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혁신성장, 기술거래와 규제완화에 달렸다
[이슈] 혁신성장, 기술거래와 규제완화에 달렸다
  •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 승인 2022.06.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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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국가간 기업간 신기술·신산업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으며, 코로나로 인한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연구개발(R&D) 투자와 지식재산권 출원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R&D 투자로 의한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특허를 기술이전, 사업화 등에 활용하여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부 R&D의 주요 수행 주체인 대학, 공공연구소는 특허의 출원, 등록건수 대비 기술이전, 사업화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국정감사나 언론 보도에서 계속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이후 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의 핵심은 혁신의 속도에 달려 있다.
포스트코로나 이후 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의 핵심은 혁신의 속도에 달려 있다.

2022년 한국의 국가연구개발 예산이 2021년보다 8.8% 증가한 29조8000억 원 규모이다. 뉴딜(그린뉴딜·디지털뉴딜), 빅3(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감염병 등에 국가연구개발 예산이 집중 투자될 예정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가연구개발 예산은 2017년 19.5조 원에서 2022년 29.8조 원으로 약 10.3조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GDP 대비 정부 R&D 투자 세계 1위, 전체 R&D 투자 세계 2위의 연구개발 투자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주요국의 GDP 대비 정부 R&D 투자는 한국 1.09%, 노르웨이 1.02, 독일 0.98 순이며, 전체 GDP 대비 R&D 투자는 이스라엘 4.94%, 한국 4.64, 대만 3.46 순이다.

한국은 높은 연구개발비 수준에도 불구하고, 기술거래 및 활용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GDP 대비 R&D 투자가 세계 1위이며 국가 R&D 성공률도 98%에 달하지만, 정작 연구성과가 민간기업에 이전되거나 사업화 되어 혁신동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일명 ‘코리아 R&D 패러독스’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이전율 추이는 전체 대학-공공연구소의 기술이전율이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5년 38.6%(2015년)에서 36%(2019년)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가 GDP 대비 R&D 투자에 비해 한국의 국가 R&D 특허 수준은 해외 주요국의 국가 R&D 특허 수준 대비 질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우수특허를 살펴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 중 민간 R&D를 통한 우수특허 비율은 7.9%, 국가R&D에 의한 우수특허는 5.4%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한국 정부 R&D 특허의 우수특허 비율은 8.9%로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의 평균인 19.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독일(28.9%), 일본(21.8%), 중국(12.3%) 및 미국연방R&D(11.2%) 등 해외 주요국의 우수특허 비율보다 낮은 수치이다. 그 외에도 한국의 삼극특허비율, 패밀리특허 국가수, 피인용특허비율 등 특허의 질적 성과는 해외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기술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특허의 질적 성장이 요구되고 있다.

규제가 성장 요인 제약하고 있어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성장 동력 확보와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은 규제 완화에 달려 있다. 혁신을 주도해야 할 신성장 산업 분야에 규제가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과 제도로 제한된 신기술과 미래 유망산업에 대한 규제를 조속히 풀어줘야 한다.

빅데이터, 바이오헬스, 친환경, 미래차, 소프트웨어 등 신성장 산업 분야의 규제 완화에 주저할 시간이 없다. 따라서 정부는 과감한 규제개혁, 기업여건 개선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정책을 참고하여 미래 유망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과 규제 완화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디지털전환과 신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빠른 혁신이 필요하며 기술획득 수단으로 자체개발 뿐만 아니라 기술거래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기업들은 자체 R&D에 얽매이지 않고, 기술거래, M&A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부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기술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기술거래 활성화를 위한 개선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등 경제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도 더 빨라지고 있다.

2021년 코로나 백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기술혁신과 연구개발(R&D)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또한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신성장 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하였지만, 규제 완화의 속도가 산업의 발전속도를 못 쫓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계가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기업들이 신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으나 규제에 발목잡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규제정비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후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 등 급속한 환경변화 속에서 과거 개별규제 개선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규제개혁 제도를 도입하는 성과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신산업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투자유치·매출확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과 선제적 규제개혁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총 412건의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해 약 1조4000억 원의 투자 유치와 약 510억 원 매출 증대, 약 2800명 고용 창출을 이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발표와는 별개로 산업계의 규제개혁 체감도와 기업 여건 등에 대한 국가경쟁력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산업계의 규제개혁 체감도는 3년 연속 하락세(94.1→93.8→92.1)를 기록했다. 특히 2021년 규제개혁 체감도가 최근 3년 사이에 가장 낮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올해 규제개혁 체감도는 92.1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규제개혁 체감도는 100을 기준치로 하여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만족, 100 미만이면 불만족, 100이면 보통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2021년 6월 IMD가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64개국 가운데 23위를 기록했다. 스위스(1위), 스웨덴(2위), 덴마크(3위) 순이었으며, 미국이 10위, 중국이 16위로 한국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종합순위는 지난해와 동일했지만 경제성과(27위→18위)는 상승한 반면, 정부효율성(28위→34위)은 하락했다. 특히, 정부효율성의 세부항목 중 기업여건(49위), 사회여건(33위) 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최근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국, 중국 등은 정부가 대규모 지원금과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2021년 1월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조금, R&D 지원 등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을 발효했다.

중국은 2015∼2025년 반도체 분야 1조 위안(173조 원)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중국 제재 이후 반도체 자립을 가속화 하고 있다. ‘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기업의 공정 난이도에 따라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등 반도체 내재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전자, 통신, 기계산업이 융합되는 미래산업을 위해선 정부의 규제 철폐가 급선무다.
전자, 통신, 기계산업이 융합되는 미래산업을 위해선 정부의 규제 철폐가 급선무다.

코로나 이후 투자 붐 대비해야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거나 상계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도체 관련 특별법 제정을 주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상원에서 반도체지원법을 확대해 미래 유망산업 분야에 5년간 280조 원을 지원하는 미국혁신경쟁법안(USICA)을 가결한 것과 대조적이다.

산업계는 코로나 위기 뒤에 있을 기회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규제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및 디지털 중심의 새로운 산업구조 변화가 예상되고 이에 따른 신기술 채택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산업계가 정부의 지원과 규제혁신을 요구하는 이유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 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즉 코로나로 위축되었던 글로벌 경기가 백신 접종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쟁기업들은 각국의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만큼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거래 활성화를 통한 국내 경제가 혁신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건전한 기술거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특허출원수나 R&D 성공률 등 양적 성과보다 우수특허, 삼극특허 등 질적 성과를 장려하여 지식재산권의 활용을 높이고 기술이전.기술사업화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민간 기술거래시장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기술거래 활성화 기반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기술거래 통합 DB 구축, 부처별 기술거래기관 통폐합 등을 통해 기술거래 중개기관의 효율화를 추진하며, 역량 있는 민간 중개기관을 육성하고, M&A, 투자연계형 기술거래, 경상실시료 방식의 기술거래 등 기업이 선호하는 다양한 기술거래 방식을 제공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기술의 공급자는 기술의 보호를 받으면서 적정한 대가를 받고 기술의 수요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필요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술거래가 활성화되고 건전한 기술거래 생태계가 구축되어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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