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의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재명 피습 사건에 대한 단상들
[전문가 진단] 의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재명 피습 사건에 대한 단상들
  •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 승인 2024.02.28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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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일 목을 칼에 찔리는 테러를 당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었고, 사건 발생 8일 만인 1월 10일 무사히 퇴원했다. 제1야당의 대표이자 국회의원이 백주대낮에 생명을 위협받은 일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큰 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의학적으로, 그리고 의료적 관점에서도 몇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을 오직 의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부분을 요약해 봤다. 

사건 일지


2014년 1월 2일 오전 10시 27분, 부산의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 부지를 시찰한 후 이동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이재명 지지자를 가장한 괴한이 칼을 들고 접근하여 이재명 대표의 목을 칼로 찌름. 주변인들이 손으로 압박하여 지혈하였고 출혈량은 많지 않았음. 

사건 직후 경찰은 대테러 종합상황실에서 테러 발생 사실과 “현장에서 지혈 중(의식 있으며, 출혈량 적은 상태), 소방에 의하면 목 부위 1cm 열상으로 경상으로 추정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냄. 

사건 발생 20분 후 앰뷸런스가 도착했고 인근 명지 신호 축구장에서 소방헬기로 갈아탄 후 11시 14분 부산대병원에 도착함. CT 촬영 후 내경정맥 손상 의심 소견 확인됨. 그러나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는 응급처치만 받은 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을 희망하여 다시 응급의료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됨. 이 과정에서 부산대병원의 의료진 중 일부는 이송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짐. 

부산대병원을 출발한 응급의료헬기는 오후 2시 54분 서울 노들섬에 도착했고 사건 발생 약 5시간 후인 오후 3시 22분 서울대병원에 도착하여 응급수술에 들어감. 약 1시간 40분에 걸친 수술 후 이재명 대표는 중환자실로 이송됨. 5시 10분 수술 담당의사가 7시에 수술 브리핑을 하겠다고 공지했으나 알 수 없는 사유로 6시 50분에 취소함. 1월 3일 일반병실로 옮김. 

사건 이틀 후인 1월 4일, 담당의사인 혈관외과 민승기 교수가 언론에 이 대표의 경과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함. 민 교수는 “내경정맥에 9mm 가량 예리한 손상이 있어 봉합했으며 동맥 손상이나 신경·식도·기도 손상은 없었고 순조롭게 회복 중”이라고 밝힘. 그런데 서울대병원의 이송 이유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 필요하여 경험 많은 의사가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발언함으로써 부산대병원 의료진들의 반발이 일어남. 

사건 발생 8일 후인 1월 10일, 별다른 후유증 없이 회복되어 퇴원함.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피의자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피의자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단상 1  

자작극 논란에 대한 의학적 해석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이 사건이 자작극이거나 최소한 흉기가 경찰이 발표한 칼은 아니라는 음모론이 SNS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테러사건이 발생한 순간은 여러 언론사들과 유튜버들이 이 대표의 기자들과의 대화 내용을 촬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테러 장면은 여러 카메라들에 의해 고스란히 찍혔고, 이 영상들이 의혹을 낳는 이유가 되었다. 음모론이 대두된 배경들은 다음과 같다. 

1) 사건 초기 경찰은 “범인이 총 길이 20cm 내외의 흉기를 사용하였고 약 1cm 길이의 상처에 출혈량이 적으며 경상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영상을 보면 범인의 가해행위는 목을 찌르는 행위가 완결될 때까지 전혀 제지를 받지 않았고 더욱이 가까운 거리에서 힘껏 찔렀다. 그렇다면 중상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경찰의 발표한 대로 경상만 입을 가능성이 적다. 

2) 현장을 촬영한 영상으로 확인된 가해자의 흉기는 종이에 둘러싸여 있었으나, 경찰이 발표한 흉기와 크게 다르게 보였다. 

3) 실제로 내경정맥이 손상되었다면 출혈량이 더 많았어야 했다. 

4) 사건 초기 사진에 나타난 압박 부위로 추정되는 상처 부위와 퇴원 후 확인된 상처 부위가 다르게 보인다. 

이에 대한 의학적 해석은 다음과 같다. 

1) 경찰이 발표한 흉기와 영상으로 확인되는 가해자의 동작을 감안할 때 이 대표가 입은 수상의 정도가 가벼운 것은 사실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제지 없이 칼을 찔렀는데 신경/동맥/기도 손상을 모두 피하고 내경정맥 하나만 손상될 확률은 매우 낮다. 

2) 의학적인 문제가 아니어서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3) 내경정맥이 손상되는 경우 사건 발생 직후 언론에 보도된 여러 장의 사진상에 나타난 출혈량보다는 통상적으로 더 많은 출혈량을 보인다. 

4) 사건 직후 언론에 보도된 사진으로 추정되는 상처의 위치와 퇴원 후 소독포가 부착된 상처 부위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의학적으로 타당하다. 

즉 의학적으로 볼 때도 충분히 음모론이 제기될 만하다는 의미다. 의학이라는 학문은 본질적으로 통계와 확률에 기반한 과학이기 때문이다. 의사들 사이에서조차도 “흉기는 칼이 아닌 나무젓가락”이라는 소문이 신빙성 높게 돌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확률이 낮은 것과 사실이 아닌 것과는 구분해야 하는 것이 또한 과학이다. 

‘낮은 확률’로 인해 음모론을 생각한다면 다음의 확률을 생각해 봐야 한다. 즉, ‘자작극을 통해 의도적으로 동맥, 신경, 식도를 다치지 않고, 목 깊은 곳에 있는 내경정맥만을 생명을 위협하지 않을 만큼 성공적으로 손상시킬 확률’에 대한 것이다. 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리고 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내경정맥은 얕은 곳에 위치한 외경정맥과 달리 손상을 입게 된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 즉, 내경정맥이 손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실제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적지 않게 존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내경정맥의 손상이 확인된 직후부터 적어도 의사들 사이에서는 자작극의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사라졌다. 그런데 자작극을 굳게 믿는 사람들은 어쩌면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의무기록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무기록 조작 역시 현실성이 없다. 짧은 시간 안에 대립하고 있는 두 병원의 영상자료를 조작해야 하고,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수많은 의료진들의 입막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자작극 의혹에 대한 의학적 분석의 결과는 “확률적으로 자작극일 확률보다 아닐 확률이 훨씬 크다”라고 할 수 있다. 


단상 2 

의료계가 반발한 이유 - 특권의식에 의해 무너진 응급의료의 질서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의 수술을 거부하고 응급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은 것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의 16개 시도의사회 중 14개 시도의사회가 이재명 대표가 의료질서를 무너뜨렸다며 비판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지역 의료를 살리자며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한 야당의 대표가 지역의 우수한 의료기관을 무시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모순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더욱이 외상센터에 관한 한, 부산대병원이 서울대병원 보다 외상센터의 규모와 의료진의 수, 연간 치료 환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이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할 의학적인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도 서울을 선택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국가지정외상센터로 아시아 최대 권역외상센터이며 2개의 소생 처치실, 응급진료구역 12병상, 3개의 외상중환자실, 3개의 외상 수술실과 82병상의 외상 전용 병동, 다양한 진료과의 교수진 42명과 전담 전문의 17명, 간호사 157명을 갖추고 있는 반면 권역외상센터 지정에서 탈락한 후 서울대병원이 세운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는 전담 전문의는 6명에 불과)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응급헬기로 이동한 외상환자는 이재명 대표 이전에 단 한 명도 없었다. 결국 입으로는 지역의료를 살려야 한다면서 정작 자신은 지역의료를 무시한 것이다. 

둘째, 특권의식과 진료권 침해이다. 

응급의료헬기는 중증의 응급환자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원칙을 무시하고 헬기를 이용하는 특혜를 누렸다는 비판이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응급의료헬기 사용을 요청할 수 있는 기준을 적시한 소방청의 ‘119응급의료헬기 구급활동지침’의 제4조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에 2대밖에 없는 응급의료헬기를 이용하였다. 그리고 1대는 노후되어 교체를 앞두고 있어 실제로는 1호기 위주로 운행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재명 대표가 불필요하게 응급의료헬기를 이용하는 동안 부산지역은 사실상 응급의료헬기 공백 상태였던 것이다. 또한 서울대병원의 의료진들을 대기하도록 한 것도 다른 환자들의 진료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응급의료 질서의 붕괴이다. 

이처럼 의사들이 이재명 대표의 서울행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야당 대표의 행동이 앞으로 가져올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것이었다. 의사들은 “이재명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으로 인해 응급현장의 원칙이 무너졌으며 환자들이 너도나도 응급의료 소방헬기를 이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칠 것이다”라고 예견했는데 이것은 사건 직후부터 실제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레이건 미 대통령 피격 당시 의료진이 대통령의 상태에 대해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레이건 미 대통령 피격 당시 의료진이 대통령의 상태에 대해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단상 3

목숨의 가격

오래 전, 필자가 흉부외과 전공의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상급년차로부터 중요한 환자가 올 것이니 응급실에서 미리 대기를 하고 있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1분 1초가 아쉽게 바쁘게 뛰어다니는 흉부외과 전공의에게 ‘아직 도착하지 않은 환자’를 위해 응급실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은 처음 들어보는 일이어서 매우 의아하며 응급실로 내려갔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응급실에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명령을 들은 전공의는 나뿐이 아니었다. 외상을 담당하는 여러 외과의 전공의들이 동일한 명령을 듣고 응급실에 모였다. 그런데 여러 과의 전공의들을 대기하도록 한 환자가 누구인지 모두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기다리라”는 명령은 철회되지 않았다. 약 30분 후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몇 명의 대학생들이 응급실로 들어왔다. 중환자는 없었고 대부분 경상을 입은 환자들이었는데 놀랍게도 바쁜 전공의들의 금 같은 시간을 응급실에서 대기하도록 붙잡아놓은 환자의 정체는 바로 그들이었다. 

나를 포함한 전공의들은 영문을 몰라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는 모든 전공의들을 분노에 빠뜨렸다.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온 학생들은 음대생들로 지방에 MT를 갔다가 타고 가던 버스가 사고를 당해 세브란스병원으로 오게 된 것이었는데, 학생들 중 한 학생의 부모가 VIP여서 대학 총장실을 통해 병원에 연락하여 의료진을 대기 시켜놓았다는 것이었다. 

응급 사고를 당한 후에 수술을 받지 못해 위험에 처하거나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례들을 우리는 지금도 접하고 있다. 몇 년 전, 교통사고로 골반 골절과 발목 골절상을 입은 2세 남아가 J대병원에 도착했으나 소아의 발목 골절을 수술할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이송을 결정했는데 이송을 받아줄 병원이 나서지 않아 무려 13개 병원으로부터 거절을 당한 후에서야 A대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그 사이 출혈량이 너무 많아 안타깝게 수술 도중 사망했다는 뉴스 보도는 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표의 서울행에 대한 비판이 일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서열 7위인 야당 대표가 서울로 갈 수도 있는 것이지 진영논리로 특혜 시비를 하는 것 자체가 유치하기 그지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사람의 목숨값이 다르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홍준표 시장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의사들에게 그런 생각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고 정의롭지도 않다. 


단상 4

전문가와 권력

이재명 대표의 피습사건에서 눈길을 찌푸리게 한 일들은 또 있었다. 

첫째는 소방복을 입은 응급의료헬기 운영의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이재명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보이는 사람이게 90도 폴더인사를 하는 한 장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많은 이들이 “거꾸로 되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가 응급의료인력에게 인사를 해야 마땅한 상황에서 거꾸로 응급의료인력이 민주당 관계자에게 폴더 인사를 한 것은 누가 봐도 권력자 앞에 허리를 숙인 소시민의 모습이었다. 

둘째는 서울대병원의 의료진들의 행동이었다. 그 누구보다 바쁜 서울대병원의 외과 교수가 진료를 중단하고 부산에서 날아오는 정치인의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진료 내용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꼬박꼬박 이재명 대표에게 ‘님’자를 붙여 호칭했다. 언론 브리핑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고인데, 국민 앞에서 ‘이재명 대표님’이라는 존칭을 반복한 것이다. 

셋째는 이재명 응급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교수의 부적절한 발언이다. 그는 “난이도가 높고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부산대병원 요청을 받아들여 수술을 준비했다”고 말을 했다. 이 말은 부산대병원의 외상외과 의사들을 말 한 마디로 경험이 부족한 의사들로 폄훼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그는 왜 굳이 그런 말을 했을까? 이유는 한 가지, 이재명을 위한 변명 때문이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의사가 야당 대표를 대신하여 변명에 나섬으로 인해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의 의사들은 물론이고 많은 권역외상센터의 의사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많은 의사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다시 수많은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의사의 본분은 환자의 치료여야지, 정치인을 위한 변명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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