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기근이 발생하는 이유
북한에서 기근이 발생하는 이유
  • 미래한국
  • 승인 200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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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북조선 기아의 정치경제학
▲ 제군 6월호(최종호)
일본 문예춘추사 발행 <제군> 6월호 (최종호)
서평_북조선 기아의 정치경제학 (스테판 해거드, 마커스 놀랜드 공저 : 스기하라 히로미, 마루모도 비가 일어 공역)
평자 미우라 고타로(三浮小?郞) 평론가·북조선난민의생명과인권을지키는회 대표

지원이냐 제재냐를 넘어서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의 안보리 의장 성명 등 국제사회의 항의에 반발, 6자회담에서 탈퇴하겠다고 말하고 다른 5개국은 회담 복귀나 직접 대화 방안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현재로서는 내부 와해 조짐이 없다.

미국 정치학자이고 아시아, 한반도 연구가인 스테판 해거드와 마커스 놀랜드의 공저인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정치 경제 상황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통해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빠짐없이 응시하면서도 북한 체제가 쉽사리 붕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가능한 지원 방안을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의 ‘식량 확보의 권리’라는 개념을 활용해 소련, 중국, 캄보디아, 이디오피아의 기근을 예로 들고 사회주의체제가 국민에게서 이 권리를 박탈한다는 것을 지적한다.‘개인의 직업과 직장이 노동계획에 의해 결정됨으로써 정치적인 계산에 좌우된다. 농민은 토지나 그곳에서 수확된 농작물에 아무 권리가 없다. 즉 식량 획득이 국가의 조달과 배분에 달려 있다.’(36페이지)

시장이 확립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국가로부터 독립된 식량공급원이 없다. 이것이 사회주의 국가를 휩쓴 기아의 원인이다.

제3장 ‘불공평한 식량 분배-공공배급 제도의 파탄’에 있어 북한의 식량 분배는 ‘사회주의 제도 하의 사회계층 기본원칙을 공공연히 반영시킨 것’이고 ‘식량 확보의 권리’가 계층에 따라 다르다. 20만 명이 수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치범수용소에서 ‘수인(囚人)의 식량 할당량은 의도적으로 아사시키는 정책’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임을 말하고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이 특수한 것은 ‘상업 차원의 식량 수입을 유지하고 부족한 양을 인도적 지원으로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인도적 지원으로 수입을 대체한다’(67페이지)는 점이다.

이 책은 1990년대 북한이 원조를 받지 않고 상업 차원의 곡물 수입을 한 사례, 지원을 수입으로 대체하지 않고 수입을 유지하며 지원을 받았던 사례 등을 시산(試算)해 어떤 사례든 실제 일어났던 것과 같은 기아는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데이터에 기초한 냉철한 관점은 북한 정권의 무위무책(無爲無策)과 잔혹함을 한층 더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북한 체제 타도나 조기붕괴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 정권은 과거에 되풀이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곤궁을 강요해 왔다. 설사 국제사회가 협조해 식량지원을 줄였다 해도(중략) 정책개혁 나아가서는 체제 변화로 이어질지 어떨지는 모르는 일이다.(341페이지) 또 지원하는 국가의 정치적 판단이나 이해관계는 일치하는 것이 아니므로 국제협조 그 자체도 어려운 일이다.’

북한 내에는 뚜렷한 반정부세력이 존재하지 않고 한때 동서독에서 일어났던 난민 탈출에 의한 체제 변혁도 중국이 지금과 같은 정책(탈북민을 보호하지 않고 강제송환하는)을 유지하는 한 실현 가능성이 없다. 저자는 현상을 이렇게 분석하고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활용해 지원을 통한 상황 개선의 길을 찾으려 한다.

먼저 저자는 기아 시기를 거쳐 북한 내에서 일어난 모든 변화, ‘지원 빼돌리기’로 북한 내에서 시장이 생기는 현상에 대해 그 불안정성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기대하고 있다. 이 관점은 ‘임진강’지(誌)에서 이시마루 지로오(石丸次郞) 씨가 탈북민 자신에 의한 북한 취재를 통해 전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민중이 자발적으로 경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는 모습과 일치한다.

이 책 제8장에서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나리오’ 즉 ‘지방의 수요와 이익 획득의 기회 양쪽을 숙지한 하급 관료’가 시장화(市場化) 속에서 이익을 챙기고 정치적 힘을 얻는 것이 현재의 극단적인 중앙 집권 독재체제를 붕괴시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338페이지) 이것은 북한의 내부 개혁이 기본적으로는 절망이라고 보는 나에게도 흥미 있는 지적이다.

저자는 WFP(유엔식량계획)이나 지원 국가에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식량 빼돌리기를 포함한 약자에 대한 식량 지급을 방해하는 정권의 행위를 감시할 것. 수익자의 자구력(自救力) 등 인도주의 원칙을 계속 견지해 나갈 것. 북한 주민들이 직면하는 건강·영양 문제에 대해 외부 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에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의의 있는 평가를 추진할 것’ 등이다.

또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단절하는 것에 반대하지만 국제사회가 협조해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는 북한의 태도를 바꾸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에 비판적인 사람들과 같은 의견이다.’(343페이지)라는 말에는 의견의 상이를 넘어 깊은 공감을 한다.

결론을 말하면 나는 이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인권 상황의 개선이나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북한 현 체제에 대한 지원에 반대한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 민중의 인권 옹호나 체제 타도를 호소할 때 이 책에서와 같은 사실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그를 토대로 한 가능성 있는 프로그램을 제기하지 않으면 납치·인권·탈북민 등 북한을 둘러싼 제문제의 해결은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체제 타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넘어야 할 산으로서 한번 읽어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제군과 나 ㅣ
40년의 행보는 역사에 의지(意志)를 남겼다

아라키 가츠히로(荒木和博)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 대표

“북한 문제에 관해 연재를 해보지 않으시렵니까”라는 仙頭壽 편집장으로부터 제의를 받은 것이 2005년 2월이었다. 나로서는 분에 넘치는 영광으로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계속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다.

2005년 6월호부터 2008년 9월호까지 ‘월보 북조선문제’가 계속 될 수 있었던 것은 내 실력보다는 仙頭 편집장이나 현재의 內田博人 편집장을 비롯한 편집부 담당자 여러분의 질타 격려와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게으르고 연구활동도 지지부진한 내가 이 연재 덕분에 다소라도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이에 더해 정기수입이기도 했던 원고료의 일부가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 활동에도 꼬박꼬박 쓰였기 때문에 이 의미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겠다.

개개의 원고를 포함해 오랫동안 신세져온 ‘제군’이 이번호로 최종호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적적(寂寂)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보수계(나는 이 발을 그다지 쓰고 싶지 않지만)의 오피니언지(誌)로서 <제군>의 역할은 실로 컸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대한민국 제3대 대통령 박정희이다. 그 박정희에 맞섰던 반체제 기독교인 함석헌 옹의 저서에 나오는 말에 ‘역사에 뜻(意志)을 남긴다’라는 말이 있다. 개인의 이름은 사라진다해도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이뤄내려고 했던 정열이나 신념이 남는다는 것인데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박정희와 함석헌은 대극(對極)에 위치했던 두 사람인데 어느 쪽도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 험준한 시련을 앞에 두고 결코 도망치지 않았던 삶의 방식은 지금의 한국사람에게도 그리고 일본사람에게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시대의 무게를 그들은 걸머졌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볼 때 <제군>의 40년 행보는 틀림없이 전후 일본의 역사에 의지를 남겼다고 말할 수 있다. 의지 뿐만 아니라 활자 미디어는 틀림없이 남는 것이니까 앞으로 시대가 바뀌어도 <제군>에 남겨진 의지는 계속 전해질 것이다.

약간의 고언을 한다면 <제군>이 <문예춘추>라는 브랜드의 껍질을 뚫고 좀 더 독자적인 색깔을 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브랜드가 확립돼 있는 만큼 오히려 어려운 일이었을 테지만.

어떻든 <제군>에 담겨 있는 의지는 개인에게, 조직에, 시대에 계승돼 갈 것이다. 나도 그 한구석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에 깊이 감사하며 자기 자신이 인계해가야 할 역할의 일단을 걸머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번역·이영훈 객원해설위원·교포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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