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대한 ‘엄정 대응’이 6자회담 회귀?
北에 대한 ‘엄정 대응’이 6자회담 회귀?
  • 미래한국
  • 승인 2009.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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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美 행정부 대북정책 기조는 끊임없는 유화적 협상
▲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4월 5일 체코 프라하에서 이 날 아침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을 천명했지만 말로 끝나고 말았다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이 말과 달리 미온적이다. 북한은 지난 4월 5일 오바마 행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말로 인공위성이라는 로켓을 발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음날 체코 프라하에서 자신의 사전경고를 어기고 로켓을 발사한 북한에 “규칙은 지켜져야 하고 위반은 처벌되어야 하며 (경고의) 말들은 의미가 있어야 한다”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시사했다. 이 말은 북한이 발사한 로켓은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에서 금지한 장거리 미사일로 북한이 규칙을 위반했으니 발사 전에 말했던 것처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시 수잔 라이스 UN 주재 미국대사를 통해 북한 로켓 발사를 비난하고 제재를 가하는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북한이 발사한 로켓이 인공위성이라며 북한편을 드는 러시아와 중국 때문에 결의안 마련을 위한 논의는 진전이 없었고 미국은 북한 로켓발사 후 6일만인 11일 결의안이 아닌 법적 구속력이 하나도 없는 UN의장성명을 채택하기로 동의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의장성명 가운데 북한 미사일에 관련된 개인 등에 대한 제재내용이 있지만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묵과한 것이다. 오바마의 말과 달리 ‘규칙은 지켜지지 않으며 위반은 처벌받지 않고 경고의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오히려 증명한 셈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전후해 오바마 행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그 귀추가 주목되었다. 북한은 이 로켓은 인공위성이라면 UN 안보리에서 이를 이유로 제재를 가하면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등 위협을 해왔기 때문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북한특사는 북한 로켓 발사 이틀 전인 지난 4월 3일 워싱턴DC에서 가진 외신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상대할 때 “압박은 가장 생산적인 접근법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인센티브와 압박을 결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즈워스 특사는 “북한 미사일 발사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나는 필요하다면 북한에 갈 준비가 되어 있다”며 “미사일 발사 먼지가 가라앉은 후 우리는 6자회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집중적 협상과 외교적 활동으로 북한이 거부하는 플루토늄에 대한 검증을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행정부가 로켓 발사 전에 이미 이처럼 저자세로 나오고 있는데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미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로켓 발사에 보인 이 같은 저자세가 전세계적으로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비난하는 말을 했다. 그는 그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신뢰도에 큰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국제사회 규범을 어기고 대량살상무기(WMD)를 생산.확산하는데 말로는 대가를 치르겠다고 하고 실제로는 묵인하고 단호한 압박보다 인센티브 위주로 협상하면 북한 및 전 세계 WMD 개발·확산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이란이다. 부르스 벡톨 미 해병대학 교수는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의 진짜 위험은 평양이 이란과 아주 친밀하다는 것”이라며 “이란은 김정일에게 무기구입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주는 등 미사일 및 핵기술 개발에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북한의 동맹”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어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장거리 미사일을 구입할 수 있고 이란 역시 미국의 경고가 말뿐임을 알고 계속 핵개발을 할 것이라는 우려다. 그렇게 되면 시아파 이란의 핵탄두와 이를 운반할 수 있는 장거미 미사일에 대항하기 위해 수니파 아랍국가들도 핵개발을 하며 무기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고 또 현재 이란을 자국 안보의 최대 위협국으로 보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야기하며 중동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벡톨 교수는 “북한은 이번 로켓 발사를 계기로 핵기술을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고 수년 혹은 수개월 내 추가 미사일 혹은 핵실험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한국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하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합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보즈워스 특사가 북한과의 협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것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위협과 잘못된 행동에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바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중요하다”며 “중국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김정일 후의 북한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방한한 클린턴 국무장관이 김정일 후의 북한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한국, 일본과 더불어 유사시 계획을 마련해야 하고 중국에는 핵을 보유한 북한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국익에 부합하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8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장기적으로 자유민주화된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 교수는 “김정일이나 측근 그룹이 권력을 잡고 있는 한 북한의 핵 야욕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오바마 행정부는 대화기조를 유지하면서 단기적으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처벌하는 압력을 넣고 장기적으로는 자유민주적인 통일 한반도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은 부시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북한에 거듭 양보하며 끌려갈 전조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4월 6일자 사설의 제목이 ‘김정일의 노래’(The Song of Kim Jong Il)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말로 인공위성이라는 발사체를 쏜 후 그 물체가 궤도에 들어가 김정일의 노래라는 곡을 송신해 왔다는 북한 관영통신의 말을 소개하며 김정일이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풍자였다. 이번 발사는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할 장비를 찾는 전 세계 고객들에 대한 북한의 지구적 광고였고 오바마 행정부 역시 부시 행정부를 따라 북한에 양보할 것이기 때문에 김정일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김정일은 마침내 좀 더 많은 국제사회의 인정, 돈, 에너지 공급 등과 함께 핵무기와 미사일을 계속 보유하는 등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할 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이상민 특파원 smlee@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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