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의원 출마 한인교포, "제국주의 미국이 한국 점령"
뉴욕시의원 출마 한인교포, "제국주의 미국이 한국 점령"
  • 미래한국
  • 승인 2009.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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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 교포사회 내 이념 갈등
▲ 존 최 후보 기사를 다룬 2009년 7월 26일자 뉴욕포스트

“미국은 제국주의 국가이고 한국은 미 제국주의에 의해 자유와 독립을 잃은 채 점령당한 상태이다.”
이 같은 시각을 갖고 있는 한 한인이 미 뉴욕시의원에 출마해 미국 한인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존 최(John Choe·한국명 최용준). 5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올해 39세의 최 씨가 바로 그 인물이다. 그는 한인들 밀집지역인 뉴욕 퀸즈 플러싱(제20선거구) 시의원에 출마해 오는 9월 민주당 예비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면 민주당 후보로 오는 11월 3일 본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현재 6명의 후보가 제20선거구 민주당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난 5월 갑자기 출사표를 던진 최 후보는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현재 20선거구 시의원으로 뉴욕시 감사원장에 출마한 중국계 존 리우가 그를 공식지지했고 민주당 퀸즈 지구의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빙햄터 뉴욕주립대와 시카고 대학원(공공정책학)을 졸업한 최 후보가 리우 의원 입법보좌관으로 8년 동안 활동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만5,000명이 가입해 있는 뉴욕시교장노조(CAS)와 전국집배원협회 플러싱 지부 등이 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혀 예비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최 후보 선거캠프진영은 고무되어 있는 분위기다.

이 지역 한인사회에서도 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최 후보가 한인 최초 뉴욕시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 뉴욕시교장노조(CAS) 관계자의 지지를 받고 기념 촬영하는 존 최

“미국으로부터의 한국독립을 도와달라”

하지만 보수 성향의 뉴욕포스트가 지난 7월 26일 ‘한국의 갈등’(Korean Conflict)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 후보가 ‘미국은 제국주의 국가이고 한국 제국주의 미국에 점령·지배당하고 있다’ 주장한 내용을 소개하며 그전부터 제기되었던 그의 친북반미 성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2006년 5월 존 후보가 뉴욕시에서 열린 ‘사회주의 부활을 위한 지구촌 투쟁’이라는 행사에서 ‘한국은 미 제국주의와의 해방 투쟁하는 최전방에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최 후보는 이 행사에서 “한국은 제국주의와의 해방 투쟁의 최전방에 있다”며 “미국이 한국을 간섭하고 점령하기 시작할 때부터 한국인들은 저항하고 투쟁해 왔다”며 “나는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미국과 그들의 군대로부터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어둠의 시대에 있는 우리를 도와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 후보가 이 말을 했는지 확인하려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와 같은 말을 했다”고 시인했고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 민족 자결과 독립의 권한이 주어져야 하며 그들의 영토에 외국 군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국적국인 미국은 제국주의 국가이고 한국은 미 제국주의에 자유와 독립을 잃은 채 점령당한 상태라는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존 리우 시의원은 2006년 최 후보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1950년대 미국에서 반(反)공산주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애매한 사람들을 탄압했던 ‘매카시즘’이라고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리우 시의원이 최 후보가 발언 사실을 시인한 것을 미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최 후보가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 절대로 그럴 리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고 밝혔다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최 후보는 지난 7월 26일 미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제국주의’란 표현을 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지만 “제국주의라는 말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고 당시 단어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최 후보는 출마 직후부터 한인교포사회에서 친북반미 성향 인물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북 5도민 연합회, 6·25 참전군인회 등 한인보수단체들은 최 후보가 뉴욕의 친북단체인 ‘노둣돌’의 창립멤버로 신혼여행도 평양으로 다녀왔을 정도로 북한을 지지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며 그런 사람이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정치인으로 나선다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1999년에 뉴욕에서 창립된 ‘노둣돌’은 1998년 독일에서 활동하던 송두율 교수가 뉴욕에 잠시 머물렀을 당시 그를 따르는 젊은 진보적 한인들이 주축이 돼 결성됐다. 최 후보도 창립멤버 중 한 명으로 창립 후 ‘노둣돌’ 대표를 맡았고 2000년과 2008년 두 차례 북한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 뉴욕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인후보들. 오른쪽에서 두 번째 존 최

신혼여행으로 북한 방문

‘노둣돌’은 미주 한인들의 북한 방문을 주선해 왔는데 미 연방수사국(FBI) 등에서 북한의 스파이 기관으로 의심, 예의주시돼 왔다.

2003년 11월 5일 뉴욕타임스는 당시 한국총영사가 노둣돌을 포함, 뉴욕 3개의 단체가 북한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한인신문 내용을 보도하며 존 최가 FBI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노둣돌 웹사이트(www.nodutdol.com)에는 ‘북한에는 서구 제국주의의 광고가 없고 행복한 사람들이 가득한 조화로운 곳’이라는 내용과 김일성 찬양은 가득하지만 북한 정치범 수용소나 1990년대 중반 북한주민 대량 아사에 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노둣돌’은 2006년 10월 1차 북핵실험 직후 유엔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북한 핵실험의 원인을 미국이 1994년 제네바 일반협정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미국 탓으로 돌리고 북한과의 양자협상·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최 후보는 이에 대해 2004년 이후 노둣돌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색깔론이 아니라 후보의 자질이라며 진화에 애쓰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난 누구보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친북도 아니고 친남도 한인 친한”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공산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해명할 이유가 없었지만 ‘친북 성향’ 논란이 있는 단체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해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5일 퀸즈 트리뷴에서 “나는 국무장관이 아니라 뉴욕 20지구 시의원에 출마한 것”이라며 “이 문제(이념성향)는 20지구와 상관이 없다. 학교, 일자리, 치안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6월 14일 진보적아시아태평양계미국인(APAP)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시대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후보자의 자질과 비전 및 선거운동의 에너지와 약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대 후보나 보수단체들은 “최 후보는 오랫동안 북한식 사회주의에 경도됐던 인물”이라며 “그런 사람이 한인후보가 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석희 뉴욕지구6·25참전군인회 회장은 “북한을 찬양하는 단체에 활동한 인물이 정계에 진출하면 2세 교육에도 문제고 미국사회에 공산주의의 씨가 뿌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상민 특파원 genuinevalu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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