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美 금융가, 상업용 부동산에 덜미잡혀 파산 우려
[이슈] 美 금융가, 상업용 부동산에 덜미잡혀 파산 우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3.07.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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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행의 뉴욕사무소 현지 보고에 의하면 미국의 많은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으로 파산 도미노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업용 부동산(Commercial real estate 혹은 CRE)은 사업 목적으로 사용되는 소득 창출 부동산을 의미하며 사무실(Office), 아파트(Multifamily), 소매(Retail), 숙박(Hotel), 산업(주로 창고 및 병원) 등 5가지 종류로 크게 구분한다. 2023년 4월 기준으로 팬데믹 기간 최고치 대비 상업 부동산의 하락폭은 소매 –35%, 사무실 –31%, 아파트 –20%, 호텔 –16%, 산업–5%를 기록했다. 이처럼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심화되자 관련 대출자산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미경기 침체로 문닫는 점포들이 늘고 있다.
미경기 침체로 문닫는 점포들이 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 하락, 하락

상업용 부동산은 최근 가격이 반등한 주거용부동산과는 다르게 가격이 직전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이후에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거래량은 80% 축소되었다. 특히 금년 3월 SVB 사태 시 보유채권 가격하락이 대형은행의 파산으로 연결되었던 경험으로 인해 은행 보유자산 부실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상업용 부동산 관련 리스크는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은행대출자산의 24%를 차지하고 있어 관련 대출 부실은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대출내 비중이 다소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저금리하에서 은행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비중이 2013년 이후 늘어난 상황이다.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대출 규모는 4.5조 달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상승해왔다. 저금리 환경 하에서 상업용 부동산은 높은 수익률을 나타내면서 2022년 2분기에는 전년 대비 10.1% 증가하며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를 보유기관별로 나눠보면 은행 39%, 정부보증기관 21%, 보험 15%, CMBS 13%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은행의 경우 대출 자산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종류별로는 아파트 43%, 사무실 19%, 산업 8%, 호텔 7%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다. 장기 고정금리 형태가 많은 주거용 부동산과는 달리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50%에 가깝다. 이 비중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늘어났다. 이러한 특성은 저금리 환경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최근과 같은 통화 긴축 시기에는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만기도래 규모가 금년과 내년에 집중되어 있다. 2024년까지 만기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규모가 1.1조 달러에 달한다. 이와 같이 만기가 집중되어 있는 이유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듀레이션이 5년 이내로 짧은데다 원리금 분할상환방식인 주거용 모기지와 달리 원금일시상환 방식(balloon mortgage)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중소형 은행들, 파산 불보듯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중소형 은행에 집중되어 있다. 상업용 부동산 은행 대출 내에서 은행 규모별 비중을 봤을 때 자산 규모 1800억 달러 미만의 중소형 은행 비중은 70%이다. 2004년만 해도 대형 은행과 중소형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은 유사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은 대형 은행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30%로 줄어들었고 중소형 은행 비중이 70%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앞서 살펴본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특징은 최근 고금리 환경과 맞물려 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업자 입장에서는 고금리 환경이 이자 부담과 대규모 대출연장 비용을 급증시킴에 따라 디폴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디폴트가 늘어나고 부동산 상황이 악화될수록 상업용 부동산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서 관련 대출이 부실화되고 경영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은 은행의 손실 흡수능력을 약화시켜 위기시 은행 뱅크런 가능성이 높아진다. JP모건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의하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 디폴트 발생시 은행들의 보통주 자본비율(CET1)이 최대 0.8%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주 자본 비율이란 BIS 자기자본비율중 하나로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며 위기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지닌 손실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CET1 비율이 8%를 상회하면 손실 흡수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되어 왔으나 금년 3월 은행 사태시 동 비율 8% 이상의 은행들이 파산한 이후로는 시장의 기준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통주자본비율이 한자릿수인 중소형 은행의 경우에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일부만 디폴트되어도 CET1 비율 하락으로 인해 건전성 우려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은행 경영악화 우려만으로도 뱅크런이 발생해 은행이 파산하는 사례를 보면 앞으로도 유사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은 은행의 대출 감소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 최근 사무실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은행의 대출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2022년 초까지 2% 미만이었던 사무실 대출 연체율이 최근 6%에 근접할 정도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은행 대출 태도는 상업용 부동산에서 가장 엄격해지고 있다. 그리고 대출 축소는 중소형 은행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3월 은행 사태 때도 중소형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금년 4월 69억 달러 감소했다가 5월 186억 달러 늘어나는 등 변동 폭이 컸다. 

JP모건은 스트레스 테스트에 디폴트 확률을 사무실 20%, 소매 15%, 호텔 22%, 산업 7%, 아파트 6%로 가정하였다. 그리고 대출 축소는 미국 성장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만기 연장도 어렵게 만들면서 디폴트가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IMF는 4월 발표된 글로벌 금융 안정에 관한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상업용 부동산 문제 등으로 중형 은행의 건전성을 재평가함에 따라 은행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올해 미국 은행의 대출 능력이 1%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대출 축소로 인해 2023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4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유럽 및 아시아 국가의 직장출근율은 70~100%까지 회복된 것에 반해 미국은 높은 범죄율, 긴 출퇴근 거리 등으로 50%를 여전히 하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자산 부실 문제가 일시적이 아닌 재택근무 확산이라는 구조적 요인 등으로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찰리멍거 버크셔 헤서웨이 부회장 등 일부 인사들은 상업용 부동산의 악성 대출 등으로 또 다른 금융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몇 가지 요인들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부실의 영향을 제한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로 아파트와 창고 등 상업용 부동산은 견조한 수요가 유지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부실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팬데믹 기간중 편의 시설을 갖춘 신축 건물 주거 수요와 온라인 쇼핑몰 들의 창고수요는 늘어나면서 아파트와 산업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났다. 

이에 따라 2023년 3월 현재 전국평균 공실률은 사무실이 19%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산업은 4.2%, 아파트는 4.9%로 2005년 이후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렌트비는 2005년보다 2배 이상 급증하였다.

이들 부동산은 임대수입이 크게 높아져 수익성이 개선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대출 대부분이 연장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23~2024년중 만기 도래하는 1.1조 달러의 상업용 부동산 부채도 아파트와 산업 등을 제외하면 0.6조 달러로 낮아진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더 엄격해 지고 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더 엄격해 지고 있다.

미 금융계 대거 구조조정 예상

전체 은행의 개선된 대출 건전성과 대형 은행의 낮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 등이 중소형 은행 위기 발생시 리스크 파급 정도를 제한할 것이다. 은행 전체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출 건전성이 강화되는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 대출 건전성도 개선되었다. 

금융위기 전 60% 후반이었던 LTV 비율은 50% 후반대로 낮아졌으며 부채상환비율(DSCR)은 1.5%대에서 2.5%대로 높아졌다. 더불어 금융시스템 안정에 중요한 대형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 차지 비중이 축소된 상황도 시스템 리스크 확산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 상업용 부동산 디폴트 관련 손실은 점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2007년에서 2008년 발행되었던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채권(CMBS) 담보의 누적 손실률을 보면 1~3년간 누적 손실률은 1% 미만으로 그리 높지 않다가 5년 이후부터 손실률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지연 현상은 상업용 부동산이 디폴트 된 후 채권자들이 부동산을 청산하기까지 절차상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이와 함께 대출기관은 시간과 비용 문제로 위기 초반에는 대출 연장을 선택하기도 하면서 디폴트가 지연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러한 점에 기인하여 상업용 부동산 관련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정책 당국과 시장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옐런 재무장관은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일부 은행이 합병할 유인이 있으며 합병이 진행된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추가 합병으로 인해 다양한 은행 시스템이 위협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지만, 일부 은행이 겪고 있는 수익 압박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언급하였다. 

과거 1990~1995년 존재했던 4개 은행이 CITI그룹으로, 11개 은행이 JP Morgan Chase로, 13개 은행이 Bank of America, 9개 은행이 Wells Fargo로 통폐합(2009년기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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