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AI 디지털교과서와 한국 교육의 디지털 대전환
[전문가 진단] AI 디지털교과서와 한국 교육의 디지털 대전환
  • 박승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전 교육부 부총리 자문관
  • 승인 2024.01.18 15: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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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발전된 기술이라 하더라도 인간을 건강하고, 창의적이며, 열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하이터치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고도로 발달된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이 지원하는 하이테크 기반 학습에서도 교수자에 의한 하이터치 학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한 교육 혁신도 교실에서 교사와 인공지능이 협업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개념 모형은 매우 간단하다. 인공지능은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지식 전달을 통해 기본개념 파악을 도와주고, 교사는 이를 토대로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끄집어 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역량을 키우고자 한다. AI 디지털교과서와 교사 주도의 토론식 수업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우리가 학교 수업에서 원래 기대했던 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내려는 것이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담고 있는 것

1) 학습자의 정확한 지식수준 측정과 개인별 맞춤형 교육 제공

AI 기반 개인별 맞춤형 교육에서는 학습자가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동안 남긴 디지털 흔적을 분석하여 학습자의 학습상태와 지식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해 낼 수 있다. 학생들의 학습활동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 분석은 더 정확해진다. 이처럼 데이터를 통해 학습자의 학습패턴을 분석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학생이 취약한 분야, 틀린 문제의 유형, 문제를 푸는 습관, 공부하는 행태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되어 학생 개개인의 학습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학생들 간의 학습격차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의 지식수준 뿐만 아니라 학습행동과 습관들도 데이터로 분석하여 개별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경로를 설정하여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해당 과목의 학습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게끔 설계되어 있다. 학습경로를 이탈하거나 패턴에서 예외적인 반응이 나오는 경우, 그에 대한 인공지능의 처방이 나오고, 새로운 학습경로가 형성되어 학생들마다 수준차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학습하게 함으로써 중도 이탈을 막아 해당 과정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2) 학생과 교사 간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촉진

학생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면 학생들의 모든 학습활동이 데이터로 흔적이 남겨진다. 인공지능이 이러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여 그 결과를 교사의 대시보드로 보내면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된다. 교사와 학생들이 상호 필요로 하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학습 분석 기술을 통해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습 능력을 측정할 수 있고, 학습 수준의 향상 정도를 사전에 예측해 볼 수 있으며, 학교 수업을 중도에 포기할 위험성이 있는 학생들을 미리 감지하여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만일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결과 학생이 맞힐 수 있는 문제이지만 틀렸을 경우에는 학생이 스스로 다시 풀어보도록 지도하고, 몰라서 틀렸을 경우에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며, 찍어서 틀린 경우에는 문제를 다시 천천히 읽어보고 스스로 풀어 보도록 지도함으로써 교사와 학생 간의 의사소통을 촉진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교사와 학생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게 되어 학력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서적 유대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3) 실시간 업그레이드된 적응형 학습 서비스 제공

AI 디지털교과서는 개인별 수준에 맞게 자기 주도로 학습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되어 있다. 학습자 누구나 각자의 지식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학습 진도를 나가게 된다. 

이는 적응형 학습원리(adaptive learning)에 따라 설계되기 때문인데 지식공간이론(Knowledge Space Theory)에 의할 경우, 현재의 지식상태 분포 추정 -> 지식상태 분할 -> 질문설정 -> 확인 -> 지식상태 분포 재추정 -> 반복 등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학생들이 학습활동을 하면서 남긴 데이터는 쌓이면 쌓일수록 인공지능이 더 정확하게 분석하므로 지속적인 개인별 맞춤형 학습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학생들이 학습을 완료한 단원이 늘어나면 지식상태에 변동이 발생하게 되고, 학습 분석 결과는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 수업환경은 AI 기술과 교사의 능동적인 토론식 수업, 그리고 학생들의 참여로 구성된다. 학생들의 학습활동 상황은 실시간 분석되고,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 되도록 알고리즘으로 설계된다. 교사는 인공지능이 분석한 학생들의 학습활동 결과와 예측을 대시보드에서 확인하고 학생 개인별로 맞춤형 지도를 하게 된다. 

AI 디지털교과서 수업 모형

AI 디지털교과서로 수업을 할 때 교사와 학생들 간의 하이터치가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학생 개개인의 학습활동을 실시간 분석해주지만, 학생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도록 이끌어주고, 수업 시간에 토론과 프로젝트 수행이라는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AI 디지털교과서에 튜터기능이 있어 학생 혼자서도 학습을 할 수 있지만, 교사와 함께하는 능동적인 수업 경험이 더해져야만 학습효과가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디지털교과서 사용환경에서 학생은 자기주도적 학습자로서 지식을 단순히 전달받는 것을 넘어, 토론·프로젝트 등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만들어가는 능동적 학습자로 성장하게 된다.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표와 역량, 지식수준, 학습 속도에 따라 서로 다른 학습경로를 구축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수업 과정을 마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사는 학습환경 디자이너이자 사회·정서적 멘토 역할을 하게 된다. 

‘AI 서비스’의 진단, 분석, 예측을 기반으로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역할이다.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학습환경 설계와 사회·정서적 변화를 관찰·진단하여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상담과 멘토링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교실에서의 수업은 자연스럽게 끄집어 내는 교육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수업은 지식의 습득보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두고, 토론, 글쓰기, 프로젝트 등 학생 간 상호작용과 참여를 촉진하는 수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학생들은 수업 활동을 통해 자기표현, 상호존중, 협력 등 사회적·정서적 역량을 체득할 수 있도록 변화될 것이다. 

시나리오로 그려본 AI 디지털교과서 수업 모습

이해의 편의를 위해 학교에서 AI 디지털교과서로 수업하는 모습을 시나리오로 만들어 봤다. 교육부의 설명자료를 필자가 재구성한 것이다. 앞으로 변화될 학교의 수업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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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전) 이번 학기부터 효서네 학교에서는 수업하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수업 전에 자신의 노트북을 펼쳐서 AI 디지털교과서의 사전 학습 문제를 풀고 수업을 시작합니다. 집에서 미리 풀고 온 친구들도 있습니다. 효서와 친구들이 푼 학습 문제 풀이 결과는 인공지능이 실시간 분석하여 선생님의 대시보드로 제공되는데 선생님은 효서와 다른 친구들이 어떤 부분을 알고 모르는지 미리 살펴보시고,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한 모둠을 구성하여 프로젝트 학습을 위한 준비를 하십니다.

 (수업 중) 오늘 수학 수업에는 친구들과 함께 삼각형의 작도 활동을 통해 우리 마을 보물찾기 프로젝트 수업을 합니다. 선생님은 대시보드에 나타난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감안하여 오늘 수업 주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시작합니다.

먼저 ‘삼각형 작도’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 모둠 구성원별 역할을 정하고, 학생들끼리 모여 공통된 주제를 서로 도와주며 토론하는 탐구 활동을 수행합니다. 학생들은 디지털교과서의 AI 튜터를 통해 개념을 파악하고 왔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효서네 모둠은 교실 내의 물건들 중 서로 합동인 것들을 함께 찾아보기도 합니다.

이때 선생님은 모둠별 활동이 원활히 잘 진행되도록 순회 지도를 하며 학습을 이끌어 주시고, 그때그때 필요한 도움을 주십니다. 선생님은 대시보드에 나타난 학생 개개인의 학습 결과를 참고하여 이해가 조금 늦은 친구에게는 좀 더 자세한 지도를 해주시고, 이해가 조금 빠른 친구에게는 좀 더 생각이 필요한 질문을 해주십니다.

모든 활동이 종료되면, 학생들은 모둠별로 미션 수행과정 및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친구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때 선생님은 능수능란하게 진행을 하시며 질문도 하십니다. 모둠별 발표 결과는 노트북으로 업로드하거나 인공지능 칩이 내장된 펜을 사용하여 A4 용지에 작성한 후 제출합니다. 

 (수업 후) 선생님은 모둠별 프로젝트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AI 디지털교과서의 인공지능이 내린 학생별 진단과 처방을 바탕으로 수업 활동과 연계된 맞춤형 학습을 과제로 내주시고, 개별 학생들의 진전을 모니터링하며, 정서적인 도움이나 다른 지원이 필요한 친구들에게는 상담이나 진로지도를 해주십니다. 수업 후 혼자서 학습하기 어려워하는 친구에게는 기초학력 전담교사나 대학생 형, 누나들의 멘토링을 연결해 주시기도 합니다. 

 (개별 학습) 효서는 오늘 도형에 대해 학습해오라는 숙제를 받았는데, AI 디지털교과서에서 제시한 도형 관련 평가 문제를 풀고 클릭을 하면, 모르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개념 설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AI 디지털교과서 속의 AI 튜터가 효서가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 답을 해주기도 하고, 모르는 개념에 대해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영상, 사진 등)를 추천해줍니다. 때로는 답을 찾을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주기도 합니다. 이따금 효서가 지루해할 때는 용케 알아차리고 재미나는 대화를 걸어오거나 게임 같은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효서는 친구들과 새로운 미션을 수행할 내일 수업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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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적 시사점

1)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학교 교육의 혁신 유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계기로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학교 교육에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활동을 최적화하고 개별화 학습을 가능케 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혁신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의 학습활동 데이터를 통해 학생의 지식수준을 측정하고, 학습패턴을 분석함으로써 학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경로를 추천하여 교육과정을 중단없이 완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그 과정에서 분석된 데이터는 교사에게 실시간 전달되어 학교 수업에서 학생의 요구와 수준에 맞는 수업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러한 시도가 주는 함의는 오랜 교육적 전통과 학습 문화, 체계화된 교육 방법론, 수준 높은 교사 등 제반 인프라가 갖춰져야만 가능했던 질 높은 교육을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교육격차 해소에 매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2) AI 디지털교과서와 교사의 토론식 수업 연계를 통한 생산적인 학습효과 창출

AI는 학생 개개인의 지식수준을 파악하여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할 수 있지만, AI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전통적인 학교 교육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렵다. AI가 학교 교육의 변화를 불러오기 위해서는 교육과 학습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의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

일련의 실험들은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학습과 교사가 주도하는 능동적 토론식 수업이 하나의 학습경험으로 통합될 때 전반적인 학력 향상이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AI 디지털교과서와 교사의 능동적인 토론식 수업이 연계되어야 학습효과가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3) 전통적인 수업방식에서 인공지능 기반 수업방식으로의 전환

교사가 AI 디지털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는 정도와 방법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효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교사가 AI 디지털교과서로 수업하는 것을 상당한 부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AI 디지털교과서로 수업하는 것이 복잡하거나 어렵지는 않다. 생소할 수는 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디지털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는 것일 뿐임에도 인공지능 언어나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아직 AI 디지털교과서를 수업에 사용해 보지 않아 생기는 기우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통적인 수업방식에서 인공지능 기반 수업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사 연수와 시범 적용, 교사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수반되어야 한다. 교사들이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방법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으면 수업에서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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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반대한다 2024-02-29 16:40:46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을 반대한다
최신식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국민성이 디지털을 좋아하는데
무지다, 무지.
디지털이 vr이란 고글까지 허용하고 그것들이 모두 5g 기반이라 고주파 장난 아님! 아이들 뇌 망가뜨릴려고 작정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고주파가 팡팡 나오는 ai디지털을 학교 현장에 도입하는가? 교육엔 느려도 아날로그로 돌아가야 한다

Kty 2024-02-23 05:37:13
디지털 교과서의 심각한 문제점은 다루지 않았네요
유럽은, 디지털 교과서를 일부만 시행하든지
아니면 디지털 교과서의 실패후 다시 종이 교과서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처럼 전교과서를 디지털로 시행하는 나라는 없어요.
디지털 교과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한창 뇌가 성장하는, 아동ㆍ청소년에 뇌세포를 파괴시키고, 또 신체적으로 불면증, 중독 증상 등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최신식이란 문명의 이기가 결코 사람의 몸괴 마음의 건강에 유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