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회의’는 합법적인가
‘판사회의’는 합법적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09.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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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_이재만 변호사
▲ 이재만 변호사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재직시에 촛불재판을 담당한 판사들에게 “한 재판부에서 집시법 조항이 위헌제청 되었지만 위헌제청을 하지 않은 다른 재판부들은 현행법대로 재판을 진행하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 법관의 재판에 관여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 대법관은 위헌 제청된 집시법의 관련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현행법대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고 하였고, 어느 학생은 법철학자에게 “악법도 법입니까?”라고 질문하자 법철학자는 학생에게 “악한 자식도 자식인가?”라고 질문하였다고 한다. 더구나, 위헌제청된 집시법조항은 악법도 아니다.

따라서, 신 대법관이 재판부에게 “위헌제청된 법조항이라도 위헌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지켜야 할 법이니 현행법대로 재판을 하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장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일부 재판부는 이를 재판에 대한 압력으로 느꼈고 그 재판이 촛불재판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법원 진상조사단이나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신대법관의 행위를 재판관여로 볼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로 판단하였고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에게 엄중경고를 하였다.

그 이후에도 각급법원의 판사들은 판사회의를 개최하여 신대법관의 행위가 재판을 간여한 부적절한 행위라는 점을 밝혔다. 판사회의는 이미 대법원 진상조사단이나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밝힌 신 대법관의 행위가 재판관여로 볼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라는 점을 다시 밝힐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판사회의가 굳이 신 대법관의 행위를 재판관여라고 밝혀야 하였다면 그 것은 신 대법관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한 전제 때문일 수도 있다.

판사회의가 신 대법관의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가? 헌법 106조에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 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헌법 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헌법은 법관이 독립하여 심판할 수 있도록 그 신분을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법관을 강제로 물러나게 하는 방법은 탄핵결정을 하거나 금고이상의 범죄를 범하여 실형선고를 받았을 때 뿐이다.

판사회의는 신 대법관을 물러나게 할 수도 없고 물러나게 하여서도 안된다. 헌법상 신분보장이 된 신 대법관을 헌법상 절차에 따르지 않은 방식으로의 사퇴요구는 사법권의 독립을 스스로 침해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결과보다는 절차를 중시한 체제이다.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 비록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이에 따라야 한다. 국민 다수를 우매한 대중으로 판단하여 독단적으로 한 결정이 비록 현명한 결정으로 판명되더라도 이는 절차를 무시한 것이므로 독재에 다름 아니다.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은 독재자들이 자신들의 결정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기겠다고 하였던가?

헌법은 다수결에 의하여 국회에서 제정된 최고의 법이다. 판사회의가 신대법관이 재판관여를 하였으므로 사퇴하여야 한다는 압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개최된 것이라면 다수결의 결정체인 헌법적인 가치에 대한 침해우려마저 있는 것이다. #

이재만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정위원장,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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