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
“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
  • 미래한국
  • 승인 2009.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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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김문수, 조갑제 할 말은 한다’ (북마크 刊, 2009)
▲ “나는 일류국가에 목마르다” ‘김문수, 조갑제 할 말은 한다’ (북마크 刊, 2009)


한나라당 차기 대권주자인 김문수(金文?) 경기도지사와 우리 사회 대표적 보수논객인 조갑제(趙甲濟)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만났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대담의 자리였다. 만남은 촛불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던 2008년 여름 시작돼 이후 수차례 이어지면서 대담집으로 엮어졌다. 한 사람은 노동운동가 출신 도지사로서, 다른 한 사람은 기자이며 보수진영을 이끄는 논객으로서 저마다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은 경험과 생각들을 ‘애국’이라는 담론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의 말을 빌리자면 대담은 “보수든, 진보든, 발전이든, 인권이든, 삶의 질이든, 선진화든, 그리고 21세기 한국이든… 모든 유의미한 명제들이 대한민국 헌법질서라는 지붕 아래 함께 포괄될 수 있고, 오직 그 지붕 아래서만 성립 가능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두 사람이 서로 살아온 자리가 다르고 생각의 차이가 있지만,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본질적 과제를 동질감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치 애국 동지의 대화록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혹자는 김문수와 조갑제의 이념적 만남은 차라리 충돌에 가깝다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한쪽은 좌익의 흔적을 가진 노동운동권 출신 혹은 ‘변절자’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극우보수’ ‘수구꼴통’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의 이념적 바탕이나 노선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들의 만남 자체가 무척 흥미로운 ‘이벤트’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의외로 대한민국이라는 가치에 대해 일치된 생각을 가졌고 다가올 21세기의 비전, 즉 일류국가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이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다른가, 또는 얼마나 같은가를 가늠하는 기회가 되며 나아가 한때 좌우로 분열되었던 시각이 하나의 가치로 만나는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

534쪽의 두께가 일견 독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의외로 대담집은 쉽고도 진지하게 읽힌다. 1장을 제외한 2장부터 6장까지의 내용은 주로 김문수 지사의 인생 역정을 돌아보며 대한민국의 현대사적 사건들을 정리해주는 노변정담 차원의 대화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생생한 현대사를 돌아보게 하는 부분들은 책을 읽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초상을 찾아’ 라는 1장의 대담은 이 책의 총론적 내용으로 나머지 다섯 장에 걸친 다양한 대담 주제들을 포괄하는 이념적 핵심을 제시하고 있다. 1장의 논제는 두 사람이 추구하는 최선의 가치인 ‘보수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집중하고 있다.

김 지사는 보수주의의 정의를 헌법에 명기한 ‘자유민주주의’에서 찾아야 하고 그 자유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 참된 보수주의자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주의는 ‘군사독재의 잔재’를 벗지 못하고 있어 이질적 민주주의로부터 공격당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고 친북세력에 의해 조작된 혐오감의 피해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보수주의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우대받은 민주화운동가들 때문에 기피 당하는 이념이 되었는데 이와는 반대로 ‘진보’로 위장한 사회주의 이념은 반정부 조직으로 활보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한 대표적 조직이 인권위원회, 과거사위원회 등이다. 이에 김 지사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사상적 깊이와 이념적 양극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통찰로 현명한 결론을 끌어내는 능숙한 이념적 지도자들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인생의 굴곡이 가져온 견해 차이

이념이 충돌하는 현대사를 살아온 두 사람은 서로 몇 가지 논제에 대한 견해차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승만 대통령을 친일파로 보느냐의 문제에 대해 김 지사는 “이 대통령이 친일파는 아니지만 정부수립 후 친일 청산을 불철저하게 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 조 대표는 “이승만이 주도한 건국사가 대한민국의 주춧돌인데 그걸 한 칼에 잘라 없애면 대한민국 전체가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박정희와 전두환에 대한 인식 차이는 두 사람의 다른 인생행로가 가져다 준 결과로 보인다. “박정희는 선거에서 이겨 대통령이 되었지만 독재정치를 한 ‘군사독재자’다. 그러나 독재로서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은 잘한 일이다”라는 김 지사의 평가에 대해 조 대표는 “그것은 아니다. 박 정권은 ‘민주적인 정부’로 보아야 한다. 나는 박정희를 ‘자유주의를 추구한 권위주의 지도자’라고 평가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조 대표는 또 “전두환은 독재자로 집권을 했지만 물러날 때는 상당히 민주화된 사람이 되었다, 그의 공과를 역사적 사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통일방안에 대해 “연방제 통일을 찬성하는 행위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규정하자, 김 지사는 “내 생각은 다르다, 한반도 통일은 결국 자유민주주의의 통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적화, 폭력, 프롤레타리아 통일이 아닌 이상 어떤 통일이든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원칙과 법치가 중시되는 나라

한 시대의 이념과 역사와 인물을 바라보는 이러한 편차는 각각 삶의 자리가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군사정권 시기에 대학생 노동운동가로서 청계천 피복 공장에서 일하며 노조를 이끌고 안기부와 보안사를 드나들며 혹독한 고문에 투옥까지 당한 김 지사가 지닌 군부세력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역사적 이념의 질곡을 벗어나 균형을 회복하는 일 또한 만만찮았을 것이다. 조 대표와의 대담을 통해 털어놓는 김 지사의 지난 얘기들은 한 지성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라는 애국적 명제를 발견하고 그 가치에 몰두할 수 있는가를 드러낸다.

“평화롭게 관광하는 아주머니를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사건에는 단호하게 대처했어야 한다. 인도주의적 의미에서 그렇다. 마찬가지로 북한에 굶는 사람이 있으면 굶는 사람에 대해 지원하겠다고 나서야 한다. 저쪽에서는 굶는 사람이 없다고 하겠지만 우리 국민이니까 조사하겠다고 정부가 주장해야 한다.”

이러한 김 지사의 주장에 대해 조 대표는 ‘굉장히 획기적인 말’이라며 “이는 우리 국민의 범위를 북한 주민까지 확장해서 본다는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김 지사는 이러한 생각은 어디까지나 헌법정신에 근거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자세는 그 헌법을 넘어 헌법 위의 인간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내가 추구하는 국가적 가치는 우선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자유민주주의이다. 이것을 흔들려는 사람이나 이념 그리고 조직, 즉 국가의 적들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헌법에 기초한 원칙과 법치를 중시하는 리더십과 국가이념을 확실히 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대한민국이 이념적으로 투철한 자유주의자이자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한 김 지사 같은 정치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며 긴 대담을 마무리했다. #

김창범 미래한국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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