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기상도] ‘신당 전성시대’ 누가 제일 강자일까
[정치기상도] ‘신당 전성시대’ 누가 제일 강자일까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24.01.1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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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명계 신당이 창당되면 가장 파급력 있다

“신당이 잘 되는 것과 제가 당선되는 것 둘 중의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신당이 잘 되는 것을 고르겠다.” 지난 11월 27일 이준석 전 대표가 한 말이다. 26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이 주축이 된 ‘민주주의 실천행동’이 “우리는 새로운 정치·정당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고 밝히자, 28일 이낙연 전 대표는 신당 창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다. 국가를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항상 골똘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신당 창당의 전성시대가 시작된 느낌이다. 

거대 양당의 전직 당 대표들이 신당 창당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작금의 현상의 공통점이자, 아주 드문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원칙과 상식’에 참여하고 있는 김종민 의원은 지난 28일 YTN의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서, “더 이상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거대 정당 무슨 대마불사, 저는 이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의 언급을 했다. 

과거에도 선거 직전에는 신당들이 항상 출현했다. 이번이 예외적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출현한 신당 중에 성공한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공통점은, 정치적 환경이다. 정치적으로 양분화 현상이 극심한 경우에는, 신당을 창당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과거 고(故) 정주영 회장이 만든 통일국민당이나 고(故) 김종필 전 총리가 만든 자민련, 그리고 20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의 경우를 보면, 창당 당시 정치적 양극화가 지금만큼 심하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월 28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연대와 공생' 주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포럼에서 기조 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월 28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연대와 공생' 주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포럼에서 기조 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

정치적 양분화 현상이 극심하면 신당 성공 가능성 낮아

정치적 양극화 정도와 신당 창당의 성공 여부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정치적 양극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는, 설령 중도적 입장을 가진 유권자라도, 막상 투표장에 가면 양대 세력 중 하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적 요인 외에, 다른 성공 요인을 생각해 보면, 첫째 유력 대선 후보가 창당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유력 대선 후보가 신당 성공의 첫 번째 요인인 이유는, 우리나라가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하에서 유권자들의 정당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유력 대선 후보의 존재 유무다. 만일 어떤 정당에 유력 대권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설사 총선이라 할지라도 유권자 상당수는 해당 정당에 표를 던지지 않는다. 일종의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에는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있었고, 통일국민당에는 유력 대선 후보였던 고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있었다. 3김 시대를 상징했던 인물 중의 하나인 고(故) 김종필 전 총리가 만든 자민련은 말할 필요조차도 없다. 그런데 누구든 대선 후보는 될 수 있지만, 유력 대선 후보는 아무나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당 성공을 위한 두 번째 요인은, 지역 기반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정당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이 존재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현상은 아니다. 

예를 들어 독일 바이에른(Bayern)주의 기독교사회연합(CSU)도 바이에른주에만 존재하는 지역 정당이다. 전국 단위에서는 기독교민주연합(CDU)과 연합해 활동한다. 이를 두고, 독일 유권자는 비난하지 않는다. 독일 유권자들은 지역 정당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역시, 정당의 기반이 특정 지역이라는 것을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지역 구도가 아직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보면, 정당의 지역 기반의 유무는, 정당의 존립과 성공 여부를 예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민련은 충청 기반이었고, 국민의당은 호남 기반이었다는 점을 보더라도, 신당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역 기반이 거의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요소는, 팬덤이 두터운 정치인이 신당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에 추가된 신당 성공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팬덤이 두터운 정치인이 신당에 참여한다면, 신당은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신당이 성공하려면 이 세 가지 요인 중 최소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신당 중에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신당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 경우, 물론 성공할 수도 있지만, 모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준석 전 대표도 팬덤이 있기는 하지만, 팬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고, 지역 기반도 모호할 뿐 아니라, 유력 대선 후보의 신당 참가 가능성도 아직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유명한 정치인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유력 대선 후보 대열에 낄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주목할 수 있는 신당은, 민주당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비명계’ 신당이다. 그 이유를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지금 거론되고 있는 어떤 신당들보다, 현역 의원들이 다수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신당이라는 점이다. 과거 자민련이나 국민의당 그리고 통일국민당은, 모두 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신당 창당에 참여했었다.

이렇듯 현역 의원 다수가 참여하면 신당의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의원들 대부분이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는 노련한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 즉, 일각에서는 중진들의 출마를 반대하며 정치 신인의 대거 공천을 주장하지만, 경험 있는 정치인들이 다수가 존재하면 정당의 운영이 그만큼 안정적이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만일 이들 비명계가 신당을 만들 경우, 분명 구심점 역할을 하는 정치인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구심점 역할을 하는 정치인은 유력 대선 후보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세 번째 비명계가 신당을 만들 경우, 지역 기반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바로 호남 지역을 거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호남은 민주당의 지역 기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 콘서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 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 콘서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

현역 의원들은 선거 경험 있어 신당 창당에 유리

현재 민주당의 주류 세력은 영남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김경수 전 지사, 조국 전 장관, 그리고 이재명 대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민주당 주류 인사들은 파벌만 다를 뿐 영남 인사들이다. 그나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계보를 잇는 인사라고 할 수 있는 설훈 의원이 민주당 내에 있기는 하지만, 설 의원은 비명계다. 주류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민주당과 호남의 직접적인 연계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비명계가 신당을 만들 경우, 민주당의 적통을 내세우며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광주/전라지역에서의 민주당 지지율은 50%인 반면, 무당층은 33%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는 호남 지역에서의 민주당 지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남 지역 유권자의 특징은, 항상 차기 대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인데, 현재 이재명 대표의 차기 대선 성공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는 해석도 부분적으로는 가능하다. 만일 비명계 신당이 출현할 경우, 바로 이런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현재 비명계의 대다수는 과거 친문 인사라는 점도 중요하다. 현재 개딸의 기세에 눌려 조용한 과거 ‘문파’들이 다시 비명계 신당의 강력한 지지층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민주당 비명계 인사들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다른 신당들에 비해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신당이 등장할 경우, 민주당에는 커다란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만일 민주당 지도부가 지금이라도 이런 가능성을 경계한다면, 현재와 같이 대의원의 역할과 권한을 축소하고 권리당원의 역할을 강화하는 ‘개선’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명계는 이를,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장악의 완성’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를 지금 추진했다는 것은, 비명계가 민주당에서 뭔가 할 여지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명계는 민주당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할 점은, 만일 비명계가 모종의 결단을 한다면. 공천 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삭 줍기’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공천이 시작되기 이전에 먼저 뭔가를 결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빅뱅은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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