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글로컬대학은 지역·대학·산업 동반성장의 길
[전문가 진단] 글로컬대학은 지역·대학·산업 동반성장의 길
  • 박승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경기도교육정책자문위원장
  • 승인 2024.01.16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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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급감과 AI·디지털 대전환,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지역 및 지역대학의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과감한 혁신과 지역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갈 30개 내외의 대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최정예 혁신 선도(flagship) 대학으로 육성하고 지역의 발전과 혁신생태계를 이끌어 나가도록 하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보스턴, 런던 등 성공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식의 생산과 혁신의 창출 과정에서 근접성(proximity)이 중요해졌고, 산업, 과학기술, 인구, 일자리 등 주요 정책영역에서 지역 주도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역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지식의 저장소인 대학이 지역의 주요 정책과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자체-대학-산업간 협력 강화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지식 트라이앵글을 구성하는 교육-연구-혁신의 엔진인 대학이 지역 발전의 허브로서 그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는 담대한 비전을 가지고 스스로 혁신할 의지와 역량을 갖춘 대학의 대도약(Quantum Leap)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2023년 10개 내외의 대학 선정을 시작으로 2024년 10개 내외 대학, 2025년, 2026년 각 5개 내외 대학 등 총 30개 내외의 대학을 선정하여 대학당 5년간 약 1000억 원을 지원하고, 규제 해소, 범부처·지자체의 매칭 및 연계 투자 등을 통해 글로컬대학으로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선도대학으로 육성하여 지역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맡기게 된다. 

비전 있고 혁신 의지와 역량 갖춘 대학 대도약 지원 사업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단일 대학이 단독으로 신청하거나 2개 이상의 대학·기관 등이 통합을 전제로 신청할 수 있으며, 어느 경우에나 대학은 지방자치단체, 산업계, 연구기관 등 지역에서 활용 가능한 가용 재원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혁신생태계를 형성하고 발전을 이끌어 나갈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때 지방자치단체는 지자체 주도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내에서 ‘인재양성-취,창업-지역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글로컬대학에 적극적인 재정 지원 및 관련 조례 제정 등 안정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번 글로컬대학 선정 공모에는 108개 대학이 94개의 지원서를 제출하였다. 각 대학은 대학 내 학과·전공 간, 대학 간, 지역산업과 대학 간 벽 허물기를 통해 교육 시스템 전반을 혁신하고, 지역 우수인재를 양성하는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였다. 

지난 6월 예비지정 평가를 거쳐 15개(대학수 기준 19교)가 예비지정되었고, 11월 본지정 평가에서는 예비지정 대학이 혁신기획서를 추진하기 위해 지자체, 지역 산업체, 연구기관 등과 공동으로 수립한 세부 실행계획을 평가하여 최종 10개가 선정되었다. 본지정 평가는 한국연구재단이 맡았고, 실행계획의 적절성, 성과관리, 지자체 지원 및 투자 등 3개 영역에 대해 평가가 이뤄졌다. 

본지정 평가에서는 실행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수립되었는지, 대학 발전이 지역 발전전략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지, 지자체가 글로컬대학의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지원 의지가 충분히 있는지 등이 검토되었다. 

2023년 글로컬대학으로 본지정된 10개는 공통적으로 지역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미래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들은 대학 내외부의 혁신을 저해하는 장벽을 허물기 위한 대학과 지역의 협력 전략과 과제들을 대거 제시하였는데, 대학 내 학과·전공 간의 벽을 허무는 교육혁신과 대학과 지역산업·연구기관 간 벽을 허물고 지역 발전의 파트너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들이 다양하게 제안되었다. 

또한, 대학 간 통합을 기반으로 대학의 인적·물적 인프라 및 대학 거버넌스를 재구조화하고, 캠퍼스별 특성화 및 대학의 강점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대학들이 주목을 받았다. 
2023년 글로컬대학으로 본지정된 10개는 가나다 순으로, 강원대학교·강릉원주대학교 공동/ 경상국립대학교/ 부산대학교·부산교육대학교 공동/ 순천대학교/ 안동대학교·경북도립대학교 공동/ 울산대학교/ 전북대학교/ 충북대학교·한국교통대학교 공동/ 포항공과대학교/ 한림대학교이다. 

이들 대학이 제시한 혁신계획을 보면, 경상국립대학교, 울산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는 지역 첨단산업 인재 양성전략을 담고 있는데, 대학-기업-지역이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시너지를 창출하고 교육-취업-정주의 선순환 체계 조성과 지역 산업과 연계한 대학 교육의 혁신, 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한 창업 및 지역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상생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부산대학교와 부산교육대학교, 한림대학교는 미래교육 혁신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데, 교육에 개방·융합·디지털 대전환을 접목하는 과감한 교육혁신에 초점을 두고, 학문·학과 간의 벽을 허무는 개방형 학사구조 개편과 AI 기반의 학생 맞춤형 교수·학습의 고도화방안을 담고 있다. 

강원대학교와 강릉원주대학교, 안동대학교와 경북도립대학교, 충북대학교와 한국교통대학교는 지역과의 동반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 통합을 계기로 지역 밀착형 특화 캠퍼스로 전환하는 동시에, 지자체와 대학이 공동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대학의 자원과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 특화 발전을 이끌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전북대학교는 온·오프라인 국제캠퍼스 등을 기반으로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및 정주 지원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확충하고, 순천대학교는 지역 특화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한편, 지역주민을 위한 고른 평생교육 및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는 인구와 산업 등 지역 상황을 감안한 대학혁신 촉진 정책이자 대학의 자율성·혁신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교육부의 대학지원 정책방식을 전환하는 혁신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해 올해 글로컬대학 신청 시 대학들이 요청한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내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운영 중인 대학에 대한 교지 기준면적 폐지, 교사·교원·수익용 기본재산 기준 대폭 완화, 통폐합 시 입학정원 감축 조건 폐지, 대학의 위치 변경 및 학생정원 이동 조건 완화 등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추진 등을 통해 그동안 대학의 유연한 운영을 가로막던 대학 설립·운영 4대 요건 등이 일부 폐지되거나 대폭 개선되었다. 아울러 학과·학부 기반의 조직 운영 원칙을 폐지하는 등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확대도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컬대학 신청 시 대학의 새로운 활로로 제시된 외국인 유학생 유치, 지역주민·재직자 등 성인학습자를 위한 평생교육 확대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학생 30만명 유치를 목표로‘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이 발표되었고, 대학의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방안이 이번 달에 발표될 예정이다. 

글로컬대학은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우리나라 대학의 미래비전을 제시하여 지역 내 모든 대학의 발전을 이끌고, 지역과 대학과 산업의 동반성장의 길을 찾아 나설 개척자(Pioneer)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에 나타난 대학들의 메시지 역시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으면 이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었다. 

향후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가 더 성공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이미 선정된 대학 외에도 혁신기획서를 제출한 모든 대학이 혁신의 동력을 잃지 않고 혁신과제들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 내부의 벽을 허무는 과제들을 실행해 나갈 수 있도록 대학혁신지원사업이나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검토되어야 하고, 글로컬대학 신청 시 접수된 모든 규제개혁 과제에 대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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