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 참여 연기, 유감
PSI 참여 연기, 유감
  • 미래한국
  • 승인 2009.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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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_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 홍관희 교수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고려대 교수

지난 4월 한국은 난데없이 ‘PSI 홍역’을 치렀다. 4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가 PSI 전면 참여를 公言한 후 우여곡절 끝에 결국 연기되는 촌극을 빚었기 때문이다.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란 무엇인가? 핵·미사일 등 WMD(대량살상무기)의 해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선박 검색’ 등 군사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국제공조체제’를 말한다. 9·11테러 이후 테러리스트의 WMD 접근을 막기 위해 2003년 부시행정부 주도로 시작돼 현재 참여국이 93개국에 이르고 있다. 중국·인도 등을 제외하고는 세계 거의 모든 주요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北, 핵확산 가능성 1순위 국가
한국은 북한의 WMD 특히 핵·미사일의 직접적인 위협 하에 놓여 있다. 지난 5~6년 6자회담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북한은 핵실험까지 완료해 핵보유국 진입에 성큼 다가섰고, 4.5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사거리 확대’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제 북한은 야심 찬 ‘핵무기+미사일요격’ 체제 구축 가도(街道)에서 ‘핵탄두 소형화’의 과제만 남겨놓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의 PSI 전면 참여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할 만큼 필요하고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애당초 정부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PSI 전면 가입을 선택한 것은 적절하고 바람직한 일이었다. WMD의 해외 확산 방지는 ‘평화증진’과 ‘테러방지’에 기여하는 것이고 그만큼 국제사회의 공동과제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개발 외에도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넣은 사거리 300~1,000km 내외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집중 개발, 실전 배치하고 있다. 예컨대 남한을 겨냥한 사정거리 300~500km의 스커드B.스커드C 미사일 600여기, 사거리 1,300km의 노동미사일 300기 외에 2007년부터는 사거리 3,000km 이상의 신형 중거리 미사일(IRBM)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를 통해 남북 간 ‘미사일 전력(戰力) 불균형’이 우리의 시급한 국방 현안으로 부상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미 국무부는 최근 발간한 ‘2008년 테러보고서’에서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 조직들이 핵무기·핵물질을 테러에 이용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북한을 핵확산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지목해 주목을 끌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북한은 그동안 연간 수억 달러 어치의 미사일을 해외에 수출, 외화 획득의 주요 원천으로 삼아왔다.

“북한 자극 불가”가 외교정책
상황이 이러함에도 한국의 PSI 참여는 왜 지금까지 미루어져 왔는가?

한마디로, 김대중·노무현 전 정권 하에서 “북한을 자극해선 안 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등의 구실이 사실상 외교·안보정책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국내 친북 반미 세력은 북한의 반발을 의식, “PSI 전면참여 반대” 목소리를 높여 정부를 흔들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 2006년 북한 조평통이 한국의 PSI참가에 대해 “조선반도에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도화선”이라고 강변한 데 이어 최근 “한국이 PSI 참여하면, 전면전쟁”이라는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가 정작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위협받고 있음은 상식에 속한다. 이는 친북·반미 세력이 北 WMD 위협에는 침묵하고 우리의 안보대응 조치만 비난하는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가 PSI에 참여한다면 정부 출범 후 최대 치적이라 평가받아 온 ‘대북정책’과 ‘한미동맹 강화’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아울러 PSI 참여는 한미동맹 공고화로 가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NPT 체제 하에 자체 핵개발이 불가능한 우리로서는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의 핵우산이 절실하고 이는 공고한 한미동맹 속에서만 가능하다.

지난 4월 21일 북한은 “중대사안을 통보하겠다”면서 느닷없이 남북 접촉을 제의해 왔다. “남한 당국자도 같이 올 것”을 통지문에 명시했다. 지난 1년여 이명박 정부가 수차에 걸쳐 남북대화를 제의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이명박 역도” 운운하며 反이명박정부 선동에만 치중해 왔던 북한이기에 이번 접촉 제의는 매우 매력적으로 들렸다.

당시 상황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UN 안보리가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가결, 보다 강화된 대북제재를 천명한 직후였고, 한국정부가 PSI 전면 참여를 확정하고 그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개성에 한국 국민이 억류되어 사실상 ‘인질화’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개성 ‘인질’을 최대한 활용, PSI참여를 막고, UN성명으로 집약·천명된 한·미의 대북제재 의지를 완화시키겠다는 저의(底意)를 드러낸 것이다.

이같이 민감한 상황에서 한국 일각에선 “PSI 전면참여 대신 기존의 남북해운합의서를 유지하면서 국제 협력에 기여해야 한다”는 교언(巧言)(?)도 출현했다. 형식논리로는 그럴 듯하지만 남북합의 자체를 무시하는 북한과의 ‘남북해운합의서’ 종이 한 장으로 북한의 WMD 확산을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상실된 ‘韓美 신뢰’ 복원할 길 찾아야
한편 미 오바마 정부는 한국의 PSI 참여와 관련, “한국의 PSI 가입은 실질적인 효과 외에도 한미공조가 튼튼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의 PSI 가입 방침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했다.

앞으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PSI는 개성 ‘인질’과는 아무 관계가 없음을 강조하고 북한이 한국의 PSI 참여를 원치 않는다면 먼저 핵포기와 핵물질 및 미사일 수출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PSI의 연기로 지금까지 일관성 있게 견지돼 온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과 기조가 흔들린 감이 있고 한국의 대북정책 혼란이 미국 등 우방에 의혹을 주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한국의 대북전략은 무엇보다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어 실효성 있는 대응태세를 갖추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한국이 유화적 자세를 취한다 해서 도발을 멈출 북한이 아니다. 북한은 지금 UN에게 ‘사죄’를 요구하고 제2차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를 공언하고 있다. 출범 2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부가 PSI 참여를 통해 더욱 성숙한 대북·대미정책 수행에 나서기를 바란다. 늦었지만, 정부는 국제 對테러공조와 北 WMD 저지 명분이 확실한 PSI 참가를 실행에 옮기기 바란다. #

서울대(사범대)·조지아대 박사(정치학),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본지 주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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