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한국 상속세 OECD 최고 수준, 이제 손볼 때가 되었다
[데이터로 보는 세상] 한국 상속세 OECD 최고 수준, 이제 손볼 때가 되었다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4.02.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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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전환기로 모든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우리는 이 지구촌의 글로벌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늘 관심을 가지고 탐색하고 적응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제가 글로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현행 상속세제는 24년 전인 2000년에 세법 개정이 있은 후 바뀌지 않고 있으나, 그동안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 고령화, 기업 환경 변화 등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기업하는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도표 1>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2022년 우리나라의 상속세 과세 대상 피상속인은 1만5760명으로, 과세 기준에 미달하는 소액의 상속 재산을 제외한 총상속재산가액은 62조7269억 원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8002명, 15조1479억 원)보다 피상속인은 97%, 총상속재산가액은 314% 늘어난 수치이다. 특히 총상속재산가액은 2021년(26조5827억 원)보다 2022년 2.4배 급증했다. 

한국의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지만, 보유지분이 50% 이상인 최대 주주에 붙는 할증(세금의 20%)을 합치면 60%의 상속세가 되어 한국이 OECD국가 중 최고세율이다.

<도표 2>를 보면 이 경우에 세율의 순서는 한국(60%), 일본(55%), 프랑스(45%), 영국과 미국(40%) 등의 순이다. 일본은 상속세가 55%로 매우 높아 보이지만 각종 세금 공제제도가 한국보다 다양하게 많고, 아직 금융실명제가 전면 시행되지 않고 있어 가명이나 차명 계좌로 세금을 내지 않고 상속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 부담하는 실효세율은 낮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이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1위라고 볼 수 있다. 

OECD 회원국 37개국(2020년 기준) 중에서 상속세 비과세인 나라는 15개국(노르웨이, 뉴질랜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멕시코, 스웨덴,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체코, 캐나다, 콜롬비아, 포르투갈, 호주)이고, 직계비속에 한해 상속세 비과세인 나라는 4개국(룩셈부르크, 스위스, 슬로베니아, 헝가리)이다. 따라서 직계비속에게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나라는 19개국이고, 부과하는 나라는 18개국이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18개국의 평균 상속세는 27.1%이다. 직계비속에게 상속세를 비과세하는 19개국을 포함한 OECD 37개국 평균 상속세율은 13.2%로 매우 낮다. 이것을 보면 한국이 고율의 상속세를 매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국가에서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이유는 개인이나 기업 자산에 대해서 이미 소득세 등으로 세금을 부담하였으므로, 상속세를 부담하는 것은 동일 자산에 대하여 이중과세의 성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 흐름에 뒤떨어져

글로벌 인사이트에서 실시한 주요국(G5;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기업상속세제 비교에 대한 상속세액 시뮬레이션 결과를 살펴보자. 국내 20대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평균 액수는 대략 1.8조 원(2020년 기준) 정도인데, 이 액수를 상속할 경우에 한국의 상속세는 1.1조 원으로 가장 높고, 다음이 일본(1.0조 원), 프랑스(0.8조 원), 미국(0.7조 원), 독일(0.5조 원), 영국(0.4조 원)의 순이다. 기업 승계 시 사업자산 공제감면은 한국은 최대 500억 원이고, 미국은 없고, 일본은 비상장 중소기업은 100% 감면이다. 이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 <도표 3>에 있다. 

<도표 3>의 상속세액을 눈으로 보기 쉽게 그림으로 그려본 것이 <도표 4>로, 주요국들의 상속 실효세율, 상속세액과 그 순위를 알 수 있다. 본 추정에서는 프랑스와 독익은 업종 또는 사업용 자산 비중에 따라 기업상속 공제 대상 여부가 결정되므로, 여기에서는 기업상속 공제를 받지 않은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와 독일의 상속세는 공제를 받을 경우에 더 적어질 것이다. 

한국의 상속세 과세 표준 및 세율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1억 원 이하이면 10%, 5억 원 이하이면 20%, 10억 원 이하이면 30%, 30억 원 이하이면 40%, 30억 원 초과하면 50%이다. 이 과세 표준은 24년 전에 정해진 것으로, 그동안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기업의 주식값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자산 가치가 상승하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이 상속할 때 상속액이 30억 원이 넘는 경우가 많으며, 국내 기업들은 상속세 부담에 경영권을 위협받거나 기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설립 30년이 넘은 중소기업 중 대표가 60세 이상인 곳이 81%다. 그런데 절반 이상이 상속세 때문에 기업 승계를 포기하고 매각·폐업을 고려한다고 한다. 기업 승계를 포기하는 기업이 세계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이런 기업의 매각·폐업은 국가적 기술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2024년 1월 29일)에 따르면 한국인이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법인이 연평균 250여 개에 이르고, 싱가포르에는 한국인의 법인 설립과 이주 컨설팅을 돕는 회사만 일곱 곳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 부자가 싱가포르와 같은 ‘세금 천국’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런 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2008년 상속·증여세를 없앴다. 양도세와 배당세도 없으며, 법인세와 소득세 부담 역시 상대적으로 낮게 과세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국가적 기술 손실로 경제 위축 요인

국내에서 중견 기업을 경영하던 A씨는 2013년 회사를 사모펀드 운용사에 팔고 가족과 함께 2000억 원을 가지고 싱가포르로 이주해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A씨의 자산은 4000억 원 정도로 불어났다. 작년에 A씨는 자녀 두 명에게 1500억 원씩 총 3000억 원을 증여했다.

싱가포르에는 상속·증여세가 없어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A씨가 만약 한국에서 3000억 원을 증여했다면 자녀 두 명이 물려받는 돈은 각각 750억 원에 그친다. 이런 일이 A씨만의 일이 아니며, 많은 기업인이 외국 이주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 감축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일선 세무서에는 집 한 채를 보유한 고령층의 상담이 급증한다고 한다. 대체로 집값이 10억 원을 넘으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 지난 20여 년간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상속세가 일부 자산가나 기업인만의 얘기가 아니다. 상속세가 높은 영국(40%, 도표 2 참조)도 최근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기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여론을 의식해 상속세 완화에 소극적이다. 

야당은 ‘부자 감세’라며 아예 반대하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 ‘약탈적’ 상속세 전반을 수술해야 할 때다. 세계적 흐름은 상속세를 기업의 경영 활성화, 국가 경쟁력 강화, 기업 고유 기술의 보존, 인력 고용 유지 차원에서 보고 있으며,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높은 세 부담률은 상속받은 후대 기업인의 경제 활력을 낮춰 고용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심지어는 고소득 생산가능인구의 해외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 기업인이 상속세 등이 존재하지 않는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스웨덴 등으로 이민을 가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구 이탈은 기술개발과 수출로 연명하는 한국 경제구조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대재산가들이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가기만 하면 우리 경제는 좋아질 수 없다. 실제로 100억대 이상 자산가들의 해외 이주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그 이유는 과도한 상속세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은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의하면 2021년 말 기준 주식 개인 소유자가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었다. 이제 주식투자자 1000만 명 시대가 열려 대중화된 것이다. 높은 상속세는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 저평가)’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 부담이 커져 기업들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이거나 낮은 주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상속세가 없는 나라에서는 기업이 주가 부양에 언제나 적극적인 면과 대조된다. 

상속세와 관련하여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살펴보자.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의 상속 재산이 주가를 반영하여 18조9633억 원으로 확정되면서 12조 원대의 상속세가 부과됐는데, 이재용 회장은 이를 납부하기 위해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현금을 마련해 분납 중이다.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회장이 2022년 사망함에 따라 상속재산이 10조 원대에 이르는데, 유가족은 6조 원대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유가족들은 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4조7000억 원으로 평가되는 넥슨의 자회사 NXC 지분을 통매각하겠다고 나섰다. NXC 경영권을 포기하는 셈이다. 상속세 때문에 기업 경영권이 넘어간 기업들도 많다. 

국내 사무 가구 1위인 한샘, 의료용 장갑과 콘돔 생산업체 유니더스를 비롯해 락앤락, 농우바이오 등도 상속세 부담 때문에 사모펀드에 넘어간 기업들이다. 국내 기업이 외국계 사모펀드에 넘어가게 될 경우 창업주 상속인의 경영권 뿐 아니라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자 증가, 주요 기술의 해외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외국에 비해 장수기업 현저하게 적어

장수기업은 창업한 지 100년 이상 존속한 회사를 말한다. 한국은행이 2011년 발간한 ‘일본의 기업승계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창업 200년 이상 장수기업의 수는 세계적으로 총 7206개로, 이중 일본이 3113개(43.2%)로 가장 많고, 독일이 1553개(21.7%)로 2위, 네덜란드가 222개(3.1%), 프랑스가 196개(2.7%)의 순이다.

100년 이상 장수기업을 살펴보면 일본(3만3079개), 미국(1만2789개), 독일(1만73개), 네덜란드(3357개) 등이다.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소재·부품의 경쟁력을 앞세워 1980년대의 엔저 파고와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의 장기불황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 경영은 생존 전쟁으로, 같은 시기에 출발해 30년이 지나면 80%의 기업이 사라진다는 글로벌 통계가 나와 있다. 

우리나라는 200년 된 기업은 없으며, 100년의 역사를 지닌 기업은 두산(1896년 설립), 동화약품(1897년), 신한은행(1897년), 몽고식품(1905년), 광장시장(1911년), 조선호텔(1914년), 성창(1916), 경방(1919년), 조선일보(1920년), 동아일보(1920년), 강원여객(1921년), 대륙지에스(1922년), 메리츠화재(1922년), 삼양(1924년) 등으로 14곳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장수기업의 성장 요건은 정책적으로 장수기업 육성을 위한 세제, 금융지원 등 정책 인프라가 조성되어야 하고, 신뢰면에서는 경영자와 후계자, 가족 내부, 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가 쌓아져야 한다. 과도한 세부담은 직격탄인데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인 60%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OECD 평균(13.2%)의 4배 이상이다. 장수기업이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증진시키며 고유기술을 보존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장수기업을 키우는 정책적인 고려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정책 중에 핵심적인 정책이 상속세 완화이다. 

우리나라도 직계비속에게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OECD 19개국처럼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러나 이렇게 급격하게 상속세제를 바꾸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상속세율은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좋을 것이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18개국의 평균 상속세(2020년 기준)는 <도표 2>에서 보면 27.1%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명목 최고세율이 50%인데, 이를 우선 3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고세율을 30%로 할 경우에는 <도표 5>에서 보는 개정안 A처럼 세율을 상속세 과세 표준에 따라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가 급증 등에 따라 자산 가치가 상향되었으므로, 상속세 과세 표준을 현행보다 두 배 올리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할 경우에는 개정안 B를 택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상속세 단계적 완화 바람직

두 번째로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전체 유산에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이를 상속인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면 상속에 따른 세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면 상속액 총액이 30억인데, 3자녀에게 10억씩 상속할 경우에 상속받은 각 피상속인이 10억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내면 되므로, 총상속세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OECD 회원국 38개국(2023년 기준) 중에서 상속세 비과세국은 15개국이고, 과세국은 23개국이다. 23개국 중에서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4개국을 제외한 일본,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19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상속세는 자산을 상속받는 사람이 자산 취득세의 개념으로 세금을 내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고 상속·증여세 공제 한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기재부는 독일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은 배우자와 직계 가족에 대한 상속세율이 최고 30%로 한국보다 훨씬 낮다.

또한 2016년부터는 제도 개편을 통해 자산 2600만 유로(약 350억 원)까지 상속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2600만 유로가 넘는 자산에 대해서도 9000만 유로(약 1200억 원)까지 감면율을 단계적으로 줄여 부담을 낮추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10년 장기간 고용 유지 등 일정 조건만 이행되면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상속세법을 개정한 바도 있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기업 승계 시 업종 제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업종으로 진출하면 상속세를 추징하는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국가 입장에서 보면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할 경우에 한가지 유의할 점은 피상속인을 위장으로 늘려 위장 분할을 하여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세 행정 시스템을 정비해서 위장 분할을 막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산취득세 방식이 옳은 방향으로 여겨진다. 이제는 징벌적 상속세제를 벗어나 기업 승계를 장려해 주는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는 상속세법 개정이 바람직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으며, 이제 오래된 상속세제를 손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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