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 적자 매년 수조원
공무원 연금 적자 매년 수조원
  • 미래한국
  • 승인 2009.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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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리뷰] 공무원연금법

지난 9월 22일 통합 공무원노조가 투표를 거쳐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들이 반정부 정치활동을 일삼는 민노총에 가입한 것도 문제이지만 이러한 공무원들에 대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매년 수조 원씩 늘어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들리고 있다.

정부의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은 올해 1조7,990억 원에서 내년에 2조4,037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행 공무원연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15년에는 이 수치가 6조5,040억, 2020년에는 11조6,980억, 2040년에는 42조6,840억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민관공동위 개혁안 노조가 반대

1960년에 도입된 공무원연금 제도는 우리나라의 공적 연금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장기근속 공무원들의 안정된 노후 생활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것이 바로 공무원연금제도. 특히 도입 역사가 일천한 국민연금제도와 달리 공무원연금제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 수준과 함께 가입자들의 기대와 의존성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제도는 제도 성숙화단계에 들어가면서 연금 지급액이 늘어남에 따라 그동안 방치해 왔던 구조적 불균형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에다 연금 수급자까지 늘어나고 있어 본격적인 손질이 필요한 상황이 온 것이다.

그러나 1996년과 2000년 법 개정 등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의 적자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00년 공무원연금법 개정에서는 연금 적자를 국고로 보전하도록 해 적자 규모의 증가는 곧 재정 부담의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3년 548억 원이었던 적자 규모는 2007년 9,892억 원으로 늘어났고, 이것은 곧 정부 부담으로 떠넘겨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무원연금 재정의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2006년부터 추가적인 연금개혁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2007년에는 민·관 공동의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이하 발전위)’가 설립되어 구체적인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마련했고 지난해 8월 공무원연금개혁 건의안을 행정안전부에 최종적으로 제출했다. 정부는 이 건의안을 그대로 수용해 공무원연금개혁법안을 지난해 11월 7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전공노, 민공노, 공노총, 전교조 등 공무원 단체 대표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급여 수준 및 보험료율에 대한 ‘근원적인 처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공노, 민공노, 공노총, 전교조, 교총 대표 5인 및 노조가 추천한 전문가 2인이 국민연금 급여인하수준(급여수준 33%감축)으로 공무원연금 급여수준 및 보험료율을 재조정하기로 한 기존의 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기존 합의안을 백지화했다. 따라서 처음부터 개혁 방안은 다시 논의됐고 노조의 입김이 반영된 연금개혁 건의안이 정부안에 반영돼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가 제출한 이 공무원연금법 개정 법안은 지난 9월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과의 의견 수렴을 거쳐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보험료율만 조정 단기적 효과

하지만 이 법안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재직 공무원의 연금 급여 감축을 최소화하는 대신 신규 공무원에게만 연금지급개시연령을 65세로 늦추고 유족 연금을 인하하는 등 부담을 지우고 있어 재직·신규 공무원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0년 이상 재직자의 연금급여수준은 과거와 동일하다. 반면 신규 임용 공무원에 대해서는 급여 감축 효과가 발생하게 돼 이들의 총 연금가치는 기존에 비해 약 25% 감소할 전망이다.

현행 연금법 개정안의 내용들이 급여 조정은 최소화하는 반면, 보험료 인상을 통해 단기 재정개선 효과만을 도모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험료율을 현행 소득 기준의 5.525%(보수월액의 8.5%)에서 2012년 7%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적자 발생규모는 약 50% 정도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급여 수준의 유지로 공무원 연금의 구조적 불균형이 잔존하게 돼 재정 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이달곤 행안부 장관이 참석한 지난 9월 24일 국회 행안위 회의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정권에서 행안부 장관을 역임한 최인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연금법 개정이 근본적인 연금 재정 확충 측면에서 완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 행안위 회의에서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안이 오랜 기간 노사간의 합의를 거쳐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점이 강조되면서 의결되었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7년 급여수준을 33.5% 인하하는 대폭적인 수술을 가했다. 그러나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개혁 이전에는 국민연금과의 급여 격차가 1.4배였지만 개혁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1.9배까지 늘어나게 돼 두 제도간의 격차가 더 커지게 됐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감안할 경우, 공무원은 민간근로자에 비해 실제로 2배 이상의 연금을 받을 것이라고 KDI는 예측했다.

 

내년 30만명에 8조7,000억원 지급

하지만 이번 법안이 이미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를 구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대표적인 연금 전문가로 손꼽히는 문형표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근본적인 구조개혁 대안을 새로이 구상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미 발전위의 논의 및 공무원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된 법안을 대폭적으로 수정하기는 곤란할 것”이라고 올해 초 발표한 ‘공무원연금개정법안의 평가와 개선의견’보고서에서 밝혔다. 그는 또 “공무원연금 개혁은 어차피 이번으로 종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차기 연금 개혁 시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검토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무원연금 주무부처인 행안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행안부는 공무원연금법개정을 통한 개혁 이외에도 공무원연금공단이 소유한 부동산을 매각하고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출범한 통합 공무원노조가 민노총 가입 명분으로 임금인상 등 생존권 보장, 공무원연금 개정 저지 등을 요구하고 있어 공무원연금법안의 개정은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2010년 기금운용 계획안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올해 29만6,000여 명에서 내년에는 30만9,000여 명으로 처음으로 30만 명을 돌파한다. 지급해야 할 연금 급여도 8조2,000억 원에서 8조7,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고위 공직자를 제외하면 실제 공무원들이 받는 임금은 민간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와 비교해 봤을 때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 예산에서 공무원들의 임금은 2년째 동결된 상황이다. 공무원 사회의 사기와 연결되어 있는 이 법안을 정부와 국회에서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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