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망과 전후 시나리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망과 전후 시나리오
  • 장지향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4.01.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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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 아산정책연구원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양측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고, 가자 지구 내 인도주의 위기가 대두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협상과 중동의 데탕트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급히 현지를 찾아 긴장 완화를 위해 적극 노력했음에도 전쟁은 이어지고 있다. 

중동 전역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내면서 중동 데탕트는 깨진 것이라는 해석마저 나온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주요국이 지지를 밝힌 대상은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 주민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정계에서 존경받는 원로인 투르키 알 파이잘 왕자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살상 행위가 이슬람 교리에 위배된다고 강하게 비난했고 이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 지도부의 입장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미국과 이스라엘 역시 이번 무력 충돌로 데탕트가 깨지면 테러리스트에게 굴복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욱이 바이든 정부가 내세웠던 중동 정책의 3대 기조, 즉 이란 핵합의 복원, 역내 민주주의와 인권 및 동맹 가치 강화, 아랍-이스라엘 데탕트 확산 가운데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보인 사안이 없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수교 협상에 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정상화 빅딜의 직접 수혜자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이스라엘에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지 않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따라서 군사적 긴장이 누그러지면 중동 데탕트를 향한 미국의 중재와 중동 주요국의 움직임은 다시 부상할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사실상 최초의 이스라엘-이란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사실상 최초의 이스라엘-이란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최초의 이스라엘-이란 전쟁

같은 맥락에서 이번 무력 충돌이 하마스와 이스라엘이라는 당사자가 아닌 다른 국가들까지 개입하는 5차 중동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주변국 대부분은 혹시 모를 자국 내 반정부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정권 생존 지키기에 급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측면 지원하고, 서안 지역 일부 급진주의 조직이 하마스와 연대를 선언하며 반이스라엘 전선을 확산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적극 후원해 온 이란 강경파 지배 연합은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불러온 심각한 경제 위기와 히잡 강제 착용 반대 시위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로 전쟁 개입이 부담스럽다. 

이란 내 이어지는 민생고 항의 시위에는 지방 보수층과 저소득층이 적극 참여해 강경파의 지지층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집트는 이번 충돌 과정에서 가자 지구와 맞닿은 라파 국경을 열어 인도적 차원에서 아랍 형제인 팔레스타인 주민을 잠시라도 대피시키라는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의 제안을 거절했다. 가뜩이나 인기 없는 권위주의 정권인데, 팔레스타인 주민의 유입으로 혹시 모를 불안정한 상황이 생길까 봐 그 가능성을 사전에 바로 차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사실상 최초의 이스라엘-이란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오랫동안 그림자 전쟁을 해왔고,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이미 이스라엘 북부 전선에서 교전 중이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대이스라엘 투쟁을 선언해 최근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라크의 친이란 인민동원군 일부도 시리아로 집결했다.

결국 이란이 자랑하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인 친이란 프록시 조직이 함께 대이스라엘 무장투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전쟁의 분수령은 헤즈볼라의 전면전 개시 여부이다. 만약 이란이 곤경에 빠진 하마스를 돕기 위해 헤즈볼라를 참전시켜 전례 없는 합동작전에 나선다면 미국의 개입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면전에 나설 징후는 낮지만 가자 지구 전쟁의 향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자국 핵시설 공습을 억제하기 위해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만큼 쉽사리 참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동시에 하마스의 궤멸을 마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편 러시아는 전쟁 초기 중립 태도를 보였으나 점차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을 비난하며 팔레스타인 편에 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은 미국 주도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도 공격용 무기 대신 레이더 장비만 제공했으나 러시아는 드론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를 공급하는 이란과 밀착했다. 

지난 9월에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 군사 시설을 공습하자 러시아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규탄했다. 향후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에 공격형 무기를 지원할지, 시리아 영공에서 추가 공습 작전을 벌일 때 러시아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양국 관계를 결정지을 갈림길이 될 것이다. 중국 역시 초기에는 양측 모두의 폭력 중지를 요구하며 중립적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이스라엘의 지상전이 과도하다며 비난에 나섰다. 

이어 자이쥔 중동특사를 요르단에 파견해 중재 노력까지 기울이고 있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물론 주변국을 움직일 만한 뾰족한 수단은 없어 보인다. 북한은 이번 전쟁이 전적으로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범죄행위에 따른 결과라며 팔레스타인에 도움을 줄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스라엘에 가해진 하마스의 무차별적 공격을 규탄하고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의 무사 송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도적인 교전 중지, 이스라엘의 국제법 준수 등을 강조했다. 또 민간인 피해자를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약속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한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다. 

하마스 대원을 사살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더라도 소수의 급진주의 세력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하마스 대원을 사살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더라도 소수의 급진주의 세력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검토해야

이스라엘의 하마스 제거 작전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스라엘 인질을 최대한 구하면서 많은 하마스 대원을 사살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더라도 소수 급진주의 세력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단호한 작전 과정을 지켜본 가자지구의 다음 세대가 다시 복수를 다짐하고, 이스라엘은 남은 세력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가자지구 봉쇄를 이어갈 수 있다. 또다시 급진주의 추종 세력이 선제공격으로 도발하면 이스라엘이 맹렬한 기세로 공습하는, 지금까지와 비슷한 충돌 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 

2006년 발발한 파타흐와 하마스의 유혈 충돌로 무기한 연기된 선거가 하루빨리 시행되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파타흐-하마스 간 갈등 일변도의 장기 관성에 획기적 전환점으로 작동하지 않는 한 정치적 무기력에 빠진 이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참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현재 논의되는 대안은 하마스를 궤멸시킨 다음 파타흐가 이끄는 서안 지역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가자지구 통치권을 이양하는 방안이다. 이때 파타흐가 안정적으로 통치를 시작하도록 이집트와 요르단 등 주변 아랍국가가 평화유지 병력을 파견할 수도 있다. 관건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16년 동안 하마스 통치하에 있던 가자지구를 성공적으로 통치할 수 있을지다. 

이번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2021년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소가 서안 지역과 가자지구의 성인 남녀 1270명을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당면한 과제는 부패(26%), 빈곤과 실업(22%), 가자지구 봉쇄(20%), 이스라엘의 점령(16%), 서안 지역과 가자지구의 분열(12%) 순이었다. 응답자의 84%는 파타흐가, 72%는 하마스가 부패하다고 답했다. 또 58%는 하마스가, 53%는 파타흐가 두려워 비판할 수 없다고도 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뒤로 하고 2020년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을 비롯한 아랍 4개국이 이스라엘과 수교한 아브라함 협정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3%)이 자신의 지도부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즉 파타흐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역시 주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2006년 발발한 파타흐와 하마스의 유혈 충돌로 무기한 연기된 총선 및 수장 선거가 하루빨리 시행되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파타흐-하마스 간 갈등 일변도의 장기 관성에 획기적 전환점으로 작동해야 할 것이다. 

복잡해지는 중동 외교

11월 15일 유엔 안보리에서는 15개 이사국 중 12개국의 찬성, 미국과 영국, 러시아 3개국의 기권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최종 채택됐다. 결의안은 인도주의 관점에서 가자지구의 교전을 즉각 중단하고 하마스와 또 다른 급진주의 조직인 이슬라믹 지하드 등이 잡고 있는 인질을 무조건 석방하라는 촉구를 담고 있으며 국제법 준수와 어린이 등 민간인 보호를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영국, 러시아의 이견을 두고 다른 이사국은 결의안에서 ‘휴전’은 ‘교전 중단’으로 바꾸고 인질 석방의 ‘요구’는 ‘촉구’로 완화해 조정안을 마련했다. 결의안의 내용은 이미 우리 정부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밝힌 공식 입장과 비슷하다. 

한편 이에 앞서 10월 27일 유엔 긴급 총회에서는 요르단의 주도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으나 우리 정부는 해당 결의안에 하마스의 테러와 인질 억류를 규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기권했다. 한국과 일본,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우크라이나 등 45개국이 기권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등 14개국이 반대했으며 중국과 북한은 찬성했다. 

11월 22일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발발한 지 46일 만에 카타르가 중재해 온 인질 석방과 일시적 교전 중단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양측은 4일 동안 교전을 중단하면서 하마스는 생포한 인질 가운데 어린이와 여성 등 50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식량과 의약품, 연료를 실은 트럭 300대의 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모두를 데려오기 전까지 전쟁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협상에서 애써준 바이든 대통령에 특별히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우리의 대(對)중동 정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추구하는 ‘두 국가 해법’ 및 중동 데탕트 과정을 지지하고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며 팔레스타인을 향한 인도적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2024년부터 2년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될 한국은 책임 있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중동 분쟁에 대한 안보리 대응에도 적극 참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권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및 법치 등 국제규범과 가치에 입각한 중동 정책을 추진해 역내 긴장과 인도적 위기를 해소할 독자적인 기여 방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서 드러났듯이 이스라엘의 정보국이 하마스의 기습공격 의도를 파악하는 데 크게 실패한 만큼 우리의 대북 감시 체제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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