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ODA 정책세미나 ③] 국제개발 협력이 성공하려면      
[국회 ODA 정책세미나 ③] 국제개발 협력이 성공하려면      
  • 이동수  경희대 교수, 전 공공대학원장
  • 승인 2023.09.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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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23년 ODA 예산이 4조5000억 원을 넘을 정도로, OECD 국가 중에서도 큰 기여를 하는 공여국이다. 한국전쟁 이후 다른 나라들로부터 수혜를 입던 입장에서 벗어나, 오늘날 공여액 기준 세계 15위 수준이 되었는데, 이는 국제개발협력 역사상 최고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와 같이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돼 국제사회에 기여를 높일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노력과 시민사회의 도움이 컸음을 알 수 있다. 

MIT대 대런 애쓰모글로우 교수와 하버드대 제임스 로빈슨 교수가 공저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 아프가니스탄의 해외원조의 실패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그 책에 따르면, 200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부가 축출되고 민주적 정부가 수립되자 막대한 해외원조가 제공되었는데, 이것이 아프가니스탄의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가져오는 대신 결국 부정부패와 부실한 운영 때문에, 지금과 같이 다시 탈레반에게 정권이 넘어가고 말았다.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십억 달러의 해외원조 자금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으나, 이것이 사회간접자본(SOC)이나 학교와 같은 공공서비스 구축에 쓰이기보다 다른 곳에 쓰인 경우가 많았는데, 먼저 UN 등 국제기구 관리들의 비행기값과 그들이 아프가니스탄 국내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운전기사와 통역관 고용 등 운영비로 지출한 액수가 상당하다. 

또 다른 구체적인 예로는, 어느 아프가니스탄 중부 산악지대의 외딴 마을에 살던 주민들은 라디오에서 이곳에 500만 달러를 들여 주거지를 복원할 것이라는 방송을 듣고 기뻐했는데, 나중에 도착한 것은 이 중 30% 정도 액수의 이란산 거대한 목재뿐이었다. 이들에게 배정된 금액 중 먼저 UN이 20%를 제네바에 짓는 건물비로 떼었고, 다음으로 UN이 용역을 준 국제NGO가 있었는데 이 단체가 브뤼셀에 자신의 건물을 짓느라 또 20%를 떼었으며, 목재를 이란에서 수입해 오는데 이때 운송을 담당한 트럭카르텔이 20%를 떼고, 결국 주민들이 받은 것은 건축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대형 원목뿐이어서, 주민들은 그 원목을 집짓기 대신 땔감으로 사용해버렸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탈레반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이 예는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나, 이런 경우는 아직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한 아프리카나 아시아 지역에서는 빈번하다. 따라서 국제개발협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공여액을 크게 늘리거나 많은 봉사대원을 파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운영을 합리적으로 제대로 하고, 현지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며, 그 사회가 실제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일은 쉽지 않다. 국제개발협력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봉사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인 경영, 민주주의 발전 등과 같은 더 크고 중요한 일에 참여하고 배우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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