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G7편에 서지 말라”는 中 협박
[심층분석] “G7편에 서지 말라”는 中 협박
  • 김민정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3.06.23 0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구선수 손준호 체포한 中의 전형적인 ‘인질 외교’

중국 공안이 지난 5월 12일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선수 손준호 씨를 상하이 공항에서 체포·구금했다. 중국 당국은 뇌물 수수 혐의로 손준호 선수를 체포했다고 밝혔지만 반공 중화권 매체는 이것이 우리나라를 향한 ‘인질 외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뇌물 수수 혐의’로 손준호 선수를 공항에서 체포·구금한 중국 공안은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에는 이 사실을 사흘 뒤에 알렸다. 중국 외교부는 손 선수 체포·구금을 모른 척하다 중국과 국내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5월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손 선수 체포·구금에 대한 질문을 받자 “최근 한국 국민 1명이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로 랴오닝성 공안에 구금돼 있다”고 답했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란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이나 단체 소속인 사람이 뇌물을 수수했다는 뜻이다. 

중국 언론들은 “손준호 선수가 산둥 타이산팀 감독 하오웨이가 연루된 승부 조작 사건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성 보도를 내놨다. 그러나 중국 공안과 공산당 당국은 손 선수가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반공 중화권 매체 평론가 “G7과 연대하려는 한국 위협하려 손 선수 체포”

반면 국내 언론들은 “손 선수가 뇌물을 수뢰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컷뉴스는 “소속팀에서 연봉 40억 원을 받으며 특급 대우를 받고 있는 손 선수가 자신의 커리어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승부조작에 가담했을 리 없다”는 손 선수 측의 설명을 전했다. 

우리나라 외교부와 언론은 손 선수의 체포·구금을 ‘인질외교’로 보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지난 5월 18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선양 주재 총영사관 영사가 손 선주와 면담을 했다”며 “인권 침해는 없었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임수석 대변인은 손 선수가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중국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수사 진행 상황과 관련해서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현지 우리 공관은 중국 당국에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를 요청했고, 또한 필요한 영사 조력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외교부 관계자는 “한중관계와 국민 구류는 완전히 별개 사안”이라며 손 선수의 향후 사법 처리에 대해서도 “예단해서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한 국내 언론은 “중국은 외국인을 구류하면 영사 면회까지 통상 10일이 지나야 허락하는데 이번 (영사) 면회는 6일만에 이뤄졌다”면서 “중국 당국이 우리 측 외교 당국과 비교적 신속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인질외교’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 중화권 매체에서는 “중국이 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것 때문에 벌인 인질외교”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17일(현지 시각) 반공 중화권 매체 NTD TV의 수석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G7 국가와 연대하려는 한국을 위협하기 위해 손 선수를 체포·구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탕징위안은 “중국이 한국의 (스포츠) 스타를 수뢰죄로 체포한 시점은 때마침 한국이 미국, 일본과 3국 군사협력을 재개하고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초청받아 참석하기 직전이었다”면서 “이는(손준호 선수 체포는) 우연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치밀한 계산”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에서 뛰고 있는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가 구금 상태에서 중국경찰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당시 인터뷰하는 손준호. / 연합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에서 뛰고 있는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가 구금 상태에서 중국경찰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당시 인터뷰하는 손준호. / 연합

과거에도 많아…2018년 12월 화웨이 부회장 체포 때 유명해져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관계뿐만 아니라 한일관계도 복원해 중국 공산당을 일찌감치 화나게 했다”며 “(윤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을 더 억제하려 G7 국가들과도 연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공산당은 한국 선수를 체포하는 방법으로 무언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대만 매체 ‘상바오’ 또한 “한국은 미국·일본과 관계 개선을 통해 3국 안보협력을 빠르게 구축하는 한편 군사협력 발전을 예고하고 있는데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불쾌한 상황”이라며 “인질 외교는 중국 대외 관계에서는 표준”이라고 해석했다. 

NTD TV와 대만 매체의 지적처럼 중국은 대외 관계에서 ‘인질외교’를 자주 펼쳤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2018년 12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캐나다가 체포·구금했을 때의 일이다. 

2018년 12월 캐나다는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미국 측 요청에 따라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멍완저우 부회장은 체포 당시 여러 개의 여권을 갖고 있는 등 문제가 드러났다. 

9일 뒤 중국은 캐나다인 마이클 스페이버, 마이클 코브릭을 간첩 혐의를 씌워 체포했다. 얼마 뒤 중국은 캐나다인 9명을 추가로 억류했다. 이미 중국 공안에 붙잡혀 재판을 받던 캐나다인은 사형 선고를 받았다. 

마약밀매 종범(從犯)으로 기소됐던 로이드 셸렌버그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멍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붙잡힌 뒤 셸렌버그는 2심에서 주범으로 둔갑해 사형 선고를 받았다. 셸렌버그를 비롯한 캐나다인 13명은 중국 당국에 가혹한 대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이들의 법원 심문 과정도 비공개했고, 변호사 접견도 방해했다. 

반면 캐나다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뒤 전자발찌를 차고 가택연금을 당한 멍 부회장은 집에 머물면서 그림과 영어 과외를 받고, 밴쿠버 시내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중국 당국은 2021년 10월 멍완저우 부회장이 풀려나 귀국하자 캐나다인 13명을 모두 풀어줬다. 명목은 ‘병보석’이었다. 이를 두고 세계는 “중국이 멍완저우 부회장 체포에 대응해 ‘인질외교’를 펼쳤음을 자인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0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0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

호주, 미국, 일본도 中 인질외교에 당한 적 있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노력 중인 호주 또한 ‘인질외교’를 당한 바 있다. 대상은 중국에서 일하던 중국계 호주인 방송 앵커였다. 

2020년 3월 세계적으로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자 호주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의 책임은 중국에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후 호주와 중국 간 신경전이 고조되던 8월, 중국 당국이 관영방송 CGTN(중국세계텔레비전네트워크)에서 일하던 중국계 호주인 앵커 청레이를 국가기밀 유출죄로 체포했다. 중국 당국은 청레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밀을 어디로 빼돌렸는지는 구금한지 10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인도 ‘인질외교’ 대상이었다. 2018년 병든 친척을 찾아왔다가 출국을 금지당한 신시아류, 빅터 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중국 당국에 의해 출국금지 됐다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석방된 뒤에야 미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중국 당국이 이들의 출국을 금지한 이유는 뒤에야 밝혀졌다. 중국 공산당이 돈세탁을 했다며 지명수배한 이들의 부친을 귀국하게 만들려고 ‘인질’로 잡았던 것이다. 이 내용은 중국 외교부가 공식 발표한 것이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남매의 부모 관련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출국금지는 합법적이었고 필요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일본도 ‘인질외교’에서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인질외교’를 가장 많이 당한 편이다. 지난 4월 초순 주간조선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중국을 찾아 친강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난 사실을 전했다. 기시다 정부가 출범한 이래 처음 만난 두 나라 외교장관은 ‘간첩죄’로 체포된 50대 일본인 남성의 석방 문제를 놓고 협상했다. 이 남성은 일본 제약업체 ‘아스텔라스 제약’의 주재원이다. 

두 외교장관은 당초 예상했던 면담 시간 2시간 30분을 훌쩍 넘겨 4시간 동안 거친 설전을 벌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때 친강 외교부장은 일본 측에 ‘위호작창(호랑이를 위해 귀신이 된다. 강자를 따르려 무리한 행동을 한다는 뜻)’이라는 고사성어를 쓰며 일본을 맹비난했다고 한다. 

친강 외교부장은 일본인 남성 구금 문제보다는 일본이 미국의 반도체 정책을 추종하는 것을 더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일본은 중국과 비슷한 아픈 경험이 있는데 미국을 일방적으로 추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 이후 당시 일본의 5대 반도체 업체가 몰락한 것을 현재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들의 위기와 비교한 것이다. 

中의 손준호 선수 ‘인질외교’…다른 점은 ‘보복’ 아닌 ‘선공’

중국이 이처럼 열을 올린 것은 지난 3월 31일 일본 당국이 자국민 구금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위력을 과시했는데 일본이 여기에 강경하게 대처하자 더 이상의 ‘카드’가 없으니 비난한 것이었다. 아무튼 하야시 외무상은 친강 외교부장과 설전을 벌인 뒤 리창 신임 국무원 총리,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만났다. 

중국이 외국인을 상대로 ‘인질외교’를 펼친 것을 두고 국제사회는 비교적 흔한 수법이라고 평가한다. 일본만 해도 2019년과 2020년 중국 당국이 일본인을 ‘간첩’이라며 체포·구금한 적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캐나다, 호주,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손준호 선수가 처음이다. 

손준호 선수의 ‘인질외교’가 다른 나라 사례와 다른 점도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의 경우 해당 국가가 먼저 비판하거나 압박하자 중국이 대응하면서 나온 행동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먼저 위협을 가하는 형태다. 

여기에 일본은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실시하는 동시에 외무상과 전직 총리를 보내 압박과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형태로 대응했다. 반면 ‘인질외교’를 처음 당하는 우리나라는 현지 영사만 구금시설에 보내 영사 조력만 제공하고 있다.

외교부는 심지어 “한중관계와 우리 국민 구류는 전혀 별개”라며 ‘인질외교’ 가능성을 애초부터 배제했다. 외교가에서는 자칫 중국 당국이 “한국은 우리가 압박해도 대들지 못한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앞서 손준호 선수 구금을 중국의 ‘인질외교’로 풀이한 중국계 시사평론가는 “최근 국제사회가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은 여기에 대항해 방첩법 개정안을 채택하는 등 ‘인질외교’ 준비를 착착 진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방첩법 개정안’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이 평론가는 “방첩법 개정안은 간첩 활동의 정의를 광범위하게 확대했다”면서 “앞으로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언제든 ‘인질외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중국에서 생활하는 5만 명 이상의 한국인에게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뜻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