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여론조사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전문가진단] 여론조사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 이영작 통계학 박사
  • 승인 2024.02.2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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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식 조사에 목매지 말고, 전략용 조사를 하라

우리 정치는 여론조사에 목을 맨다. 여론조사가 정치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후보, 지방자치단체 선거 후보, 모두 여론조사가 후보를 정한다. 그리고 국민의 뜻이라고 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을 여론조사로 선출하자는 괴변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여론조사란 무엇인가? 

‘국민의 뜻’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조사 회사에 따라 다르고 설문에 따라 다르고 조사방법에 따라 다르고 매일 다르다. 맹인모상(盲人摸象)같은 조사 결과들을 조사전문가들은 방송에서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설명한다. 과거에 모 대통령 후보는 자신이 한마디하고 언론에 보도가 되면 여론조사를 하여 자신의 지지율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점검하였다 한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 또는 정치적 사건 하나로 국민의 생각이 순간적으로 변한다고 믿는 것 같다. 

사람의 생각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정치 상황의 유불리(有不利)에 따라서 조변석개(朝變夕改)하여 좌(左)에서 우(右)로, 보수에서 진보로 오락가락하지만 국민의 생각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치인들과 언론이 오락가락하니까 국민의 생각도 매일 오락가락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믿을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가 양산(量産)되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4·10 총선을 앞두고 부실 여론조사 기관 30곳이 퇴출된다. 부실업체 난립으로 검증되지 않은 여론조사가 판을 치면서 선거판이 혼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 연합
4·10 총선을 앞두고 부실 여론조사 기관 30곳이 퇴출된다. 부실업체 난립으로 검증되지 않은 여론조사가 판을 치면서 선거판이 혼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 연합

잘못된 여론조사에 따른 정책 결정은 국정 실패 요인

여론이란 국민의 생각과 의견이다. 여론조사란 국민의 생각과 의견을 파악하는 행위다. 이를 위해 대부분 무작위로 선택된 1000명가량의 의견을 듣고 국민 전제의 의견과 생각으로 발표한다. 예측이 맞을 수도 있고 빗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여론을 모르니 맞는지 빗나갔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조사 결과를 보고 정치적 또는 정책적 결정을 내렸는데 그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면 누가 책임지나? 잘못된 정치 여론조사 때문에 막대한 돈을 고속도로, 철로, 공항 등에 쏟아 붓는다.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본다. 그게 대한민국 여론조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여론조사를 하늘처럼 모시는 것이 현실이다. 

1940년대 갤럽(Gallup)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하면서 정치 여론조사가 본격화하였다. 예측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면서 발전하여 왔다. 가장 대표적인 여론조사의 실패 사례는 1948년 미국 대통령 선거다. 당시 민주당은 사분오열되었고 민주당이 16년간 집권하여 미국 국민들이 민주당 정권에 대하여 짜증이 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하였고 여론조사도 그와 같이 예측하였다. 선거 당일에도 공화당의 승리가 예측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민주당의 트루먼 승리였다. 이를 계기로 여론조사 방법이 더 과학적이고 정교하게 발전하였다. 그래도 대통령 선거 예측에서 종종 오류를 낸다. 2000년,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모두 빗나갔다.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하였지만 모두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였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들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는다. 미국 인구는 2023년 현재 3억4000만 명가량으로 유권자수는 2억4000만 명가량된다. 그 가운데 1000명을 조사한다. 1000명의 샘플을 추출하기 위해 유권자 전체를 정치 성향으로 분류해 1000개의 집단으로 나눈다. 한 개의 집단에 24만이 속하고 그들의 정치 성향은 유사한 것으로 가정한다.

그 가운데 1명을 무작위로 뽑아 전체 1000명의 샘플집단이 된다. 무응답자가 발생하면 무응답자가 속한 집단에서 다시 무작위로 선출하여 교체가 된다. 미국에서 이런 절차가 가능한 이유는 유권자의 가입 정당, 투표 참여 기록 등 정치성향을 볼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미국 인구 전체를 대표하는 여론조사가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휴대전화 시대 이전에는 지역별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샘플을 추출하여 조사를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집전화 또는 휴대전화 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하여 전화를 건다. 그리고 대부분 기계음에 의한 조사를 한다. 당연히 응답률이 낮다. 응답률이 낮다는 의미는 그 조사 결과를 신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장 신뢰성이 높다는 갤럽 코리아(Gallup Korea)의 응답률이 20% 미만이다. 20%라고 가정하고 생각해보자. 처음 1000명 가운데 200명이 조사에 참여하였고 800명은 참여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만약 무작위로 선택되어 전화 접촉을 한 처음 1000명이 모두 참여하였다면 상당히 믿을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될 것이다.

그러나 200명만이 응답한다면 그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들일 것이다. 결국 1000명을 조사하기 위하여서 5000명에게 전화하고 그 가운데 1000명이 응답한다. 응답자 1000명은 무응답자 4000명과는 정치나 여론에 대한 관심도가 다를 것이라는 것은 추정하기 어렵지 않다. 5000명은 국민들 가운데 무작위로 선택되었지만 응답자 1000명은 무작위 샘플이라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들이 국민의 여론을 정확하게 측정한다고 믿기는 어렵다. 

갤럽 코리아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가 들은 바에 의하면 조사 회사들이 응답을 잘하는 유권자들의 풀(pool)을 만들어 그 풀에 속한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조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풀에 속한 유권자들은 일반 국민과는 다름 점이 있음을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따라서 그 풀을 중심으로 하는 여론조사가 국민의 여론이 아니라 정치 관심층의 여론을 조사하게 되어 많은 유권자들이 느끼는 여론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역사가 오래되고 기술력이 축적된 갤럽 코리아 같은 조사 회사는 응답률이 낮은 조사 결과에 대한 보정기술이 있을 것으로 믿어지지만, 영세한 조사 회사들은 낮은 응답률의 조사 결과를 어떤 방법으로 보정하는지 알 수 없다. 많은 조사가 믿거나 말거나 조사라는 점을 보태고 싶다. 

22대 총선이 다가왔다. 많은 믿거나 말거나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250여 개의 지역구에서 복수 이상의 예비후보가 있는 경우 여론조사 결과와 당원 지지율을 종합하여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예비후보들은 여론조사에 사활을 건다. 이런 조사들이 과연 지역 주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할까?

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이런 공천방법 또는 조사는 없다. 여론조사에 의한 공천방법으로 공천된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고 국회가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국회가 되지도 않는다. 필자는 각 정당이 왜 여론조사에 의하여 후보를 선출하고 이를 국민참여경선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정한 민심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후보를 정하는 프라이머리(primary) 제도가 바람직해 보인다. 

미국에서도 어느 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조사를 한다. 이런 조사는 퍼블릭 폴링(public polling) 또는 경마식(競馬式) 조사라고 부른다. 누가 이기고 지는가를 예측하는 궁금증 조사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각종 선거 후보들은 프라이빗 폴링(private polling) 또는 전략용 조사, 즉 승리를 위한 연구용 조사를 한다.

유권자들의 시각에서 상대 후보의 약점을 찾아내고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메시지를 개발하는 조사다. 이런 조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며 선거에 앞서 대개 한 번만 실시한다. 과거에 필자는 이런 조사를 수차례 하여 여러 후보를 도와 승리에 도움을 준 경험이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선거 여론조사 제도 개선 공청회가 2023년 5월 3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 연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선거 여론조사 제도 개선 공청회가 2023년 5월 3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 연합

가입 정당, 투표 참여 기록 등 정치 성향 모르는 여론조사는 신뢰성 저하

2000년 총선 당시의 한 예를 들어보겠다. 당시는 IMF 구제금융으로 나라가 대단히 힘들었던 김대중 대통령 당시였다. 새천년민주당 후보 A는 99년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B에게 패배하고 재도전을 하면서 A는 B에 대한 네거티브만을 준비하였다. 자신은 잘 났는데 B에 대한 공격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한 탓에 보궐선거에서 졌다고 믿고 있었다.

지인의 부탁으로 그 지역구의 조사를 하였다. B는 명망도 높고 A보다 호감도도 높아 재선은 쉬워 보였다. B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한다면 패배가 확실하였다.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유일하게 승리하는 메시지는 DJ를 힘껏 도와 경제 살리기에 힘쓰겠다는 것이었다. 각종 조사는 A가 패배할 것이라고 예측하였지만 A는 필자가 준 메시지만 외치고 결국 승리하였다. 

1995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조순, 박찬종, 정원식 후보 등이 각축전을 벌였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조순 후보가 당선되면 김대중이 정계복귀한다는 메시지로 조순 후보를 공격하였다.  DJ는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정계은퇴 상태였고 DJ의 정계복귀는 시간 문제였다. 

당시 DJ측은 진퇴양난이었다. 조순 당선과 DJ의 영구한 정계은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DJ가 정계은퇴를 재차 선언하면 조순이 당선될 것으로 믿어졌고 DJ가 선언하지 않으면 조순의 패배는 확실해 보였다. 미국에 있던 필자에게 DJ는 SOS를 보냈고 전력연구조사를 서울 시민 300여 명으로 하였다. 

조사 결과 서울시민의 80%가량이 DJ 정계복귀를 반대하였다. 상당수의 호남인들도 반대하였다. 1997년 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DJ가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것은 DJ 정계복귀를 반대하는 80% 서울시민의 생각이나 나머지 20%나 조순 후보에 대한 지지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전략가들은 1차적인 분석만 하였지 2차적인 분석을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2차 분석에 의하면 DJ 정계복귀 여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슈가 아니었다. 당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박찬종 후보에게 이기는 전략은 박찬종 후보에 대한 효과적인 공격이었다. 

DJ는 박찬종을 지속적으로 공격하였고 결국 약 9% 차로 조순 후보가 승리하였다. 그 후에 박찬종은 “나는 조순에게 진 것이 아니고 DJ에게 졌다”고 하였다 한다. 만약 조순 승리를 위하여 DJ가 정계은퇴를 재차 선언하였다면 대통령 김대중은 있을 수 없을 것이고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지 못하였다면 조순의 패배와 더불어 DJ의 정계복귀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것을 찾아내는 것이 전략조사 또는 프라이빗 폴링(private polling)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언론과 정계에서 압박 받았다. 당시 필자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전략조사를 하였다. 조사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사과를 하면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이었다. 이 조사 결과를 지인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전달하였고 박후보는 사과하지 않았고 승리하였다. 다른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 

정치학 교수, 정치 평론가 또는 정치부 기자들의 선거 예측이 맞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정치적 편견을 갖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필자에게도 “이번 선거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는 “나는 점쟁이가 아니라 모르겠다”고 답한다. 필자의 시각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필자도 일반 보수적인 유권자와 유사한 판단을 한다. 필자는 “질문이 잘못되었다. 어떻게 하면 보수정당이 이기겠냐?”가 옳은 질문이라고 답한다. 

승패만을 추적하는 경마용 여론조사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기는 전략을 찾아내는 전략 여론조사다. 199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밥 돌(Bob Dole) 후보는 경마용 조사에만 집중하였고 빌 클린턴(Bill Clinton)은 경마용 조사는 참고용이었고 자신의 스태프가 하는 전략조사만 신임하였다 한다. 빌 클린턴(Bill Clinton)은 재선에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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