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교황은 정말 동성 결합을 축복한 것인가
[팩트체크] 교황은 정말 동성 결합을 축복한 것인가
  • 박형준 바른청년연합 번역팀장
  • 승인 2024.01.19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최근 크게 이슈가 된 교황청의 선언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은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 가능성을 담고 있다. 여러 언론과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동성애와 LGBTQ+에 대한 대전환의 시작이라고 주목했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오해’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오히려 “간청하는 믿음”의 실제 요지는,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결혼”이라는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교리적 변경은 일절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해당 선언문이 쓰인 의도

지난 12월 18일 교황청이 발표한 “간청하는 믿음”은 초반 설명부에서 해당 선언문이 쓰인 배경에 대해 먼저 밝히면서, 교황청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확인하고 있다. 

“본 선언은 최근 몇 년 동안 본 부서[신앙교리성]가 받아온 여러 가지 질문들을 고려하고 있다… 이 문건의 주제가 연구되는 동안 몇몇 추기경들의 두비아[Dubia, 라틴어로 ‘의심’을 뜻하며, 교회의 가르침이나 전례에 관한 이슈 또는 교회법의 해석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교황청의 부서나 교황에게 요청하는 것]에 대한 교황 성하의 답변이 알려졌다…
 

…위에서 언급된 두 추기경의 두비아에 대한 교황 성하의 답변과 같이, 본 선언은 결혼에 관한 교회의 전통적 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으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그 어떤 종류의 전례 의식이나 그와 비슷한 강복[축복]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문건의 중요성은 강복에 대한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기여를 제공하여, 전례적 관점에 밀접하게 연결된, 축복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를 넓고 또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맥에서 우리는 변칙적인 상황에 놓인 커플들과 동성 커플들에게, 그들의 상태를 공식적으로 승인하지 않거나, 결혼에 대한 교회의 계속된 가르침을 어떤 식으로든 수정하지 않고도 강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해할 수 있다.” (괄호 안의 내용은 필자가 설명을 위해 추가한 내용이며, 볼드체 처리 된 부분은 강조를 위해 필자가 처리한 부분이다). 

위와 같이 해당 선언문은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여러 언론에서 말한 것처럼 “급진적인 변화”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으며, 위 내용으로 볼 때, 몇 가지 제기된 의문들에 대해 오히려 결혼에 대한 전통적 가르침을 확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위에서 언급된 두비아의 내용과 그 답변을 살펴보면 의도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바티칸 뉴스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다섯 추기경이 제출한 두비아에 대한 답변” 중 두 번째 두비움(두비아의 단수형)에 대한 답변에서 “교회는 결혼에 대해 매우 분명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배타적이고, 안정적이며, 분리 불가능한 결합이면서, 자연적인 출산이 가능한 것이다. 오직 이 결합만이 ‘결혼’이라고 부를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동성 결합을 축복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2021년의 답변에서도 명확하게 “불가(Negative)”라고 단언하고 있다. 

말장난에 불과한가?

해당 선언에 대해 회의적인 이들 중에는 이 선언이 단지 말장난에 불과하며, 사실상 동성애와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가한다. 하지만, 이는 선언문의 다음과 같은 항목을 꼼꼼히 읽어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4. 두 명의 추기경에 의해 제기된 다섯 가지 질문 중 두 번째 질문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근 답변은 이 사안에 대해, 특히 사목적[목회적] 관점에서 더 깊이 탐구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는 “결혼이 아닌 것이 결혼처럼 간주되는 것”을 피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배타적이고, 안정적이며, 분리 불가능한 결합이면서, 자연적인 출산이 가능한” 결혼을 구성하는 것과, 그것과 반대되는 것 사이의 혼동을 유발할 수 있는 기도나 전례는 용납될 수 없다. 이 확신은 결혼에 대한 가톨릭의 영속적 교리에 기반한다. 성관계는 오직 이러한 맥락에서만 그 자체의 자연적이고, 적절하며, 완전히 인간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 점에 관한 교회의 교리는 확고하다. 
 

5. 이것은 또한 복음에 의해 제시된 결혼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강복과 관련한 경우, 교회는 이러한 믿음과 모순되거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떠한 전례 의식도 피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는 교회는 동성의 결합에 강복할 아무런 힘이 없다고 명시한 신앙교리성의 답변의 뜻과 같다. 

이처럼 선언문의 여러 부분에서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 가능성이 그들의 “결합을 축복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며, 이 둘을 혼동하지 않는 한 축복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즉, 알려진 바와는 달리, 동성 결합에 대해서 축복하는 것이 아니라고 확실히 선을 긋는 것이다. 

축복의 가능성

그러나 위에서 언급된 혼동을 피하는 경우라면 축복은 가능하다. 

20. 강복을 구하는 사람은 그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구하시는 현존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며… 교회 안에서 강복을 구하는 것은 교회의 생명이 하느님의 자비의 모태에서부터 나오며,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주님의 뜻에 응답하도록 돕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축복을 구하는 이들은 곧 하느님의 자비와 선한 방향으로 가고자 청원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전제 없는 하느님의 자비를 고려할 때 축복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창조주의 계획”에 맞지 않는 상황일지라도 그것을 축복을 통해 “정당화할 의도가 없고”, “자발적이며”, “비성사적인”[공식적인 성사 거행이 아닌] 경우에는 사목자가 그들을 위해 기도해줄 수 있다. 

43. 따라서 교회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의 성사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하느님과의 관계가 죄로 인해 가려져 있을지라도, 베드로가 폭풍 속에서 예수님께 “주님, 저를 구해주십시오”하고 소리 질렀듯이(마태 14,30), 그는 하느님께 손을 뻗으면서 언제나 축복을 요청할 수 있다.

진정으로, 축복을 열망하고 축복받는 것이 어떤 상황에서는 가능한 선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는 우리에게 “큰 어려움을 마주하지 않은 채 외견 상 질서 있게 하루를 보내는 삶보다, 거대한 인간의 한계 속에서 내딛는 작은 발걸음이 하느님께는 더 만족스러울지도 모른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런 점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돌아가시고 죽은 이들 가운데서 일어나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나타나는 하느님의 구원하시는 사랑의 아름다움이다.” 

남아 있는 현실적인 우려들

하지만 이와 같은 실제 의도와는 다르게 선언문은 크게 오해 받고 있다. 관련 선언에 대한 대부분의 뉴스 보도는 마치 가톨릭 교회가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과 같은 뉘앙스로 작성되어 상당한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도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바뀌려는 조짐은 미미하며 오히려 고착화되고 있다. 

노트르담대학교 신학과의 가톨릭 역사학자 울리히 레너(Ulrich L. Lehner)는 이를 두고 “해당 문서의 부정확한 언어가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혼란의 씨를 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2년 전인 2021년부터 독일 천주교회가 실제로 “동성결합”을 축복한 것을 언급하면서, 분열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한편으로는 교황청이 해당 선언문을 통해 독일 교회가 분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성 결합의 축복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보다 동성 커플이라는 변칙적인 상황에 놓인 개인의 축복 가능성을 긍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을 수 있다. 교리적으로는 정통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러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오해의 여지가 깊어지고 논란이 커진 것이 아닐까. 

실제로 “간청하는 믿음”의 발표 이후, 수많은 혼란스러운 의견들이 오가며, 교회 내부에서도 반응이 갈렸다. 서유럽을 포함한 일부 교구에서는 이를 지나치게 받아들여 준의식적 축복을 추진하고 있으며, 반대로 다른 교구에서는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 선언문의 발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해당 선언문의 발표는 비(非)그리스도인의 오해부터 비(非)가톨릭계의 비판, 그리고 가톨릭 내부의 혼란까지, 여러모로 논란을 일으킨 사안임은 틀림없다.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