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막장 공천은 선거를 망친다
[심층분석] 막장 공천은 선거를 망친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4.02.2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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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공천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는 어느 당이 국민 눈높이의 공천을 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공천 시스템과 후보들에 대한 언론과 국민 여론의 관심이 높은 상태다. 

정당은 공천(公薦)이라는 이름으로 공직 후보를 내세우며 선거에서 유권자로 하여금 선택하도록 한다. 정당의 공천 방식은 유권자인 국민에게 정당 후보를 선정함에 있어 후보의 난립을 방지하여 혼전을 벌이지 않으면서 올바른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시킨 것이다. 유권자인 국민은 정당이 공천한 후보에 대해 투표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권리를 행사한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과거 집권 시기 총선 때마다 공천을 둘러싼 반목과 분열을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인 18대 총선과 2016년 박근혜 정부 때인 20대 총선이 대표적인 흑역사로 기억된다. 

18대 총선 공천 파동은 계파 갈등으로 인한 한나라당 내부 분란의 결과물이었다. 대선 승리 두 달만에 치러진 18대 총선은 정권 교체 바람, 수도권 뉴타운 열풍을 타고 200석 이상 압승이 기대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선 후보 경쟁에서 치열하게 대립했던 친이계가 당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친박계 중진 의원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이른바 ‘공천 학살’이 벌어졌다.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식이 이때 나왔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월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월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이 1월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1차 중앙당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관리위원 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이 1월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1차 중앙당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관리위원 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

공천 파동의 흑역사

공천에서 탈락한 대표적 친박 의원인 서청원, 홍사덕 의원 등이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만들어 출마했고, ‘무소속 친박연대’도 등장하는 등 공천 파동으로 여권 분열이 현실화 됐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153석을 확보해 원내 과반수를 겨우 넘는데 그쳤고, 친박 공천 탈락자들이 가세한 자유선진당(18석), 친박연대(14석) 등으로 당이 분열되는 결과를 맞았다. 공천 파동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은 역대 최저 투표율(46.1%)로 드러났고, 이후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에 대한 인기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20대 총선은 ‘진박 공천’ 파동으로 이어져 보수 정당 분열을 초래했다. 당시에도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당내 분열과 사천(진박) 행태가 국민적 분노를 사 참패로 이어졌다. 

김무성 당시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들고 나왔지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측근인 이한구 전 의원을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장으로 내세워 소위 ‘진박 공천’에 나섰고 공천 파문이 확산됐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는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영남 정치 거물인 김윤환·이기택·신상우 등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른바 ‘2·18 금요일의 대학살(大虐殺)’이었다. 주요 탈락자들이 이 총재의 지도 노선을 견제하는 비주류 중진들이어서 충격과 파문이 컸다. 빈자리는 원희룡(양천갑), 오세훈(강남을) 등 새 인물로 채웠다.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은 탈당해 새천년민주당 탈당파인 김상현 등 다수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을 모아서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국민당(민국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민국당은 급조 정당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지역구 선거에서 영남 65곳 중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춘천시의 한승수 후보 1명, 전국구에서는 1번 강숙자 후보 1명 총 2석 당선에 그치는 참패를 했다. 여하튼 1997년 정권 교체 이후 치러진 첫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33석(48.7%)으로 제1당이 되었고, ‘여소야대(與小野大)’를 만들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1월 기존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를 개편해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지만 제2당(115석)에 그쳤다.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극심한 공천 파동을 겪었다. 민주당의 오만은 한명숙 당시 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노이사’(친노무현, 이화여대, 486) 공천에서 드러났다. 당시 한 대표 측근인 임종석 사무총장은 저축은행 관련 비리에 자신의 보좌관이 연루돼 1심 유죄 판결을 선고 받아 사무총장직을 사퇴, 공천장 자진 반납 등을 요구받아왔다. 결국 3월 9일 임 사무총장은 공천장을 반납하고 사무총장직에서 사퇴했다. 

민주당 공천 실패는 ‘나꼼수’ 출신 막말 파동의 주역인 김용민을 서울 노원갑 지역구에 전략공천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선거 막판에 김용민의 음담패설과 ‘여성·노인·기독교 비하 발언’ 등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공개되면서 민주당은 역풍(逆風)을 맞았다. 당시 민주당 총선을 총 지휘한 박선숙 사무총장은 “김용민 변수가 충청·강원 지역에 꽤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에서도 접전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노년층이 많은 농촌 지역에 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정주신 한국정치사회연구소 소장은 ‘이제는 공천의 파행을 당 보스나 파벌 리더의 행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임을 강조한다. 즉 정당이 범법을 저지른 사람이건, 사회에서 비판받는 사람이건, 당내·외로 구태적인 사람이건 상관없이 사천(私薦), 정실 공천, 계파별 공천, 밀실 공천을 해놓고 유권자들한테 선택해 달라고 강요하는 것 등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금에 이르러 한국 정당에서 일상적으로 행사해 오고 있는 공천이 공천을 빙자한 공직 후보 선출 방식, 즉 사천(私薦), 자천(自薦), 여론조사 경선 등이 선거판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한국 정당은 공천의 대가나 계파별 나눠먹기식의 공천 행태가 아닌, 즉 당내 민주화, 공정한 심사와 경선 및 합의를 통해 공직 후보를 선출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경쟁적인 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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