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가 보는 국회 폭력
법률가가 보는 국회 폭력
  • 미래한국
  • 승인 2009.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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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는 쓰레기통에 핀 장미인가?
▲ 이재만 변호사
불과 100여 년 전에는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던 조선시대였다. 임금은 백성들에 대한 생사여탈권(生死與?權)을 가지고 있을 만큼의 강력한 지배자이므로 그러한 임금의 정책에 대항하려면 목숨을 내놓고 하였으니, 구한말에 선비 최익현은 도끼를 등에 지고 궁궐문 앞에 엎드려 자신의 주장을 폈다고 한다.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던 시대에서 민주주의가 8.15 해방 이후 외부로부터 도입됐다. 우리 나라는 서구유럽이 수백 년에 걸쳐 확립한 민주주의를 불과 몇 십 년만에 정착시키려 하였다. 외국의 혹자는 수천 년간 임금이 지배하던 척박한 토양에서 민주주의를 도입하므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에서 핀 장미와 같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신적 원형질일 수도 있는 화랑정신, 선비정신은 민주주의를 이 땅 위에 꽃피우게 하고 세계 유례없는 경제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얼마 전 국회 안에서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난투극이 있었다. 국회 내 폭력장면은 해외에서 토픽뉴스로 널리 알려졌다. 국회 내 폭력장면 사진은 우리 나라 민주정치의 미성숙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증거가 되었다. “쓰레기통에서 핀 장미”라는 말이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사건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원칙이 지배하는 정치체제이다. 소수파들은 자신들의 소수의견이 반영되지 않더라도 토론과정에서 소수의견을 발표할 수 있고 다수파들의 의견이 잘못된 것이라면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통하여 다수파가 될 수도 있다. 소수파가 내 생각이 옳고 다수파의 견해가 잘못되었으니 역사에 그 판단을 맡기겠다고 하면 그 스스로가 독재자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역사에 그 판단을 맡기겠다는 것은 현재의 국민의 다수의사를 무시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수결의 원칙이란 정책결정과정에 국민 다수의 의견이 반영된다. 국민대표자 다수가 지지하는 의견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정책결정은 시대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정책이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하는지에 대하여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의견충돌이 없는 의회가 어디에 있었던가. 만장일치는 독재국가에 다름 아니다.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민주주의는 가장 우월한 정치이념으로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도출된 결과에 모두가 함께 따르는 것이다. 대화와 토론의 장에서는 다수결로 정책을 결정한다. 이때 소수파가 다수파의 견해를 따를 수 없다는 이유로 국회 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심리를 방해하거나 소동(騷動)한 자는 국회에서 제정된 우리 형법 138조에 의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국회법에 의거해 국회 회의장 내 질서문란행위자는 징계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해 형법 138조가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지만 국회가 국회 내 폭력행위에 자율적인 해결책을 갖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국회가 제정한 형법 138조가 적용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다. 국회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폭력사태를 해결할 수 없으면 외부 수사권과 재판권에 의존하게 되어 국회의 자율권도 중대한 내상을 입게 된다. 소수파의 폭력이 다수파의 횡포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주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이다. 다수파의 주장이나 행동이 횡포수준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소수파의 몫이 아니라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수파의 정책결정이 국민에 대한 횡포라면 다음 선거에서 다수파는 소수파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소수파에게도 언제든지 다수파가 되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져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소수파는 소수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로 하여금 다수파를 심판하게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심판관이 되어 정책의 잘못을 심판하고 보안관이 되어 정책결정을 폭력적인 수단으로 방해하는 방법으로 집행까지 하면 이는 민주주의의 종언을 알리는 전조가 될 것이다.#/이재만 변호사·경찰청 법률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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