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이 잘못된 이유
6·15선언이 잘못된 이유
  • 미래한국
  • 승인 2009.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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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_송종환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 송종환 교수

지난 8년 동안 6월만 되면 6·15 정신으로 통일하자고 대자보를 걸었던 대학생들은 이제 조용하다. 그러나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과 조국통일의 대문’을 열 것을 선포한 후 제2차 핵 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한 냉엄한 현실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6·15와 10·4 선언을 확실히 인정하고 시행할 의지를 밝히는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철없는 어른들이 있다.

남북한 관계 경색의 핵심 원인
이러한 주장은 2008년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과 국내 야당 및 친북좌경세력들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으로 지난 10년 간 쌓았던 남북화해와 평화적 교류가 무너지고 있다고 하면서 남북한 관계 경색의 책임을 새 정부에 전가하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남북한 관계의 추이를 보면, 남북한 관계가 경색된 것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전면 이행을 이명박 정부에 요구한 데서 비롯된다.

2008년 3월 26일 통일부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가 1991년 체결돼 1992년부터 효력이 발생했고 북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 이후 남북 정상이 새로 합의한 합의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절대시하는 북한은 그 다음 날 즉각 개성공단 소재 남북경협사무소의 남측 당국자 11명을 추방했다. 4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역도라고 비난하고, 4월 5일 “민족공동의 통일강령인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떠나서는 남북관계와 조국통일과 관련된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이 두 선언의 전면 이행을 요구했다.

2009년에는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과 조국통일의 대문’을 열 것을 선포하고 대남 ‘전면적 대결태세 진입’ 발표, 남북한 간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 관련 합의 무효화 선언에 이어 로켓 발사, 개성공단 통행 제한과 계약 무효 선언, 제2차 핵 실험 등으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5월 15일 개성공단 계약 무효 선언을 하면서 밝힌 바와 같이 북한식 해석에 따른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전면 이행을 요구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길들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6·15/10·4선언 전면이행 요구
북한에 있어 ‘6·15 남북공동선언’과 동 선언의 실천 강령인 ‘10·4 선언’은 북한 수령이 서명한 문서 이상의 가치가 있다. 북한이 두 선언의 전면 이행을 이명박 정부에 계속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북한식 해석에 의하면, 두 선언은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 후 남한에 공산정부를 수립하여 북한식 연방제 통일을 실현하고자 하는 대남전략과 통일정책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로부터 확약 받은 문서이다.

북한은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후 통일원칙을 적시한 제1항 “우리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통일”을 주한미군철수, 제2항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지향”을 북한 식 연방제 통일 합의라고 주장하였다.

‘10·4 선언’ 제1항에서 ‘6·15 선언’ 구현과 국가기념일 제정까지 합의하고 제2항에서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기 법률적·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나가기로 합의”함으로써 국가보안법 철폐 근거까지 마련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거나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침묵했고,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사실상 주도함으로써 남한이 적화됐으므로 통일만 남았다고 북한이 자랑할 지경이 됐다.

둘째, 북한은 두 선언을 배경으로 지난 10년간 69억5,950만 달러의 지원을 받았고 또 ‘10·4 선언’의 합의로 100조 내외의 막대한 자금의 대북 투입을 예상했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이 두 선언의 이행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면서 6·15 선언을 지지하는 남한 내 정당·단체·인사들과 연계하여 반 이명박 정부 투쟁을 2012년 대선 때까지 계속 벌여나갈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라를 지킨 호국보훈의 달에 우리 국민들은 장차 있을 민족통일을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은 대북정책 추진에 뜻을 모아야 한다.

첫째, 선 안보, 후 자유민주체제로의 통일 원칙을 견지하여야 한다. 남북한 관계 개선이 정책 목표의 최우선이 되지 않아야 한다. 다시는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하여 외교·안보·통일정책이 희생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북한의 대남전략과 통일정책을 반영한 ‘6·15 남북공동선언’과 그 실천 강령인 ‘10·4 선언’을 바르게 이해,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돌아온 후 국무회의에서 설명한 대로 ‘우리 민족끼리 통일’이 주한미군 철수가 아니라 민족당사자 해결이며, 통일지향 방향이 1980년 10월 10일 김일성이 제의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 분열된 국민여론을 선도해야 한다.

셋째,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체제를 개혁·개방해 ‘올바른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10년 간 좌파정부가 추진해온 대북포용정책, 북한 핵 폐기와 평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대규모 경제협력 등은 고려되지 않아야 한다. 남북한 간 경제협력은 정치흥정보다 경제논리로, 인도적 지원 등 대북지원은 보다 주민에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넷째, 북한체제의 존립이 지평선 위로 부상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 점진적, 단계적 형태의 통일보다 ‘들이닥치는 통일’, ‘떠안는 통일’이 될 경우 야기될 제반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강구가 시급하다.

다섯째, 지난 정부 시절의 굴절된 남북한 관계로 인해 야기된 여러 가지 문제들, 예를 들면 주적 개념의 호도, 주한미군 철수 요구와 국가보안법 철폐 주장, 북한 핵 무장 무방, 대한민국 역사를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승리한 부끄러운 역사’이며 ‘대한민국이 태어나지 않아야 할 나라’라고 매도하는 역사관 등을 시정하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에 즈음해 정부와 온 국민이 동 선언을 올바르게 이해한 바탕 위에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안보와 방위태세를 확고히 하는 일방 진정으로 남북 민족이 상생·공영해 ‘올바른 통일’을 지향할 수 있는 지혜를 모을 것을 촉구한다. #

송종환 미래한국 편집위원·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서울대 외교학과 졸·한양대 정치학 박사, 전 안기부 해외정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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