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서이초 교사 사망으로 드러난 학생인권조례 문제
[이슈] 서이초 교사 사망으로 드러난 학생인권조례 문제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3.09.0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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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1학년 담임교사의 자살로 소위 ‘인권’을 앞세웠던 좌파 진영이 학교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와 아동학대특별법 가운데 ‘정서적 학대’ 부분이 교권 추락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아동학대특별법 일부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좌파 진영은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추락은 연관성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에서는 자살한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전·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 5000여 명이 모여 학교 현장에서의 교권 추락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앞장서서 제정한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현장의 교권이 추락했다고 입을 모았다. 

7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연합
7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연합

일선 교사들, 교권 추락시킨 전교조 교사들 성토

집회에 앞서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전교조는 제발 빠져라”는 글이 줄줄이 달렸다. 교사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22일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비롯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교조는 제발 오지마라”는 교사들과 교육청 공무원들의 글이 쏟아졌다.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 추모 모임에 전교조가 낄 수 있다는 소문을 전해듣자마자 “전교조 보이콧 한다” “전교조는 끼지 말라”는 등의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일부 교사는 학생인권조례 등 전교조와 좌파 교육감이 관철한 제도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 지적했다. 

한 교사는 “전교조가 무슨 낯짝으로 (추모 집회에) 끼려는 거냐? 빠져라”고 하며 “또 좌파들 가득 데려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다른 교사는 “솔직히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이 지경까지 온 것 아니냐? 전교조는 이번 사건에서 빠지는 게 맞는 듯”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이가 “이번 사건은 학생인권조례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 같다”고 ‘물타기’ 같은 발언을 하자 다른 이가 즉각 “학생인권조례가 왜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냐? 그 전엔 그래도 교육권이 있었는데 좌파교육감이랑 인권조례 시작하면서 교권 추락한거고, 그 뒤에 전교조가 있다”면서 “전교조냐 본인들 조합 쉴드 치지 말고 본인들 잘못 물타기나 하지 말라”고 핀잔을 줬다.결국 22일 교사들의 집회에 끼려 했던 전교조는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300여 명이 모인 채 조촐히 추모 집회를 열었다. 평소에 하던 정치적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들이 이처럼 학생인권조례를 강하게 성토하는 이유는 학생들만의 인권을 강조하다보니 교육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진 때문이다. 현재 학교에서는 열심히 잘 하는 학생을 격려하는 것, 행동이 나쁜 학생을 지도하는 것 모두 불가능하다. “모든 학생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학생인권조례를 강조하면서 생긴 일이다.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은 물론 수업을 방해하거나 주변 친구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학생조차 교사가 제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인권’을 무기로 교사와 다른 급우를 괴롭히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이초 교사의 자살과 지난 6월 알려진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의 교사 폭행 사건 이후 교사들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인권’을 무기로 삼아 급우와 교사를 괴롭히는 문제아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연필 등 필기도구로 급우를 찌르거나 멍이 들도록 때리기, 교사에게 욕설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등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는 문제아는 평균적으로 한 반에 2~3명씩 있다. 

그런데 교사는 이 문제아를 강제로 제지하거나 훈육할 수 없다. 만약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아이를 힘으로 제지하거나 괴롭힘 당하는 아이들로부터 강제로 분리하면 문제아 부모에게 ‘아동학대’로 고발당한다. 문제아 부모들은 자기 자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아이의 폭력은 교사의 아동학대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문제아가 교사에게 직접 ‘인권’이나 ‘아동학대’ 운운하며 협박을 가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7월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고인이 된 서이초 담임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검은색 복장으로 참석하고 있다/. 연합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7월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고인이 된 서이초 담임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검은색 복장으로 참석하고 있다/. 연합

학생인권조례 탓에 아무런 교육 활동 못 하게 된 교사들

교사들이 괴롭힘 당한 아이들을 달래주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우리 아이만 따돌리는 정서적 학대를 했다”고 문제아 부모들이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학생인권조례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한 교사는 “다른 아이를 피멍이 들게 때려놓고 사과하기 싫다는 문제아와 쉬는 시간 상담하다 수업에 1~2분 늦게 들어갔다는 이유로 문제아 부모가 저를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례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지난 5월 연합뉴스는 경기교사노조의 통계와 사례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2018~2022년 사이 교사를 상대로 한 아동학대 고소·고발 사건은 1252건이나 됐고, 이 가운데 53.9%는 불기소 처리됐다. 이후 교사들이 어떤 사유로 학부모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했는지 사례가 줄줄이 소개됐다. 

전남의 한 중학교에서는 교사가 등교시간 학생들 반바지가 짧다고 생활지도를 했다. 그런데 학부모가 이를 ‘정서적 학대’라며 고발했다. 경기 하남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태블릿 PC를 고치고 무선인터넷을 잡아 달라는 아이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담임교사를 고발했다. 2021년 경기 소재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에게 허락을 구한 뒤 안마하는 법을 알려줬다가 아동학대 및 성추행 혐의로 고발당했다. 경북의 한 초교 교사는 체육시간 중 다른 학생의 수업을 방해하는 한 아동을 체육관 구석에 서 있으라고 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를 당했다. 

지난해에는 지역을 밝히지 않은 한 중학교에서 개별 면담을 하는 학생이 간식을 먹으며 불량한 태도를 보이자 “어서 먹고 면담에 집중하라”고 주의를 줬던 교사가 아동학대로 고발당했다. 해당 학생이 자신을 나무라자 앙심을 품고 부모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다른 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던 교사가 욕설을 들었다. 해당 교사는 교권보호위원회 소집을 요청했고, 위원회는 해당 학생에게 특별교육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이 학생의 부모가 “방송에 제보하겠다”며 협박을 하다 “교사가 휴대전화로 우리 아이를 때리려 했다”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다른 교사는 수업 중 한 학생의 책상에서 책이 떨어지자 주워주며 “정리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튿날 학생 부모가 찾아와 “아이 손목을 내리쳤다”고 주장하며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2021년 11월에는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회장 선거에서 경쟁자를 모함하고 비방한 후보 학생을 나무랐다가 아동학대로 고소당했다. 

이밖에도 아이의 가정 알림장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다거나 온라인 수업 발표 때 자기 아이에게 웃어주지 않았다고, 전학 가는 아이에게는 친구들이 편지를 써주게 했는데 전학을 온 자기 아이는 따로 환영하지 않았다는 구실로 교사가 자기 아이를 차별했다고 고발하기도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례들은 결국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됐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고소·고발을 당하거나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면 교사들은 자동으로 직위해제 된다. 또한 교사를 고소·고발한 학부모가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아들 또한 학교에 그대로 남게 된다. 이들은 무혐의가 나와도 교사를 계속 괴롭힌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주장이다. 

일선에서는 “일진 학생을 위한 인권조례”

교사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소·고발하는 법적 근거는 아동학대특별법이지만 그 바탕이 되는 생각은 거의 다 학생인권조례에서 나왔다는 것이 교사들의 지적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반비례 관계로 전제하고 만든 지침이라 교사와 학생 간 갈등만 부추긴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다. 이런 문제를 인지한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발의했다. 서울시 외에도 경기, 충남, 전북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추진 중이다. 

정부와 여당도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뜻을 두고 있다. 지난 7월 26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열린 ‘교원 지위법 및 초중등 교육법 등 교권보호 및 회복방안 관련 협의회’에서 ▲학생이 교권 침해 행위 시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교사의 생활 지도에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등의 법률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7개 시·도 교육청이 도입한 학생인권조례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일선 학교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 등 기준을 담은 학생 생활지도 고시안을 8월 내 마련하고, 고시 취지를 반영해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시도 교육청과 협력해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학부모 등이 교육 활동을 방해할 경우의 침해 유형을 신설하고, 전화, 문자, SNS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민원 응대 매뉴얼을 마련해 학부모와 교원 간의 소통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교권 침해와 학생인권조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태규 의원은 “조례에 학생의 사생활 보호 권리와 휴식권을 명시한 탓에 수업하는 선생님 바로 앞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어도 제지하지 못하고, 과제를 정말 성실히 해서 잘했다고 칭찬을 하는 것도 ‘차별’이라며 아동학대죄로 고소·고발당하는, 이런 교육 현실을 그대로 둘 거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의 지적처럼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누릴 권리와 자유, 권리 침해에 대한 구제”만 명문화했다. 다른 학생이나 교직원의 권리, 학생의 책임과 의무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학생인권조례를 가리켜 ‘일진 인권조례’라는 비난마저 교육 일선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당정 관계자들도 같은 목소리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를 조속히 개정해 나가겠다”면서 “학부모 책임을 강화하고, 학부모와 교원 간 소통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면책권 부여, 교원의 아동학대 수사 시 소속 교육청의 의견 선 청취 및 학교장 의견 제출 의무화,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제도 개선, 교원 활동 침해행위 학생생활기록부 기록 등 교권 확립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겠다”며 “학생인권조례도 교육 주체의 인권을 모두 지킬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 당국, 학부모 책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선 방침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학생인권조례 상위법령 정비를 통해 문제 조항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교권 침해 발생 시 가해 학생을 (교사와) 즉시 분리하고 긴급한 경우 우선 조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하며, 피해 입은 선생님에 대한 치료비, 소송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학생인권조례 문제를 법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아직도 학생인권조례를 손 댈 생각이 없는 광역지자체 교육청 때문이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진영을 등에 업고 서이초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학생인권조례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쟁과 행정 공백 없이 조례를 없애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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