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공영방송 정상화, 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가 진단] 공영방송 정상화, 어떻게 할 것인가
  •  신창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위 위원
  • 승인 2023.11.24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방송 통신을 총괄하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방통위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 28일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공영방송은 상업적 운영방법과 법적 독과점 구조의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 온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공영방송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경 ‘제 4차산업혁명시대’가 시작된 이래로 늦은 감은 있지만 올바른 정책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했다고 본다.   

지금 우리나라 대표 공영방송이라는 한국방송공사(KBS)와 문화방송(MBC)은 거의 아사상태(假死狀態)에 놓여 있다. 냉소적으로 ‘민노총 언론노조, 노영방송’이라는 한마디로 표현되고 있다. 2022년 5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자료에 따르면 ’국민께 드리는 20개 약속‘ 중 첫 번째가 상식과 공정의 원칙을 바로 세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국정과제 중 하나가 ’미디어의 공정성·공공성 확립 및 국민 신뢰 회복‘이다. 이러한 조치의 일환으로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KBS, MBC 이사진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교체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앞으로 국민이 바라는 바람직한 ‘공영방송의 참다운 모습과 얼굴’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를 놓고 백가쟁명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공영방송을 둘러싼 치열한 국내외 첨단 미디어 환경 속에 한가하게 논의만 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앞으로 공영방송이 시급히 찾아야 할 정상화의 개혁과제는 무엇이고,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대명제를 명확히 세우고 각 기준에 따라 개혁과제를 설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현재 BBC 등 선진방송사들이 꾸준히 내세우고 있는 ‘멀티플랫폼화, 다채널화, 글로벌화, 상업화‘ 등의 목표와 원칙이 벤치마킹 될 수 있다. 일례로 BBC는 오래 전에 이러한 명제 아래 기존의 전통적 방송을 뛰어넘는다는 ’Beyond Broadcast’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다양하고 품격 있는 공영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사실 이 4가지 명제는 미디어 이외 다른 산업구조에서도 통하는 보편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멀티플랫폼화, 다채널화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으나 아직도 부족한 것이 글로벌화, 상업화이다. 미흡한 공영방송의 소프트파워를 더 확대해야 한다. 

공영방송 정상화 대명제를 세우자

첫째, 우선 '방송미디어 관련한 법령'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 알다시피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보다 큰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방송의 책무와 역할, 한국방송공사(KBS)’에 대해 전반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방송법은 지금 같은 최첨단 미디어 환경에서 적용하기에는 너무 뒤떨어져 있다. 

현 방송법은 1980년 ‘제5공화국 전두환 정부 언론통폐합 조치‘의 통괄적인 법적 논리를 담은 ‘언론기본법’을 폐지하고, 제6공화국 노태우 정부가 출범하기 전 1987년에 제정한 세칭 ‘민주화방송법’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이후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서 위성 본방송 등 도입 근거가 시급하여 밀레니엄 시대가 시작하는 2000년 당시 '방송법·한국방송공사법·종합유선방송법·유선방송관리법' 4가지 법을 통합해 흔히 말하는 ‘통합방송법’을 제정했다. 그 이후 20여 년이 흘렀지만 몇 개의 잔가지만 바뀌었을 뿐 뿌리와 큰 줄기는 그대로이다. 

한 그루의 나무라면 이 상태가 흐뭇하겠지만 동서고금에 법은 그 사회의 현실과 풍향을 담는 척도라 한다. 이제, 그만 낡은 옷을 벗고 한국 방송미디어의 밝은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OTT(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를 포괄하는 ‘미디어시청각서비스 개념’의 법체계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또한 공영방송의 정의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방송법(KBS)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를 통합하는 ‘한국공영미디어법’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 이는 뒤에서 언급하는 ‘글로벌 공영방송 거버넌스’와 연계되어 있다. 
둘째, '콘텐츠산업 중심, 글로벌 공영방송구조'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한국의 기간 방송’이라는 공영방송 KBS는 전대미문의 혼란에 처해 있다. 공영방송의 심각한 위기 원인은 공정공익성·다양성·전문성 등 공영방송 콘텐츠에 있어 삼위일체(三位一體)의 붕괴다. 

특정 이념에 편중된 특정 세력이 좌지우지하는 편파 왜곡 방송으로 인해 KBS는 이미 오래 전에 스스로 붕괴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청문회 자리에서 공영방송 정상화의 필수 요소로 “노조로부터의 독립이고 내 소신이다“라고 했다 하니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이러하니 국민 대다수가 KBS의 생명줄 같은 ‘수신료’의 전기료 분리징수 조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특히, 철저한 재난재해 방송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국가기간방송’으로서의 책무까지 망각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문화방송(MBC) 또한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난형난제(難兄難弟)다. ‘방송문화진흥회’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사이에서의 애매한 줄타기와 눈치 보기는 기본이다. 모름지기 공영방송이라면 그 책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함에도 오만과 아집으로 가득 찬 그들만의 편파 왜곡 방송, 독점적 리그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제 이러한 일방적인 독식과 일탈을 용인하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노영방송’을 마무리해야 한다. 

바로 지금, 이 시점이다. ‘언론통폐합 43년, 통합방송법 23년’이 지났다. 현재 방송미디어산업의 정체가 심각하여 미디어 빅뱅의 임계점에 다다랐다. 더 이상 국민이 인내하기란 어렵다. 1980년 ‘언론통폐합’ 이후 이어온 구태의연한 현재의 방송구조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태어나게 해야 한다. 방송법에서도 애매모호한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구분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인 규제 완화, 견제와 균형을 통해 미디어 산업의 규모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다. 

즉, KBS 2TV와 MBC는 민영화하고,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을 KBS에 통합하여 영국 BBC, 일본 NHK 같은 ‘1공영 다민영 글로벌미디어 방송구조’로 전면 개편하여야 한다. 

셋째, '미디어 융복합 선순환 구조(CPND)의 활성화'를 적극 부양하여야 한다. 

방송학적 이론으로 미디어라는 생태계에서 콘텐츠가 융복합하여 원활하게 선순환하는 기본구조를 ‘CPND 체계’라 한다. 풀어 쓴다면 콘텐츠(contents)를 창의, 개발하고 이를 플랫폼(platform)에서 생산하여 네트워크(network)를 통해 원활히 유통하고, 이를 수용자가 디바이스(device)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향유하는 절차를 거친다는 것이다. 

우리의 신체 활동처럼 이중 하나라도 고장이 생기면 전체적인 흐름과 맥이 막혀 병에 걸린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미디어 생활을 유추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그리고 이러한 선순환 구조에서의 접근 방법은 ‘미디어 진흥정책’과 ‘미디어 규제정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진흥정책은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통상진흥과 경쟁력 강화로 다양한 미디어 사업자와 국가산업 전체의 이익 구현에 중점을 두며, 규제정책은 공정성, 독립성 등 전

통적 방송 가치를 중심으로 주로 지상파 방송의 편성권, 경영권 등에 대해 정책적인 제한 및 수용자 권익 강화에 중점을 둔다. 우리 공영방송의 역사는 이 두 가지 정책에 대해 자본·권력과 언노련·시민단체와 지속적으로 치열하게 충돌하여 온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 수용자 권익 보호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왜곡하고 편파방송을 하는 특성 세력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장악하면서 오늘날 ‘노영방송’으로 고착되었다. 

원활한 조정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극복하고 안정과 성과를 이룬 유럽 선진공영방송과 달리 수용자 니즈(Needs)를 중심으로 미디어 산업의 활성화를 이루고 공영방송의 글로벌화 등 문화산업적 순기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초다매체 초다채널시대’에 있어 우수하고 창의적인 융복합 콘텐츠 제작에 역량을 집결하고 이를 미디어 선순환 구조를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미디어 산업의 확대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적 글로벌미디어로 성장하여야 한다. 

공영방송,  ‘노영방송’으로 고착  
 
넷째, '방송재원구조(수신료. 광고)'를 효율적으로 개편하여야 한다. 

그 요점은  ‘KBS 2TV 광고 폐지, 수신료 인상’이다. KBS가 운영하고 있는 주요 재원인 수신료와 광고는 그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수신료는 국민이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해 불만이 크다하니 그렇다고 하지만 공영방송 KBS가 수신료를 받으면서 광고까지 해야 하느냐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공영방송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으려면 수신료를 폐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수신료만한 재원을 찾기도 어렵다. 

방송 역사에서 가장 오래 전에 공영방송을 시작한 영국 등 유럽 선진국들이 수신료를 포기하지 않고 운영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물론 “프랑스는 작년 8월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법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부터 수신료를 폐지했고 영국도 왕실 칙령이 허용한 2027년까지 수신료 제도를 유지하되 2028년부터는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2023.4.5. 조선일보).” 또한 ‘공영방송 시대는 끝났다’고 하는 여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공영방송의 수신료는 헌법재판소(헌재)에서 징수 취지에 대해 합헌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즉, “수신료는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 조달을 위한 특별부담금”이라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수신료 제도의 운영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글로벌 공영방송구조로의 개편’을 위해 KBS 2TV 광고를 폐지하고, 그 동안 여러 차례 좌절된 ‘수신료 인상의 국민적 Consensus’를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 헌재의 취지에 맞춰 국회 차원에서 ‘수신료산정위원회’를 설치하여야 한다. 수신료의 인상 등 결정권의 주체는 국회여야 한다는 헌재의 판정이 무효가 되지 않는 한 국회의 책임은 포기할 수 없다. 

이번에 시행하고 있는 ‘수신료 분리 고지의 선택 방법’, ‘질타받고 있는 편파왜곡 방송’, ‘경영 난맥상’ 등 공영방송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아노미 상태를 보면 기가 차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러하기에 필수 재원인 수신료를 더 무시할 수 없다. 오직 공영방송의 발전 차원에서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 

또 하나의 주요 재원은 광고이다. 지금 지역,중소,종교방송사 등의 광고 지원을 위해 의무적으로 운영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결합판매제도(미디어렙)’의 위헌 심판이 2020년 5월부터 헌재에서 진행되고 있다. 위헌이 결정되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전담하고 있는 ‘지상파 공영방송 미디어렙’의 종료 등 지상파 광고 판매구조의 빅뱅을 피할 수 없다. 코바코(kobaco)도 ‘레거시미디어(legacy media)’ 언론통폐합에 따라 험난한 길을 같이 걸어왔다. 코바코의 책무와 역할 등 존립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앞으로 위헌 결정 여부를 떠나 ‘방송광고 네거티브규제 제도’의 적극적인 도입과 ‘공민영 지상파 방송사의 미디어렙 개혁’ 등 뉴미디어 체제에 적합한 과감한 전환이 시급하다. 이는 세계적인 OTT 넷플리스 등에서 상위에 올라 있는 K-컬처로 뻗어 가는 한국의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확대에 전제적,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공영방송 재원 구조의 개혁은 긍극적으로 공영미디어 환경 전반에 ‘Trickle Down 효과(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로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의 전체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