, 선정된 대표자는 주민조례청구의 취지·이유 등을 담은 청구서와 주민청구조례안을 첨부하여 지방의회의 의장에게 대표자 증명서 발급을 신청해야 한다(동법 제6조 제1항).

이와 더불어 주민의 조례안 청구 제출의 어려움을 줄이고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조례청구권 행사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였다. 특히, 전자적 방식을 통하여 주민조례청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보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고, 이에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였다(동법 제3조 제2항).

넷째, 주민이 청구한 조례안에 대한 이행력을 강화시켰다. 그동안 주민청구조례안에 대한 지방의회의 심의 및 의결 기간에 관한 규정은 없었고 해당 조례안은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발의안과 같이 의원의 임기만료시 자동폐기되었다.

그러나 이번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에서는 지방의회에 수리된 주민청구조례안에 대하여 지방의회가 1년 이내 심의·의결을 하도록 의무화(필요시 1년 연장 가능)하였다(동법 제13조 제1항). 이와 더불어 주민이 청구한 조례안의 경우 지방의원의 임기만료 시 자동폐기되지 않고 차기 지방의회에 한하여 계속 심사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동법 제13조 제3항).

남은 문제점

지방자치단체별 자치법규 정비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은 2022년 1월 13일자로 시행되는데 이 법에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위임했다. 이에 따라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들은 법에서 위임한 사항 등을 담은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은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라 ‘주민의 조례 제정 및 개폐 청구에 관한 조례’, ‘조례제정ㆍ개폐청구 주민수에 관한 조례’ 등을 제정해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기존 조례들은 폐지하고 새로운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또한 구체적인 주민청구조례안에 대한 심사절차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지방의회 회의규칙’ 개정도 필요하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데 참조할 수 있도록 표준조례안(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조례안)을 제공하였다.

해당 표준조례안에서 조례 제정의 목적(안 제1조), 주민의 조례청구권 보장을 위한 책무(안 제2조), 주민조례청구권자의 수(안 제3조), 조례의 각종 서식(안 제4조∼제7조, 제10조), 청구인명부의 내용 공표 및 열람, 공표 방법(안 제8조, 제9조), 청구인명부의 이의신청 절차(안 제10조), 서명 확인 사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단체장의 협조(안 제12조) 등으로 구성되었다.

현재 기준(2021.12.07.)으로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와 자치법규정보시스템(elis.go.kr) 검색에서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지역은 아직까지 없었다.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조례안’을 지방의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이후 주민들을 대상으로 ‘입법예고’를 실시하는 지역은 28개 기초자치단체가 있다.

2022년 1월 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주민조례청구제도가 실제 지역에서 활용되기 위해 지방의회에서는 서둘러 관련 조례들을 제·개정하여 입법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방의회 심의·의결 원칙 준수

지방의회에서는 내년부터 변경되어 시행되는 주민청구조례안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주민청구조례안의 경우 지방의회에서는 1년 이내 심의·의결 의무기간을 준수하고 가능한 당해 임기 내에 처리를 완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주민청구조례안이 수리된 날부터 1년 이내에 해당 조례안을 의결해야 하고, 본회의 의결로 1년 이내의 범위에서 한 차례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지방의회에서 주민청구조례안에 대한 심의·의결기간은 최장 2년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특별한 국가 및 지역위기 상황이 아니면 주민청구조례안의 경우 1년 이내 처리의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에서 주민청구조례안에 대해 ‘예외적 회기계속 원칙’을 뒀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과 지방자치법에서는 임기종료에 따른 의안 자동폐기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임기종료에 따라 새로이 의회를 구성하면 종전 의회와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청구조례안의 경우 당해 지방의회에서 임기 내에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차기 지방의회에서 심의·의결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주민청구조례안의 경우에 지방의회에 제출되기 전에 수많은 주민들의 연서를 구하는 절차 등이 있기 때문에 지방의원들이 임기만료를 사유로 조례안이 자동폐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능한 해당 지방의회에 제출된 주민청구조례안은 임기만료 전에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조례청구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주민 서명 수집이나 결과 확인 등을 위한 온라인 정보시스템을 구축·관리하는 한편, 주민을 대상으로 홍보와 교육 등을 실시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이 전망되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주민참여를 위한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 이전과 같이 대면 방식을 통해 주민조례청구에 필요한 주민들의 서명을 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온라인 주민참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2018년 1월 9일 ‘지방자치법 시행령’ 일부개정을 통해 주민조례청구시 전자적 방식을 도입하였다(제13조2).

온라인 주민참여시스템 구축 및 홍보·교육

이에 따라 현재 청구자가 주민조례를 신청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민참여조례시스템(www.ejorye.go.kr) 이용을 요청하면 온라인을 통해서도 주민 서명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당 사이트를 통해 전자서명을 한 주민의 수는 많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의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주민참여조례시스템을 이용한 전자서명 건수(서명자 기준)은 2018년 156건, 2019년 700건, 2020년 667건, 2021년(~10월) 439건으로 조사되었다.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주민참여3법(주민조례발안법·주민투표법·주민소환투표법) 제·개정에 맞춰 온라인 주민조례발안·주민(소환)투표 청구 및 처리, 모바일 전자서명 및 온라인 증명서 발급 기능 등을 추가한 통합플랫폼으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온라인 정보시스템을 구축시 제도의 편의성과 더불어 개인정보유출 방지 등 보완 대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한편 온라인 주민참여시스템에 대한 주민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가 운영하는 다양한 온라인 참여플랫폼이 있으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활용도가 높지 않은데, 그 원인으로 존재 여부 자체를 모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주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정보시스템 활용에 관한 학습기회 제공도 필요하다.

주민참여 플랫폼은 잘못 활용될 경우 단지 특정 주민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요구사항 및 민원을 제기하는 채널로 전락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주민참여 플랫폼의 기능 및 역할에 대한 학습 기회를 주민들에게 주는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국회입법조사처의 2021년 12월 10일 <입법과정책>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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