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北의 ‘하마스식 비대칭 공격’ 후방과 해·강안이 위험
[이슈] 北의 ‘하마스식 비대칭 공격’ 후방과 해·강안이 위험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4.01.1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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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국내에서도 ‘하마스식 기습 공격’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특히 국회에서는 “북한이 하마스식 기습 공격을 자행하면 어떻게 할 거냐?”며 국회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북한은 하마스보다 더 오랫동안 다양한 ‘비대칭 공격 수단’을 연구해 왔다. 우리 군 또한 같은 기간 동안 대응책을 연구했다. 예를 들어 북한의 행글라이더 또는 패러글라이더 침투에 대응하는 방법이나 헬기 2대로 대공진지를 공격하는 전술 등에 대해서는 이미 20년 전에 대응책을 연구했다. 지난해 말 무인기의 기습 영공침범 때는 추한 모습을 보였지만 북한의 비대칭 공격 수단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전술은 우수한 수준이다. 문제는 사실 다른 곳에 있다. 

현재 북한의 기습 공격에 대응하는 방법은 주로 수도권과 북쪽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 왔다. 인력 부족 문제는 첨단기술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이런 대응 전략의 허점이 다른 곳에 있음이 드러났다. 바로 후방과 동·서·남해의 해·강안이었다. 

우리 군은 징병 대상자가 2010년 이후로 급격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과 군 수뇌부는 “인력난이 생기면 첨단기술로 메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소위 ‘민주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해안에서 철책을 제거하는 것과 동시에 경계 담당 부대까지 줄였다. 2014년부터 군사분계선(MDL) 및 비무장지대(DMZ)를 경계할 병력이 점점 줄어들자 열영상 감시장비(TOD)와 전자광학(EO) 카메라를 갖춘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더 늘렸다. 

238km의 MDL과 DMZ를 감시하는 전방 부대의 경우에는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운용할 병력이 그래도 있었다. 하지만 1만4863km의 동·서·남해안을 ‘과학화 경계시스템’으로 모두 감시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특히 제2작전사령부가 맡는 6400km 길이의 해·강안을 철벽같이 감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2019년 6월 15일 강원도 삼척의 어항으로 유유히 들어온 ‘목선 귀순’이나 2021년 2월 강원 고성 지역의 해안가 철책을 우회해 넘어온 ‘헤엄 귀순’, 올해 10월 민간 어선에 발견된 북한 주민 4명의 목선 귀순 등이 그 결과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군의 경계 태만’이니 ‘군기 문제’ 등을 지적했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어 보면 부실한 감시 장비와 절대 부족한 병력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특히 감시 장비 고장 문제는 심각하다.

2020년 9월 당시 이채익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GOP 지역 경계시스템 작동 오류 및 고장은 2749건, 오작동은 1만2190회 발생했다. 해·강안 경계시스템의 고장 및 오류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휴전선 238km를 맡는 장비에서 발생한 오류와 고장이 이 정도면 6400km의 해·강안 감시 시스템에서는 얼마나 오류와 고장이 일어날지 짐작이 가능하다. 

병력 부족 문제는 최근 들어서야 언급되고 있지만 이미 수년도 더 된 이야기다. 예를 들어 ‘노크 귀순’과 ‘헤엄 귀순’, ‘도보 월북’ 등으로 논란이 많았던 육군 22사단의 경우 과거 102여단, 23사단, 22사단이 함께 경계하던 지역을 지금은 22사단 혼자 떠맡고 있다. 즉 3만 명이 경계하던 곳은 1만 명 남짓한 병력으로 경계하고 방어하고 있다는 뜻이다. 해안 철책과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을 대폭 줄여 관광객이 들끓는 지역에서 평소 경계가 뚫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신기할 정도다. 

그런데 22사단보다 더 심각한 것이 후방의 해·강안 경계 병력이다. 6000km의 해·강안과 주요 광역시를 지키는 제2작전사령부의 경계 병력은 2만 명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육군본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제2작전사령부가 기존 3만여 명의 병력을 2만여 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해안감시병력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2년 4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국제인공지능대전' 한 부스에서 AI(인공지능) 융합 해안경비 시스템 시연회를 하고 있다. / 연합
2022년 4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국제인공지능대전' 한 부스에서 AI(인공지능) 융합 해안경비 시스템 시연회를 하고 있다. / 연합

해경과 경찰로 해안선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안규백 의원에 따르면, 당시 제2작전사령부는 해안감시병력을 축소하고 대신 ‘해안감시기동대대’를 창설할 예정이었다. 200여 명 규모의 대대는 각각 170km 가량의 해안선 감시를 맡게 될 것이라고 안 의원은 설명했다. 이렇게 인원을 대폭 줄이는 대신 해·강안 경계시스템을 보강한다는 것이 제2작전사령부와 육군본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과학화 경계시스템이나 해·강안경계시스템은 군이 말하는 것처럼 완벽한 체계가 아니다. 

안 의원은 “열영상감시장비(TOD), 해안감시레이더, 해안감시정 등 주요 장비 대부분이 내구 연한을 초과했고, 감시정찰을 위한 무인기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해안감시레이더-Ⅱ, 기동형통합감시장비 등 경계 사각지대 보완을 위한 장비 확보 역시 우선순위에서 밀려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북한 소형 목선 사건 등으로 감시 장비 보강을 서둘러 왔다지만 제2작전사령부의 경우 크게 개선된 게 없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안 의원의 지적처럼 해안감시기동대대를 창설해도 170km에 이르는 해안선을 200여 명이 담당하려면 차량이 아니라 헬기나 초계기가 필요한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 해안은 동·서·남해를 가리지 않고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려 들기 때문에 차량 기동력은 전방 부대에 비해 극히 나쁜 편이다. 하지만 제2작전사령부가 창설하는 해안감시기동대대가 헬기와 드론을 대거 갖추고, 해군 해상초계기의 도움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지난 10월 충남 보령에서 육군 32사단 해안감시기동대대가 병력과 드론을 투입해 20여 명의 밀입국자를 조기 단속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해안선이 매우 복잡한 남해나 풍랑이 거친 동해에서도 갖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기는 했다. 해안 경계를 해양경찰에 맡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2014년과 2021년 모두 무산됐다. 현재 해경 수가 본청 520여 명을 포함해 총 인원이 2만6000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인력으로는 불법조업 어선, 밀입국 선박, 의심 선박 입출항 등을 감시하기에도 버거운데 6400km에 이르는 해안 감시까지 떠맡길 경우 아예 우리나라 해안을 북한과 중국에게 개방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해경이 보유한 350여 척의 선박과 6대의 항공기를 활용하면 괜찮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해경 선박 가운데 79척을 제외한 배는 모두 소형 또는 특수목적선이고, 항공기도 초계 임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즉 과거 정부 일각에서 나왔던 “육군 대신 해경이 해안 경계를 맡자”는 주장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이 맡는 것은 어떨까? 무리다. 현재 경찰 총 병력은 약 13만5000명. 그런데 이 가운데 1만여 명 이상이 기동대 업무, 즉 시위 질서 유지 및 진압을 맡고 있다. 훈련도 많고 근무지도 덥거나 추운 곳이기 때문에 대부분 건장한 남자 경찰들이 배치된다. 각 지방경찰청 예하 기동대 또한 마찬가지다. 

게다가 최근 논란이 된 것처럼 현재 경찰은 순경·경장·경사보다 경위급 이상의 간부가 더 많은 상황이다. 일부 지방경찰청은 순경부터 경사까지는 정원보다 수천여 명이 모자라는 반면 경감과 경정 등 ‘내근직 간부’는 정원보다 몇 십 퍼센트 많은 상황이다. 여기에 경찰 고위층의 이상한 사고방식과 정치권의 ‘여성 우대 정책’ 기조 때문에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업무는 아예 맡지 않는 여자경찰이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즉 군 대신 해경이나 경찰에 해안 경계를 ‘전담’시킬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동해 최북단 철책
동해 최북단 철책

1750만 대 CCTV와 방범용 비상벨, 비상근 예비역 총동원 고려해야

그렇다면 방법은 아예 없는 것일까. 지금 당장이라도 준비하면 근시일 내에 해볼 수 있는 방안은 바로 폐쇄회로감시카메라(CCTV)를 활용한 1차 감시 체계와 군-해경-경찰에다 지자체 공무원이 결합해서 해·강안 경계를 맡는 것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방법으로 비판받겠지만 지금 당장 큰 예산 사용 없이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보안뉴스’가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를 인용한 데 따르면 공공기관이 설치·운영 중인 방범용 CCTV는 2021년 말 기준으로 145만 개다. 지금은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매체는 추산했다. 방범용 CCTV는 지자체가 상황실에서 모니터링을 한다. 보통은 ‘방범’이지만 이것을 ‘국가안보’를 위해 사용한다면 어떨까? 

민간 CCTV 또한 ‘국가안보’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민간이 설치한 CCTV는 약 1600만 대로 추산했다. 현재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민간 CCTV는 설치한 사람이 아니면 열람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 해상도가 높고 확대가 가능한 신형 CCTV로 교체·설치한 뒤 공동 사용 동의를 얻으면 엄청난 감시 자원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해안마다 있는 유명 식당이나 카페, 호텔 등이 바다를 보는 방향으로 CCTV를 설치하면 해·강안 경계 시스템만큼이나 유용한 자원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CCTV를 설치한 사람이 만약 침투하는 적을 발견해 신고하면 간첩 신고에 준하는 포상하는 체계까지 갖추면 마다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처럼 공공기관의 방범용 CCTV와 민간 CCTV가 촬영한 내용을 경찰과 해경, 지역 군부대가 주기적으로 확인한다면 북한이 하마스처럼 ‘제트스키’나 ‘고무보트’ 또는 ‘패러글라이딩’ 등으로 후방에 침투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군과 경찰, 해경이 인력 부족 때문에 CCTV 관리가 어렵다면 현재 계속 선발 중인 ‘비상근 예비역’에게 해·강안 경계 관리 담당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미군의 예비역과 같이 활동하게 되는 ‘비상근 예비역’의 정원은 2023년 기준 4100명 선이다. 전방보다는 후방에 근무하게 될 이들에게 해·강안 경계를 맡기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재 우리 사회 상황 상 CCTV로 적 침투를 발견한다고 해도 즉각적인 대응은 쉽지 않다. 기껏해야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하는 것뿐이다. 이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 등이 ‘방범용 CCTV’와 함께 설치한 ‘비상벨’을 ‘비상전화’로 바꿔 증설하면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방범용 CCTV’는 강력 범죄 발생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비상벨’을 설치해 놓고 있다. 벨을 누르면 가까운 경찰 순찰대에 즉각 지령이 떨어진다. 

북한 열병식에 참여한 특수작전군 모습. /연합
북한 열병식에 참여한 특수작전군 모습. /연합

하마스보다 광범위하고 악랄할 北 기습 막으려면 공권력 확립부터

이를 통해 적의 기습 침투에 제대로 초동 대응을 위해서는 현재 경찰의 훈련 과정도 바꿔야 한다. 퇴행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경찰도 정기적으로 권총과 소총 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최소한 경찰서 단위마다 전시 대비 무기고를 갖춰야 할 것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침공 당시 초기에 수많은 인명을 구한 것은 키부츠에 조직해 놓은 민병대였다. 총기 문제에서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은 큰 차이가 있지만 키부츠를 지키는 소수의 민병대가 하마스 대원 수십여 명을 몇 시간 동안이나 저지한 사례는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하다. 

국내 정치권과 언론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침공을 본 뒤 “북한이 하마스처럼 공격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군 당국을 들볶는 것을 보고 공안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북한은 하마스보다 더 광범위하고 대량의 공격을 해올 것”이라며 “하마스는 북한에서 기습 공격을 배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잘 알려진 대로 북한은 고정간첩망과 이들이 사용할 장비를 은닉한 드보크를 지난 70년 동안 우리나라 곳곳에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 제주에서도 발견됐다. 제3국을 통해 ‘몸만 들어온 북한 간첩’이 유사시 무장을 하고 어디든 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유사시를 대비하려면 치안 질서 유지를 맡은 경찰과 해경부터 상당한 수준의 군사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말한 대비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권력 강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거동수상자에 대한 경찰의 불심검문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됐다. 사건 사고 발생 현장에서 현행범을 체포할 때도 경찰이 함부로 물리력을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해경도 마찬가지다.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제압할 때 인도네시아처럼 어선을 압수해 폭파하는 것은 커녕 소형화기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한다. 우리 해경이 순직을 해도 ‘보복’도 못했다. 

이런 현실에서 ‘하마스보다 더 광범위하게, 대량으로, 악랄한 기습 공격을 퍼부을 북한’에 맞서는 것은 어렵다. 소위 ‘진보진영’이나 ‘시민사회’,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겠지만 절대 다수의 국민을 위해 공권력을 정상화하는 것부터가 북한의 기습공격이 확산하는 것을 막는 첫 단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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