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한국 저널리즘의 그린벨트
[논단] 한국 저널리즘의 그린벨트
  • 남선현 미디어미래비전포럼 고문·전 KBS 워싱턴 특파원 
  • 승인 2024.01.18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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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범죄혐의가 있는 야당 대표를 현직 대통령보다 TV 화면을 통해 더 자주 보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지자들 외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짜증나고 힘들어한다. 법원 판결 때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범죄혐의가 한 두 건도 아니고 수없이 많은 정치인의 발언을 법원 판결에 앞서 언론 스스로가 보도하지 않겠다는 ‘저널리즘의 그린벨트’ 같은 여건 조성이 한국 언론사(社)에서는 불가능한 일인가. 

정식재판에 앞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담당 판사(유창훈 부장판사)는 이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혐의가 일부 소명됐지만 제1야당 대표로서 또 다른 위증을 할 우려가 적기 때문에 영장을 기각한다고 적시한 바 있다. 

이처럼 판사에 의해 위증혐의가 소명된 당대표의 발언을 우리는 절대로 보도할 수 없으니 “당대표 말고 당내 2인자인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대신 보도하겠다”는 방송사나 신문사를 아직 보지 못했다. 

우선 공영방송부터라도 제1야당이 꼭 국민에게 알려야 할 중요한 발표가 있다면 범죄혐의자인 당대표 대신 원내대표의 발표를 보도하겠다고 요청하고 나서면 어떨까. 공정뉴스가 생명인 보도 전문 채널이 뒤따르고 종편도 이를 외면만 하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 협회는 방송의 공익은 외면하고 회원사들의 사적이익만 대변하고 있지 않은가. 

총선을 얼마 앞두고 당대표 발언이 언론에서 무시당하는 판이면 법원 판결 전에 당에서 스스로 대표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온갖 욕을 퍼댄 당대표가 여성을 암컷이라고 부른 같은 당 정치인에게 ‘앞으로 말 조심하라’고 경고한 것을 방송사마다 아무 거리낌 없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그 대표가 과거 욕을 많이 한 것을 다 아니까 국민들이 스스로 비교해 판단할 것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시청자들은 TV에서 보여주는 대로 보고 들려주는 대로 듣는 것뿐이다. 

실제 예를 보자. 

정부가 허위보도나 오보 근절을 위해 만든 특별대책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 현직 대통령이 법무장관과 함께 새벽 2시가 되도록 20여 명의 특정회사 소속 변호사와 술먹고 노래 불렀다는 게 거짓으로 밝혀진 지 꽤 오래됐다. 그러나 국민들의 40%는 지금도 그대로 믿고 있다. 그런 여론조사가 지금도 발표되고 있다. 

당의 공식 논평이라고 해도 이같이 황당무계한 발언을 일삼는 대변인이 발표하는 내용을 언론사들이 스스로 보도하지 않겠다면 어떻게 될까. 대변인의 발표를 출입기자들이 기사화하지 않는다? 문제의 대변인이 다른 인물로 신속히 교체될 것이다. 

온갖 범죄혐의를 덮어 쓴 당대표와 황당한 발언을 내뱉는 대변인이 언론에서 사라져가는 이른 바 ‘한국 저널리즘의 그린벨트’가 차츰 만들어지고 확대될 것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보도 전문 채널로, 종편으로, 나아가 신문으로까지 가세하며 한국 언론의 그린벨트가 공고히 자리잡을 것이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4-5년씩 걸리는 법원 판결을 언론이 무색하게 해나가자. 언론이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는 4류정치를 법원의 정치적 판결에 앞서서 고쳐나가자. 어렇게 될 때 세계 언론사에 남을 ‘한국 저널리즘의 그린벨트’로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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