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영(勞營), 경영악화·불공정 주원인
MBC 노영(勞營), 경영악화·불공정 주원인
  • 미래한국
  • 승인 2009.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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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영업이익률 연 평균 20~30%씩 하락
▲ 언론노조 MBC 조합원들이 방문진 이사회를 마치고 나온 김우룡 이사장의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 7월 31일 MBC의 최대 주주로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기능을 지닌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이사 9명과 감사 1명이 선임된 이후 약 한 달여가 지났다. 그동안 방문진은 8월 19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경영진으로부터 MBC의 경영 현황을 보고받았고, 지난 9월 9일에는 현 경영진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방문진이 지난 몇 년간 누적되어온 MBC의 경영 적자에 대해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지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엄기영 사장이 MBC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면서 현 경영진의 사퇴는 일단 유보되었다.

MBC는 공영방송이지만 특별한 외부 감사 규정이 없어 최대 주주인 방문진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내부 경영의 투명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조직이다. 하지만 신임 방문진 이사진이 경영진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내부의 경영 상황이 공개되고, MBC가 공정성 논란에서 비켜갈 수 없었던 메커니즘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경영진의 업무 보고에서 밝혀진 점은 MBC가 장기간 경영 위기를 겪어 왔다는 점이다.


MBC가 방문진에 제시한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deloitt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과거 5년간 MBC의 영업이익률이 연 평균 20~30%씩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5년 간 영업이익의 산술적 평균은 4.5%로 2007년 SBS의 최저 영업이익률(5.1%)에도 미치는 못하는 상황이다. 2008년에는 43억 흑자로 0.6%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394억 적자를 기록해 ‘적자 경영’으로 돌아섰다. 전년 대비 매출도 31% 줄어든 상황이다.

타 방송사와 비교해 봤을 때도 MBC의 실적 부진은 두드러진다. KBS는 전년 대비 301억 흑자를 기록해 ‘흑자 경영’으로 돌아섰다. SBS는 상반기 114억 적자를 기록했지만 적자 규모는 MBC의 3분의 1 수준이다. 물론 MBC가 겪고 있는 경영상의 위기는 케이블 TV·IPTV의 등장 등 방송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있어 지상파 전체의 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매체 환경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올해 상반기 지상파 방송 3사의 광고 수익이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는 점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MBC는 올해 상반기 광고 수익률이 전년 대비 41.7% 감소해 방송 3사의 광고 수익 감소율(-30.1%)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치가 나온 원인에 대해 MBC 내부에서는 ‘시청률 부진’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MBC의 시청률이 부진한데에는 MBC가 보도의 공정성을 잃어버렸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불공정 보도로 시청률 부진

MBC는 ‘공영방송’이지만 소유 구조는 공적이고, 광고가 주된 재원이어서 상업 방송의 모습을 띠고 있다. 공영방송은 보도의 객관성을 유지해 국민을 통합하는 ‘공적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적 책임의 주 내용은 ‘공정방송’이다. 국민이 뽑은 정부는 방문진 이사를 임명해 MBC를 관리·감독하는 권한을 위임해 놓았다. 그러나 그동안 MBC는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에서 공적 책임을 져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광우병 파동을 일으킨 ‘PD수첩’을 비롯해 ‘뉴스데스크’, ‘뉴스 2580’, ‘뉴스 후’, 시청자 의견 조작으로 논란을 빚은 ‘100분 토론’ 등의 보도·시사프로그램들은 반미·반기업 정서를 의식화 시키고, 국민 분열을 선동하고 대립을 부추기는 데 일조해온 측면이 있다.

일례로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7년간 방영된 PD수첩 방영분을 살펴보면 미국에 관련한 보도는 23건으로 <미군전차와 두 여중생- 그 죽음의 진실>, <그들만의 재판, 미군은 무죄인가?>, <9·11음모론, 미국의 자작극인가?> 등 반미 의식을 부추기는 내용들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대기업과 관련한 12건의 보도 가운데서도 <대기업과 싸우는 사람들>, <삼성 공화국, 언론은 침묵하라?>, <핵심은 이재용이다> 등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주로 삼성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 특히 대선을 앞둔 2007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무혐의 처벌을 받은 BBK 사건을 네 번이나 방영했다. 2007년 3월 20일에 <검증인가, 음해인가-이명박 리포트 논란>을 방영한 이후 대선을 앞둔 2007년 11월 6일부터 12월 4일까지 약 한 달여 기간 동안 BBK 관련 내용이 3회에 걸쳐 방영되었다.

일본에 관한 주제를 다룬 15건의 방영분에서도 주로 친일파 청산 문제를 다룬 것으로 확인됐다.
MBC의 경영이 악화되고, 불공정한 보도가 반복되는 데에는 MBC의 주인이 국민이 아닌 ‘노조’라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MBC가 ‘노영방송’이라는 증거

MBC 내부의 단체 협약을 보면 제 21조 3항에 이런 조항이 있다.

「편성, 보도, 제작상의 실무 책임과 권한은 관련 국실장에 있으며 각사의 경영진은 편성, 보도, 제작상의 모든 실무에 대하여 국실장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방송에 있어서 경영의 핵심은 편성, 보도, 제작 기능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편성과 보도, 제작의 권한이 국·실장에게 있다는 것을 경영진이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조항에 의거하면 편성, 보도, 제작 기능에 대해 경영진은 권한이 없다. 따라서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내용 조작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경영진은 편성, 보도, 제작에 대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방문진은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단체 협약 중 제 24조 공정방송협의회 조항도 ‘공정방송’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공정방송협의회 조항은 이러하다.

「1. 회사와 조합은 공정방송을 위해 공정방송협의회를 둔다」
「2. 공방협은 지부별로 운영하고 공정방송협의회 운영 규정을 둔다」

공정방송협의회는 매주 열리는 것으로 사측 5인과 노측(노조측) 5인이 참여하게 되어 있다. 경영진이 결정해야 할 문제에 이익단체인 노조가 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공방협은 방송강령위반 사례에 대한 논의와 함께 관련자의 문책을 요구할 수도 있다. MBC가 노조가 운영하는 노영(勞營)방송으로 불리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 조항 때문이다.

MBC가 노영방송이라는 증거는 국장과 국원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국원들은 국장에 대해 상향평가를 할 수 있고, 불신임 제도를 통해 국장의 해임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단체 협약 제6조의 내용이다.

「1. 편성과 보도 제작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은 해당 국장의 공정방송 실현 의지에 대해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비공개, 무기명 의견 조사 방법으로 실시한다.」
「2. 위 의견조사는 해당 국장의 보임 1년 뒤부터 실시할 수 있고, 해당 국 구성원 과반수 이상 참여, 참여인원의 2/3 이상이 해당 국장이 공정방송 실현 의지에 문제가 있다고 의사를 표시한 경우 회사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를 존중한다.」

MBC 경영진은 노조의 인사 및 경영 개입, 방만 경영, 편파·왜곡 방송 등의 문제에 대해 8월 19일부터 9월 2일까지 네 차례에 걸친 방문진 업무 보고에서 지적을 받았고, 현재는 경영개선과 단체 협약 개정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졌다.

 

현 경영진, MBC 개혁 진정성 있나?

▲ 엄기영 MBC사장
엄기영 사장은 8월 26일 업무 보고에서 “노조와의 단체 협약에서 편성권과 인사권에 대한 문제 조항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해 단체 협약에 있어서 독소조항을 폐지하고 본부장 책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것을 빠른 시일 내에 구체화할 것이고, 그후 신임을 들어주기 바란다”고 발언했다.

8월 31일 MBC 임직원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엄 사장은 “공정성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영위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더 구체적인 일정을 가져오라는 방문진의 요구에 대해 엄 사장은 9월 9일 이사회에서 ‘NEW MBC Plan’을 제시했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사장과 프로그램 관련 임원, 국장이 참여하는 ‘Review Board(보도 시사 프로그램 검토기구)’를 만들고, 방송계·법조계·학계 등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공정성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이다. 단체 협약에 본부장 총괄책임을 명시하고, 국장 불신임 조항과 상향 평가 조항을 폐지하겠다는 것도 ‘NEW MBC Plan’에 포함돼 있다. 이와 더불어 경영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방문진은 지난 9일 엄기영 사장이 제시한 MBC 개혁 방안의 추진의지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 MBC 경영진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 과연 진정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질되지 않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 ‘기왕 개혁을 할 것이면 지난 몇 년간 했어야지 왜 여태 못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간 <미디어워치>는 엄 사장이 8월 31일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제안한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공정성위원회’가 무색무취의 비전문가들로 채워진 ‘MBC 시청자 위원회’와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제8기 방문진 이사들 사이에서는 ‘지금 경영진으로는 안 된다. 현 경영진을 교체하고 새로운 MBC가 만들어지는 것이 맞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영진 교체 문제는 ‘NEW MBC Plan’의 추진 과정을 살펴본 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쯤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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